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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토닉
그림/삽화
펜타토닉
작품등록일 :
2024.07.19 09:25
최근연재일 :
2024.09.1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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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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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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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첫 휴일

DUMMY

해수는 잠에서 깨어났다.

이미 정오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었다.

시간은 지구의 시간에 맞추어져 있었다.


여기 우주정거장에서는 거의 모든 창은 디스플레이로 재생되고 있었다.

간혹 우주를 바라볼 수 있는 창을 보아도, 크게 변화가 없는 우주의 모습.

그리고 회색의 델릭스 행성만이, 가끔 시야에 들어올 뿐.


천천히 식당과 우주정거장을 거닐었다.

별빛처럼.

기계의 계기판만 형형색색의 불빛으로 반짝일 뿐.

적막했다.


해수는 로건의 작업실로 들어갔다.

개발 중이던 장비들에 대해 좀 더 연구를 시작했다.


“일어났네.”

두어 시간이 흐른 뒤,

작업실의 문을 열리며 가벼운 옷차림의 연서가 들어왔다.


“식사는 했어?”

연서가 물었다.


“아니··· 아직.”

“식당에서 메뉴를 고르면 자동으로 식사가 나올 거야.”

“응. 알아.

혼자 식사하기는 그래서···.

안 먹었으면 같이 먹자.”

해수는 일어서며 말했다.


아직은 휴가 기간은 아니다.

델릭스 도시 행성으로 가는 것은 무리다.

마후와 데이비드는 여전히 잠이 들었는지 조용하다.


“여기!”

연서는 기본 식사 메뉴를 해수의 식탁 앞에 건네주며 말했다.


“데이비드가 없어서 요리는 무리고, 이게 평상시 먹는 기본 요리야.”


스테인리스 식판 위에, 유리 덮개가 씌워진 요리는 향긋한 향을 내뿜고 있었다.

채소류와 고기류의 모양이었으나, 무슨 재료인지 알 수는 없었다.


“에봇이라고 불리는 재료로 만든 거야.

채소 같고 고기 같지만, 에봇의 분자로 만든 요리라 내용은 다 똑같아.

인체의 필수 영양소와 첨가물들로 이루어진 재료라서.

결국 먹다 보면 식감은 다 비슷비슷하니까. “


해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입에 넣어 우물우물 씹기 시작했다.

“맛은 나쁘지 않은데?”

처음 먹어보는 해수의 입맛에는 괜찮게 느껴졌다.

우주선에선 식감을 별로 느껴보지 못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해수에게는 나쁘지 않았다.


“처음이라 그런가?

계속 먹다 보면 질려.”


“얼마나 먹어야 질리는 건데?”


“호호. 글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일주일만 먹어도 식감이 비슷해져서 질리게 되었거든.”

채소와 고기의 식감은 분명히 달랐다.

하지만 결국 씹다 보면 같은 식감으로 변해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막테라이드로 요리하는 거구나.”

“응.

소스나 향신료를 바꿀 수 있지만,

결국 에봇 요리는 결국 식감이 비슷해져서 말이야.

크래커 같은···.”


천천히 음미하며 먹어본 해수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먹고 나서, 뭐 할 거야?”

“글쎄. 딱히 할 일은 없는데?”

“늘 그래?”

“여기서는 단조로운 일상이니까.

운동이나 게임, 훈련, 산책, 음악감상···.

할 수 있는 건 많기는 해.

하지만 다 시들해져서···.

결국 잠만 자거나 일할 장비에 대해 점검하는 정도야.

여유 있지만 그다지 재미있는 생활은 아니지.”


“그래도 나에게는 첫 휴일이라 흥미로운데?

뭘 할 수 있는지 알려줘.”


가볍게 식사를 마친 해수는, 식기를 서빙 로봇에게 건네며 말했다.

“좋아!”


연서가 해수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아마, 여기는 가보지 않은 곳일 거야.”


엘리베이터를 타고 출격실로 내려갔다.

거대한 도크에 작은 비행선 여러 대가 가지런히 정렬되어 있다.


“가끔 답답하면 이 오디세이로 탐험하기도 하지.”

연서는 붉은색 문양이 부착된 비행선에 올라타며 말했다.

소형 비행선이라 둘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비행선에 탑승하자, 거대한 캐노피가 내려와 닫힌다.

“어때? 이건 처음 타보지?”

“당연한 거 아냐?”

해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탑승을 환영합니다.

파일럿의 신분을 조회 중입니다.]

캐노피가 닫히자, 연서는 엔진의 출력을 높였다.


“슈우우우우!”하는 소리와 함께, 비행선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천천히 회전하더니,

우주정거장의 거대한 출입문을 향해 나아갔다.


거대한 출입문은 위쪽과 아래쪽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아주 멀리는 가지 못해.

하지만 대략 주변은 살펴볼 수 있지.”


연서는 능숙하게 조종간을 잡으며 말했다.

“위급하지 않으면 자동주행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어.

그래서 별로 조종하기 어렵지는 않아.”

그리고 버튼을 누르자, 비행선의 뒤편으로 추진체의 불꽃을 내뿜었다.

앞으로 속력이 빨라지며, 나아가기 시작했다.


우주의 풍경.

풍경은 손에 닿을 듯했다.

투명하게 사방을 둘러싼 캐노피, 그것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했다.

다만 광활한 우주를 항해하며, 나아갈 뿐이었다.


비행선의 주변.

울퉁불퉁한 모양의 암석들이 느리게 떠다니고 있었다.

“이거를 귀에 끼면 돼.”

연서는 진주 모양의 둥근 액체를 해수에게 건넨다.


해수가 둥근 액체를 귀에 대자, 귀를 감싸며 모양이 변형되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감미로운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신경계 이어폰이야.

물론 스피커로 음악을 들을 수 있지만···.

이걸로 들으면 리벌브가 살아나서 분위기가 달라지거든.

비행선 스피커로 들으면, 기압이나 소음으로 음악 소리가 변질되니까.”


둥근 액체는 살아있는 생물처럼 귀에 착 감겼다.

그리고 촉수들이 뻗어 달팽이관에 닿았다.

음악에 따라 고막에 직접 떨림을 전한다.

환상적인 음감이 재생되었다.


연서의 말처럼,

마치 우주의 풍경에서 음악이 들려오는 느낌이었다.


몽환적이고 감미로우면서도 생생한 음질이었다.

마치 풍경 속, 음악이 녹아 재생되는 느낌이었다.


음악은 평화로웠다.

마음에 주파수를 그려내는 것처럼.


“무슨 노래야?”

“호호. 내가 만든 노래야.

무슨 노래인지는 모르겠어.

내 신체 반응을 기록해서 인공지능이 만들어 내는 노래라서.

누구나 쉽게 음악을 만들 수 있으니까.”


연서가 스위치를 바꾸자, 이번에는 빠른 비트의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온다.

“이게 너의 기분이구나?”

“나의 기분?”

“응. 제작자를 너로 바꾸었거든.”


“이게 나의 기분이라구···?”

해수는 지금의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재생되는 음악은, 해수의 기분을 나타내고 있었다.


설레면서도,

잔잔한,

흥분이,

우주를 떠다니는 기분이었으니까.


“비트는 너의 심장박동을 참조하고,

코드는 너의 기분을 파악해서 정해지니까.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이 음악이 너의 지금 기분이겠지.”


듣고 싶은 노래를 생각하는 것으로도, 장르는 바뀌었다.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주파수로 그려내는 것 같았다.


“더 신기한 거 보여줄까?”

연서는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캐노피에 그려진 우주의 풍경이, 한 장의 그림처럼 변화되었다.


팝아트의 원색처럼.

우주를 떠다니는 암석들은 붉게, 노랗게 그리고 푸르게 변했다.

그림 속을 여행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점점 암석들의 모양은 추상화의 형이상학적인 모양으로 변화되었다.

우주의 검은 배경은 그라데이션화 되어 간다.

그리고 입체적인 느낌으로 형상화되었다.


“좋은 감정이네. 아름다워!”

연서는 좌석을 눕히며, 투명한 천장의 우주를 바라본다.

우주의 검은 배경은, 서서히 하늘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암석은 하얗게 변해간다.

구름처럼.

그 경계가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우주는 마치 하늘처럼 변해 있었다.


배를 타고 바라보는, 구름이 피어나는 하늘 풍경처럼 말이다.

해수 역시, 좌석을 뒤로 젖히며 누운 자세가 되었다.


“가끔 혼자 있고 싶을 때, 이렇게 우주를 여행해.

근데 이런 풍경은 한 번도 상상한 적 없는 느낌이네.

신기해.

지구의 느낌이 이런 걸까?”


지구의 느낌···

해수조차 그 느낌을 알 수는 없었다.

경험해 보지 못한 지구의 풍경이니까.


어렸을 때, 그와 같은 풍경을 본 적이 있었을까?

어쩌면 의식이 생겨나기도 전,

무의식에 담긴 지구의 풍경이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비행선은 바람에 흔들리듯이, 잔잔히 흔들리며 나아갔다.

자신이 타고 온 비행선에서는, 느낄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안락함과 평화로움.


‘이제 다시 지구로 되돌아갈 수는 없겠지?’

해수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몸을 일으켜 뒤를 돌아보자, 우주정거장이 만화처럼 그려져 있었다.

거대한 모선이, 하늘에 떠 있는 모습이었다.


태양의 그늘처럼, 한 방향으로 드리워진 그림자가 보였다.

우주에서는 한 방향으로 그림자가 드리워지지 않는다.

태양이 어디에나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까.


어쩌면 착시에 불과할 수 있다.

하지만 해수는 예술적 풍경에 그저 감탄할 뿐이었다.


“너는 예술가로서 재능이 있나 봐.

이런 풍경은 나도 처음 봐.

아름다운 풍경이야.

따뜻하고 달콤하네.

저장해 두어야겠어!”

연서는 눈을 초롱초롱하게 뜨고 말했다.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나에 대해.”

해수는 자신을 많이 알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자신이, 어떤 때는 낯설어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순간, 천천히 요동하던 비행선은 크게 흔들렸다.

“무슨 일이지?”

해수는 놀라 일어나며 말했다.


“모르겠어! 모든 계기는 정상인데 말이야.”


비행선 안에는, 경고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경고! 경고! 전방에 우주 폭풍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대비가 필요합니다.]


“이런!”

연서는 다급하게 계기들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우주 폭풍?”

“응!

간혹 우주에서 에너지가 폭발해.

그리고 이게 폭풍처럼 떠돌다가, 만나는 경우지.

매우 위험할 수도 있어. “


연서는 에너지 스캐너를 작동시켰다.

전면의 화면에는, 뱀처럼 꿈틀거리며 다가오는 파형이 보였다.


“X-선 유입에 의한 전파 폭풍이야.

아까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말이야.”


하지만 우주의 범위는 너무 넓다.

간혹 스캐닝의 경계에서 잡지 못하는 에너지 흐름이 있을 수도 있다.

오랜 기간 우주선에서 지냈기에, 해수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대로 정면으로 관통하면, 통신 장비들이 모두 망가질 수도 있어!”

연서는 계기판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말했다.


“일단 데이비드에게 알려!

전파 폭풍이 우주정거장 쪽으로 가고 있다고.”

“알았어.”

연서는 짧게 대답했다.


해수는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일단 전자 폭풍의 경로를 벗어나야 해!”

“알아!

하지만 갑자기 나타나서, 아직 경로 파악을 위한 데이터가 부족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예측할 수 없어!”


“그렇다면 일단 뒤쪽으로 움직이면서, 경로를 추적해 보자!”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자신이 없어.”

연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조종은 내가 할게!!”

해수는 보조석의 조종간을 잡으며 말했다.


“하···할 수 있겠···어?”

“해 봐야지.”

하지만 해수는 우주선 안에서, 시뮬레이션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조종간을 잡자, 무의식에서 교육되었던 내용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수동 모드로 전환해 줘!”

“알았어.

하지만 이건 전투용이 아니라서, 고출력 이동은 불가능해!”

“알고 있어.”

해수는 이중 도약법을 알고 있었다.


출력 레버를 급상승시켰다.

“쿠아앙!”소리와 함께, 비행선은 뒤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방향 급선회할 거야! 꽉 잡아!”

“아··· 알았어.”

연서는 놀란 듯 대답했다.


순간 출력으로 가속도가 붙은 비행선.

엄청난 속도로 뒤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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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퇴사 24.08.14 73 2 11쪽
26 비밀 24.08.13 58 2 11쪽
25 화염 24.08.12 65 2 11쪽
24 까다로운 상대 24.08.11 68 2 11쪽
23 새로운 장비 24.08.10 69 2 11쪽
22 주사위는 던져졌다 24.08.09 70 4 12쪽
» 첫 휴일 24.08.08 89 3 12쪽
20 나를 믿어줘서 고마워 24.08.07 84 4 12쪽
19 보이지 않는 것들 24.08.06 87 6 11쪽
18 미끼 24.08.05 87 6 11쪽
17 신무기 24.08.04 94 7 11쪽
16 개척 24.08.03 100 8 12쪽
15 퍼즐의 과거 24.08.02 112 8 11쪽
14 의심 24.08.01 115 6 11쪽
13 알 빼기 24.07.31 119 7 12쪽
12 믿음과 의심 24.07.30 132 9 11쪽
11 퇴근후 24.07.29 132 8 12쪽
10 보호 본능 24.07.28 138 11 12쪽
9 막강한 괴생명체 24.07.27 144 9 12쪽
8 돌연변이 개체 24.07.26 151 11 12쪽
7 첫 퇴근 24.07.25 172 13 12쪽
6 생사를 건 싸움 24.07.24 183 13 11쪽
5 위기 24.07.23 187 11 11쪽
4 첫 미션 24.07.22 205 12 11쪽
3 첫 출근지 +5 24.07.21 239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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