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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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0 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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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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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김첨지보다 운수 좋은 날

DUMMY


나는 예전부터 운이 나빴다.

동전을 던지면 꼭 내가 벌칙에 걸리는 면이 나왔다.

시험에서 찍은 문제는 그냥 틀렸다고 채점하면 얼추 정확했다.

가챠를 하면 반드시 천장을 쳤다.


회사도 그랬다.

부푼 꿈을 안고 지원한 두 회사에 모두 합격했다.

10년 연속 안정적인 매출 성장을 유지하고 있는 300인 이상 규모의 기업.

그리고 창업한 지 2년밖에 안 된 스타트업.

나는 전자를 골랐다.

그런데 그 회사가 부도가 나서 백수 신세가 됐다.

반대로 내가 포기했던 스타트업은 몇 년 만에 미친 듯이 성장해 이제는 상장 준비를 한단다.


그리고 이제 내 앞에 또다시 두 개의 운명이 놓였다.

F급이냐 S급이냐 하는 운명.


“근데 이게······ 기본적으로 마나량이 적으신 편입니다. 스킬도 단출하고.”


희망을 갖지 말라는 듯 어색하게 웃는 성욱.

내 마나량 수치를 보여준다.


[마나량] : 25


평균적으론 50이란다.

반토막.

더도 말고 덜도 말고 F급이라는 증거였다.


젠장.

이럴 거면 왜 로스터스 커피 사준다고 했냐.

그냥 네가 먹고 싶었던 거 아니야?


아마 싱글벙글해서 날 축하해주는 이유는 하나겠지.


‘아무튼 각성자가 나오는 건 실적이니까.’


F급이든 S급이든 일단 신규 각성자 등록은 빅이벤트이자 실적.

내가 아무리 폐급이라고 해도, ‘대한민국 각성자 수 N명 돌파!’ 같은 타이틀에 숫자 하나 올려줄 수 있을 테니.


“제가 S급일 확률은 없는 건가요······?”

“없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보통 S급이면 마력이 최소 1000 이상은 되거든요.”


1000마나······.

25마나인 나는 명함도 못 내밀겠네.


“그래도 몇 가지 설명 먼저 해 드리겠습니다. 일단 급별 각성 축하금을 보시면.”


성욱이 내게 표를 보여줬다.

S급부터 F급까지 배정된 각성 축하금.


S급은 1억.

F급은 100만 원이다.


‘100만 원이라니.’


인터넷상에선 언급도 안 되던 금액이다.

평균 올려치기가 심한 온라인 세상.

F급은 커뮤에서 댓글 하나 제대로 달지도 못하니까.


“사실 100만 원도 큰돈 아닙니까! 허허!”


성욱이 웃었다.


꽁돈 100만 원?

크지.

당분간 계좌 빵구날 걱정 없이 살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은 1000만 원씩 받아 간다는데 나는 100만 원?

그건 기분이 다르다.


“그리고 너무 낙담하지 마십쇼! F급이라도 평범한 사람보단 특별하잖습니까? 그 특기 살려서 취업한 사례도 많이 봤습니다.”


백수를 위한 최선의 응원.

눈물 난다.


“각성자 카드도 이번 달 안으로 발급될 거고요. 각성자 관련 교육은 7일 안에 10시간 이수하셔야 합니다. 오프라인이랑 온라인 교육 모두 선택 가능한데, 어느 쪽이 편하신지······?”

“온라인이요.”

“온라인, 알겠습니다. 대신 성실하게 이수해 주십쇼. 안전이나 법률 정보도 있으니까요.”

“예.”

“10시간 이수하시면 간단한 필기시험 있으니까 온라인으로 응시하시면 되고요.”

“예.”

“또 각성자 관련 정책에 대해 궁금하신 점 있으면 안내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안내서는 메일 통해서 PDF 파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성욱이 각성자 관련해서 계속해서 설명했다.

나는 맥이 빠진 목소리로 기계적인 대답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과장님, 샐러드집 해결 됐답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너······ 조종인?”

“구태석?”


아는 얼굴이다.

1학년 때부터 차를 끌고 다니던, 집안 빵빵한 녀석.

아버지가 뭐 대기업 임원이랬나.

친하진 않고 수업에 조별 과제 몇 번 한 사이인데.

녀석을 여기서 만날 줄이야?


태석이 날 보며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웃었다.


“야, 설마, 이름 똑같길래 혹시나 했더니.”


나를 기억해?

대학시절 나, 아싸 중에 아싸.

집이 그다지 잘 사는 게 아니었으므로 학교 끝나면 아르바이트 하겠다고 바로 나가느라 동기들과 잘 알지도 못했다.

구태석이 내 얼굴을 기억하는 게 신기한데.


“구 팀장, 여기 각성자님과 아는 사인가?”

“아, 예. 대학 동깁니다.”

“그래? 마침 잘됐네. 그럼 자네가 잘 알려드려.”


박 과장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구태석에게 자기 자리를 물려주고 나간다.

그럴 필요 없는데.

별로 친한 사이도 아니고.

역시나 어색하게 흐르는 정적.


태석은 박 과장이 가지고 있던 태블릿을 훑어본다.


X급, 마나량 25, 백수, 실업급여 받는 중······ 따위의 정보가 쓰인 태블릿을.


“넌 여전하네.”


태블릿을 보며 중얼거리는 태석.

이거 왠지 기분 나쁜데.


“너무 걱정하지 마. F급으로도 다들 잘 살아.”

“응, 알아. 뭐 전이랑 다를 거 있나.”


괜히 세게 나갔다.

그래, F급이 병도 아니고, 평범한 사람에서 특별한 점 하나 더 생긴건데 오히려 좋지.

태석 덕분에 오히려 긍정회로가 잘 돈다.


“은평구 사네? 가깝네. 언제 한 번 우리집 놀러 와라. 저쪽 힐이지오 알지? 얼마전에 거기 하나 샀거든.”

“너도 여전하네.”


아직 서른도 안된 나이에 브랜드 아파트에 살고.


“미관부 공무원이 벌이가 나쁘지는 않아서. 시험 통과한 보람은 있어야지.”


미관부 공무원은 특별하다.

일반 공무원들과 다르게 봉급도 꽤 높은 편이라 어지간한 사짜 직업만큼 인기가 좋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른에 10억 넘는 아파트를 살 정도는 아니다.

절반 이상이 부모님 덕일 터.


“종인아, 여자친구는 있고?”

“백수가 여자 친구가 어딨냐.”


실업급여 받는 거 이미 털린 마당에, 웃어 넘겼다.


“왜, 사귈 수도 있지. 하긴 너 대학 시절에도 모쏠 아니었냐? 야, 내가 소개시켜 줄까? 내 여친 친구 중에 예쁜 애들 많아.”

“아냐. 됐어. 관심도 없고.”

“관심 없긴. 옷도 좀 새로 사입고 머리도 자르고 해라. 그래야 여자친구도 사귀지.”


진짜 관심 없는데.

딱히 여자들 많은 자리가 편하지도 않고, 누구랑 사귀어보고 싶다는 생각 해본 적도 없고.

뭐, 구태석은 항상 발정난 것처럼 여자 찾아다니느라 안달이긴 했으니 나랑 정 반대긴 하다.

저런 말은 무시하는 게 편하지.


“아무튼 다음에 시간 되면 우리 집에 한 번 놀러 와.”

“너희 집에?”

“밥은 내가 산다. 오랜만에 만난 동기잖냐. 같은 동네에 사는데 초대도 못해?”


썩 가고 싶은 마음은 안드는데.


“삐리빅!”


[무료 식사는 경제적입니다.]


불쑥 끼어드는 리빅이.


“그건 뭐냐?”

“아, 이건······ 내 소환체.”


대충 얼버무렸다.

길가다 주워서 각성했다고 말했다간 국가에서 회수한다 어쩐다 말이 나올 것 같아서.


“야, 이런 소환체는 또 처음 보네?”

“삐리빅.”


[지구 상 골든 타이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당연하다는 듯 으스대는 리빅이.


“말은 못하냐?”

“어? 구어로 말은 못하기는 하는데······. 괜찮아. 나랑 의사소통 되거든.”

“말도 못한다고? 요즘 AI도 유창하게 외국어까지 다 하는데. 삐리빅이 뭐냐, 하하.”

“삐릭!?”


태석의 무시하는 반응에 리빅이가 발끈하며 발을 탁탁 구른다.

그런 리빅이의 동그란 머리를 쓰다듬으며 달래줬다.


“소환체면 보통 영웅이라든가, 악마, 몬스터 같은 거 소환하지 않나?”


고랭크 소환사들의 소환체들은 확실히 그렇지.

웅장하고 번쩍번쩍하고 화려하고.

존재만으로도 압도감이 줄줄 흐른다.

마치 신이 강림한 것처럼.


“IoT 연동은 되고?”

“어······. 연동되는 느낌이지?”


시키면 불도 꺼주고 할 수는 있으니까.

애매한 내 말에 태석이 웃는다.


“재취업에 쓰긴 어렵겠다.”


F급은 각성 능력을 살려 충분히 성공가도를 달리곤 한다.

미각 특기를 살려 요식업에서 승승장구하는 F급이라든가.

목소리 변조 특기를 살려 성우로 잘 나가는 F급이라든가.

하지만 태석이 보기에 리빅이는 그런 데 쓰긴 어려운 모양.


“삐릭!”

“그래도 꽤 일 잘하고 똑똑해.”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하던가.

하루만에 내 골드타이탄이라고 옹호하게 되네.


“그래? 뭐, 그럼 다행이고.”


못 믿는다는 듯 시큰둥한 반응.


그때, 마침 커피를 사고 돌아온 수진.


“타이밍 좋네. 커피 마시고 조심해서 들어가라. 나는 아래 일이 있어서.”


태석이 어깨를 두들기고 나갔다.

나, 뭐 설명해주려고 온 거 아니었냐?



* * *




집 근처 삼겹살 집.


“어서오십쇼!”


비록 X급이지만, 배에 기름칠하기로 한 결심은 굽히지 않기로 했다.

100만원은 나온다잖아.

이 정도 사치는 괜찮겠지.


드럼통 원형 테이블.

등받이 없이 소지품을 넣을 수 있는 깡통 스툴.

전형적인 삼겹살집이다.

스툴에 가방을 넣고 리빅이를 옆자리에 앉혔다.


“너, 음식 먹는 거 다른 사람한테 들키면 안돼. 의자 밑에 있어.”

“삐리빅?”

“사람들이 보면 이상하게 생각한단 말이야.”


테이블에 올라오지 못하도록 단단히 주의를 줬다.


곧 직원이 메뉴판을 가져다준다.

고기 굽기엔 이른 점심 시간이라 그런지 직장인을 겨냥한 점심특선 메뉴가 맨 앞에 나와 있다.

김치찌개 한 상 7천 원.

된장찌개 한 상 7천 원.

돼지불백 한 상 7천 원.


하지만 오늘의 나는 부유하다.


“여기 생삼겹 2인분이요. 소주도 파란 걸로 하나 주세요.”


점심 특선의 몇 배가 되는 값을 주문한다.

오늘 점심, 이곳의 VIP는 나다.


직원이 와서 불 위에 솥뚜껑을 얹는다.

새까맣게 윤이나는 솥뚜껑이 따스하게 달궈진다.


“배고파서 죽는 줄 알았네.”


아침부터 구청가서 각성자 등록하겠다고 나와서 이시간까지 또 아메리카노 한 잔만 먹었다.


“생삼겹 2인분 나왔습니다.”


직원이 비계 부분으로 솥뚜껑을 닦듯이 기름칠을 한다.


치이익-


달궈진 솥뚜껑 위에 올리자마자 퍼지는 소리.

심금을 울린다.


기름칠을 하고 고기를 올려주자 환상의 하모니가 퍼진다.


“구워 드시면 되세요.”


환풍기를 내려주고 떠나는 직원.

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에서 맛있는 냄새가 번지기 시작한다.

참지 못하고 테이블로 뛰어 올라오는 리빅이.


“올라오면 안된다니깐?”

“삐리빅······?”

“알았어, 구경만 해. 먹을 땐 내려가고.”

“삐리빅!”


좋아, 구경꾼도 생긴 김에 내 실력을 보여줘야지.

솥뚜껑에 빙 둘러 펼쳐 놓은 고기.

기름이 녹아 나오길 기다린다.

적당히 기름이 빠지면 테두리에 빨갛게 무친 콩나물과 김치, 마늘도 채워준다.

돼지기름에 맛있게 익어간다.


“삐리빅! 삐리빅!”


고기를 뒤집을 때마다 흥분해서 어쩔 줄 모르는 리빅이.


마이야르 반응이 일어난 겉면은 먹음직스러운 캬라멜 빛이 돈다.

바삭바삭한 느낌이 들도록 잘 익은 겉면.

비계가 녹아 흐른 기름으로 반들반들 윤기가 흐른다.


“하, 맛있겠다.”


백수가 되고 한동안 사먹지 못했던 삼겹살!

냄새가 진짜 죽이네.


“됐다.”


젓가락을 쓸 것도 없이 집게 채 입에 한 점 가져다 넣는다.


“삐빅! 삐빅!”


자기는 안 주냐며 흥분하는 리빅이.


“잠깐, 잘 익었나 먼저 보는 거야.”


고기 한 점을 씹으며 달래준다.


“잘 익었네.”


내가 구웠지만 완벽하다.


고기가 너무 익지 않게 가장자리로 빼놓고, 콩나물 무침이 있던 접시에다가 고기 몇 점을 덜어 슬쩍 스툴에 내려놓는다.

그러자 지체없이 내려가 고기를 집는 리빅이.

바로 흡입구를 연다.

그 순간.


와장창!


“내가 우스워? 싸구려 된장찌개나 사먹는다고 손님 무시하냐고!”


옆 테이블이 엎어지며 리빅이가 앉아있던 의자가 넘어간다.


“삐릿!?”


흡입하지 못한 채 바닥으로 떨어지는 삼겹살 접시.

날아가듯 떨어지는 리빅이.


철퍽.


리빅이는 다행히 무사히 착지했지만, 삼겹살은 운명을 다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손님, 무시하는 게 아니라 된장찌개 한 상엔 계란찜이 안 나오세요.”

“X발, 그깟 계란 얼마나 한다고! 너 네가 누군지 알아?!”


옆테이블에선 수염도 깎지 않은 아저씨가 목에 핏대를 세운다.

계란찜 하나에 화가 많이 난 거 같은데.


‘일진 사납네.’


어제 각성하느라 쓴 대운의 반작용으로 오늘은 대흉이 찾아온 모양이다.


‘왜 하필 내 옆자리야.’


눈 안 마주치려고 리빅이 챙기는 척하며 고기를 뒤적이는 나.


“손님. 이렇게 막무가내로 요청하시면······.”

“X발, 내가 누군지 아냐고! 내가 그 귀하디 귀한 각성자야! 알아!?”


부웅-!


아저씨의 몸에서 푸른 빛이 희미하게 감돌더니 바닥에 엎질러져 있던 젓가락이 공중으로 떠오른다.


“가, 각성자다!”


겁을 먹은 알바생과 주위의 손님들이 잔뜩 겁에 질렸다.


무서운 건 나도 마찬가지.

세상에 각성자가 나온 이후 이따금 뉴스에 이런 기사가 뜨곤 했다.


<미등록 각성자 난동, 100여명 사상 참사>


각성자의 이능은 일반인이 갖지 못하는 특별한 능력.

아무리 사소하다고 해도 총을 든 난봉꾼만큼 위험할 수 있다.

그래서, 각성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던 초기에는 각성자가 범죄를 저질러 사회 문제가 됐다.

국가에서 미리 각성자를 찾아서 정식 등록시키려는 것도, 각성 축하금을 주는 것도 다 이런 역사 때문.


그런데 몇 년간 뜸했던 그 각성자 난동이 지금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김첨지도 나보단 운수가 좋겠다. 젠장.’


평화롭게 고기 구워먹다가 대체 무슨 사달이란 말인가.


“이렇게 된 건 다 너희들 때문이야! 알아!? X발, 도망치는 새끼들은 다 죽을 줄 알아!”


흥분한 아저씨가 격앙된 목소리로 사람들을 몰아세웠다.

눈깔이 완전 훼까닥 돌아버렸다.

누가 까딱 움직이기라도 하면 진짜로 죽일 기세.


‘젠장, 나도 각성자인데······!’


가지고 있는 스킬이라고는 「호출」하나.

그러나 리빅이는 내 앞에서 바닥에 떨어진 삼겹살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삐리이잇!?”


급발진하듯 소리치는 리빅이.


“쉿!”


나는 리빅이를 손으로 붙잡으며 다급히 진정시켰다.

하지만 아저씨의 돌아버린 눈깔이 나를 휙 쳐다본다.


“뭐야, 너도 내가 우스워?!”

“아니요, 그게 아니라······!”


성급히 해명을 덧붙이려는데.


“어차피 X같은 인생, 너희도 다 뒤져!”


슈욱-!


공중에 떠있는 젓가락 하나가 내 쪽으로 빠르게 날아온다.


‘와, 씨. 진짜 X됐다. 각성하자마자 저세상행 실화냐.’


피할 새도 없이 내 짧은 명운을 기리던 찰나.


팅!


날아오던 젓가락이 내 몸에 닿기 전에 튕겨나간다.


‘이건 아까 심사실에서 폭발 때 생겼던······?’


내 몸을 푸른 빛이 감싸고 있다.

마치 방어막처럼.

그리고.


[파일럿에게 위협이 되는 대상을 제거합니다.]


떠오르는 시스템창과 함께 손 위에 올라와 있던 리빅이의 눈이 커다랗게 확장된다.

그리고, 푸른 마석에 응축되듯 모이는 에너지.


그 에너지를 보자마자 나는 직감했다.

저거 맞으면 진짜 뒤진다.

날아오는 젓가락 수준이 아니다.


“자, 잠깐 리빅아! 살인은 안돼!”


아무리 그래도 삼겹살 먹다가 살인은 아니잖아!


저 아저씨가 미친 놈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내가 살인자가 되겠다는 건 아니다.

아무리 F급이라고 해도, 이제 막 각성했는데 살인죄를 뒤집어쓰면 무슨 소용인가!


하지만 나의 만류는 0.01초 정도 늦었고, 리빅이에게선 이미 에너지가 쏘아져 나갔다.

아.

조졌다.


콰아아아아아앙!!!!


대포처럼 쏘아져 나간 에너지탄.

푸른 에너지탄은 아슬아슬하게 아저씨 머리 위쪽을 빗겨나가더니 삼겹살집 천장을 날려버렸다.


털썩.


자리에 주저앉는 아저씨.

빗나간 에너지탄이 스쳤는지, 아저씨의 정수리는 머리카락이 날아가 완전히 벗겨져 있었다.


“괴, 괴물······!”


탈모빔을 맞은 아저씨가 넋이 나간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살인 금지 명령에 따라 계획을 수정합니다.]


머릿속에서 울리는 시스템.

동시에.


피슉!


리빅이에게서 이번엔 한줄기 바늘같은 빛이 아저씨에게 쏘아져 나갔다.


풀썩.


빛을 맞고 쓰러져버린 아저씨.


[위험 대상 제압 완료]


눈 앞에 떠오르는 시스템창의 글자가 참 당당하다.

나는 쓰러진 아저씨를 한 번 쳐다보고 고개를 들어올렸다.


위기를 넘긴 건 좋다.

분명 좋긴 한데······.


뻥 뚫린 천장 위로 새파란 하늘이 보인다.

파스스, 무너진 천장에서 잔해가 떨어져 내린다.

새파란 하늘을 보니 눈이 시려서인가.

눈물이 나는 초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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