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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토닉
그림/삽화
펜타토닉
작품등록일 :
2024.07.19 09:25
최근연재일 :
2024.09.18 23:00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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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20,833

작성
24.08.06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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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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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1쪽

보이지 않는 것들

DUMMY

거대한 그림자가 내려오고 있었다.

거대한 검은 날개이기도 했다.


두 쪽을 갈라진 실드 크러셔의 날개는 바람의 저항을 받으면서도, 무서운 속도로 해수와 연서를 향해 낙하하고 있었다.


천장이 지면이 되고 지면이 천장이 되었다.

순식간에 뒤집힌 중력은 이제 지면으로 모든 걸 당기고 있었다.


말할 틈도 없이, 해수는 손을 뻗어 그래플링 훅을 발사했다.

그리고 한 손으로 연서의 손을 감싸 쥐며, 해수의 허리에 더욱 강하게 밀착시켰다.


“슈익!”

순식간에 둘의 몸은 공중으로 딸려 올라갔다.


엄청난 바람을 일으키며 실드 크러셔의 날개가 해수의 몸을 스쳐 갔다.


“텅!”

하지만 육중한 날개의 끝이 해수의 헬멧에 닿으며 금이 가버렸다.

헬멧이 파손된 것 같았다.


순간 해수를 뒤덮는 암흑.


“윽! 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다행히 헬멧이 부서지지는 않은 것 같았지만, 마치 두 눈을 감은 듯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상태 창도, 메시지도, 화면을 가득 채운 모든 값이 사라졌다.

그리고 어둠 속에 희미하게 깨어진 거미줄 같은 실금만 보일 뿐이었다.


“괜찮아?”

연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해수는 자기 허리를 감고 있는 연서의 몸을 아직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맹인이 된 듯, 손을 허우적거렸다.


“헬멧의 디스플레이가 나갔어.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침착해. 우린 아직 공중에 매달려 있어.

가만히 있으면 돼.”


사방에서는 “쿵! 쿵! 쿵!”하며 온갖 파편이 떨어지는 충격음이 들려왔다.


“내가 주변을 보고 있어.

내 말대로 하면 돼. 침착해야 해.”

연서는 나지막이 말했다.


해수를 안심시키려는 듯이 허리에 감은 손을 어깨에 걸쳤다.

그리고 연서의 두 발이 해수의 허리를 감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업혀 있는 모습이었다.


해수에게는 알 수 없는 편안함이 느껴졌다.

“내 말대로 하면 돼······”

연서는 다시 한번 나지막이 말했다.


“알았어.”

해수도 비로소 상황에 적응하며 말했다.


“뭐야? 둘이 너무 다정하잖아.”

데이비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행히 헬멧의 음성 장치는 부서지지 않은 듯했다.



“해수의 헬멧이 부서졌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지금은 이렇게 있어야 할 것 같아.”


“쳇!”

마후의 괴상한 비아냥도 들려왔다.


‘질투하는 건가? 녀석?’

해수는 마후의 말투에서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시야가 보이지 않자, 사람의 말소리에 실린 감정이 뚜렷이 보이기 시작한다.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흘려들었을 소리들이 하나의 의미가 되어 되돌아왔다.


보이지 않는데 마후의 표정이 그려졌다.

그리고 마후의 거친 숨소리도 들려왔다.

미세하지만 뚜렷이 보일 듯한 감정들···.


‘아!’

그제야 해수는 많은 장면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


마후의 알 수 없는 표정들을 보며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말이다.

‘마후가 여기에 있는 건···’


확증은 없지만 마음이 보였다.

‘연서 때문이었어.’


마후의 알 수 없는 표정들은 수줍음이었다.

미친 듯이 광물을 채취하던 열정적인 모습은 연서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었다.

많은 코인을 모으고도 이곳에 남아있던 이유는 연서를 좋아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마후는 뭔가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정신 차려! 아직 끝나지 않았어.

작은 실드 크러셔가 아직 살아 있어!”

연서는 질책하듯 말했다.


연서는 아마 마후의 감정을 모르는 듯했다.

생각해 보면 마후는 여자에게 약한 숙맥이었다.

하지만 언제나 무뚝뚝한 표정에 가려 아무도 알지 못했던 것이다.


“맞아! 녀석이 다가온다!”

데이비드가 외쳤다.

데이비드는 나르시스트였다.

언제나 자신이 영웅이 되는 꿈을 꾸는 녀석인 것이다.


왜?

도대체 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모두의 감정이 이렇게 생생히 보이는 거지?


중력 교란이 사라지자, 데이비드는 무모할 정도로 정공법으로 나섰다.

“탕! 탕! 탕! 탕!”

스마트 라이플을 조준하는 데이비드의 모습이 느껴졌다.


“핑! 핑! 핑! 핑!”

하지만 좀 작은 사이즈였지만, 그래도 녀석 역시 실드 크러셔이다.

날개를 접어 방어하고 있을 것이다.


‘멍청한 녀석들. 그렇게 해서는 날이 새도 실드 크러셔를 잡을 수 없다구!’

해수는 보이지 않는 자신이 답답했다.


“펑!”

마후 역시 고폭탄 수류탄을 날린 모양이었다.


‘그런 게 통할 리가 없잖아!’

해수의 머릿속에는 각자의 움직임이 그려졌다.


“연서야! 퇴근 시간까지 얼마나 남았지?”

해수는 등 뒤에 업힌 연서에게 물었다.


“한 2시간쯤 남았어.”

“저런 식이면 퇴근 시간까지 끝낼 수 없어.”

“하지만 너와 나는 지금 움직일 수 없어.

안전한 곳에서 지켜보는 수밖에.”


“아니. 네가 나의 눈이 되어줘.”

“뭐?”

“.....”


“미쳤어. 지금은 아무것도 안 보인다며?”

“하지만 이렇게 시간을 끌 수는 없어.”

“에휴!” 연서는 미묘한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의미야? 그 한숨은?”

“아무것도 아니야···.”

연서는 말끝을 흐렸지만, 해수는 신기하게 그 한숨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로건이나 너나 모두 고집불통이구나?’라는 의미라는 걸 말이다.

“이제 더 이상 매달려 있기도 힘들어.”

“보호구 붕대를 줘 봐.”

해수는 붕대를 자신과 연서의 몸에 같이 감기 시작했다.


“저···. 정말 이렇게까지 싸워야겠어?”

“응. 바닥에 아까 버려진 실드 크러셔의 혀가 남아있을 거야. 찾아봐.

그걸로 같이 감으면 웬만한 충격에도 튕겨 나가지 않을 거야.”

“정말 너도 로건처럼 못 말리는 성격이야.”

역시···.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저 녀석은 마후와 데이비드에게 맡겨두자구!”

연서는 주워 온 실드 크러셔의 혀를 건네며 말했다.


“실드 크러셔가 왼쪽에 있는지 오른쪽에 있는지만 표시해 줘.”

“해수야! 네가 위험할까봐 얘기하는 거야.

이렇게 해서 싸우는 건 너무 위험해!

로건도 그렇게 내 말을 무시하다가···.”

“그렇게 죽은 거라고?”


연서는 자신이 말실수했다고 생각했는지 움찔했다.

“그래. 생존하는 게 중요한 거야.”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살다 보면 위험을 넘어야만 하는 때가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모두 피한다면 나아갈 수가 없다.


“걱정마. 난 죽지 않아.”

“그 말을 어떻게 믿을 수 있어?”

“자꾸 뒤에서 궁시렁거릴 거면 내려. 난 싸울 거니까.”


단호한 해수의 말에 연서는 체념한 듯 말했다.

“죽어버리면 내가 죽여버릴 거야.”


그건 무슨 말이지?

해수는 잠깐 멈칫했다.


“귀엽네. 그런 말투.”

해수는 연서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놔! 이거. 너도 아주 고집불통이야.”

연서는 해수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정말 피는 못 속이는 걸까?’

해수는 생각했다.

이성적으로 피하는 것이 맞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그 이유를 말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왼쪽 전방 5미터쯤 있어.”

연서는 어깨에 올린 손으로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응. 나도 알고 있어.’

해수는 보이지 않는 눈 대신 극대화된 감각으로 실드 크러셔가 일으키는 바람이 느껴졌다.


정확히는 보이지 않지만, 방향이나 날개를 접고 펴는 것 따위는 바람으로 느껴졌다.


‘연서가 위험하지 않도록 거리를 두고 싸워야 해.’

해수는 생각했다.


‘계속 무모하게 공격한다면 녀석이 계속 방어만 하게 할 거야.

시간이 우리 편이 아니라면 녀석이 공격하도록 만들어야 해.’


“공격을 멈춰!”

해수가 말했다.


“헉! 헉! 헉! 무슨 소리하는 거야?

녀석은 궁지에 몰려 있어!”

‘바보들. 실드 크러셔는 너희가 지치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야.

움직임이 둔해지면 혀로 감아올리겠지.’


해수는 실드 크러셔의 마음을 읽었다.


“연서야. 너 말대로 일단 지켜보자!”

“쳇! 뭐야?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처럼 하더니 인제 와서 내 말이 맞는 거 같지?”


해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후가 데이비드가 지치면 실드 크러셔는 분명 공격에 나설 것이다.

그 틈을 이용해야 한다.’


“적어도 지금은 기다리는 게 낫겠다고 판단한 거야.

마후와 데이비드의 움직임이 느려지면 반드시 실드 크러셔는 공격하기 위해 날개를 펴고 입을 열어 혀를 내뿜을 거야.”


“.......”

“지켜보고 있다가 그 틈을 노려야 해.

내가 신호를 주면 고폭탄 수류탄을 날려.”

“보이지도 않는다며 어떻게 신호를 줘.”

“감각으로 알 수 있어.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야.”


해수는 감각을 집중하고 있었다.

실드 크러셔가 공격하려고 날개를 펴면 바람으로 느껴질 것이다.


총탄의 소리를 들어보니 마후나 데이비드도 힘이 많이 빠진 것 같았다.

확실히 느려진 움직임이 해수의 눈에도 그려졌다.


“에잇! 에잇!”

데이비드의 무모한 공격 소리가 들려왔다.


녀석의 꿈틀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철옹성같이 감겨있는 날개의 안쪽에서 움직임을 준비하는 요동이 느껴진다.


“이제 곧 녀석이 움직일 거야!”

데이비드와 마후가 실드 크러셔와 근접한 거리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게 가까이 있는 건 위험한데···’

녀석의 날개 위에 올라타 공격하는 마후와 데이비드의 모습이 느껴졌다.


그 순간,

“휘이익!!”

구석에 몰려 날개를 접어 돌처럼 굳은 실드 크러셔가 날개를 활짝 폈다.


날개 위에 올라가 있던 마후와 데이비드는 순간 “어! 어!”라는 소리와 함께 양옆으로 튕겨 내팽개쳐졌다.


“으악!”

공중으로 날아가는 데이비드와 마후가 느껴졌다.


소리의 멀어짐으로 대강의 거리가 짐작되었다.

엄청난 속도로 날개를 편 실드 크러셔는 그 반동으로 마후와 데이비드를 날려버린 것이다.


“퍽! 쿵!”

“퍽! 우장창!”


날아간 마후와 데이비드가 동굴 벽면 크리스탈에 부딪힌 충격음이 퍼져나갔다.


“지금이야!”

해수와 연서는 천장에 그래플링 훅을 꽂고 날아올랐다.


바람이 일어난 곳.

보이지 않지만 정확하게 거리가 짐작되었다.


날개를 편 실드 크러셔는 재빠르게 혀를 내밀어 크리스탈 벽면에 박힌 마후를 향했다.

“추르륵!”


녀석은 아까의 그 실드 크러셔와 다르게 사이즈는 작지만 움직임은 재빨랐다.

실드 크러셔의 혀는 거머리처럼 마후의 몸에 붙어, 순식간에 실드 크러셔의 입 속으로 직행하고 있었다.


“으아! 살려줘!”

처음 듣는 마후의 다급한 비명이었다.


“연서야 지금이야!

녀석의 입 쪽으로 고폭탄 수류탄을 날려!”

해수의 신호에 연서는 준비한 듯 들고 있던 수류탄을 던졌다.


공중에서 날아든 수류탄은 녀석의 혀보다 빨랐다.


“펑!”

수류탄은 화염과 함께 실드 크러셔의 입 주변에서 터졌다.

그리고 화염에 녹은 혀는 날아오던 마후의 몸에 감겨 실드 크러셔의 발밑으로 굴러떨어졌다.


“어이쿠!”

다행히 실드 크러셔의 혀가 마후의 몸에 감겨 쿠션 역할을 했다.

“퉁! 퉁!”

바닥에 몇 번 튕긴 마후는 데굴데굴 굴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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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비밀 24.08.13 60 2 11쪽
25 화염 24.08.12 6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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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새로운 장비 24.08.10 70 2 11쪽
22 주사위는 던져졌다 24.08.09 71 4 12쪽
21 첫 휴일 24.08.08 89 3 12쪽
20 나를 믿어줘서 고마워 24.08.07 85 4 12쪽
» 보이지 않는 것들 24.08.06 88 6 11쪽
18 미끼 24.08.05 87 6 11쪽
17 신무기 24.08.04 95 7 11쪽
16 개척 24.08.03 100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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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보호 본능 24.07.28 139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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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생사를 건 싸움 24.07.24 184 13 11쪽
5 위기 24.07.23 187 11 11쪽
4 첫 미션 24.07.22 205 12 11쪽
3 첫 출근지 +5 24.07.21 239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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