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산 고라니가 집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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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대순
그림/삽화
프레첼존맛
작품등록일 :
2024.07.03 08:57
최근연재일 :
2024.07.22 00:00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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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9,483

작성
24.07.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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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13화

DUMMY



라희를 따라 제임스도 다급하게 밖으로 나왔다. 라희의 표정은 삭막하게 굳어있었다. 제임스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라희에게 말했다.


“도대체 왜이러는거요?”


제임스가 라희의 팔을 낚아채 자신의 쪽으로 그녀를 돌려세웠다. 라희는 강한 그의 힘에 속절없이 뒤돌아서야했다. 라희가 팔목이 아픈 듯 얼굴을 찌푸리자 제임스도 멈칫했다.


“왜이러다뇨. 몰라서 물어요?”


라희의 날이 선 반응에 제임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이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 듯 했다.


“그대는 항상 모든 일에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 거요?”

“뭐라구요?”


제임스는 자신이 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독이 되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 하는 듯 했다. 라희는 그냥 돌아서서 나가버린 다음 이 순간에서 도망쳐버릴까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다면 할머니는 평생을 치매인 채로 살다가 가셔야 했다. 사랑하는 손녀도 기억하지 못하고 지능 또한 퇴화된 채로. 그런 일만은 만들 수 없는 라희는 다시 한 번 마음을 가다듬고는 제임스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제임스는 별 말을 더 하지 않은 채 날카로운 눈빛으로 라희를 쳐다보고 있었다. 라희도 그에게 지지 않겠다는 듯 맞서서 그를 째려보았다. 그렇게 눈에 눈물이 차오를 때까지 그를 노려보던 라희보다 제임스의 입이 먼저 열렸다.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는 동물이아니오?”

“그건 인간이라서가 아니라 생명이 있는 존재라면 다 그런거에요!”


라희는 괜히 억울했다. 저놈의 인간, 인간! 말마다 인간거리는데 자기는 얼마나 잘났다고 무시하는건지.


“그렇지 않소. 때로는 개인의 행복보다는 이성과 공동체가 먼저인 존재도 있지.”


제임스의 철옹성같은 말에 라희는 할 말을 잃었다. 처음 만남부터 인간과는 다른 존재라는 것은 알았다. 하지만 이 정도로 사고회로가 다를 것이라고는 생각해보지 못 한 라희였다.


“도깨비의 뜻은 저 할멈을 그대로 놔둔다면 슬픔에 허우적 댈터이니 망각으로 인해 행복을 주자는 것이지.”

“기억 상실만이 정답일까요?”


제임스가 눈썹 한 쪽을 까딱 올렸다. 마치 더 얘기해보라고 하는 것 처럼. 라희도 느꼈는지 이어서 말했다.


”기억 상실로 행복한 것이 진정한 행복일까요? 그동안의 기억은? 물론 슬프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잊고 싶은 건 아닐거예요. 그동안의 행복한 추억까지 모두 잊게 하는 건 아니잖아요.“


라희가 열변을 토할 동안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도깨비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내가 그 기억들보다 더 좋은 기억들을 심어줄 수 있어! 그럼 앞으로는 행복하기만 할거다!“

”그 말이 아니잖아!“


참다 못 한 라희가 버럭 화를 내었다. 도깨비는 꽤 놀랐는지 제임스의뒤로 쏙 숨어버렸다. 분위기는 계속 험악해져 가는 가운데 잠자코 있던 성현이 대화에 끼어 들었다.


”인간의 일은 인간이 해결해야지.“


성현의 목소리가 난 쪽으로 나머지 세사람의 고개가 돌아갔다. 모두위 관심을 받은 그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대는 아직 안갔소?“


제임스가 빈정거리며 말했다. 아무래도 그에겐 성현이 마음에 안드는 모양이었다.


”우리 라희가 비 인간적인 둘을 상대하느라 힘든 것 같아서 내가 도움이 좀 되줄까 해서.“


성현이 ’우리 라희가‘라는 말을 하면서 라희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제임스의 시선은 라희의 어꺠에 올라간 성현의 손에 꽂혀있었다.


”인간도 아닌 당신들이 인간에 대해 뭘 안다고 한 사람의 생을 좌지우지하려고 드는거지?“

”맞아!“


라희가 성현의 말을 듣고는 그게 내가 하려는 말이었다는 것 처럼 격하게 동의했다.


“라희양은 항상 감정적이오. 혹시 지민양의 일로 할멈에게 되도 않는 정의심이라도 부리는거요?”

“뭐, 뭐라구요? 그쪽은 피도 눈물도 없어요? 그런 당신이 산신이 되어서 산을 수호할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자기 힘도 관리 못하고!”

“지금 뭐라했소?”


둘의 분위기가 갈수록 험악해져만 갔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서로가 말을 잘못 내뱉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여기서 인정한다면 지는 게 될 것 같은 기분에 둘 다 자존심만 내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라희 성격상 자존심만 세우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용납되지 않았다.


그래서 일단 미안하다고 하려는 그때 어디선가 검은 연기가 휙하고 날아와 지민의 할머니 집으로 쑥 들어갔다. 마당에 있던 네명 모두 그 광경을 목격했다. 놀란 라희가 집 안으로 달려들어가려하자 제임스가 그녀를 제지하고는 상황을 살폈다.


잠시후 집 안에서 할머니가 걸어나오셨다. 온 몸에서 검은 연기를 내뿜는 채로.


“설마··· 할머니가···!”

“아니오. 저 할멈은 살아있소.”


라희는 할머니가 주무시며 돌아가신 줄 알고 많이 놀랐다. 하지만 한 눈에 할머니의 상태를 알아본 제임스가 조용한 목소리로 그녀를 진정시켰다. 방금까지 으르렁 거렸지만 예상치 못 한 상황이 나타나자 겁먹은 강아지들처럼 하나로 똘똘 뭉쳤다.


할머니는 마당으로 나와 네사람을 둘러보더니 눈을 가늘게 뜨며 도깨비를 노려보았다.


“니들이 뭔데 내 기억에 손을 대!”


할머니가 갑자기 본인의 목소리가 아닌 어딘가 쇠를 긁는 듯 한 소름 끼치는 목소리로 아주 크게 호통을 치 듯 말했다.


“어떻게 산 존재에 악령이 들어간 것이지.”


성현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무속인 인생이 긴 것은 아닌 그였지만 영화나 드라마를 제외하고 실제로 산 존재에게 악령이 깃든 것은 처음 보는 그였다. 그렇기에 이 상황은 성현으로써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할멈의 정신력이 약해지고 도깨비의 도술로 틈이 생긴 곳으로 파고 들었나보군.”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악령이 산 존재에게 들어···!”


쾅!


성현이 아직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지민의 할머니가 모으고 있던 힘을 방출했다. 검은 연기가 이리저리 강하게 날아가며 주변의 약한 물건들은 모두 쓸어버렸다. 할머니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던 도꺠비가 얼른 몸을 부풀려 성현과 라희를 보호했다.


또 다시 무서운 모습으로 변한 도깨비였지만 그 표정은 한 없이 슬퍼보였다. 자신이 지켜주려했던 할머니가 자신의 도술로 인해 당해버린 모습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제임스가 품에서 푸른 빛깔의 부채를 꺼내었다. 그 부채의 끝에선 제임스 특유의 빛인 황금빛이 서서히 흘러나왔다. 그 모습을 본 라희가 다급하게 외쳤다.


“제임스! 할머니가 다치면 안돼요!”

“나도 그럴 생각이었소.”


말을 마친 제임스가 높이 뛰어올랐다. 그 틈에 성현도 빠르게 할머니에게 다가가 할머니의 몸을 뒤에서 포박했다. 최대한 할머니의 본 몸이 다치지 않게 그러나 강하게 잡았다.


그 틈에 제임스가 공중에서 내려오며 부채에 모인 빛을 할머니에게 쏘았다. 강한 황금빛 줄기가 할머니의 몸을 감싸 하얗게 빛났다. 그러자 검은 연기가 제임스의 부채 안으로 빨려들어가기 시작했다.


“끼에에에엑.”


검은 연기가 빨려들어가며 누군가가 소리지르는 듯한 기괴한 소리가 났다. 소름끼치는 소리에 라희는 다급하게 귀를 막아보았지만 손을 뚫고 들어왔다.


잠시 후 검은 존재가 부채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빛이 사그라든 자리에는 식은 땀을 흘리는 성현과 멍한 표정의 하러니가 있었다. 할머니의 몸에선 더이상 검은 연기가 보이지 않았다.



“할머니!”

“할매!”


멍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던 할머니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쓰러졌다. 라희와 성현 그리고 도깨비가 할머니의 주변으로 달려들었다. 제일 가까이 있던 성현이 다행히 할머니가 바닥으로 쓰러지기 전에 받아내었다.


어수선한 지민의 할머니 집 마당 뒤로 검은 무엇인가가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칫. 귀찮게 되었군.”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 텅 빈 자리만 남아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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