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지 매니전지 헷갈린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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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흘렸어
작품등록일 :
2024.07.20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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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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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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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5화

DUMMY

기다리던 메시지가 도착했다.

어제 밤늦게까지 작업한 제안서를 뽑아 들고 서둘러 회의실을 잡았다.


“현우야, 이거 하루 만에 만든 제안서라고? 꽤 두꺼운데, 무리한 거 아니야?


그러더니 오승민 팀장은 제안서를 펼치지도 않고 테이블에 올려 놓았다. 팔짱을 끼고 앉아서 한마디 툭 던졌다.


“그럼, 시작해 봐. 현우야.”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트레이드가 필요합니다.”

“트레이드? 갑자기 무슨 소리야?”

“1팀으로 배치될 때 박제명 실장이 스텔라를 해체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오승민 팀장이 나른한 표정으로 말했다.


“역시, 예상대로군.”

“알고 계셨습니까?”

“대충은.”

“그런데 왜 그냥 두셨나요?”


오승민 팀장이 허탈하게 웃었다.


“대표이사 아들이 실적 쌓으려고 만든 팀이니까. 게다가, 박제명 실장 휘하의 사람들이 이리저리 휘둘러서 손 쓸 틈이 없었어.”


오승민 팀장의 말이 변명처럼 들렸다.


“그래도 손 놓고 있을 순 없잖아요!”

“아이들이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게 잡아주는 것,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야.”

“팀장님, 이수현이 곧 2팀으로 옮겨가려는 건 아세요?”


오승민 팀장이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뭐? 이수현이?”

“몰랐던 것 같네요. 그래서 신세영 연습생과 트레이드를 제안합니다. 이수현이 넘어가기 전에 박제명 실장과 협상 하는 게 최선입니다.”


오승민 팀장이 고심하며 까슬한 턱수염을 매만졌다.


“신세영을 스텔라에 넣는다고? 세영이가 하려고 할까.”

“한답니다.”


폰을 꺼내 오승민 팀장 눈앞으로 들이밀었다.


“그래, 좋아. 신세영이 합류한다면 스텔라가 제대로 뜰 수 있을까?”

“회사에서 조금만 밀어준다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스텔라가 성공한다는 건 내 22년간 매니저 경력이 말해주는 직감이었다. 해체 후에도 제이즈와 김지원은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었다.

스텔라는 약간의 지원만 있으면 충분히 뜰 수 있다. 주저하는 오승민 팀장에게 한 번 더 푸쉬했다.


“팀장님, 신세영뿐 아니라 김지원, 제이즈, 최유진 모두 무대에 서고 싶어 합니다.”

“알았다. 알았어. 막내가 들어온 줄 알았더니, 막무가내가 들어왔어. 잠깐 기다려 봐.”


오승민 팀장이 회의실 폰을 들었다.


“실장님, 드릴 말씀이. 네······, 네. 시간 되신다고요? 지금 바로 올라가겠습니다. 네.”


달깍.

수화기를 내려놓은 오승민 팀장이 말을 이었다.


“들었지? 가자.”


저돌적인 추진력 보소.

상남자 오승민 팀장이었다.


하지만, 쉽지는 않겠지?

박제명 실장을 어떻게 설득할지 머리를 굴리며 올라갔다.


“하하하, 두 분 다 앉으세요. 커피? 아니면 티?”


박제명 실장이 사람 좋은 미소로 자리를 권했다.


오승민 팀장은 단호한 목소리로 2팀 신세영 연습생과 스텔라 메인보컬 이수현의 트레이드를 요구했다.

이수현과 신세영의 프로필을 비교하던 박제명 실장이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좋습니다. 트레이드 건은 오 팀장이 원하는 대로 진행합시다.”

“감사합니다. 실장님.”

“하지만, 예산의 추가 배정은 어렵습니다. 이수현 가수의 앨범 제작비로 이미 예산이 잡혀있거든요. 스텔라는 1팀의 예비비로 해결해야 합니다.”


오승민 팀장은 열을 받아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실장님, 월 4백만 원으로 새 앨범 제작이 불가능합니다.”

“그건 팀장님이 해결하실 문제입니다. 그리고 스텔라의 재계약이 10개월 남았죠? 실적이 없다면 재계약은 하지 않겠습니다.”


오승민 팀장이 버럭했다.


“아니! 지금······.”


그 틈을 끊고 끼어들었다.


“잘 알겠습니다. 박 실장님. 대신 하나만 약속해 주십시오.”


오승민 팀장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박제명 실장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무슨 약속이요? 제가 오 팀장이나 차 매니저에게 굳이 약속할 이유가 있을까요?”


당연히 있지.

박제명 실장이 허락할 수밖에 없는 카드를 꺼냈다.


“박 실장님, 어차피 이수현 가수의 앨범을 압구정곰탱이에게 맡기실 거잖아요.”


박제명 실장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일개 신입 매니저가 ‘너 리베이트 받을 거잖아.’라고 말 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할말을 꿋꿋하게 이어나갔다.


“스텔라의 앨범 계약과 컨셉 모두 1팀에 전권을 주세요.”


박제명 실장이 코끝의 안경테를 고쳐 썼다. 놈이 당황할 때 자주 보이는 버릇이었다.


“흠······ 흥미로운데요. 차현우 씨, 더 말해 보세요.”

“스텔라의 성공 가능성도 작게 보셨고, 예산도 없고, 10개월 뒤에 해체할 거라면 굳이 직접 컨트롤 할 필요가 없지 않나요? 1팀에 전권을 주세요. 10개월 내에 결과가 없으면 제가 감봉을 감수하겠습니다.”


갑자기 박제명 실장의 실눈이 사라지더니, 배를 잡고 웃어댔다.


“하하하핫!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군요, 차현우 씨. 냉철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뜨거운 면도 있네요.”


어쩌면 박제명 실장이 나를 제대로 본 걸지도 몰랐다. 전생의 나는 냉철했고 T형 인간에 가까웠으니까.

지금 나는 49세까지 살다 후회 속에 회귀한 27살의 차현우다.


“그럼, 전권을 주시는 건가요?”


박제명 실장이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우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


“좋아요. 스텔라의 전권을 1팀에 줄게요. 단, 10개월 안에 성과가 없으면 차현우 씨는 30% 감봉 3개월입니다. 나가보세요.”

“감사합니다.”


실장실을 나오자마자 오승민 팀장이 버럭했다.


“야, 차현우! 미쳤어? 왜 네가 감봉을 걸어?”

“팀장님 월급 30%보다 제 월급 30%가 싸니까요.”


오승민 팀장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야아~ 이거 생각보다 치밀한 놈일세.”

“몰라요. 굶으면 팀장님이 밥 사주면 되잖아요.”


오승민 팀장이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었다.


“실장도 막 들이받는 거 보니, 나 상남자 반납해야겠어.”

“농담이시죠, 팀장님. 팀장님이야말로 진짜 상남자죠. 저는 그냥 냉철한 남자로 남겠습니다.”

“냉철은 개뿔, 김 과장하고 현우 너하고 섞어서 반반씩 나눴으면 딱 좋겠다.”


하지만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디지털 싱글이라도 앨범 제작에는 최소 몇천만 원이 든다.

비용을 아끼려면 사내 인력의 도움이 필요한데.

현실은 불가능이다.

고삼룡 프로듀서나 노가영 보컬 트레이너 같은 한국 예술 대학 출신들에게 일을 맡길 수는 없다. 박제명 실장 라인을 타고 훼방이나 놓지 않으면 다행인 내부의 적이었다.


“현우야, 커피 사 들고 옥상에 가자. 신경을 너무 써서 손 떨리는 거 봐라. 풍 맞은 줄 알겠다.”

“네, 팀장님.”


오승민 팀장과 함께 머리를 식히기로 했다.


“현우야, 신동욱 배우님 포함 다른 배우님들 매니지 때문에 여력이 없어. 김 과장도 도와주기 힘들 거야. 혼자 스텔라 감당할 수 있겠어?”


진짜 신입 매니저라면 불가능했겠지.

하지만 난 경력 22년 차 고인물 매니저다.

그 능력을 약간 과장하자면 팥으로 메주를 쑤고 햇반을 심어서 쌀을 수확할 수도 있다.


“맡겨 주세요.”


스텔라의 단합이 가장 중요하고 멤버 간의 믿음과 신뢰가 필수다.

이수현의 문제를 조용히 처리하고, 신세영이 자연스럽게 합류할 수 있게 해야겠다.

그렇게 다짐하며 오승민 팀장과 옥상에서 내려왔다.


“현우야, 수고해.”


오승민 팀장이 내 어깨를 두드리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나는 트레이드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스텔라가 있는 연습실로 향했다.


가까이 다가갔는데, 뒤통수가 싸늘한 느낌.

연습실 문틈 사이로 난리가 난 모습이 보였다.


“수현 언니이~ 어떠케 우릴 두고 엉엉, 갈 수가 이써여~ 엉엉엉.”


막내 최유진이 리더 이수현을 붙잡고 울고 있었다. 이수현이 냉정하게 최유진의 손을 뿌리쳤다.


“그만 울어. 10개월 뒤엔 계약 연장도 없어. 살 사람은 살아야지. 여기 손 놓고 있다가 그냥 다 계약 해지당하고 밀려날 거야?”


스텔라를 배신하고 떠나는 주제에 너무나도 당당했다.

문을 열고 소리쳤다.


“이수현 씨, 그만하세요!”


이수현이 돌아보며 뻔뻔하게 말했다.


“어머! 매니저님. 저 2팀으로 옮긴다는 얘기 들으셨죠? 2팀장님이 당장 오라고 하셔서요.”


배시시 웃는 모습이 불쾌했다.

최유진이 얼이 나간 듯이 언니만 불러댔다.


“언니······.”

“유진이가 정이 많아서 힘들어하네요. 매니저님이 잘 좀 챙겨주세요. 그럼, 전 이만.”


따로 알리고 정리를 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이수현은 연습실을 나서며 마지막으로 한마디 던졌다.


“얘들아, 그동안 즐거웠어. 각자 알아서 살아남아.”

“······.”


김지원과 제이즈도 충격을 받은 듯 멍하니 있었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다.


짜악!

“얘들아, 주목!”

손뼉을 쳐서 주의를 집중시켰다.


모두 이수현이 스텔라를 나간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목소리 톤을 살짝 올렸다.


“자, 다들 정신 차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는데, 나쁜 소식은 이미 알았지?”


김지원이 먼저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매니저 옵빠, 좋은 소식은 뭐예요?”

“실력 좋은 새 메인보컬이 합류할 거야.”

“네? 그게 누구예요?”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신세영이었다.


“안녕하세요, 차 매니저님. 송 팀장님이 여기로 가라고 하셨어요.”

“잘 왔어요. 세영 씨. 어제 얘기한 거 잘 해결됐어요. 얘들아, 여기 신세영 씨가 스텔라의 새 메인보컬이야. 다들 알지?”


김지원이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세영아, 환영해. 아는 사람이어서 정말 다행이야.”

“저도 스텔라에 합류해서 좋아요. 지원 언니.”

“근데, 매니저 옵빠는 언제 우리 세영이를 알았대요? 며칠 되지도 않았으면서.”

“세영 씨? 다 아는 수가 있지.”


세영 씨라는 말이 불편했는지 신세영이 급히 말했다.


“매니저님. 저도 지원 언니처럼 편하게 불러주세요.”

“그럴까? 이제 스텔라의 멤버니까.”

“네.”


눈치만 살피던 최유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매니저 아저씨, 수현 언니는 이제 없는 거예요?”

“유진아, 수현이는 자기 선택으로 스텔라를 떠나 2팀으로 간 거야. 이제 스텔라의 멤버가 아니야. 보내줘야 해.”

“네······.”


가만히 듣고 있던 제이즈가 물었다.


“매니저 오빠, 미리 알고······ 있었어요? 그래서 나한테 편곡하라고······ 한 거예요?”

“맞아.”


김지원이 눈이 동그래져서 되물었다.


“매니저 옵빠, 우리 제이즈가 편곡한 곡으로 무대에 서요?”

“응, 전권을 받아왔어.”

“우와~ 진짜요?”

“세영이도 합류했고, 말 나온 김에 제이즈가 편곡한 「Tonight」부터 들어볼까?”


제이즈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앞장섰다.


“작업실······ 가요.”


스피커를 통해 나온 「Tonight」은 기존 곡과 완전히 달랐다. 무난하면서 흔해빠진 K-POP 인트로는 찾아볼 수 없었다.

걸스 힙합의 강인한 비트와 베이스가 곡을 가득 채웠다.

22년 경력의 직감이 꿈틀거렸다.

이건 된다.

노래를 듣다 말고 김지원이 호들갑을 떨어댔다.


“우왓. 대애박! 이즈야. 이건 안무 다시 따야해. 대박대박대박! 나 막 필이 와.”


신세영도 놀란 모습이었다.


“제이즈 언니, 편곡이 너무 좋아요. 원곡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을 정도예요.”


최유진도 솔직하게 감상평을 말했다.


“언니, 나도 이게 좋아.”


솔직히 말해 예상보다 더 좋았다. 「Tonight」을 이렇게 편곡해 낼 줄이야. 얘는 천재인가?

그래서 전생에 싱어송라이터로 성공했었나 보다.


“내가 들어도 너무 좋다.”


모두의 반응이 너무 좋았다.

반쯤 고개를 숙인 제이즈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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