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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토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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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토닉
작품등록일 :
2024.07.19 09:25
최근연재일 :
2024.09.1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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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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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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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퇴근후

DUMMY

복귀하는 드랍 포드 안은 조용했다.

“크우웅!”하고 낮게 울리는 엔진소리와 진동만 배경음악처럼 깔려 있었다.


헬멧을 벗고 고정 바를 채운 연서는 고개를 떨구고 잠이 들어 있었다.

마후는 꼿꼿이 앉자 두 눈을 감고 있어서, 잠이든 건지 깨어있는지 알 수는 없었다.

데이비드 역시 무릎에 헬멧을 올리고 잠들어 있었다.


해수는 어제 회복실에서 쉬어서인지 막상 잠이 오지 않았다.

여기 온 지 이제 겨우 삼일째 되는 날인데, 온 지 일년은 지난 느낌이었다.


“안 자요?”

어느새 잠이 깬 연서가 물었다.


“어. 그냥 잠이 안 오네. 몸은 피곤한 것 같은데.”

“그럴 때가 있죠. 수면제라도 주입해 줄까요?”

“아니야. 어차피 밤이 되면 곯아떨어지겠지. 뭐.”


“고마웠어요. 아까.”

“뭘?”

“프레토리안트와 대신 싸워준 거.”

“하하하. 대신 싸워주는 게 어딨어?

다 동료인데. 원래 나도 해야 할 일이었는데.”

“그래도. 당신이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

“다들 로건이 죽고 얼빵한 신입이 들어오면 어떻게 하나 생각했거든요.”

“아직도 잘 적응했는지는 모르겠어.”

“아니에요. 훌륭해요.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하하하. 그렇다면 다행이고.”


해수는 로건이 어떻게 죽었는지 궁금했지만 차마 물을 수는 없었다.


“근데 여기는 쉬는 날은 없어?”

“일요일마다 쉬기는 해요.

그렇지 않으면 한 달도 못 버틸 테니까요.”

“쉬는 날에는 뭐해?”

“다들 자기도 하구. 장비를 점검하기도 하구.

요리 해 먹기도 하구. 뭐 특별한 건 없어요.”


“특별히 가볼 곳은 없나?”

“호호호. 여기 886_행성에는 가볼 곳이 없죠. “

“저번에 도시 행성인가 뭔가 있다고 하지 않았어?”

“아! 델릭스_753행성에는 도시가 있기는 해요.

우주선으로 70시간쯤 가면요.”


“헉! 70시간이나···?”

“그나마 많이 빨라진 거죠.

예전에는 한 달도 넘게 걸리곤 했었는데.”

“그럼, 거기에 가본 적 있어?”


“당연하죠. 전 거기서 태어났으니까요.”

“그럼 가보고 싶지 않아? 고향인데.”

“마음만 먹으면 갈 수는 있죠. 우리도 휴가가 있어요.”

“정말? 언제?”

“일 년에 두 달은 쉬어요. 그때는 다른 팀이 와서 일해요.”

“아! 그렇군. 다른 팀이 있었군. “

“하지만 우리 팀만큼 성과가 좋지 않아서 대개는 우리가 일하는 편이죠.

이 일도 나름의 경쟁이 심해요.”


“성과가 좋지 않다면 언제든 메인 팀에서 쫓겨날 수도 있다는 거네.”

“맞아요.

누군가 부상이나 죽어서 빠지게 되어 성과가 좋지 않으면 팀이 해체되기도 하고요. “

“얼마나 일했어? 이 일은?”

“이제 4년 정도 됐어요.”


“얼마 안 되었네.”

“호호호. 꽤 오래 한 편이죠.

대부분 1년을 넘기기도 쉽지 않아요.”

“그럼, 가장 오래 한 사람은 얼마나 됐어?”

“....”

연서는 조금 생각하는 듯했다.


“로건이요. 그는 전설이죠.

무려 20년을 넘게 메인 팀으로 일했으니까요.

로건이 죽자, 우리 팀 분위기는 엉망이었어요.

로건이 없으면 우리는 메인에서 쫓겨날 거라고 모두 예상했죠.

우리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솔직히 매일매일 이렇게 생활한다면···.”

‘차라리 쫓겨나는 게 나은 거 아닌가?’라고 해수는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연서의 진지한 표정을 보자, 왠지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고단하겠네.”

“그렇죠. 만만치는 않은 일이죠.

가끔 왜 이런 일을 하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해수 역시 그렇게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더 친해지면 물어보기로 마음먹었다.


“나중에 휴가 때 델릭스 753_행성 도시에 데려가 줘.

어떤 곳인지 궁금해.”라고 해수는 웃으며 말했다.


“좋아요. 처음 가보면 아주 재밌는 곳일 거예요.”


연서는 해수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며 미소를 띠며 말했다.


***


샤워를 마치고 모두 식당에 모였다.


“오늘의 영웅이 등장하셨군요.”

데이비드는 벌써 맥주를 마셨는지 얼굴이 벌겋게 취해 있었다.


해수도 맥주를 따라와 데이비드와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

“별말을··· 하하하!”


“이렇게 살아 돌아와서 저녁을 먹으니, 기분이 좋네요.

오늘은 못 돌아올 줄 알았거든요.”

연서도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


“마후! 몸 상태는 어때?”

해수는 마후를 보며 물었다.


맥주를 마시던 마후는 대답 대신 싱긋 웃어 보였다.

“오우! 마후도 기분이 좋은가 봐요.

웃는 거 처음 보네요.”

연서가 마후의 잔을 부딪치며 말했다.


“나도 사람인데 뭐.”

마후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웃으니 귀엽네. 맨날 죽상만 하고 있더니.”

데이비드도 잔을 들며 말했다.


“내가 언제 죽상이었어?”

마후는 발끈하며 말했다.

“하하. 샤워할 때 자기 얼굴 안 봐?

맨날 너무 심각한 표정이었어.

이제 좀 웃으라구. 그게 더 보기 좋아.”

데이비드가 말했다.


마후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웃으면 못 생겨 보여.”

“뭔소리야. 웃는 게 훨씬 나아.”

해수도 마후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어쨌거나 오늘 모두 무사히 살아 돌아온 기념으로 다 같이 건배를 하자구.”

“쨍!”하고 잔을 부딪치며 모두 건배를 했다.


막테라이드 스테이크를 자르며 데이비드가 말했다.

“내일은 정산이 있는 날이야.”

“이번 주는 좀 짭짤하겠는데?”

마후도 고기를 뜯으며 말했다.


“평소보다는 좋을 거 같아.”

“정산?”

해수는 궁금한 듯 물었다.


“아! 채취한 광물에 대한 보상을 받는 거지.

일주일 단위로 입금되거든.”

“그럼, 각자 채취한 양만큼 받는 건가?”


“그렇지 않아요. 모두 똑같이 분배하죠.”

연서도 막테라이드 스테이크를 자르며 말했다.


“그게 우리 전통이거든.”

마후가 보태어 말했다.


“만약 개인적으로 정산하면 경쟁도 심해지고 팀워크도 없어져서, 예전부터 팀원이라면 모두 똑같이 나누어 받아.”


“경력이 많을수록 불리한 거 아냐?”

해수도 스테이크를 씹으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는 한 팀이니까.

다른 팀은 어떨지 모르지만, 로건이 세운 원칙이야.

적어도 우리 팀은 그런 전통이 있으니까.”

“그거 좋군.” 해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긴 그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채취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전투에서는 누가 더 잘했는지 따지기가 쉽지 않으니까.

팀워크가 없다면 분명히 미션을 수행하는 것에 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내가 생각해 본 것이 있는데, 장비를 좀 업그레이드 하는 건 어때?”

해수는 곡괭이질을 생각하며 물었다.


다들 놀라서 해수를 쳐다보았다.

“뭐 좋은 생각이라도 있는 거야?”

엔지니어인 데이비드가 물었다.


“약간의 구상이 되는 건 있는데.”

“그게 쉽지는 않을 거야.

정 뭔가 생각하고 있는 게 있다면 식사 후에 이야기 하자구.”


저녁 식사가 끝나고 데이비드는 해수를 데리고 나갔다.

밖으로 우주의 풍경이 보이는 통로를 지나자, 작업실이 나타났다.


꽤 넓은 곳에는 갖가지 장비와 연구의 흔적들이 보였다.

“아! 전부터 장비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군.”

해수가 말했다.

데이비드는 주변에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원래 내 작업실이 아니야.”

그러면서 작업실 위에 놓인 사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젊은 남성과 어린 소녀가 도시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핸섬해 보이는 남성은 선한 인상에 환하게 웃는 모습이었고, 어린 소녀는 웃고는 있었지만, 왠지 슬픈 기색이었다.


“이 소녀 누군지 알겠어?”

데이비드가 물었다.


자세히 보자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랐다.

“연서?”

“맞아.”

“그렇다면 이 남자가 혹시 로건인가?”

“후후. 잘 맞히는군.”


데이비드는 짧은 막대를 꺼내 물었다.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건 뭐지?”

“전자 타바코. 이 방에 들어오면 이걸 피우게 돼.”


하얀 연기는 달콤하면서 씁쓸한 헤이즐넛 향을 가지고 있었다.

“이것도 로건의 물건이지.

그가 항상 여기서 이걸 피우곤 했으니까.”


“그렇다면 여기는 로건의 작업실이었던 거군.”

“맞아. 로건은 제일 나이가 많았지.

델릭스 우주 광물회사가 처음 생겨날 때부터 있었던 창립멤버였으니까.”


“......”

해수는 방안을 천천히 둘러봤다.

여기저기에는 로건의 체취가 남아있는 듯했다.

한 번도 본 적은 없었지만, 왠지 모르는 존경과 친밀함이 느껴졌다.


“사실 나는 엔지니어가 아니야.

그저 로건이 했던 일을 떠맡았을 뿐이고.”

데이비드는 계속해서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로건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

“후후후···”

데이비드는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그리고 한참 후에 말을 이었다.


“로건은 연서의 아버지야.”

“뭐?” 해수는 놀라서 되물었다.


“친아버지는 아닌데···. 양아버지였지만 친아버지나 다름없었지.”

“아! 그래서 연서가 로건을 말할 때 조심스러워했던 거군.”

“대단한 양반이었지.

지금 우리가 쓰는 거의 모든 장비를 만든 천재적인 엔지니어이자 광물학자였고.

탁월한 전술가이면서 전사였고, 자상하면서도 강인한 아버지였구.

그리고 팀원들을 잘 이끄는 리더였지.

뭐. 인간으로서는 거의 완벽했어.”


“그러면 어떻게 죽은 거지?”

해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자세한 얘기는 하기 힘들고.

아직도 기억이 생생해서 말이지.

그런 기억을 떠올린다는 게 고통스럽거든.”


“.....”

“새로운 돌연변이 외계 생명체를 만났지.

이제껏 본 적 없는 놈이었어.

연서를 구하다가 돌아가셨지.”


“아!”

해수는 짧게 탄식하며 연서가 로건을 말할 때마다 지었던 모든 표정이 이해되었다.


“이건 연서에게는 비밀이야.

연서가 무척 괴로워하거든.”

데이비드는 입으로 손을 대며 비밀이라는 표시를 하며 말했다.


“알았어. 무슨 말인지···.”

“자네도 이제 우리 팀원이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알아야 하니 말해준 거야.”

“도움이 많이 됐어. 고마워.”


“필요하면 여기서 연구해도 좋아.

솔직히 난 엔지니어는 적성에 맞지 않아서 말이지.”

“좋아! 그렇지 않아도 생각해 둔 게 있긴 해서 말이야.”

“기대해 보겠어!”


데이비드는 해수에게 출입 코드팩을 던져주며 말했다.


그러면서 데이비드는 의자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여기 앉아.

이 양자컴퓨터 안에는 로건이 그동안 해왔던 연구자료들이 잘 정리되어 있을 거야. 솔직히 난 컴퓨터를 잘 못 다루거든.

내 관심사는 정치 쪽이라서 말이지.”


그러고는 해수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작업실을 나갔다.


데이비드가 나가자, 해수는 양자컴퓨터의 전원을 올렸다.

“우웅~ 우웅~”하는 소리와 함께 모니터에는 여러 가지 문자열들이 뜨기 시작했다.

복잡하게 배열된 문자열들을 해수는 차분하게 읽어가기 시작했다.


우주선 안에서 배운 내용들이 기억나자, 해수는 별 어려움 없이 컴퓨터의 내용들을 열람할 수 있었다.


양자컴퓨터 안에는 수많은 광물의 종류와 쓰임새, 성질, 특성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다른 파일 안에는 외계 생명체에 관한 내용들이 정리되어 있었고,

장비의 도면과 제원, 특성 등에 대해서도 방대한 자료가 들어 있었다.


그리고 여러 파일을 살펴보던 해수의 눈에는 이상한 문자로 된 파일이 보였다.

아마 암호를 걸어둔 비밀 파일인 것 같았다.

“이건 무슨 파일이지?”


[암호를 입력하세요······.]

“암호라···.”

몇 번의 입력이 틀린 후에 해수는 장난삼아 자신의 생일을 입력했다.

믿을 수 없게 암호는 풀렸고, 그 안에는 엄청난 내용이 기록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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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관계의 복잡성 24.08.19 53 1 12쪽
31 어려운 사명 24.08.18 56 1 12쪽
30 델릭스 도시 24.08.17 57 2 12쪽
29 호출의 이유 24.08.16 60 2 11쪽
28 긴급 호출 24.08.15 60 2 11쪽
27 퇴사 24.08.14 74 2 11쪽
26 비밀 24.08.13 60 2 11쪽
25 화염 24.08.12 65 2 11쪽
24 까다로운 상대 24.08.11 68 2 11쪽
23 새로운 장비 24.08.10 70 2 11쪽
22 주사위는 던져졌다 24.08.09 71 4 12쪽
21 첫 휴일 24.08.08 89 3 12쪽
20 나를 믿어줘서 고마워 24.08.07 85 4 12쪽
19 보이지 않는 것들 24.08.06 87 6 11쪽
18 미끼 24.08.05 87 6 11쪽
17 신무기 24.08.04 95 7 11쪽
16 개척 24.08.03 100 8 12쪽
15 퍼즐의 과거 24.08.02 112 8 11쪽
14 의심 24.08.01 115 6 11쪽
13 알 빼기 24.07.31 119 7 12쪽
12 믿음과 의심 24.07.30 133 9 11쪽
» 퇴근후 24.07.29 133 8 12쪽
10 보호 본능 24.07.28 139 11 12쪽
9 막강한 괴생명체 24.07.27 145 9 12쪽
8 돌연변이 개체 24.07.26 151 11 12쪽
7 첫 퇴근 24.07.25 172 13 12쪽
6 생사를 건 싸움 24.07.24 184 13 11쪽
5 위기 24.07.23 187 11 11쪽
4 첫 미션 24.07.22 205 12 11쪽
3 첫 출근지 +5 24.07.21 239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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