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지 매니전지 헷갈린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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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흘렸어
작품등록일 :
2024.07.20 14:54
최근연재일 :
2024.08.0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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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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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02화

DUMMY

자원봉사자 김순자가 주고 간 타로를 한참 동안 만지작거렸다.


“정말 이게 내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순간적이지만,

정말로 믿고 싶은 마음이 스쳐 지났다.


“그나저나 이런 타로는 오랜만이네.”


타로는 나름 익숙했다.

물론 타로 마스터라서 익숙한 게 아니라 타로를 자주 보러 다녀서 그런 거다.

특히 연예인 중 몇몇은 미신이나 징크스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기에 타로 마스터뿐만 아니라 무당이나 도사, 스님도 자주 만났었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고, 분식집 개 3년이면 라면을 끓인다고 했다.

나도 당연히 타로를 조금 볼 줄 알았기에 잘 섞은 뒤 3장을 뽑았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나타내는 각각의 타로를 차례로 뒤집었다.


과거는 심판(Judgement) 역방향.

역시 나는 후회하고 있었나 보다. 이 타로는 과거 행동에 대한 후회를 상징했다.


현재는 소드 10(Ten of Sword) 정방향.

절망과 고통, 배신을 상징한다. 지금의 내 상황과 너무나 딱 맞아떨어졌다. 박제명 대표에게 뒤통수를 맞기 전에 먼저 타로라도 봤었으면 어땠을까 싶다.


미래는 별(The Star) 정방향.

이것은 희망과 치유를 상징한다. 어려운 시기를 지난 후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타로다. 나는 곧 뒈질 텐데? 그럼, 죽어서 하늘에 별이라도 된다는 뜻인가······. 역시 미신은 미신일 뿐. 뒷맛이 씁쓸했다.


타로를 쥐고 지낸 지도 벌써 며칠이 흘렀다. 간혹 지나가다 눈이 마주친 김순자가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을 따름이었다.


이제 점점 호흡이 가빠오기 시작한다. 그래도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몽롱하고 평온한 느낌만 있을 뿐. 모든 게 다 마약류의 진통제 때문이다.

끝을 향해 그저 받아들여야 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타로 덱에서 희미한 빛이 흘러나와 침대 주변을 밝혔다.


눈앞에 아이돌 최유진과 여배우 문서율의 모습이 나타났다.

나를 마중 나왔나 보다.

힘을 모아 지탱하고 있던 호흡기를 밀어냈다. 사과하고 싶었다. 진심을 담아서.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은······ 내 비겁한 변명······이었어요. 외면해서······ 미안했습니다. ······정말로.”


얼핏 둘의 웃는 모습이 보인 것은 내 착각이었을까?


삐이이――

심장이 멎었다는 기계음과 함께 의식이 서서히 꺼져갔다.


* * *


감았던 눈꺼풀을 뚫고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느긋하게 눈을 떴다.

맑고 푸른 하늘.

드문드문 뭉게구름이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다.


천국으로 가는 길인가?


마음이 저절로 평화로워지려는 순간,


빠아앙―

자동차 경적이 멀리에서 들려왔다.


콜록. 콜록!

웬 담배 연기까지······.


고개를 내려 사방을 살피니, 오래전 구사옥의 옥상 전경이 펼쳐졌다. 옥상 흡연장이니 담배 연기가 나는 게 당연한 곳이다.


잠깐만.

그런데, 나 죽은 거 아니었나?

아니면 죽기 전에 보인다는 그 주마등인가 뭔가가 아직 안 끝난 건가?


내 볼을 힘껏 꼬집었다.


“아야!”


아픈 걸 느낀다니. 현실감이 넘쳤다.

구사옥에 있을 때는 내가 담배를 끊지 못한 때였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주머니를 뒤졌다. 담배는 없었다. 그런데,


“이, 이게······ 왜?”


자원봉사자 김순자에게 받은 타로 덱이 담배 대신 주머니에 들어 있었다. 타로 덱을 열어 보려고 손을 가져다 댔다.

순간 카메라 플래시처럼 밝은 빛이 반짝이고는 금세 사라졌다.


“이 빛은 뭐야?”


그때, 담배 냄새와 향수 냄새가 불쾌하게 풍겼다.


“차현우 씨?”


재수 없는 목소리가 또 들렸다. 입사 동기 임선우였다.

무심코 고개를 돌리다가 깜짝 놀랐다.


“으헉!”


20년 전의 그 파릇파릇한 임선우가 나를 보고 사람 좋은 척 말을 걸고 있었다.

임선우는 내 반응이 웃겼나 보다.


“에이~ 뭘 놀라고 그래요? 인턴 끝나니 홀가분하죠? 저도 그래요.”


뭐가 끝나? 인턴?

그러고 보니 내 손의 주름도 없고 몸도 가벼웠다.


“인턴이 끝났다고요?”


임선우가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끝났잖아요. 차현우 씨하고 저만 오늘 정직원이 되는 거죠. 이거만 태우고 내려가죠. 박 실장님이 9시까지 오라고 하셨잖아요.”

“박제명 실장님요?”

“네, 기억이 안 나세요?”

“아, 아니요. 얼른 내려가죠.”


어찌 된 영문인지 전혀 모르겠다.

주머니 속 구형 핸드폰을 꺼내 보니.

아무튼 오늘은 22년 전이다.

만약 이게 꿈이 아니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겪는다는 회귀인 건가?


오래된 기억을 조금씩 끄집어냈다.

가물거리는 기억이 맞다면 오늘 나에게 걸그룹 스텔라에 관한 일이 맡겨질 것이다.

회사 생활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지는······.


임선우와 함께 박제명 실장을 찾아갔다.


“안녕하십니까. 실장님.”

“그래요. 자리에 앉으세요.”


박제명은 임선우에게 미소를 띠며 업무지시를 했다.


“임선우 매니저는 오늘부터 2팀 소속이에요. 송민석 팀장에게 지시를 받고 곧 데뷔할 샤이닝퀸즈를 맡게 될 겁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네, 그럼. 먼저 나가보세요.”


꾸벅 인사를 마친 임선우가 먼저 나갔다.

22년 전과 똑같았다.

그때도 박제명이 임선우를 먼저 내보내고 난 뒤에 나에게 추가로 지시했었다.


바싹 긴장한 채 정신을 집중했다. 무슨 말을 할지 박제명을 쳐다보는데, 머리 위로 이상한 게 보였다.

사람의 머리통만큼 커다란 타로였다.


“차현우 매니저는 오늘부터 1팀 소속이에요. 오승민 팀장에게 지시를 받아서 스텔라를 맡아······.”


박제명이 뭐라고 말을 이어나갔지만, 도통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타로와 키워드만이 계속 눈에 아른거렸다. 마치 스마트폰으로 증강현실 게임을 하는 것처럼 카드가 머리 위로 보였다.


< 박제명 - 황제(역방향) >

* 키워드 : [위선]


왜 저런 것이 보이는지 모르겠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박제명의 위선적인 상태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


“차현우 씨! 제 말 들리시나요?”

“아? 네, 네!”

“집중해 주세요. 첫날부터 이런 식이면 곤란합니다.”


박제명의 표정이 차가워졌고. 놈의 금테 안경 너머 실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첫날부터 찍히면 좋을 게 없다.


“주의하겠습니다. 실장님.”

“그래, 아무튼 스텔라를 잘 설득해서 조기 해체할 수 있도록 수완을 발휘해 보세요. 오 팀장에게는 아직 아무 말 말고요. 내 말 아시겠죠?”

“네······.”

“그리고, 메인보컬이자 리더 이수현은 솔로로 써먹을 생각이니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됩니다. 나가서 일 보세요.”


인사하고 실장실에서 바로 나왔다.


걸그룹 스텔라의 조기 해체.

박제명은 22년 전과 똑같은 임무를 내게 맡겼다.


임무를 맡고 며칠이 지나지 않아 메인보컬이자 리더 이수현이 2팀으로 가서 솔로로 나섰었다. 나머지 스텔라 멤버들이 울고불고 난리가 났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그 당시의 나는 아무것도 몰랐다. 그저 박제명 실장이 시키는 대로 아이들을 설득했었다.


“얘들아, 메인보컬도 없이 어떻게 스텔라를 유지하겠어?”

“멤버 충원? 너희들 음원 최고 성적이 367위야.”

“신곡? 위에서는 챙겨줄 여력이 없나 봐.”

“이렇게 시간 낭비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다른 길을 찾아야 해.”

“유진이는 연습생을 하고 싶다고? 그래, 2팀에 자리가 있으니, 그쪽으로 알아봐 줄게.”


그때는 그렇게 처리했었다.

결국 스텔라는 조기 해체, 김지원과 제이즈는 회사를 나갔고 최유진은 2팀의 연습생으로 다시 들어갔다.


결과만 보자면 송민석 팀장과 최유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고 그로 인해 유진이가 세상을 등졌다고 들었다.

이후 유서를 들고 찾아온 유족들이 회사와 싸웠다. 고소니 마니 하며 에이스 엔터를 들었다 놓았다 난리가 났었다.

결국은 오승민 팀장이 스텔라를 끝까지 지키지 못한 자신의 책임이라며 무릎을 꿇고 사죄했다. 그리고 사직서까지 제출하며 책임을 통감하자, 유족 측에서 마지못해 합의했다고 한다.


이게 내가 알고 있는 앞으로 일어날 일이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난 22년 전으로 되돌아왔다.

인생에 있어서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진 셈이다.


이런 미래를 알면서도 전과 같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할 수는 없다.

박제명 실장에게 대답은 했지만, 이번에는 스텔라를 해체하지 않을 거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낼 생각이다.


최유진도 구하고 문서율도 구할 것이다. 그리고 박제명이 제멋대로 휘두르지 못하게 막을 것이다.

그렇게 결심했다.


한편으론 내게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궁금한 마음도 들었다. 죽기 전 타로 덱을 주었던 자원봉사자 김순자의 말이 떠올랐다.


-이 타로 덱에는 특별한 힘이 있어요. 항상 몸에 지니고 있으면, 당신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 거예요.


타로 덱을 꺼내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정말 이 타로 덱 때문에 회귀하고 이상한 타로가 보이는 걸까?


당장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중요한 사실은 내가 앞으로 일어날 미래를 일부나마 알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22년간 쌓은 경험이 큰 자산이 될 터였다.


물론, 로또 번호라도 미리 알고 사면 좋겠지만.

현실은 불가능하다.

당장 한 달 전 당첨된 로또 번호를 외우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지금은 22년 전이니, 당첨 번호를 기억한다는 건 아예 불가능하다.


주식이라도 관심이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그것도 꽝이다.

부동산은······ 뭐 돈이 있어야 사 두던가 하지.

UDT 복무 마치고 바로 이쪽에 뛰어든 터라, 지금은 월세 내고 살기에도 빡빡한 재정 상태였다.


지난 생은 엔터 쪽 일과 피규어, 프라모델 외에 남은 게 없었다. 그래서 이번 생은 좀 더 사람 냄새나게 살고 싶다.

췌장암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회를 얻은 것에 대해 감사하고,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겠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며 1팀 사무실로 들어섰다.

오승민 1팀장이 반갑게 맞이했다.


“어이! 차현우 매니저. 정식 출근을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팀장님.”


오승민 팀장은 아직 첫날이라 말도 놓지 않았다.

스텔라를 담당하는 김영찬 과장이 흐뭇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오랜만에 막내가 들어왔어. 우리 스텔라하고 정식으로 인사나 하러 갈까?”

“네, 과장님.”


오승민 팀장이 김영찬 과장에게 한마디 던졌다.


“김 과장아, 첫날부터 기운 너무 빼지 마라. 지친다.”

“살살 갈게요. 살살. 제 신조 아시면서 저러신다. 길고 가늘게 쭈우욱 오랫동안!”

“김 과장아, 혹시 너 때문에 우리 스텔라가 가늘어진 거 아니냐?”

“팀장님, 그거야 만든 놈 때문에 그런 거 아닙니까. 제 탓이라뇨. 섭섭합니다.”


사무실을 나와 김영찬 과장과 함께 스텔라가 있는 연습실로 향했다.


“과장님, 만든 놈 때문이라는 건 무슨 뜻인가요?”


김영찬 과장이 웃음으로 대충 얼버무렸다.


“하하하, 그런 게 있어요. 너무 많이 알면 다칩니다. 차현우 씨.”

“아, 네.”


내보낼 걸그룹이라는 선입견 때문이었는지. 그때는 스텔라의 노래조차도 잘 몰랐다.

김영찬 과장이 연습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과장니임―!”

우다다다.

귀여운 강아지상을 가진 메인댄서 김지원이 달려왔다.

중성적인 매력을 가진 래퍼 제이즈가 시크하게 인사했다.


“안녕······요.”


리더이자 메인보컬 이수현이 나에 대해 바로 물었다.


“과장님, 오셨어요? 옆에 이 모델분은 누구······?”


이수현의 뒤에서 최유진이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비주얼을 담당하는 막내답게 예쁘면서도 귀여웠다.


“어, 아저씨 키가 되게 크네요?”


다시 본 걸그룹 스텔라 때문에 감회가 새로웠다.

특히, 밝은 표정의 막내 최유진을 보니 너무 좋았다. 이번에는 절대 후회하지 않으리라 또다시 결심했다.

김영찬 과장이 과장된 몸짓으로 나를 소개했다.


“짜잔― 앞으로 너희들과 함께할 새 매니저야. 멋있지?”


그러면서 내 어깨를 툭툭 쳤다.

덕분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반가워요. 신입 매니저 차현웁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김지원이 간식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눈을 빛내며 물었다.


“우와~ 난 배우인 줄? 매니저 옵빠. 몇 살이에요?”


연이은 스텔라 멤버들의 반응이 다양했다.


“이번엔 오래 갔으면······.”

“아~ 신입이셨구나. 암튼 잘 부탁해요. 매니저님.”

“매니저 아저씨, 운동했어요?”


김영찬 과장이 눈치껏 스텔라를 제지했다.


“자자, 이제 그만하고 연습들 하자.”


“히잉~ 과장님 나빠요.”

“연습······.”

“얘들아, 연습하자.”

“네, 언니.”


리더의 지시에 따라 스텔라가 다시 연습을 시작했다.

그런데, 멤버를 이끄는 이수현의 머리 위로.


< 이수현 - 소드 7(정방향) >

* 키워드 : [배신]


타로가 선명하게 보였다.


전생의 기억으로 미루어 이수현이 스텔라를 배신하고 나가는 건 다가올 미래.

머리 위 타로는 그것을 알리기 위함인건가?


이 타로가 왜, 무슨 조건으로 사람의 머리 위에 나타나는지 궁금증이 점점 커져만 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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