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지 매니전지 헷갈린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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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흘렸어
작품등록일 :
2024.07.20 14:54
최근연재일 :
2024.08.0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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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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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화

DUMMY

박제명 실장에게 스텔라에 관한 전권을 받을 때부터 생각했었다.

이번 디지털 앨범은 2곡.

「Tonight」 편곡으로 박제명의 아웃소싱 능력에 빅엿을 먹이고, 자작곡으로 제이즈의 능력을 모두에게 입증할 계획이다.

제이즈가 자작곡 「Reject」를 플레이시켰다. 이 노래는 노오력했지만, 사회에서 거부당한 소수를 위한 응원가였다.


“우앗! 이것도 완전 대박! 대박대박대박.”

“제이즈 언니, 작곡가 선생님 같아요.”

“언니, 이 노래도 머찌다!”


노랫말과 멜로디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물론 제이즈의 손을 거쳐 흘러나온 곡은 완전히 다듬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매우 좋았다.

실력 있는 프로듀서가 맡아준다면 더욱 완성도 높은 곡이 될 것이다.


“제이즈, 곡 너무 좋다. 일단 2곡 다 나한테 폰으로 좀 보내줘.”

“네······, 매니저 오빠.”


김지원이 폴짝거리며 나섰다.


“매니저 옵빠! 이거 안무 내가 만들어보고 싶어요. 네? 네? 네?”


제이즈가 츄르 2개를 먹고 난 고양이처럼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는 뜻이었다.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그럼 한 번 만들어봐.”


* * *


회귀 전에는 에이스 엔터 사내에 실력이 꽤 좋은 프로듀서나 보컬 트레이너, 랩 트레이너, 댄스 트레이너 등이 상주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에이스 엔터는 원래 배우 매니지먼트에 강한 회사였다. 이 무렵부터 걸그룹과 보이그룹, 가수 부문으로 확장해 나가기 시작할 때였다.


‘맡길 인간이 없네······.’


미래의 천재 싱어송라이터 제이즈로부터 곡은 받았지만, 이를 프로듀싱할 음악 프로듀서와 보컬 트레이너, 댄스 트레이너가 없는 거나 마찬가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예산이 없다.

돈만 많으면야 함께 작업할 실력 좋은 사람은 꽤 있겠지만. 그놈의 돈이 웬수다.

이리저리 발품 팔며 알아보다 며칠이 지났다.


오늘은 김지원이 짠 안무를 보는 날이다. 스텔라 멤버들과 연습실에 옹기종기 둘러앉았다.

내 기억으로 전생에서 김지원은 댄스 경연대회에 나가서 상위권에 랭크되었었다. 그래서 해보겠다고 나섰을 때 선선히 맡겼었는데······.

아직은 때가 이른 모양이었나 보다. 의욕은 앞섰지만, 뛰어난 안무는 아니었다. 전에 「Tonight」 보다는 조금 나은 수준이랄까.

제이즈의 입에서 냉정한 평가가 나왔다.


“지원아······ 조금. 부족······?”


신세영의 평가도 비슷했다.


“지원 언니, 수고했어요. 원래 「Tonight」 보다는 훨씬 좋은데, 약간 아쉬운?”


최유진은 마음 씀씀이가 예뻤다.


“난 좋아요.”


그래, 누군가는 편을 들어줘야지.

김지원이 진지하게 물었다.


“매니저 옵빠, 솔직히 말해봐요. 구려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대답했다.


“응, 조금 구려.”

“으읔, 나 심장에 상처 입음.”


김지원이 가슴께를 화살 맞은 것처럼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매니저 옵빠, T였어.”


제이즈도 한마디 끼어들었다.


“지원이 ······F인데.”


바닥에서 바둥거리던 김지원이 갑자기 일어나 후다닥 달려왔다. 무언가 결심한 듯 내 팔을 콱 잡아끌었다.


“매니저 옵빠, 나 좀 도와줘요.”

“응?”

“나 쌤 찬스권을 쓰고 싶은데, 같이 가요.”

“쌤 찬스권?”


김지원의 쌤이라는 말에 혹시나 하는 기대감이 생겼다.

그 댄스 크루의 리더가 아닐까?


“아! 진짜. 도와줘요.”

“알았어. 도와줄게.”

“나가요. 얼른.”


주소를 넘겨 받았다. 내비를 찍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김지원이 폰을 들고 통화 버튼을 누르자, 허스키한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쌤, 저예요. 지원이. 네······. 네. 죄송해요. 네. 그래서 지금 찾아뵈려고요. 오지 말라고요? 쌔앰~ 아잉~ 네. 네. 바로 갈게요.”


통화를 마친 김지원의 볼이 발갛게 상기되었다.


“누구?”


김지원의 표정에서 자랑스러움이 묻어났다.


“연습생 되기 전에 댄스 크루 쌤요. 완전 실력자임.”


지원아, 너도 실력자란다.

이제 겨우 20살인데.

며칠 만에 짜낸 네 안무가 돈 펑펑 처바른 「Tonight」 안무보다는 낫잖아.


김지원과 나는 간판도 없는 건물 3층의 댄스 학원에 도착했다. 오래된 건물이라 복도가 어둡고 낡아 보였다.

마침 수업이 끝났는지 수강생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낮 시간대의 특성상 아주머니들이 많았다.


“새로운 수강생인가 봐요?”

“모델인가 봐, 모델. 시원하게 잘 생겼네.”

“우리 신랑이 저 반만 되면 내가 맨날 업고 다닌다.”

“하이고, 옆에 애는 곱네. 고와~”


아주머니 수강생들의 수다와 시선을 느끼며 연습실 안으로 들어섰다.


“쌔앰―!”

우다다다.

옆에 있던 김지원이 강아지처럼 달려 나갔다.


김지원을 안고 토닥거리는 쌤. 나도 기억하는 얼굴. 허니 케이였다.

국내 최고의 걸스 힙합 댄스 크루 「홀리노바」의 리더다.

앞으로 몇 년 뒤에 댄서들의 위상을 크게 끌어올린 인물 중 하나로 뽑혔다.

「우먼 스트리트 파이트」라는 댄스 경연 프로그램으로 대중들에게 그 이름을 알렸다. 이후 시대의 한 획을 긋고는 후진 양성을 위해 힘썼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연히 지금도 방송계에서 꽤 높은 지명도를 가지고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에이스 엔터의 차현우 매니접니다. 현재 스텔라를 맡고 있습니다.”

“그래요······ 허니 케이에요.”


그녀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냉랭했다.

상태를 요약하자면 심기 불편?


“쌤, 이번에 새로 온 매니저 오빠예요.”

“지원이하고 인연이 있다고 하셔서 이렇게 불쑥 찾아오게 됐습니다.”


새로 왔다는 말에 허니 케이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아무래도 에이스 엔터에서 스텔라의 처우에 대해 뭔가 들은 게 있나 보다. 그런 게 아니라면 저런 반응일 리가 없다.


“에이스라면 내부에 댄스 트레이너도 있지 않나요? 여기는 왜 왔죠?”


허니 케이의 말에는 여전히 날이 서 있었다.


“먼저 곡부터 들어보시겠어요?”

“그래요.”


스피커를 블루투스로 연결해 「Reject」를 플레이했다. 강렬한 힙합의 비트가 연습실을 가득 메웠다.

제이즈의 가이드가 조금 아쉽게 들렸지만, 곡을 파악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수준이었다.

이어 「Tonight」 편곡 버전을 플레이했다.

허니 케이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 그루브를 타며 끝까지 다 듣고는 입을 열었다.


“이 「Tonight」 누가 편곡한 건가요? 원곡과 전혀 다른 느낌이에요.”

“처음 들으신 「Reject」라는 곡을 쓴 작곡가가 했습니다. 스텔라의 멤버이기도 하고요.”


허니 케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네에? 스텔라 멤버가 이 곡들을 만들었다고요?”

“네, 제이즈라는 친구가 혼자 만들었습니다.”

“놀랍네요. 잘 모르는 제가 들어도 좋은 곡이네요. 안무를 짜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예요.”


지금이 부탁할 기회라고 생각됐다. 진중하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허니 케이 선생님, 스텔라가 이 곡들로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정말 도움이 필요합니다.”


잠시 고민하던 허니 케이가 김지원에게 말했다.


“지원아, 옆 방에 크루 언니들 있으니까 가서 인사하고 있어. 쌤은 매니저님하고 할 얘기가 있어.”

“넹, 쌤.”


김지원이 나가자 허니 케이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면서 내게도 손짓했다.


“앉아요. 그쪽이 길어서 올려다보려니 목 아파요.”

“아! 네.”


허니 케이를 마주 보고 철퍼덕 주저앉았다. 잠시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원색적이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매니저님, 내가 듣기로 에이스에서 낙하산 새끼 실적 챙기느라 스텔라를 만들고 버렸다던데. 사실이에요?”


발 없는 말이 천리 간다더니. 이 바닥에는 비밀이 없나 보다.


“저도 그렇게 들었습니다. 계약기간은 10개월 남았고, 성과가 없으면 재계약도 없습니다.”

“솔직하시네요. 그럼, 별다른 지원도 없겠네요.”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허니 케이는 이미 스텔라의 상황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들여다보는 중이었다.

22년 차 고인물 매니저의 경험으로 미루어 판단하자면, 이럴 때는 진정성 있는 정면 돌파가 먹히는 법이다.

안 먹히면?

뭐, 드러눕던가. 생떼를 쓰던가 무슨 수를 내야지.


“맞습니다. 제작비도 없고, 사내 프로듀서나 트레이너의 지원도 없습니다.”

“그럼, 뭐가 있죠? 나한테는 뭘 제시할 건가요?”


허니 케이의 태도는 하나의 크루를 이끄는 리더답게 명확했다.


22년 전의 나라면 냉철한 분석과 조건의 저울질, 성패 여부를 미리 따져본 이후 가능성을 높여서 접근 했을 것이다. 만약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없다면 아예 접근하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냉철함 보다는 진정성으로 부딪히는 게 맞았다. 설사 그게 틀려서 주저 앉는다손 치더라도, 마음으로 부딪히고 재도전하는 것이 맞다고 느꼈다.

내가 가진 패를 오픈했다.


“회사에서 스텔라에 관한 전권을 받아왔습니다. 물론 실적이 없으면 감봉한다는 조건이고요.”

“네에? 매니저님이 왜?”

“스텔라 아이들이 이 곡들로 무대에 서고 싶어 합니다. 정치싸움이나 협잡질 없이 순수한 노래로 무대에 설 수 있게 해 주고 싶습니다. 그게 매니저가 해야 할 일이기도 하고요.”


허니 케이가 처음으로 웃음을 보였다.


“푸후훗, 신입인가 보네요. 그래서 조건이 뭐죠?”


허니 케이의 표정이 조금 부드러워졌다. 내 진정성이 조금이나마 전해진 걸까?

내가 제시할 수 있는 건 모두 후불.


“스텔라의 「Tonight」과 「Reject」 2곡의 안무와 댄스 트레이닝을 맡아주시면 스페셜 땡스에 「홀리노바」를 넣고 방송 무대에서 항상 함께하겠습니다.”


허니 케이가 빙긋 웃으며 나를 약 올리는 사람처럼 말투를 늘어뜨렸다.


“후훗, 그 정도로는 부족한데요오~”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뽑았다. 전권을 받아봤자, 실제로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은 월 400만원. 그것도 온전히 허니 케이에게 쓸 수도 없다.

이번에 꼭 도와달라는 간절함을 담아 다음을 약속했다.


“거기에 더해 3집 작업을 허니 케이 선생님께 1순위로 맡기겠다고 계약서에 명시하겠습니다.”


허니 케이가 손을 뻗어 악수를 청했다.


“딜! 그렇게 하죠. 지원이 봐서 양보하는 겁니다. 단, 제가 갈 수는 없고 스텔라가 다음 주 월요일부터 주중에 오후 2시까지 와서 3시간씩 배우는 걸로 해요.”


아마 허니 케이도 알고 있을 것이다. 3집은 스텔라가 2집을 성공하고 재계약을 해야만 진행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맡아 주겠다고 했다. 고마운 마음에 손을 맞잡으며 정중하게 악수했다.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아, 근데 자꾸 선생님, 선생님 하니까 나 되게 늙어 보인다. 매니저님 몇 살이에요?”

“27살입니다.”

“뭐야? 나랑 3살 차이밖에 안 나네. 누나라고 불러요. 그것도 계약 조건에 추가.”

“네에?”

“싫어요? 그럼 나 안해.”

“아뇨. 누나. 합니다. 해요. 케이 누나.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49살에 팔자에도 없는 30살 누나가 하나 생겼다.

춤 겁나 잘 추는······.


* * *


김영찬 과장이 아침부터 업 되어 있다.


“이열~ 차현우 씨, 허니 케이가 스텔라 안무를 맡아준다며? 그런 거물은 어떻게 잡았대? 아무튼 축하해.”

“운이 좋았어요. 지원이 쌤이더라고요. 그건 그렇고, 과장님. 프로듀서하고 보컬 트레이너 추천 좀 해 주세요.”


김영찬 과장이 가벼운 말투로 툭 던졌다.


“댄디고하고 노가영 씨는 바쁘대요?”

“그쪽은 스텔라 깎아 먹기 바쁜 인간들 아닙니까.”

“뭐, 그건 현우 씨 말이 맞지.”

“아무튼, 후불로 작업해 줄 실력 좋은 사람 없어요?”


김영찬 과장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선불 먹고 잠수탈 놈들 명단은 있는데······ 그거라도 줘?”

“······.”


그때, 오승민 팀장이 사무실에 들어섰다.


“어, 현우야. 허니 케이 건은 수고했다.”


오승민 팀장을 보자, 갑자기 그제 술자리에서 들었던 무용담이 떠올랐다. 젊었을 때 음악 프로듀서가 될 뻔 했다는 이야기······.

기회다. 오승민 팀장을 덥석 물고 늘어졌다.


“팀장님, 실력 좋은 프로듀서 한 명만 소개해 주세요. 급해요.”


오승민 팀장이 뜨뜨미지근하게 입을 열었다.


“코드아트라고 하나 있기는 한데, 이 친구가 요즘 상태가 좋지 않아.”


코드아트?

프로듀서 코드아트라면 괴팍하지만, 곡 하나만큼은 최상급으로 뽑아준다는 바로 그 사람이었다.

국내 힙합 프로듀서 중에서는 TOP 3에 들 만큼 유명한 사람이기도 했다.

바나나가 주식인 바로 그 사람.

그런데 그 사람이 상태가 좋지 않다니······ 사기라도 당했나?


“그분 형편이 어려운가요? 저희 예비비가 얼마 없잖아요.”

“그건 아니고······ 일단 만나봐. 설득을 잘 해보면 무슨 수가 있겠지. 그 친구 실력은 좋아. 오타쿠에다가 좀 특이해서 그렇지.”


그러면서 오승민 팀장이 연락처와 주소를 넘겼다.

다행히 사무실에서 그리 멀지 않은 장소였다.


그런데······.

폰으로 열심히 연락했지만, 도무지 받지를 않는다.


“팀장님, 연락을 안 받는데요?”

“그럼, 직접 찾아가 봐. 휴대폰을 충전기에 꽂아 두고 다닐 때가 많아서 그럴 거야.”


아니, 그럴 거면 휴대폰은 왜 쓰는 거야?

라는 생각도 잠시.

어쩌겠어.

아쉬운 사람이 움직여야지.


“지금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수고.”


코드아트가 제발 맡아주기를 바라며 그의 스튜디오로 향했다.

사내 프로듀서 고삼룡의 작업물 정도는 발로 밟아 비벼주면 좋겠다는 희망 회로를 알차게 가동하면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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