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너무 강함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새글

십황작물
작품등록일 :
2024.07.20 04:26
최근연재일 :
2024.09.18 22:50
연재수 :
63 회
조회수 :
894,755
추천수 :
17,879
글자수 :
383,789

작성
24.07.21 12:05
조회
21,011
추천
364
글자
11쪽

대박이거나 쪽박이거나

DUMMY


김수진.

32세 미혼.

서른에 간신히 미궁관리부 일반 공무원 시험 합격.

어제 새벽 2시에 엽떡을 요구한 퀸 덕분에 엽떡 사장님께 엽떡 오리지널 하나만 만들어 달라고 빌고 빔.

3시간 자고 출근함.

각성자 덕질을 오래 했으나, 3년 차에 접어들며 각성자들에게 정떨어지려고 함.


‘그래도 각성자보다 저런 인간이 더 진상이지.’


수진은 미궁대민지원과를 찾아온 민원인을 보며 생각했다.

각성자들은 잘나기나 했지.

저런 놈들은 능력도 없는데 진상.

새벽에 엽떡 먹고 싶다는 퀸은 차라리 귀엽다.


‘심사비도 안 아깝나.’


각성자 심사실의 장비는 고가다.

마석을 사용하니까.

근데 나라 상대로 사기 치려는 덜떨어진 놈들 때문에 이걸 작동시켜?


‘초임 때가 생각나네.’


사기 치려는 놈들에다가, 초딩부터 유튜버까지.

개나 소나 심사 받아보고 싶다고 왔다.

그래서 대책을 세웠다.

심사비 15만 원.

그 이후 쓸데없이 오는 놈이 확 줄었다.

그래도 아직 저렇게 덜떨어진 생각으로 오는 놈들이 있다.


‘허우대는 멀쩡한 게 열심히 일해서 돈 벌지.’


박 과장까지 도망간 걸 보면 빤하다.

상대가 진짜 각성자일 것 같으면 악착같이 자기가 맡는 박 과장.

각성자랑 처음부터 얼굴 트면 좋으니까.

그런 박 과장이 신청서 보고 튀었다?

가망이 없다는 거다.


‘그래도 그렇지 나한테 다 떠넘기고 가나······.’


하긴 저런 놈 왔을 때 맡겨야지 언제 맡기겠어.


“마석 위에 손 얹고 움직이지 마세요.”


수진은 수면 부족을 떨치며 기기를 작동시켰다.

문제없이 작동하는 심사 장비.

심사 결과가 나오는 데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각성자들은 몸에 마나 회로가 생기고, 그게 마석과 반응하기 때문이다.


일반 마석 반응으로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정식 확인은 심사 장비를 사용하는 게 정부의 방침.

심사 장비를 통하면 각성자의 레벨, 직업, 스킬, 예상 등급까지도 구체적으로 확인 가능.

정부 시스템에 바로 등록까지 된다.


‘저런 사기꾼은 일반 마석으로 확인하는 게 낫지만.’


마석에 반응하도록 준비하는 철저한 사기꾼 놈들도 있거니와, 심사비 15만 원은 정부의 좋은 예산 수입원이다.


“저기요.”


그때 눈치를 보며 그녀를 부르는 남자.


하, 또 뭔 수작을 부리려고.

하여튼 각성자도 아닌데 여기 들어오는 놈 중에 혀가 짧은 놈을 못 봤다.


“말하지 말고 가만히 계셔야 해요.”

“아니, 근데 시스템 창에······.”

“말하거나 움직이시면 심사 결과 오류 떠요.”


빨리 입을 봉해버리는 게 상책.

그때.


[Error]


화면에 떠오르는 오류창.

처음 보는 화면이었다.


‘뭐야, 고장난 거야?’


오류 뜬다는 말은 저 남자 입 다물라고 한 말인데.

당황한 수진.

서둘러 팀 단체 채팅방에 연락하려던 그때.


[심사 부적격]


오류창 위로 뜨는 글귀.

수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렇지.’


오류창 보고하려고 켰던 채팅방.

그대로 결과를 적어 올렸다.


[과장님, 민원인 각성자 아니랍니다.]


메신저를 보내고 유리창 너머를 본다.

아직도 멍청하게 마석에 손을 대고 서 있는 백수.

사기꾼 같아 보이진 않는데, 설마 심사 체험해 보고 싶어서 15만 원을 태우려고 온 건가?

사기꾼이나 이쪽이나 진상인 건 마찬가지지만.


“이제 나오세요.”


수진은 피곤한 듯 눈가를 문지르며 검사실 문을 열었다.

각성자 체험 이미 끝났어, 당신.


“예?”

“확인됐으니까 나오시라고요.”


빨리 집 가서 발 닦고 자기나 해.

그렇게 장비 정리를 하려고 돌아서던 그때.

사방을 물들이는 새파란 빛.


쿠우웅-!

쨍그랑-!

“꺄악!”


폭풍처럼 부는 바람에 유리창이 산산조각 났다.

수진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쭈그려 앉았다.


가슴이 벌렁벌렁.

쏟아진 유리 파편이 보인다.


설마 심사 장비가 고장 난 건 아니겠지?

저 등신 같은 새끼가 이상한 짓 한 거 아니야!?


손이 덜덜 떨리고 식은땀이 흐른다.

슬며시 일어나자 지지직거리며 한쪽 모서리가 나가버린 스크린.


“시, 심사 장비가······!’


귀한 장비가 부서지다니!

저 거지 같은 백수가······!


그런데 스크린에 떠 있는 결과창.


──────

조종인 (Lv.1)

[직업] : 파일럿

······.

──────


‘저 날 백수가 진짜 각성자였다고?’


수진은 일이 크게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 * *



장비가 폭발했을 때, 내가 든 생각은 딱 하나.


‘이거, 설마 나 때문인가?’


아수라장이 된 주위를 둘러본다.

가벼운 기물들은 죄다 쓰러졌다.

강화유리는 깨졌다.

멀리 계기판 위로 부서져 내린 유릿가루.

저거, 수습 어떻게 하지?

고장났을 거 같은데.

물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삐리빅!”


[장비와 타이탄 시스템이 충돌했습니다.]

[장비가 타이탄 시스템의 마나를 측정하기에 부적합합니다.]


어느새 달려와 내 바짓가랑이를 잡고 있는 리빅이.


무슨 소리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해진 것은 하나.

이 폭발, 내 탓이구나.


곤란하다.

매우 곤란하다.


‘젠장, 저게 다 얼마야.’


마석 쓰는 장비는 비싸다고 들었다.

손바닥에 알차게 들어오는 이 마석은 족히 억은 되리라.


‘설마 나한테 다 배상하라고 하진 않겠지?’


아니, 그보다.

아까 그 사람 죽은 거 아니지?


“저기 괜찮아요?”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구청 직원.

다행히 유리 파편에 다치거나 하진 않은 거 같다.


직원이 유리 파편이 쏟아진 장비를 멍하니 쳐다본다.


‘망했다. 박살 났나 보다.’


직원의 눈이 덜덜 떨리더니 나를 쳐다본다.

움찔.

사고를 치고 주인한테 들킨 개가 된 기분.


“저는 시키는 대로 마석만 잡고 있었거든요, 근데 갑자기······.”


이거 따지고 보면 전부 내 책임은 아니지.

내가 액세스 허용한 게 문제지만, 저쪽도 아예 책임이 없는 게 아니잖아.


“이게 근데 하는 도중에 설치창이 떠가지고, 제가 그거에 대해서 여쭤보려고 했는데 조용히 하셔야 한다고 해서 조용히 한 거거든요. 그에 대해 사전 안내도 못 받았는데 갑자기 그러니까는 일반 정부 사이트 프로그램 설치 같은 거여서······.”


횡설수설 나름의 변명을 늘어놓던 그때.


“방금 무슨 일이야!”


문이 열리며 안으로 들어오는 박성욱 과장과 직원 몇 명.

그들은 난장판이 된 심사실을 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제가 한 거 아닌데요.”


‘죄송합니다’라고 하면 X 될 것 같은 분위기였다.



* * *



구청의 작은 회의실.

나는 죄인처럼 앉아 있었다.


태블릿으로 화면을 들여다보는 박 과장.

표정이 좋지 않다.


저 태블릿 안에 뭐가 들어있을까?

장비 관련 경비? 배상 보험? 긴급 매뉴얼?


“······.”


회의실을 휘감는 정적.


“저기······.”


내가 입을 열자마자 과장이 번쩍 고개를 든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커피도 안 드렸네. 이게 저희가 확인할 게 있어가지고······. 수진 씨! 커피!”

“아, 네! 저기, 음료 뭐 좋아하세요?”


과장이 껄껄 웃으며 손을 비비고, 나를 심사한 직원이 자본주의 미소로 나를 대한다.


어라?

나, 혼나는 게 아닌가?

심사실을 부순 걸로 배상 책임 얘기가 나올 줄 알았는데······?


‘설마 내가 각성자라서?’


잔뜩 쪼그라들었던 심장이 슬쩍 펴진다.


“아, 아이스 아메리카노 부탁드립니다.”

“디저트는요?”

“예? 디저트는 제가 몰라서······. 그냥 아메리카노면 되는데요.”


디저트라니.

옛날에 친구랑 허니브레드 먹어 본 게 전부.

카페에서도 아메리카노만 사고 나오는 게 나다.


“수진 씨! 그러면 요 앞에 가서 그 유명한 거 뭐야, 무스케이크 같은 거 사와.”

“알겠습니다!”


수진이라고 불린 직원이 커피를 사러 나간다.


“아, 맞다. 커피는 기가커피 같은 데 말고, 이 앞에 로스터스 알지?”

“아, 저 기가커피 좋아하는데.”

“그럼 다 같이 우리 각성자님이 좋아하시는 기가커피로오!”

“알겠습니다아.”


박성욱 과장이 활짝 웃었고 수진이 법인카드를 들고 나갔다.

왠지 부산스러운 분위기.

수진이 나가고 나서 박성욱 과장이 다시 자리에 엉덩이를 붙인다.

어색하게 눈치를 보는데.


“우선 정말 축하드립니다!”


시원하게 인사하는 박 과장.

아까 봤을 때랑 분위기가 다르다.


백수와 각성자.

급 차이가 피부로 느껴진다.


“저희 은평에서 몇 달 전에 신규 각성자가 나왔는데, 이렇게 짧은 기간에 또 신규 각성자가 나오다니! 역시 저희 구가 터가 좋은가 봅니다.”


성욱이 껄껄 웃으며 분위기를 띄운다.

부담스럽다.


“일단 심사하면서 자동으로 각성자 등록 절차는 완료됐습니다. 납부하신 심사금은 영업일 10일 이내로 반환될 겁니다. 계좌는 아까 신청서 작성하실 때 입력하신 계좌로 보내드리면 될까요?”

“예.”

“그리고 최초 각성 축하금 말인데······.”


최초 각성 축하금!

등급에 따라 차등 지급.

보통 1천만 원이라던데.


“등급은 어떻게 나왔나요?”


각성자 등급.

곧 헌터 등급으로도 사용될 능력 평가 등급이다.

지금까지 세계 각국에서 쌓아온 데이터로 각성자의 마나량과 직업군, 스킬 등을 총체적으로 파악하여 산출된다.


‘최초 등급이 중요하다고 들었는데.’


레벨 업이나 훈련을 통해 등급을 올릴 순 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한두 단계 등급업 되는 게 한계.

랭킹에 들 만큼 잘나가는 헌터들은 각성 때부터 이미 A급을 찍고 시작했다지.


반대로 최악의 경우 F급이 뜬다.

이건 각성자 가운데에서도 꽝이나 다름없다.

‘헌터’로 활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일반인과 다를 바 없는 셈.

헌터 봉급이나 보너스를 하나도 받을 수 없다.


‘제발 안전하게 C등급만 나왔으면 좋겠다······!’


책상 아래로 두 손을 꽉 모으는 그때.


“물론 등급이 궁금하시겠죠. 저 근데 등급이 참 쉬운 게 아니라······.”


어째 대답이 간단하지가 않다?

다른 사람들은 바로바로 알려줬다던데.


“문제가 있나요?”

“그게, 등급이······ X급이 뜨셨습니다.”

“예······?”


X급?

듣지도 보지도 못한 등급.


나는 순간 머릿속으로 알파벳을 외워봤다.

X면 F보다 대체 몇 단계 아래지?

폐급이라 X급인가.

X 같아서 X급인가.

온갖 생각이 드는데.


“X급은 정말 드문 케이스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금까지 X급이 뜬 사례가 거의 없고요. 세계적으로도 매우 보기 힘듭니다.”


왤까?

꼭 희귀병 판정을 받기 전 의사가 에둘러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은.


“그래서······ X급이 나쁜 겁니까?”

“어느 쪽이라고 말하기가 힘든 게, 지금까지 X급은 추정 불가거든요. 말하자면 데이터에 없는 사례인 거죠.”


성욱은 패드에 정규 분포도를 띄워 보여주었다.


“보통 각성자들은 이 정도 범위 내에서 결과가 나옵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모아온 각성 관련 데이터의 총체죠.”


정규 분포도 대부분을 칠하는 성욱.


“그런데 이례적으로 이 끝에 있는, 아직 파악되지 않은 희귀한 각성자가 나오곤 합니다.”


성욱은 정규 분포도의 얄팍한 양 끝을 동그라미 쳤다.

다시 말해, 양 끝으로 갈라진 두 집단.


“X급은 말하자면 모 아니면 도인 거죠.”


대박이거나 쪽박이거나.


“조종인 각성자님의 경우는 아직 F급인지 S급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10억 상금이 걸린 러시안룰렛의 총구가 내 대가리를 겨누고 있는 기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백수가 너무 강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6 너네 두더지 함부로 만지지 마라 +6 24.08.22 13,302 244 12쪽
35 손만 닦아도 강화에 성공함 +5 24.08.21 13,323 257 15쪽
34 불공평한 세상의 '불공평'을 담당함 +8 24.08.20 13,341 268 14쪽
33 방구석 백수가 서버를 터트림 +3 24.08.19 13,388 253 12쪽
32 억대 자산가가 플렉스해버림 +6 24.08.18 13,523 247 12쪽
31 백수가 상태 이상에 안 걸림 +4 24.08.17 13,622 255 14쪽
30 19층 층계참 +4 24.08.16 13,731 266 14쪽
29 생계가 어려운 벤즈S클래스 오너 +8 24.08.15 14,114 250 15쪽
28 재벌이 그렇게 부탁하신다면야 어쩔 수 없죠 +11 24.08.14 14,354 256 15쪽
27 쿨거래 시 네고 가능? +8 24.08.13 14,333 281 15쪽
26 헌터 최고의 데뷔씬 +8 24.08.12 14,603 265 15쪽
25 폐급인 척 했는데 거물이 찾아옴 +12 24.08.11 14,629 267 12쪽
24 허세충이 대출을 못 숨김 +5 24.08.10 14,835 273 14쪽
23 백수가 대박사업계획을 세움 +9 24.08.09 15,142 287 14쪽
22 리빅이 작명에 성공함 +3 24.08.08 15,437 277 15쪽
21 공격도 복사가 된다고? +13 24.08.07 15,554 271 14쪽
20 일진이 삥을 뜯김 +6 24.08.06 15,657 285 12쪽
19 S급이 문돼를 만남 +8 24.08.05 16,152 281 14쪽
18 국민영웅이 정체를 숨김 +19 24.08.04 16,597 305 12쪽
17 탑급 헌터가 백수를 탐냄 +5 24.08.03 16,775 313 13쪽
16 신입이 호구를 안 잡힘 +9 24.08.02 16,986 314 13쪽
15 국가권력급 재벌이 찾아옴 +13 24.08.01 17,390 323 12쪽
14 백수가 국제 범죄자를 잡음 +7 24.07.31 17,363 331 13쪽
13 암살자에게 개거품을 물림 +10 24.07.30 17,658 374 15쪽
12 백수가 영약을 먹음 +6 24.07.29 18,172 331 15쪽
11 10억 받고 5일간 인터넷 안 하기 가능? +12 24.07.28 18,470 360 14쪽
10 백수가 전설급 아이템을 얻음 +8 24.07.27 18,859 356 12쪽
9 리빅이 업고 튀어 +9 24.07.26 18,985 372 14쪽
8 S급이 최초 생존자로 복귀함 +7 24.07.25 19,180 389 12쪽
7 미궁에 떨어져 버렸다 +9 24.07.24 19,211 372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