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화 옷제작을 맡기다.
강우는 예전에 편의점 물건들을 잔뜩 묻어둔 선유도로 가서 다시 땅을 파고서는 물건을 꺼냈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파버린 땅 안에는 물건들이 잔뜩 자리했다. 땅속에 파묻힌 지 좀 되었다고 하지만 상태는 봉지에 싸서 넣어서 나름 괜찮아 보인다.
‘다행이다. 그때 담배도 넣어뒀구나.’
라이터 등 이런저런 물건들이 좀 있긴 했다. 물론 가장 많은 건 보존식품들일 수밖에 없었다. 라면도 몇 봉지 챙기고 하면서 물건들을 챙겼고 곧장 남산타워로 돌아갔다. 몸이 너무 가볍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한 번의 점프로 웬만한 건물은 단번에 뛰어넘고 있었다.
‘또 싸울 상대가 나타나겠지?’
강화판인 장갑 좀비가 있었으니 다음엔 분명 강화한 손톱 좀비가 나타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때도 제법 재미나고 즐거운 싸움이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좀 너무 뻔한 전개라는 생각도 든다.
‘나타나는 종류가 너무 뻔하긴 하군.’
똑같은 좀비가 좀 많이 강해져서 나타나는 것 말고는 특별한 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전개라면 나중에는 다른 종류의 좀비 강화판들도 나타날 가능성이 무척이나 컸다.
‘그래도 이런 상황이 즐겁다.’
피막에서 쏟아져 나온 줄기들과 싸우는 것보다도 훨씬 나은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니 금방 남산타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가볍기 떨어져 내리며 바닥에 내려선 순간 이런 자신을 향하는 많은 시선을 볼 수 있었다.
남산타워 주변을 지키는 이들이었고 그런 그들의 모습에 이안은 무시하며 묵묵히 입구로 향했다. 그러자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단발의 설미나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자신을 보자마자 곧장 다가왔다.
“벌써 다녀오신 건가요? 그 물건들은 가지고 온 건가 보네요.”
“예. 이것들을 가지고 왔습니다.”
“제법 많이 가져왔네요?”
투명한 큰 봉지 안에 잔뜩 들어 있는 물건들이 보였다. 편의점 같은 곳에서 구했을 물건들이 분명해 보였다. 한편 설미나는 예전에 눈앞에 있는 남자가 가진 힘을 의심했다는 게 새삼 얼마나 어이없는 행동이었는지 알겠다는 생각에 그때의 행동이 너무나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얼른 이런 생각을 지우기 위해서 알아 온 사실을 꺼냈다.
“저기, 오시기 전에 옷을 제작할 줄 아는 사람이 있는지 자료를 뒤져봤어요.”
“그런 자료도 있었습니까?”
“일단 가장 먼저 인원파악부터 해야 해서 초기에 조사를 진행했었거든요.”
“옷을 제작할 기술자가 있었습니까?”
“예, 있더라고요. 그것도 10명이나 넘게 있었어요.”
“생각보다 많군요?”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온 벙커 안이니까요. 아무튼, 이런 사람 중 제일 유명하고 제일 실력이 좋은 사람을 선별해 놓았어요.”
“제게 맞는 옷만 만들어 줄 수 있으면 됩니다.”
“기왕이면 제일 실력이 좋은 사람이면 좋잖아요. 한기욱씨라고 상당히 유명한 디자이너이자 옷 제작자라고 하시더라고요.”
“알겠습니다. 그럼 그자에게 가죠.”
시간을 끌 것 없이 어서 가자는 듯 말했다. 언제까지 작은 옷을 입을 수 없으니 그자에게 옷에 대한 제작을 맡기고 싶었다. 이에 설미나는 가자는 듯이 벙커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벙커 내부로 다시 들어온 둘은 곧장 승강기를 타고서 내려갔다.
띵-
도착한 층수는 지금까지와 달리 5층이었다. 들어보면 4층부터 9층까지 사람들이 인원을 나누어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문이 열리고 나오자 역시 지키고 선 대원들이 보였다. 인원수도 제법 많다 무장한 이들이 7명이나 지키고 선 모습인 것이다.
그들은 설미나를 보자마자 경례를 올렸다. 그녀의 계급이 그들보다 높은 모양이다. 그녀는 곧장 2명을 지목하면서 말했다.
“김준수 대원과 하우석 대원은 나와 같이 가도록 하지.”
“알겠습니다.”
“예!”
아무래도 이곳에 사람이 많아서 2명 정도는 더 데리고 움직이려는 모양이다. 그녀는 곧장 강우를 향해서 시선을 주고서는 가자는 듯이 말했다.
“이제 가도록 하죠.”
고개를 끄덕이며 설미나와 함께 걸음을 옮긴 강우는 자신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에 담긴 경외감을 느낄 수 있었다. 확실히 기열이 형이 제대로 교육을 한 것인지 모르는 이들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걸음을 옮기는데, 벌써 수많은 인기척이 느껴지고 있었다.
‘사람들이다.’
긴 복도의 모습이 보인다. 3층에 아무것도 없던 복도와 달리 복도 한쪽으로 얇은 판자 같은 거로 만든 듯한 거주지가 있었다. 텐트들도 제법 눈에 띄게 있었다. 다양하게 뒤섞인 주거지였고 당연히 이러한 내부로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었다.
‘다들 좀 야위어 보이는군.’
동시에 자신이 들고 있는 커다란 봉지에 시선들이 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마도 투명한 비밀 안에 든 보존식품들을 본 모양이다. 물론 함부로 다가오지 않는다.
허리춤에 권총으로 무장한 설미나의 모습도 그렇고 2명의 무장 대원과 강우의 모습까지 있으니 위협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던 것이다.
아마 지금 강우의 신장은 2m 10cm는 될 터였다. 거기다 근육들이 가득 들어찬 모습이니 이런 강우에게 접근하는 것 자체가 강심장이 아니라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간혹가다가 무모한 이들이 있기 마련이지만 아직 이곳엔 없는 모양이다.
저벅저벅, 걸음을 옮기는 동시에 사람들의 시선이 계속해서 따라붙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 와중에 교차로와 같이 3개의 방향으로 갈라지는 복도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설미나는 이곳 지리를 잘 아는 듯 망설임 없이 오른쪽으로 꺾으며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사람이 많긴 하군. 여기 층에만 이천 명은 넘게 있겠어.’
무려 3만 명의 인원이 이곳 벙커에 살아가고 있으니 이렇게 복도에 살아가는 모습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애초에 벙커는 포화상태에 있었다. 너무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몰려 있으니 상황이 열악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도 사람은 어디든 적응하고 살아가고 있는 거구나.’
어느새 보이는 모습은 진짜 시장이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복도의 광경이었다. 다양한 물건들이 판잣집 안에 걸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주황색과 파란색 등 비닐이 뒤덮인 곳 안으로 다양한 물건들이 자리했다.
‘음식 등 다양한 기호식품도 있군. 거기에 옷들도 있어.’
분명 어딘가에서 가져왔을 옷들이 잔뜩 널려 있는 모습이다. 당연히 자신에게 맞는 옷은 없을 터였다. 이러한 모습에서 확실히 이런 상황이라면 자신의 옷을 제작할 재료들도 많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저기 저쪽이에요.”
설미나가 가리키는 곳에는 한 40대 초반의 홀쭉한 외형을 가진 남성이 도도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한 모습에서 강우는 처음 접하는 유형의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절로 대화하기가 꺼려진다.
‘하지만 가야겠지.’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다가간 순간 우릴 보았는지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얼핏 표정에서 경계와 호기심이 자리했다. 자신에게 왜 이들이 온 건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한기욱씨?”
“어머나. 저를 찾으시는 건가요?”
“아, 예, 볼일이 있어서 한기욱 씨를 찾아왔어요.”
말을 건 설미나도 살짝 어색한 모습을 보인다. 아마도 말투에서 오는 특이함에 저런 것일 터였다. 강우도 역시 말을 걸기가 어려운 타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설미나가 자신이 말하냐는 듯 쳐다보았고 이에 강우는 자신의 차례라는 생각으로 말했다.
“옷 만들어 줍니까?”
“옷이라고요? 혹시 그쪽 거죠?”
이에 강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모습에 한기욱은 강우의 모습을 살피는 듯하더니 이내 감탄하듯 말했다.
“어머나, 왜 이렇게 몸이 좋아요? 살면서 몸이 좋은 사람은 많이 봤는데, 이렇게까지 좋은 건 처음이에요. 어디 운동하던 사람이었나요?”
“아뇨.”
“같이 오신 걸 보니 같은 거기 소속 사람?”
“아뇨.”
“그래요?”
같은 소속이 아님에도 같이 온 것부터가 보통 신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표정에서 묻어나는 귀찮음도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자신이 거절하면 미련 없이 다른 사람에게 갈 것 같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기 같은 사람 옷을 만드는 건 처음이긴 한데, 그래도 내가 잘 만들어 줄게요. 저 옷 잘 만들어요.”
“대가는 이겁니다.”
어느새 내려놓는 비닐봉지 쏙에 든 물건들을 본 한기욱은 두 눈이 반짝였다. 이 정도 분량의 물품이라면 지금 같은 상황에서 상당히 가치가 높은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담배들도 제법 보였다. 안 피우지만, 따로 다른 사람의 물건과 물물교환을 하면 될 터였다.
“와! 이거면 대가로 충분하죠! 제가 제대로 옷을 만들어드릴게요.”
“편하게 활동할 수 있는 운동복으로 부탁합니다.”
“활동성을 원하는 거네요.”
두 손을 모으며 말하는 모습에서 내심 강우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칠뻔했다는 생각에 다른 의미로 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별하는 건 아니지만, 내심 이런 유형의 사람과 처음 접한 것이고 별로 좋아하지도 않았기에 계속 대화를 하고 싶지가 않았다.
“언제까지 될까요?”
“한 벌이면 하루면 되죠. 하지만 몇 벌을 더 원하시는 거죠?”
“어느 정도까지 됩니까?”
“주시는 거로 치면 한 10벌 정도는 만들어드릴 수 있네요. 근데 한 8일은 걸릴 거예요. 물론 손에 익으면 좀 더 완성하는 시간을 줄일 수도 있죠.”
“그렇게 하죠.”
“감사합니다. 고객님~ 호홋”
“.....”
강우는 더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이러한 모습에 한기욱이란 이름의 디자이너는 간만에 실력을 발휘해 본다는 듯 흥얼거리는 모습이다. 이러한 모습에 강우는 일단 자리를 일단 피하자는 생각으로 몸을 돌리려 했다.
“저기요. 어디 가세요?”
“올라갈 겁니다만?”
“가시기 전에 치수는 재야죠. 그래야 정확히 맞는 옷을 만들 거잖아요.”
그리 말하며 주머니에서 줄자를 꺼내는 모습에서 확실히 옷 디자이너로서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강우는 이런 모습에 왠지 모를 한기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국, 치수를 잴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강우의 몸을 만지며 치수를 재는 한기욱의 얼굴에는 연신 감탄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지금껏 옷을 제작하면서 잘생기고 멋진 근육질 몸매를 가진 모델들도 봐왔지만 이렇게까지 발달한 근육의 모습과 느낌은 처음이었다.
‘뭐지 이 사람, 무슨 근육들이 이렇게 크고 아름다울 수 있는 거야? 그냥 만지는데,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야 모야모야?!’
순간적으로 무섭고 느낌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기욱의 열정(?)은 이러한 어려움을 이겨내고 마침내 모든 몸에 대한 치수를 잴 수가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결론을 낼 수 있었는데, 이 사람의 몸은 말 그대로 무기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대단해요. 어떻게 운동하셨기에 이렇게 몸이 좋을 수가 있어요?”
“싸웁니다.”
“예? 싸워요?”
“좀비와.”
“호호홋! 농담도 참 잘하네요.”
“.....”
“진짜요?”
다시 묻는 한기욱 디자이너의 말에 강우는 그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이런 모습에서 진짜냐? 라는 생각을 하면서 설미나 쪽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이런 시선을 받은 그녀는 그저 똑같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 이런 모습에서 강우의 말이 사실임을 알아냈다.
“직접 좀비와 싸운다고요? 아니, 어떻게요?”
“주먹으로.”
자신의 주먹을 들어 보이며 말하는 모습에서 강한 자신감이 엿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에 함께 따라온 두 대원이 움찔한 모습이 되었다. 그들은 영상을 통해서 보았다. 거대한 좀비를 상대로 맨몸으로 덤벼드는 모습을 말이다. 그건 도저히 인간의 무력이라고 볼 수가 없었다.
한편 꽤 많은 경험을 해온 한기욱은 저들의 분위기에서 뭔가 있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더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의뢰를 맡긴 만큼 자신은 옷을 제작해 주면 되는 것이다.
“싸운다고 하시니, 좀 활동성도 좋고 질긴 소재가 좋겠네요.”
“그렇게 해주세요.”
강우는 오히려 그런 걸 원한다는 듯 말했다. 이에 한기욱은 맡겨 달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모습에 강우는 이제 더는 볼일이 없냐는 듯 그를 빤히 보았고 이런 모습에 무슨 뜻인지 알아들은 그가 웃으며 되었다는 듯 말했다.
“호호홋, 8일 정도 지나서 찾아오세요. 그때까지 만들어 놓을게요.”
“예. 그럼.”
더는 미련 없다는 듯 몸을 돌리는 강우의 모습이다. 그런 그를 따라 설미나를 비롯한 2명의 대원도 급히 따라는 모습이다. 그런 모습에서 확실히 보통 위치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생각할 때 주변에서 느껴지는 시선들이 보였다. 그에 그는 한쪽에 있는 이를 향해 말했다.
“강용씨, 나 일감 받았어.”
“뭐 들었습니다. 애들 보고 옷감 찾아오라고 할까요?”
“그래 줄래요?”
“알겠습니다. 바로 애들 부를게요.”
“끝나면 알죠? 이것 중에 절반은 넘겨줄게요.”
“그러면 좋죠. 흐흐흐”
한기욱은 대가로 넘기는 모든 걸 자신이 차지할 생각은 없었다. 결국, 보호가 필요했고 이곳 주변을 잡은 강용이라는 이름의 사내에게 의탁한 상태였다. 이렇게 해야지 안전하게 일을 끝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강용이라는 사람은 조금 전에 강우를 비롯한 대원들의 눈치를 보면서 구경만 했을 뿐이다. 그가 아무리 이곳을 주름잡는다고 해도 총을 가진 이들을 상대로 어깨에 힘을 줄 수는 없던 것이다.
거기다 강우의 거대한 몸을 보고서도 위축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상황은 빠르게 진행되는 모습이다. 아마 8일 후라면 강우의 옷이 모두 완성되어 있을 것이다.
- 작가의말
다들 좋게 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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