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지 매니전지 헷갈린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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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흘렸어
작품등록일 :
2024.07.2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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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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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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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화

DUMMY

이 무렵에도 에이스 엔터는 많이 썩어 있었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에이스 엔터의 프로듀서 댄디고는 제이즈의 작곡과 편곡 능력을 아주 낮게 평가했다.

프로듀서 댄디고는 개뿔. 본명이 고삼룡이랬나? 되게 촌스러운 이름이었는데.

아무튼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고 그 고삼룡이 제이즈를 아주 제대로 까 놓았다. 거기에다가 랩과 보컬 트레이너까지 제이즈에 대해 혹평했다.


“최하가 뭐야, 최하가.”


제이즈가 원래 내성적이고 말수가 적어서 그렇지 실력이 없는 건 아니었다.

전생에 제이즈는 스텔라 시절 혼자 만든 곡들로 싱어송라이터로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인터뷰했었다.


댄스 트레이너는 김지원과 최유진에게 박한 평가를 내렸다. 유일하게 보컬 트레이너 노가영만이 이수현을 중상급으로 평가했다.


“이래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았던 거야.”


박제명과 재무 이사가 리베이트 다 받아 챙기고 그 증거인 스텔라를 인멸하려 한 정황이 모두 이해가 되었다.

거기에 더해 보너스로 이수현까지 사골처럼 한 번 더 우려먹으려는 박제명의 심계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조금 더 바쁘게 움직여서 놈들의 뜻대로만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주어야겠다.


눈빛을 이글이글 불태우고 있는데,


“차현우, 점심 먹자!”

오승민 팀장이 소리쳤다.


“아! 네, 팀장님.”


건물 밖으로 나가니, 다른 연습생들과 떨어져 뒤따라가는 신세영이 보였다. 왕따 분위기다.

오승민 팀장이 먼저 말을 걸었다.


“세영아, 오랜만이야.”

“네, 잘 지내셨어요? 오 팀장님.”


원래 알던 사이였나?

신세영이 오승민 팀장을 반갑게 대했다.


“얼굴 잊어버리겠어, 세영아.”

“연습생 생활이 다 그렇죠, 뭐.”


신세영과 눈이 마주쳤다.

순간 표정이 일그러진다.

마치 바퀴벌레를 본 듯한 눈빛이었다.


‘왜! 내가 뭘 어쨌다고?’

아니다. 어제 송민석 팀장과 곤란한 대화를 엿들어서 화가 났나?

그때 신세영의 머리 위에 생긴 타로를 본다고 빤히 쳐다봤으니, 기분이 나빴을지도 모르겠다.


“아, 잘 모르겠구나? 세영아, 이쪽은 우리 1팀 신입 매니저 차현우. 현우야, 이쪽은 1팀의 에이스 연습생이었던 2팀 연습생 신세영. 인사해.”

“반가워요. 차현웁니다.”

“신세영이에요.”


여전히 차가운 표정이다.

‘내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나?’


“점심 맛있게 먹고. 힘든 일 생기면 상담하러 찾아와. 알았지?”

“네, 팀장님.”


신세영과 헤어져서 뜨끈한 우거짓국을 먹으러 갔다.


“팀장님, 신세영 연습생 말이에요.”

“응? 세영이? 현우야, 너 세영이가 예뻐서 혹했구나.”

“아니에요. 팀장님.”

“현우야, 애석하지만 매니저는 연습생과 엮여서는 안 된다. 알지?”


혼자 엄청나게 넘겨짚는다.


“게다가, 아직 미성년자야. 생일이 안 지났거든.”


이 양반아, 아니라니까. 말을 좀 들어요. 말을.


“팀장님 그게 아니라. 신세영 연습생 실력이 좋은가요?”

“응, 실력 좋지. 1팀에서 최고였어. 2팀으로 뺐긴 게 실수였지.”

“그런데 왜 샤이닝퀸즈 데뷔조에 빠졌죠?”

“2팀 내부 사정이라 나도 몰라. 송 팀장이 그 난리를 쳐서 데려갔는데, 데뷔조에서 빠진건 정말 미스터리야.”


속이 확 풀리게 우거짓국을 욱여넣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아서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전생에 스텔라의 메인보컬 이수현은 2팀으로 옮기고, 내 설득으로 스텔라가 조기 해체되었었다. 이번에도 이수현은 혼자 살아남을 생각인 듯했다.

차이점이라면 내가 스텔라 해체에 반대하게 되었고, 실력이라는 키워드를 가진 신세영이 눈에 들어왔다는 사실이다.


‘그래! 움직여 보자.’


생각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부딪혀 보기 위해 2팀의 연습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금 기다리니 다른 연습생들의 뒤꽁무니로 신세영이 혼자 따라 들어오고 있었다. 무슨 걱정이 있는지 표정이 여전히 멍했다.


“신세영 씨.”


나를 알아본 신세영의 눈빛이 매섭게 타올랐다. 그러더니 성큼성큼 다가왔다.


“마침 잘 됐네요. 매니저님. 얘기 좀 해요.”

“어? 그래요? 나도 물어볼 게 있었는데. 편의점에 가서 커피 한 잔 할까요?”


신세영은 편의점까지 말없이 따라왔다.

생각보다 과묵한가?

어쩌면 제이즈보다 더 내성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을 마치고 커피를 건넸다.

신세영이 커피를 홱 낚아챘다. 그러고는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이 커피로 퉁 치면 어때요? 나랑 꼭 밥 먹고 싶어요?”


음? 이건 무슨 상황이야.


“저······ 신세영 씨? 밥이라뇨?”


신세영이 도끼눈을 뜨고 나를 쏘아봤다.

도끼눈이건 가자미눈이건 예쁘긴 하다만. 도대체 왜 저러는 거지?


“그쪽이 송 팀장에게 나랑 밥 먹게 해달라고 했잖아요? 어제도 계속 쳐다보고 있었고. 모델 같은 회사 사람, 그쪽 아니에요?”


아! 이제 생각났다.

송민석 팀장이 말했던 그 모델 같은 회사 사람. 모델 같아서 오해를 받은 건가? 이걸 좋아해야 하나?

그래도 해명은 해야지.


“신세영 씨, 오해하셨어요. 신입 매니저가 무슨 힘이 있어서 송 팀장님께 그런 부탁을 해요? 그리고 빤히 쳐다본 건 죄송합니다. 기분 나쁘셨다면 미안해요.”


정중하게 사과하자 신세영이 당황해서 얼굴이 발개졌다.

모델 같은 외모 때문에 오해했다는 걸 금세 알아차렸다.


“아······, 죄송합니다. 차 매니저님.”


신세영의 허리가 90도로 접혔다.

인정도 빠르고 사과도 시원시원했다.


“괜찮아요. 모델처럼 보였다니 기분 나쁘진 않네요.”

“저······ 그럼, 저에게 물어볼 게 뭔가요? 저를 잘 모르시잖아요.”


내성적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당차고 솔직했다.


“신세영 씨. 예민한 질문 하나만 해도 될까요?”


신세영이 당황한 것 같았다.


“네? 어떤······?”

“만약 스텔라에 결원이 생겨 메인보컬이 필요하면 할 의향이 있나요?”


신세영이 깜짝 놀랐다.


“네에? 수현 언니한테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확정된 건 아닌데, 그럴 가능성이 있어요. 만약 그런 기회가 생기면 스텔라로 활동하고 싶으세요?”

“팀장님 간에 조율된 건가요?”

“아니요, 전혀요.”


신세영의 표정이 황당함으로 바뀌었다.


“······네!?”

“신세영 씨가 관심이 있다면 오 팀장님부터 설득해 볼게요. 송 팀장 밑에 있는 것보다 나을 테니까요. 어때요. 관심이 생기나요?”

“우음······.”

“여기요. 명함이에요.”

“이건······ 왜?”


“오늘 고민해 보고 내일 아침까지 문자 주세요. 신세영 씨가 해 보겠다면 나도 움직여 볼게요. 대신 일이 성사되기 전까지는 비밀로 해 주세요.”

“······.”

“오늘 얘기 즐거웠어요. 세영 씨. 잘 생각하고 연락해 주세요.”

“······네.”


신세영은 커피를 든 채 멍하니 굳어 있었다.

아무래도 생각이 많겠지.


그렇게 신세영과 정리를 마치고 스텔라와 1:1 면담을 시작했다.

김지원은 자기가 제일 먼저 하겠다며 나섰다. 그런데, 얘는 면담이 아니라 내 호구조사였다.


“매니저 옵빠, 몇 살이에요?”

“27살.”

“옵빠, 군대는요?”

“UDT로 7년 다녀왔다.”

“우와~ 머찌다. 매니저 옵빠, 여자 친구 없어요?”


있을 리가 있겠니?

지난 생에서도 일 빼고는 피규어와 프라모델만 만났다. 오덕 모쏠에게 무슨 말을 듣고 싶은 거냐.


“지원아, 인제 그만.”

“히잉~”


이러다가 원하는 건 하나도 못 물어보겠다.


“지원아, 「Tonight」 안무는 어때?”


손가락을 배배 꼬던 김지원이 답을 내놓았다.


“솔직히 구려요. 고치고 싶은데 댄스 트레이너 쌤이 손도 못 대게 해요.”


그럴 줄 알았다.

그 따위로 해 놓고 평가는 바닥을 줬다. 놈들은 나중에 털어낼 근거 자료를 미리 차곡차곡 만들고 있었다.

계획적인 나쁜 새퀴들.


“노래는 마음에 들어?”

“매니저 오빠, 솔직히 말해도 돼요?”

“응.”

“구려요. 제이즈 편곡이 훨 나아요.”

“그래?”

“그럼요. 제이즈 자작곡이 「Tonight」보다 백만배 좋아요.”


한 번 입이 터지자, 불만이 술술 풀려나왔다.

예상한 대로였다.

노래와 안무는 이 정도면 됐고.


“지원아, 넌 앞으로 뭘 하고 싶어?”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던 김지원이 신중하게 답했다.


“우웅~ 다 같이 좋은 노래와 멋진 춤으로 무대에 서고 싶어요. 다들 그렇지 않을까요?”


‘지금 당장 말해줄 순 없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어, 지원아.’


다음은 이수현 차례였다.

이것저것 질문한 뒤 마지막으로 물었다.


“이수현 씨, 앞으로 뭘 하고 싶으세요?”

“매니저님, 솔직히 말해도 돼요?”

“네.”

“박 실장님한테 이야기 듣고 오신 거죠?”

“맞아요. 후회나 아쉬움은 없으신가 봐요?”


이수현이 긴 머리카락을 휙 넘기며 내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침몰하는 배에서 다 같이 죽을 순 없잖아요. 살 사람은 살아야죠.”


엄청나게 당당하고 뻔뻔해 보였다.

하긴, 이 정도 멘탈이어야 멤버를 가볍게 버리고 나갈 수 있지.

이해는 됐다.


“잘 알겠습니다. 당분간은 비밀을 유지해 주세요.”

“좋아요. 나도 껄끄러운 분위기는 싫으니까요.”


이수현은 쿨하게 이기적인 스타일이다. 배신의 타로 소드 7은 지금도 선명하게 이수현의 머리 위에 떠 있었다.

다음에 상담할 최유진은 아직 많이 어렸다.


“유진 양, 다른 힘든 일은 없어요?”

“매니저 아저씨, 언니들이 너무 잘해줘서 힘든 건 없어요. 그리고, 언니들이랑 꼭 큰 무대에 서고 싶어요.”

“다른 건요?”

“식단 조절한다고 풀만 먹는 게 너무 힘들어요. 완전 염소가 된 기분이에요.”


한창 먹고 싶은 게 많을 나이니 그럴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제이즈 차례였다.


“매니저 오빠, 지원이처럼 제이즈······ 반말로······ 해줘요.”

“그래, 제이즈. 너는 「Tonight」이 어때?”

“조금 부족한······ 아쉬움······ 있어요.”

“지원이 말로는 네 편곡이나 자작곡이 훨씬 좋다던데 그건 어떻게 생각해?”


제이즈의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이건 또 뭐지?


“댄디고 프로듀서 쌤이······ 쓰레기래요. 제 곡 모두······ 개쓰레기. 어디서 들어본 표절이라고······.”


그러더니 눈물이 줄줄 흘러내린다. 황급히 티슈를 몇 장 뽑아 건넸다.

이 쓰레기 새퀴들이 보고서만 조작하는 것도 부족해서 애한테 개소리를 지껄였나 보다. 부글부글 끓어 올랐지만, 일단 참았다.


스텔라가 할 수 있는 가장 통쾌한 복수.

그것은 스텔라가 성공해서 ‘너희 귀가, 너희 눈이 바로 개쓰레기다.’라고 증명시켜 주는 것이다.

제이즈에게 설명했다.


“제이즈, 평가는 공정해야 해. 공정함을 잃은 평가는 가치가 없지. 그런데, 그들의 평가는 공정하지 않아.”

“공정······이요?”


제이즈가 눈물이 글썽거리는 눈으로 빤히 쳐다보았다.

안타까웠다.


“그래, 공정. 아마 보컬 트레이너도 랩 트레이너도 다 네가 실력이 부족하다고 했겠지. 내 말 맞지?”

“맞······아요. 매니저 오빠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아는 수가 있지. 아무튼 놈들한테 한 방 먹여줄 생각이야. 그런 의미에서 네가 나를 하나만 도와줬으면 해.”

“제가요?”

“그래, 우선 「Tonight」 편곡을 다시 다듬어줄래? 멤버들한테는 비밀로 하고. 우리 둘만 알고 있자. 할 수 있겠어?”

“당장 해······ 볼게요. 매니저 오빠.”


제이즈가 양 주먹을 꽉 쥐며 결심을 굳혔다.

이제 몇 개의 톱니만 더 맞물려 돌아간다면 스텔라 조기 해체를 막아낼 운명의 수레바퀴가 구르기 시작할 것이다.


자리로 돌아와 직장인의 숙명인 문서 작업을 밤늦게까지 마쳤다.


다음 날 아침, 구형 핸드폰이 진동했다.

기다리던 첫 번째 톱니가 맞물렸다.


[ 매니저님. 저 신세영이에요. 하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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