뒷산 고라니가 집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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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대순
그림/삽화
프레첼존맛
작품등록일 :
2024.07.03 08:57
최근연재일 :
2024.07.22 00:00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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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4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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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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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6화

DUMMY

한참을 할머니 품에 안겨 눈물을 쏟아낸 도깨비가 이제야 부끄러움을 느꼈는지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영락없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한 채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는 모습이 라희의 눈엔 그저 귀엽게만 보였다.




할머니의 염원에서 태어나 할머니를 지키기위한 존재라니 너무나도 낭만적인 일이 아닌가. 그렇게 흐뭇하게 도깨비를 바라보고 있을 때 할머니가 갑자기 당황하며 외쳤다.




“어, 어디갔니? 갑자기 어디로 사라졌어?”


“네?”




할머니 눈에 잘만 보이던 도깨비가 제임스의 신력이 다 빠져나갔는지 인간에게 보이던 모습을 잃었다. 때문에 할머니는 갑작스럽게 아이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뭐야, 할매 나 안보여? 할매? 할매!”




도깨비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서 할머니를 불렀지만 할머니는 아이의 모습도, 심지어 목소리도 들을수가 없었다.




“간거냐? 응? 갔어? 너까지 가는게야?”




할머니는 먼저 앞세운 자식부부와 손녀를 떠올렸다. 결국 자신의 곁에 있는 모두가 떠나가는구나라고 생각하며 없어진 도깨비의 모습에 눈물을 쏟아냈다.




“할머니! 도깨비 여기 있어요! 여기.”




라희가 할머니의 손을 잡아 아이의 머리 위에 살포시 얹어 주었다. 물론 할머니는 볼수도 만질수도 없었지만 안심했다.




“가지 않은 거지?”


“나 여기 있다니까, 할매!”




둘은 같은 장소에 마주보고 섰지만 서로를 볼수는 없었다. 이 기가막힌 일을 슬프게 바라보는 라희를 제임스가 바라보고 있었다. 제임스는 한참을 라희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돌려 도깨비를 보며 말했다.




“인간이 되고 싶어?”




제임스의 입에서 나온 쌩뚱맞은 말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그를 쳐다보았다. 어느 누구도 감히 묻지 못하고 정적만이 흘렀다.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인간이 될 수 있다는 뜻이야?”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헛소리겠지 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기대에 찬 눈빛. 그 순수한 눈망울이 제임스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럼! 이 몸 정도 되면 가능하지.”


“어떡하면 되는데?”




어느새 제임스에게 다가가 그의 허리에 매달린 도깨비가 애처롭게 애원하듯 말했다. 인간이 될 수 있다면 뭐든지 하겠다는 결의에 찬 눈빛을 제임스도 느꼈다.




제임스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 도깨비를 인간으로 만든다는 구실로 라희 옆에 붙여놓고 방패로 쓸 계획을 세웠다. 어느날 갑자기 라희가 악령이든 사고든 죽어버려서 귀안력을 날릴 위험을 막는 수단이었다. 그 짧은 새에 계산을 마친 제임스였다.




제임스는 콧노래를 흥얼거릴 뻔한 걸 참으며 담담한 척 말했다.




“우선 나의 밑에서 수련을 해야...”


“할게!”




제임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도깨비가 그의 말을 가로 챘다. 제임스는 살짝 기분 나쁠 뻔 했지만 뒷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내가) 시험에 통과해야...”


“통과할게!”




물론 도깨비가 시험을 치루는 것이 아니라 제임스의 산신 시험 이야기였지만 교묘하게 ‘내가’라는 말을 빼버린 그였다.




“그건 네가 정하는 게...”


”나 인간 만들어줘!“


”거 좀! 말 좀 들어!“




자꾸 말을 날름날름 잘라먹는 도깨비 때문에 슬금슬금 분노게이지가 오르던 제임스가 결국은 화를 내버렸다. 깜짝 놀란 도깨비가 화르륵 하고 타오르더니 마치 전래동화 속에서나 봐왔던 도깨비불 모양이 되었다, 그리고는 라희의 뒤로 날아와 숨었다. 아무래도 라희가 제임스를 이기는 것 같다는 계산이 선 것 같았다.




”왜 애한테 화를 내고 그래요!“




조그마난 불 모습의 도꺠비가 벌벌 떠는 것을 보자 마음이 약해진 라희가 제임스에게 소리쳤다.




”애? 애?? 지금 저걸 보고 애라 그런 거요? 저거 30년은 묵은 도깨비요! 나보다도 나이가 많아!“




‘애’라는 말에 어이가 없어진 제임스가 분한 마음에 외쳤다. 그리고 라희는 그의 나이 발언에 꽂혔다.




”제임스가 30보다 어리다구요...?“


”그렇소! 저 능글맞은 도깨비에게 속으면 안되오!“




라희는 제임스의 나이를 집요하게 물어보고 싶었다.




”그럼 몇 살인데요, 제임스는?“


”나 말이오? 나는 05년도에 모습을 갖췄으니 그걸 인간 나이로 계산하면 열아홉 즈음 됐을거요. 하지만 나는 인간이 아니기에 그런 나이는... 왜, 왜이러오?“




05년생, 열아홉. 그건 라희의 나이였다. 고로 제임스와 라희는 동갑내기 친구라는 것이었다. 라희는 얼탱이가 없었다.




제임스가 줄줄 말하는 동안 라희가 그에게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어느새 그의 코앞까지 다가온 라희가 스윽 손을 들어올려 제임스의 옷깃을 살며시 말아 쥐었다. 그리곤 앞뒤로 흔들어 재꼈다.




”아니 이 산신놈이! 그동안 아주 깜찍하게도 나를 속여?“


”왜, 왜 이러시오! 내가 언제 그대를 속였다고! 지, 진정을...! 켁!“




라희가 열심히 멱살을 잡고 흔들자 목이 졸린 제임스가 컥컥 거리는 소리를 내었다. 그가 열심히 라희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해봤지만 이상하리만치 강한 그녀의 손아귀 힘에서 탈출할 수가 없었다.




”그만해, 라희야.“




제임스가 혼절 직전까지 가기 직전 성현이 라희의 손을 잡아 내리며 둘을 분리 시켰다. 둘의 상황을 꽤 흥미진진하게 바라보던 성현이었지만 이대로 놔두다간 사람(?) 하나 잡을 거 같은 라희때문에 나선 것이다. 몸은 말리면서도 얼굴은 웃고 있는 그의 상반된 행동이 그가 진심으로 말리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성현의 힘으로 인해 제임스에게 떨어져버린 순간에도 라희는 씩씩거리기 바빴다. 제임스는 자기 입으로 라희를 속인 적은 없다. 하지만 산신이라는 직책때문인지 라희는 그가 나이가 많을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던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저 어처구니 없는 사극말투로 하대 하는 것도 다 참으면서 꾸준히 존대를 해왔는데, 해왔는데! 동갑이라고? 라희는 아직도 분을 삭히지 못하고 눈을 이글거리며 제임스를 노려보았다.




제임스는 라희가 왜 저러는 것인지 영문도 모른 채 시선도 땅을 향하고 그저 깨갱거리며 옷깃을 정리했다.




한참을 성을 내다가 겨우 가라앉은 라희는 시간이 늦은 것을 깨닫고는 집에 가기 위해 대문 밖으로 나왔다. 대문 앞에 쪼르르 선 성현, 라희 그리고 제임스의 앞으로 도깨비와 할머니가 서로를 마주보고 있었다, 제임스가 약간 더 힘을 써서 할머니가 도깨비를 바로 볼 수 있게 해주었다.




”인간이 되면 돌아 올거지?“


”그럼! 나 꼭 인간이 되어서 돌아올게, 할매!“




할머니와 도깨비가 서로 눈을 맞추며 대화하고 있었다, 라희는 그런 둘을 바라보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지만 애써 참아내었다. 이 상황에서 울어 버리면 못 참고 펑펑 쏟아낼 것 만 같았기에.




할머니와 진한 포옹을 나눈 도깨비가 라희와 일행에게로 오기위해 뒤를 도는 순간 할머니가 다시 그를 붙잡았다.




”잠깐만!“




할머니의 다급한 목소리에 도꺠비는 고개를 갸웃하며 할머니를 바라보았다.




”지우. 네 이름 지우가 어떠냐? 물론 네가 이름이 있다면 그것도 좋고...“


”좋아!“


”응? 좋으냐?“




할머니가 미처 말을 끝내기도 전에 도깨비가 할머니의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 그리고는 신난 듯이 제자리에서 콩콩 뛰어댔다.




”내 딸아이가 미처 낳지 못하고 함께 가버린 아이의 이름을 지우로 하려고 했었단다. 그런데 이제는 네가 왔으니 그 이름을 너에게 주고 싶어. 이래 봬도 유명한 도사님께 조르고 졸라 얻은 이름이란다.“


”할매... 날 가족으로 받아주는 거야?“




도깨비 지우가 눈망울을 촉촉이 하며 할머니를 올려다보았다. 할머니도 무릎을 천천히 꿇어앉아 신선을 맞추고는 말했다.




”내가 모르던 순간부터, 아니 네가 이 집에서 태어난 순간부터 넌 우리 가족이었단다. 내가 너무 늦게 알아차려서 미안해, 우리 지우“


”흡, 흐아앙!“




결국 눈물보가 터져버린 지우를 할머니가 안아 토닥였다, 그렇게 한참을 품에 안겨 울던 지우는 발게진 눈시울로 할머니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할매! 내가 꼭 인간이 되어서 올게! 아프지 말고 기다려!“




그렇게 할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일행은 할머니의 집에서 멀어졌다. 할머니는 일행이 사라져 안 보인 후에도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 대문을 열고 집으로 들어갔다.




기도를 드리러 가야하는 성현과 헤어진 일행은 동네의 폰가게로 향했다. 하지만 미성년자인 라희와 무신용자인 제임스에겐 핸드폰 구매가 너무나도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동네 구석에 있는 외국인 전용 핸드폰 가게에서 선불폰 유심칩을 구매했다.




그리곤 핸드폰 기계를 사러 매장에 갔다.




”이, 이렇게 누르는게 맞소?“




가진 돈도 넉넉 하겠다, 좋은 폰을 사주려고 했지만 제임스가 기계치라는 복병에 발이 걸렸다. 한 시간에 걸쳐 핸드폰 사용법을 알려주다 라희는 인내심의 끝을 맛봐야 했다.




덕분에 라희의 서랍 속에 잠들어 있던 스티커가 덕지덕지 붙은 분홍색의 큐티한 폴더폰을 꺼내어 유심칩만 끼운 채 제임스에게 전달했다.




”자 봐요. 이렇게 핸드폰을 열고 여기 숫자 1번, 이걸 길게 꾸욱 누르는 거예요. 해봐요.“




라희는 단축번호 1번에 지금의 자신의 번호를 저장해놓고는 제임스에게 건냈다. 제임스는 잠시 휘황찬란한 핸드폰을 이리저리 둘러보더니 라희가 가르쳐 준대로 폰을 열어 1번을 꾹 눌렀다,




”오오! 이게 연결이 된 것이오?“




바로 옆에서 라희의 폰이 울리자 제임스는 마치 어린 아이가 기뻐하듯 해맑게 웃었다. 그 모습을 보고 뿌듯해진 라희가 폰에 연결된 분홍색 목줄을 제임스의 목에 걸어주었다.




휘황찬란한 푸른 빛 한복 위에 큐티뽀ᄍᆞᆨ한 분홍색의 핸드폰과 목줄이 꽤나 인상깊었다. 그나저나 예전에 사준 캐쥬얼한 옷들은 또 어디다가 내팽겨 쳤는지 또 이 휘날리는 도포자락을 입고있는 것인가. 라희는 지끈 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왜 그러시오?“


”아니, 그게아니고요... 아니, 나 왜 계속 존댓말 해?“




라희가 이제야 생각난 드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대가 편해서 한 것이 아니오?“


”아니거든? 나 이제 존댓말 안해!“


”그러시오.“




제임스는 라희의 말에는 관심이 없는 듯 핸드폰만 이리저리 만지작 거렸다. 아무래도 신기한 모양이었다.




라희는 그런 그를 바라보다가 얼른 가라고 내쫓았다. 오늘은 많은 일이 있었기에 얼른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럼 잘 자!“




제임스가 가고 난 후 옆에 남은 지우는 도깨비불 모양으로 조잘대다가 라희가 피곤해 하자 모습을 감추었다. 드디어 고요해진 가운데 라희는 평온을 느끼며 침대에 누웠다. 아주 평화롭고도 조용한 순간을 느끼던 그때.




띠리링!




전화 벨 소리가 고요한 적막을 깨트렸다. 이 늦은 시간에 누가 전화를 하지라는 생각으로 전화기를 바라 본 그때 라희의 이마에 빠직 핏줄이 섰다.




[고라니]




폰 화면에 선명하게 뜬 세글자. 이 양반이 지금 왜 전화를 하지? 혹시라도 악령이라도 나타났나 싶어서 일단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오오! 진짜로 라희양의 목소리가 이 곳에서도 들리는구려! 이거 참 신기하오!“


”그래요, 그래. 전화 되는 거 확인 했으면 끊을게요.“




라희는 똥 씹은 표정으로 전화를 끊고는 다시 자리에 누웠다. 이제 전화도 확인했으니 잠을 방해할 요소는 없었다.




띠리링!




하지만 야속하게도 전화가 또 울려퍼졌다.




[고라니]




”왜요.“


”있지 말이오. 여기 다람쥐 친구가 그러는데 오늘 시내에서 무얼 목격 했는지 아시오? 조잘 조잘~“




제임스는 의미 없는 수다를 나불거렸다. 화가난 라희는 말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돌아누으려는 순간.




띠리링




”아 진짜 이 고라니 새X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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