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계행성 광물회사에 취업했습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새글

펜타토닉
그림/삽화
펜타토닉
작품등록일 :
2024.07.19 09:25
최근연재일 :
2024.09.18 23:00
연재수 :
62 회
조회수 :
4,932
추천수 :
251
글자수 :
320,833

작성
24.08.07 23:00
조회
84
추천
4
글자
12쪽

나를 믿어줘서 고마워

DUMMY

화염과 검은 연기가 실드 크러셔의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뜨거운 맛을 본 실드 크러셔의 짧은 혀가 입 주위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마치 뱀처럼 움직이는 짧아진 혀가 날름날름하며 요동치고 있었다.


검은 연기가 희미해질 때쯤 연기를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샤악!”


해수와 연서는 그래플링 훅을 타고 연기를 뚫고 나타났다.

“연서야 지금!”

해수가 외치자, 이제는 제법 익숙한 듯 연서는 크라이오 건을 발사했다.

놀란 녀석의 날개는 재빠르게 닫히고 있었지만, 연기를 뚫고 들어온 연서의 크라이오 건이 먼저 발사되었다.


“펑! 슈익!!”

실드 크러셔의 입으로 들어간 냉각탄은 그 안에서 하얀 연기처럼 뿜어져 터졌다.

마치 담배를 피우는 것 같은 하얀 냉매 가스가 실드 크러셔 입에서 뿜어져 나왔고 머리는 서서히 냉각되기 시작했다.

하얗게 성애가 생기며 석상처럼 얼어가는 모습이었다.


“펑! 슈익! 펑! 슈익!”

잇달아 입속에서 터진 냉각탄은 이전보다 더 빠르게 실드 크러셔의 머리를 얼리기 시작했다.


머리가 얼어버린 실드 크러셔는 움직임이 마비되었다.

아마 머리에서 연결된 신경들이 얼어붙은 것 같았다.


반쯤 닫힌 날개는 그대로 멈추고 말았다.

하얀 연기 속에 곡괭이를 들고 돌진하는 해수의 모습이 보였다.

녀석의 날개 뒤편과 이빨 외에는 그리 강도가 높지 않았다.

해수는 그 부분을 공략하고자 했던 것이다.


“퍽!”

정확하게 녀석의 미간에 박힌 해수의 곡괭이는 와장창 머리를 박살 내버렸다.

그리고 중력의 영향으로 지면으로 내려오며, 해수의 곡괭이는 녀석의 몸을 관통하여 세로로 쭈욱 내려오고 있었다.

실드 크러셔에 꽂힌 곡괭이는 마치 지퍼처럼, 녀석의 몸을 가르며 천천히 하강하는 것이었다.


몸이 갈라지며 드러나는 가슴과 내장에서는, 샘물이 터지듯 녹색의 액체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액체가 많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얼려버려.”

연수는 위로 쏟아지는 액체를 크라이오건으로 얼리고 있었다.


마침내 실드 크러셔의 몸을 쪼개며, 지면에 도착한 해수와 연서는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아직 살아있는 거 아냐?”

연서가 물었다.


곡괭이의 날이 길지는 않아서, 몸이 완전히 두 동강 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거대한 몸집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서 있었다.

몸이 갈라진 고통에 몸부림치지도 않았다.


“살아있다고 해도 곧 죽을 거야.”

보이지 않았지만, 보이는 듯이 해수는 말했다.

바람 없는 주변의 공기를 해수도 느끼고 있었다.


이미 머리가 날아간 실드 크러셔를 조종할 기관은 없었다.


날개는 조금 미동하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날개를 닫으려는 몸부림이었다.

하지만 이내 다시 움직임을 멈추고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움직여 보려 했으나, 이내 거대한 몸집은 잘려진 통나무 마냥 앞으로 기울어지며 쓰러지기 시작했다.


“우우! 쾅!”

마침내 녀석은 꼬꾸라지며 힘없이 지면에 쓰러졌다.


쓰러지는 세찬 바람 소리에 해수는 움찔하기는 했으나, 연서의 눈에는 안전한 거리에 있었기에 해수의 몸을 지탱하며 안아주고 있었다.


“실드 크러셔가 쓰러졌어.”

연서는 해설하듯이 보이지 않는 해수에게 말했다.


“알고 있어. 소리는 잘 들려.”

“아니. 너도 저 거대한 실드 크러셔가 쓰러지는 모습을 보았으면 좋았을 걸 하고 말한 거야.”

“퇴근하고 내 헬멧에 기록된 영상을 보면 되겠지.”

해수는 연서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나저나 이걸 먼저 풀어야겠어.”

연서는 해수와 묶인 실드 크러셔의 혀와 보호구 붕대를 잘라내기 시작했다.


서둘러 잘라내는 연서의 손을 잡으며 해수가 말했다.

“나를 믿어줘서 고마워.”


그 순간 연서는 아무 말이 없었다.

연서의 표정도 보이지 않았고, 어둠 속에 보이던 감정의 형상도 그려지지 않았다.


아마도 연서의 표정은 영상에 담지기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퇴근 후에도 그 표정은 알 수 없는 비밀이 되어 버리겠지.


말없이 서 있던 연서는 다시 손을 움직여 묶여있던 것들을 풀어냈다.

그리고 연서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

“......”

해수는 자신이 말실수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표정이라도 보인다면 그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었을 텐데 도저히 지금으로써는 무슨 의미인지 헛갈렸다.


“왜?”

해수는 도저히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고맙다는 말, 우리 사이엔 필요 없으니까.”


담담히 연서는 말했다.


“자! 이제 다들 퇴근 준비해야지.

마후! 데이비드! 빨리 루민스타 광물을 챙겨!”

연서는 큰 소리로 말하며 해수의 손을 다른 일행이 보이지 않게 잡았다.

그제야 해수는 연서의 마음을 읽을 수가 있었다.


따뜻함.

그것은 체온에서 나오는 온도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에서 나오는 온도였다.

해수 역시 연서의 잡은 손을 살며시 감싸 쥐었다.


때로는 말보다 더 많은 의미가 있는 행동이 있다.

어쩌면 말은 거짓될 수도, 그리고 마음에 없는 말일 수도 있다.

사람을 신뢰하게 되는 건 말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이다.


“드랍 포드가 출발했어.”

연서는 보이지 않는 해수의 손을 놓지 않고 인도하며 말했다.


***


누군가의 별이 되고 싶었다.

28년을 우주선에 갇혀있을 때 해수는 종종 영상으로 별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별의 거리는 모두 달랐지만, 보이는 별들은 모두 자신을 향해 빛나고 있는 느낌이었다.


수많은 별처럼 많은 사람이 살아간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주선 안에서 해수는 단 한 명의 사람도 느낄 수 없었다.

어쩌면 해수에게 인간이란 그런 별들과 같았다.

아름답게 빛나는 환상이면서도 다가가 만날 수 없는 존재.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아름답다고 느끼면서도, 확대해 보면 상처처럼 격렬하게 타오르는 핵융합 반응일 뿐이었다.


아름답게 빛나는 별에 다가갈수록, 어쩌면 우리는 그 아름다움보다는 그 뜨거움에 녹아버릴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것은 결코 멀리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광경은 아닐지도 모른다.


해수는 혼자 수면실 침대에 누워 연서의 표정을 상상했다.

어쩌면 연서 역시,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별일지도 모른다.

다가갈수록 그녀의 상처를 마주할 용기가 있을까?


로건의 사진 속의 어릴 적 표정처럼 알 수 없는 슬픔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을 만나 본 적 없는 해수 역시, 사람들의 감정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쩌면 자신의 감정조차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우주선에서는 그런 것들은 교육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때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들어가도 돼?”

연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응”

문이 천천히 열리자, 연서의 표정이 보였다.

손에는 맥주가 한 잔 들려있었다.


“마시고 싶을 것 같아서.”

칵테일처럼 무지갯빛이 투명한 탄산에 빛나는 음료였다.


“여기에 이상한 거 넣은 거 아니지?”

“뭐? 내가 실드 크러셔 내장이라도 넣었을까 봐?”

“나야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니까.”

“칫! 뭐야. 기껏 만들어줬더니 그런 얘기나 하고.”

연서는 가려는 듯 몸을 뒤돌아섰다.


해수는 연서의 손을 잡았다.

방호복을 입을 때 잡은 느낌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부드럽고 훨씬 따뜻했다.


연서는 말없이 돌아서 있었다.

해수는 천천히 다가가 연서의 앞에 섰다.

연서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뭐야? 화난 거야?”

해수는 고개를 숙여 연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얼굴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맥주를 많이 마신 거 아냐? 얼굴이 붉게 물들었어.”

연서는 자신의 얼굴을 손등으로 만지며 말했다.

“아··· 아니 많이 마시지는 않았는데 얼굴이 붉어지네.”


해수는 정말 사람이 얼굴이 붉어지는 이유를 알지 못했다.

“잠깐 얘기 좀 해.”

해수는 연서의 손을 잡고 말했다.


“어··· 근데 손은 놓고 얘기해도 될 거 같아.”

해수는 연서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까도 이런 표정이었던 걸까?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표정이었다.

하긴 진짜 사람을 만난 건 여기가 처음이니 그런 미묘한 감정을 읽는 법은 몰랐다.


“무슨 얘기인데?”

연서는 의자에 앉으며 조심스레 말했다.


“아! 정산에 관한 얘기.”

“쳇! 그런 건 본부에 물어봐!”

“아, 내가 잘 몰라서.”


연서는 곁에 있는 단말기의 전원을 켰다.

녹색 디스플레이에는 여러 가지 메시지가 떴다.


“뭐야? 이거 한 번도 안 켜봤어?”

“그게 있는 줄도 몰랐어.”

“바보. 여기 있는 단말기를 켜면 본부에서 메시지가 와 있어.”


환영한다는 메시지부터 근무 환경, 정신 감정, 상담 및 정산 등 여러 가지 메뉴가 떴다.

“아! 첫날부터 내가 안 가르쳐줬구나.

그때는 워낙 정신이 없었어.”

“응”


“여기 정산 메뉴에 들어가면 너의 계좌에 얼마나 입금되었는지 알 수 있어.

아마 메시지를 뒤져보면 델릭스 행성 계좌를 만드는 법도 있을 거야.

어렵지는 않아.

몇 가지 동의만 하고 이쪽에서 신원조회만 하면 되니까.”

연서는 단말기에 붙어있는 카메라를 가리켰다.


그런 연서의 모습을 해수는 천천히 쳐다보고 있었다.

해수는 연수가 같이 있는 게 좋았다.

“솔직히 너랑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랬던 거야.”

해수는 웃으며 말했다.


“뭐야···. 맨날 뜬금없이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그런가?

사람을 만나 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해수 역시 자신의 얼굴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너도 맥주 많이 마셨어?”

이번에는 연서가 물었다.


“아니···.”

해수는 아직 맥주를 마시지도 않았다.


‘아! 연서가 얼굴이 붉어지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해수는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당황스러웠다.

해수는 목이 마른 듯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달콤하고 쌉스르한 맛이 입안 가득히 퍼졌다.

“천천히 마셔.

이 맥주는 맛을 음미하면서 마시라고 준 거야.”

“아! 그래도 맛은 봤어.

아주 달달하고 맛있어!

이렇게 맛있는 음료는 처음이야.”


“별빛 튤립으로 만든 음료야.

이상한 술 아니니까 안심하고 마셔.”

“하하하. 아깐 장난이었어.

음료의 색깔이 너무 아름다워.”


“응. 지구에서 칵테일이란 술 레시피를 보면서 응용해서 만들어 본 거야.”

“그런 것도 있었어?”

“넌 지구에서 왔으면서도 그런 것도 몰라?”

“아주 아기였을 때부터 우주선에 태워져서 그런 건 잘 몰라.

오히려 델릭스 행성에 대해서만 많이 배운 거 같아.”

“나중에 델릭스 행성 도시에 나가게 되면 거기에는 더 근사한 음료 가게들이 많아.

맛있는 음식도 많고.”


“나중에 꼭 데려가 줘.”

“호호호. 너 하는 거 봐서.

아까처럼 괜히 이상한 소리만 하면 같이 가지 않을 거야.”

“그런 소리만 하지 않으면 같이 간다는 말이지?”

해수는 신나서 말했다.


“가끔 너 바보 같아 보여.

아직 세상에 대해 배울 게 많은 거 같아.”

“좋아. 좋아. 많이 가르쳐 줘.”

“그럼, 이제 내 말 잘 들어야 해?”

“글쎄. 누구 말을 들어본 적이 없어서 자신은 없는데.”


“쳇! 정말 못 말리겠어.

내일은 휴일이니 여기에 대해 자세히 알려줄게.”

“좋아! 그럼, 내일 함께 있어 줄 거지?”

“그럼! 아무래도 내가 교육 좀 해야 할 거 같아.”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외계행성 광물회사에 취업했습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2 관계의 복잡성 24.08.19 53 1 12쪽
31 어려운 사명 24.08.18 56 1 12쪽
30 델릭스 도시 24.08.17 57 2 12쪽
29 호출의 이유 24.08.16 60 2 11쪽
28 긴급 호출 24.08.15 59 2 11쪽
27 퇴사 24.08.14 74 2 11쪽
26 비밀 24.08.13 58 2 11쪽
25 화염 24.08.12 65 2 11쪽
24 까다로운 상대 24.08.11 68 2 11쪽
23 새로운 장비 24.08.10 69 2 11쪽
22 주사위는 던져졌다 24.08.09 70 4 12쪽
21 첫 휴일 24.08.08 89 3 12쪽
» 나를 믿어줘서 고마워 24.08.07 85 4 12쪽
19 보이지 않는 것들 24.08.06 87 6 11쪽
18 미끼 24.08.05 87 6 11쪽
17 신무기 24.08.04 95 7 11쪽
16 개척 24.08.03 100 8 12쪽
15 퍼즐의 과거 24.08.02 112 8 11쪽
14 의심 24.08.01 115 6 11쪽
13 알 빼기 24.07.31 119 7 12쪽
12 믿음과 의심 24.07.30 132 9 11쪽
11 퇴근후 24.07.29 132 8 12쪽
10 보호 본능 24.07.28 138 11 12쪽
9 막강한 괴생명체 24.07.27 144 9 12쪽
8 돌연변이 개체 24.07.26 151 11 12쪽
7 첫 퇴근 24.07.25 172 13 12쪽
6 생사를 건 싸움 24.07.24 183 13 11쪽
5 위기 24.07.23 187 11 11쪽
4 첫 미션 24.07.22 205 12 11쪽
3 첫 출근지 +5 24.07.21 239 13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