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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토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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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토닉
작품등록일 :
2024.07.19 09:25
최근연재일 :
2024.09.1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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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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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퍼즐의 과거

DUMMY

“자네를 부른 이유는 말이야.”

유주현은 낡아 가죽이 헤어진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소파를 보자면 그의 직책에 어울리지 않게 낡은 것이었다.

그것은 그의 검소하고 허세 없는 성격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유주현은 서류를 꺼내 로건에게 내밀었다.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종이에 인쇄된 자료를 건네주었다.

“매우 비밀스러운 사항이라 이런 방법으로 자네에게 전해 주게 되었네.

작성된 원본의 내용은 모두 지워버렸어.

이 방에서 자네가 다 읽고 나면 이 서류들은 불태워 버릴 거야.”


로건은 자세를 고쳐 앉고 유주현이 내민 서류들을 꼼꼼히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우주 자원국에서는 우주 망원경으로 지구를 대신한 행성을 찾고 있었다.

기후 재난과 고갈된 자원.

몇 번의 핵전쟁으로 지구는 더 이상 살아가기 힘든 행성이 되었기 때문이다.


몇몇 지역에는 아직도 적지 않은 인구의 사람들이 살고 있었지만, 지구의 발전은 정체되어 가기만 했다.

가장 큰 원인은 자원의 부족이었다.


자원국은 지구에서 더는 새로운 자원의 채취를 전면 금지하였다.

이제는 리싸이클을 통해 자원을 재활용하는 것 외에는 더 이상의 개발은 중단된 것이다.

기술 발전으로 멸망할 뻔한 사건들을 겪다 보니, 사람들은 기술의 발전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통합정부의 고위층 사람들은 어쨌든 인류의 발전은 지속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지구 외에 다른 행성을 찾는 것뿐이었다.


우주 망원경을 발전시킨 탐사국은 우주 스캐닝이라는 새로운 방법으로 자원과 인류가 살아갈 환경의 행성들을 탐사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런 조건에 맞는 행성들은 다수 발견되었고, 그들 중 하나가 델릭스 행성이었다.


“꽤 먼 거리군요.”

“그렇지. 이미 델릭스 행성으로 탐사 우주선이 출발한 지 50년이 되어가는군.”

“소식은 있나요?”

“최근에서야 도착했지.

자네가 보고 있는 것들이 델릭스 행성을 찍어 보낸 자료들이야.

아직 우주 탐사선은 착륙하지 못했네.”

“그렇군요. 뭐 쉬운 일은 아니죠.

다른 행성의 대기권을 파악해야만 착륙이 가능할 테니까요.”


“그래도, 보고서 내용들이 절망적인 것은 아니라서 말이야.

다른 곳의 보고도 받고 있지만, 델릭스 행성은 지구에는 없는 광물 자원이 풍부하고 인류가 살기에도 적합하단 말이지.”


“후훗. 하지만 뭔가 문제가 있는 거로군요.”

“하하하. 자네가 듣던 대로 눈치가 빠르군.

우리는 자원국의 많은 인재를 검토해 보았는데 이 임무에 자네만큼 적합한 인물은 찾기 힘들었네.”


“그 문제라는 것이···?”

“인류가 살기 적합하다는 것은 생명체가 살기에 적합하다는 의미겠지.

그렇다면 그곳에는 이미 외계 생명체가 살고 있을 확률이 높은 거겠지.

델릭스 행성의 지표를 연구한 결과 생명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네.”

“......”


“아마 앤더슨 대령이 잘 헤쳐 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는 또 다른 팀을 델릭스 행성으로 보내야 한다고 판단했네.”

“그것이 저로군요.”


“그렇지. 광물학자이면서 엔지니어이기도 하고, 전투 능력도 우수하면서 인성적으로도 믿을 만한 사람은 많지 않았네.”

“하지만···.”

“알고 있네. 자네가 아기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더군.

그 점이 우리로서도 매우 고민이 많았던 포인트였네.

그래서 모두의 의견을 무시하고 내가 직접 자네를 만나 보기 바랐네.”


***


문을 나서는 로건의 마음은 무거웠다.

자신이 너무나 존경하고 만나고 싶어 하던 유주현 위원장과의 만남이었다.

하지만 로건의 마음은 행복하기보다는 무거운 짐을 떠안은 느낌이었다.


모든 조건을 자신에게 맞추어 줄 테니 어떤 제안이라도 하라는, 유주현 위원장의 말에는 인류의 생존에 대한 절박함이 묻어 있었다.


로건도 알고 있었다.

유주현 위원장 역시 이제 120세이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다.

그런 이유로 아무도 만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그가, 자신을 불렀을 때 무엇을 얘기할지는 예상하였다.


하지만 다른 행성으로 가야 한다는 말일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로건은 새로운 광물 자원을 합성해야 하는 연구를 이야기할 줄 알았던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자, 갓난아이를 안고 있던 아내 유연서가 로건을 바라보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왔어요? 여보?”

로건의 마음과 달리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응. 왔어!”


하지만 유연서는 로건의 얼굴에서 매우 깊은 근심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무슨 일이 있었어요?”


로건은 오늘에 있었던 제안을 아내에게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가야 하지 않겠어요?”

로건의 아내는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지금 이대로라면 지구에는 희망이 없어요.

이 아이가 자랄 세상도 역시 그렇구요.”

로건은 아내가 안고 있는 천진난만하게 웃는 아기를 보며 결심했다.


“그래. 이 아이에게 희망 없는 지구에서 살게 할 수는 없지.”


로건은 그렇게 떠나기로 결심했다.


***


떠나기 며칠 전 갑자기 고열을 앓던 아기는 죽었다.

핵전쟁으로 오염되고 자원의 고갈된 지구는, 이제 열악한 환경이었기 때문에 죽음은 일상적인 일이 되어 버렸다.


지구의 모든 재활용된 자원은 다른 행성을 탐사하는 자원으로 거의 다 소모되고 있었고, 일반사회는 마치 중세 시대와 같이 열악했다.


의사는 있었으나 의료기기는 사용할 수 없었다.

전기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되어 있었고, 물 역시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었다.


“너무 상심하지 말아.”

로건은 울고 있는 아내 유연서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아내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는 없었다.


며칠 뒤 로건은 델릭스 행성으로 떠나는 우주선에 올라탔다.

그리고 계약 조항에는 반드시 자신의 아이를 시험관 시술로 태어나게 할 것과 자신이 있는 델릭스 행성으로 우주선을 태워 보낼 것을 추가했다.


“여보! 나는 몸이 약해져서 갈 수 없을 거예요.”

우주선에 올라타기 전, 아내 유연서가 로건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아마 이번 생에서는 다시··· 당신을 볼 수 없겠지?”

로건도 떨리는 목소리를 참으며 말했다.


둘은 말하지 않았다.

눈물 글썽이는 두 눈만 서로 쳐다보았을 뿐.


좋은 인연이었다.

만약 지구에서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운명이었다면,

아마도 늙어서도 서로를 의지하는 좋은 부부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운이 나쁘게 시대를 잘 못 태어났을 뿐.


로건은 알고 있었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얼마나 많은 남녀 사이의 애틋한 애정이 시대의 파멸로 인해 비극으로 사라져 버렸는가.


로건은 고개를 돌리고 비장한 모습으로 우주선에 올랐다.

“당신의 아이를 꼭 보낼게요!”

아내 유연서의 마지막 외침이었다.


***


로건은 지구에서 자신의 우주선을 개선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었다.

수많은 학자를 만나며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 격렬한 토론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그렇게 델릭스 행성으로 도달하는 시간을 기존 50년에서 30년으로 줄여놓았다.

생존을 위한 장치들도 많은 보완을 하였다.

원래 그는 엔지니어로서 뛰어나지는 않았으나 이제는 웬만한 전문가보다 훨씬 나았다.


그러한 기술력이 초기에 델릭스 행성에 도착했을 때 사용되었다.

그리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우주 자원국의 광물 독점권을 취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은 그가 그렇게 온 열정을 쏟아부은 이유는, 훗날 자기 아들이 타고 올 우주선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그 이후로도 꾸준한 개발로 이동 시간은 단축되었다.

하지만 많은 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다.

빛의 속도에 도달하는 우주선이 발명되기 전까지는 아마 25년 이하로 단축하는 것은 인류 기술의 한계로 여겨졌다.


로건이 델릭스 행성에 닿을 때쯤 메시지를 받았다.


[당신의 아들이 우주선에 탔어요.

그의 이름은 해수에요.

무사히 당신에게 도착할 수 있기를 매일 매일 기도합니다.

의사가 나는 이제 더 이상 몸이 약해져서 살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을 거라고 했어요.

그래서 4살 된 우리 아들을 당신에게 보내기로 결심했어요.

만약 내가 죽으면 아무도 이 아이를 당신에게 보내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구는 점점 더 살아남기 힘든 곳이에요.

고민은 했지만, 이제는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자원 부족과 식수 부족.

질병과 재난이 넘쳐나는 곳이에요.

지구 역시, 유지될 날들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요.

절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매일 폭동을 일으키고 있어요.


아마 당신 역시, 다시 지구로 돌아올 수 없을 겁니다.

이미 모두가 지구가 시한부 행성인 것을 알고 있어요.

부디 거기서 새로운 삶을 누리기를 바랍니다.]


몇 개월 후 로건은 델릭스 행성에 도착했다.

델릭스 행성으로 처음 탐사를 온 앤더슨 대령은 다행히 델릭스 행성에서 정착에 성공했다.


그의 우주선은 초창기 지구의 자원이 많이 남아있을 때라서 수십 명의 인원이 탑승했었다.

우주선 안의 인구는 불어나 델릭스 행성에 도착했을 때는 230여 명이었다.


그리고 그 230여 명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정착하여 로건이 도착했을 때는 수만 명의 인구를 넘어서고 있었다.


그것은 모두 앤더슨 대령의 카리스마와 엄격한 통제로 이루어 낸 기적이었다.


로건이 델릭스 행성에 도착해서 처음 앤더슨 대령을 만나는 날, 앤더슨 대령은 우주 자원국의 델릭스 지부장을 맡아줄 것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로건은 거절하고 델릭스 886_행성의 자원을 채취하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자네 같은 고급 인력이 886_행성에 가서 광부 질이나 하겠다고?”

앤더슨 대령은 어이없다는 듯이 되물었다.


“여기 오면서 우주선에서 보내주신 자료를 보며, 제 나름대로 많은 연구를 진행해 왔습니다.

대령님께서는 운이 좋게 정착에 성공할 수 있으셨지요.

하지만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는 장담은 할 수 없습니다.”


“어째서?”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알고 계시는가요?”

“아니. 아직 나타난 적은 없으니까.

가끔 자원을 불법으로 채취하는 광부들이 원인 모를 이유로 죽었다는 보고는 들었네.”


“아직 대령님은 운 좋게 외계 생명체를 만나지 못한 것뿐입니다.

이제는 자주 보시게 될 겁니다.”


앤더슨 대령은 외계 생명체에 대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델릭스 행성의 사람들이 동요할까봐 쉬쉬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또한 아직은 적은 인구로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로, 외계 생명체 탐사를 위해 인원을 희생할 수는 없었다.


로건 역시 앤더슨 대령이 외계 생명체에 대해 알고 있다고 믿었다.

그렇지 않으면 생명체의 흔적이 없는 7세션에 도시를 건설할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다.

다만 둘 다 공식적으로 외계 생명체를 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공감하고 있었다.


둘은 서로 마주보다 앤더슨 대령이 먼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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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관계의 복잡성 24.08.19 53 1 12쪽
31 어려운 사명 24.08.18 56 1 12쪽
30 델릭스 도시 24.08.17 57 2 12쪽
29 호출의 이유 24.08.16 6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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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퇴사 24.08.14 73 2 11쪽
26 비밀 24.08.13 58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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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까다로운 상대 24.08.11 68 2 11쪽
23 새로운 장비 24.08.10 69 2 11쪽
22 주사위는 던져졌다 24.08.09 7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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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나를 믿어줘서 고마워 24.08.07 84 4 12쪽
19 보이지 않는 것들 24.08.06 87 6 11쪽
18 미끼 24.08.05 87 6 11쪽
17 신무기 24.08.04 94 7 11쪽
16 개척 24.08.03 100 8 12쪽
» 퍼즐의 과거 24.08.02 112 8 11쪽
14 의심 24.08.01 115 6 11쪽
13 알 빼기 24.07.31 119 7 12쪽
12 믿음과 의심 24.07.30 132 9 11쪽
11 퇴근후 24.07.29 132 8 12쪽
10 보호 본능 24.07.28 138 11 12쪽
9 막강한 괴생명체 24.07.27 144 9 12쪽
8 돌연변이 개체 24.07.26 151 11 12쪽
7 첫 퇴근 24.07.25 171 13 12쪽
6 생사를 건 싸움 24.07.24 183 13 11쪽
5 위기 24.07.23 187 11 11쪽
4 첫 미션 24.07.22 205 12 11쪽
3 첫 출근지 +5 24.07.21 239 1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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