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지 매니전지 헷갈린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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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흘렸어
작품등록일 :
2024.07.20 14:54
최근연재일 :
2024.08.0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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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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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화

DUMMY

사무실을 나와 편의점 옆을 지났다. 그때, 송민석 팀장의 오동통한 뒤태가 보였다.

이 사람, 회사보다 편의점에서 더 자주 본다.

한데, 이번에는 연습생이 아니라 깡마른 아저씨와 시비가 붙었나 보다.

아저씨가 고래고래 소리치며 삿대질을 해 댔다.


“야! 그깟 술값. 몇 푼이나 한다고 그렇게 유세야. 엉?”

“이봐요. 이제 우리 팀도 아니라니까 그러네. 내 담당 아니니 나한테 지랄하지 마세요. 아저씨. 번지수가 틀렸다고요. 알겠어요?”


깡마른 아저씨가 소매를 걷어 올리더니 신발까지 벗어 던지며 소리쳤다.


“뭐! 지라알? 아저씨? 그래, 좋다. 니들이 그렇게 나오시겠다 그거지?”

“신발은 왜 벗는 거예요?”


깡마른 아저씨가 꼬질꼬질한 셔츠마저도 벗어 재꼈다.


“우습냐? 우스워? 내가 이노무 회사를 그냥 확!”


누런 속옷이 드러났다. 벨트로 손이 가는 게 이젠 바지까지 벗으려나?


“허헛, 참 나.”


송민석 팀장이 어이없어하며 고개를 돌렸다. 순간, 정확하게 나와 눈이 마주쳤고.


“어? 차현우 씨.”

그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송민석 팀장이 깡마른 아저씨한테 소리쳤다.


“이제부터 저기, 저 사람한테 따지세요. 저 사람이 담당이니까. 아셨죠?”


뭐? 나? 나를 왜?

어안이 벙벙해서 쳐다보는 와중에 깡마른 아저씨가 나에게 소리쳤다.


“담당이라고? 거기 딱 계쇼. 어디 가지 말고.”


그러더니 주섬주섬 셔츠를 챙겨 입는데, 단추도 제대로 못 끼웠다. 손떨림이 심해 보인다. 벗어 놓은 신발을 신으려다 혼자서 자빠지지를 않나. 아무튼 매우 분주했다.

딱 봐도 상태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송민석 팀장이 먼저 다가오더니 어깨를 툭툭 쳤다.


“차현우 씨, 수고하라고.”


갑자기 폭탄을 떠넘기고 수고하라니······! ‘이 오크통 같은 놈이 장난하냐?’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막상 말은 다르게 나올 수밖에. 아오, 이 직장인 신세.

22년 짬밥으로 미소 일발 장전 완료했다.


“아하하······ 저분은 누구시죠?”


송 팀장이 썩어가는 비웃음을 날리며 내 귀에 속삭였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배 나온 남자의 입김이 매우 거슬렸다.


“신세영이 아버지. 머리 좀 아플 거야.”


듣고 나니 정말로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다. 대형 폭탄을 내게 토스한 송민석 팀장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이곳에서 탈출했다.

저번에 술값 어쩌고 하던 그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인 것 같았다.


신입 매니저라면 충분히 당황할 수 있는 순간. 나는 전생의 경험을 되살렸다.

연예인 가족 중에는 남보다 못한 사람이 종종 있었다. 특히 돈과 관련되어서는 부모 자식도, 형제자매도 없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이 사람도 그쪽 부류에 가까워 보인다. 물론 내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깡마른 아저씨가 가까이 다가오더니 거들먹거리며 손을 쓱 내밀었다.


“나 신세영이 애비 되는 신형식. 그쪽이 우리 애 담당이라고?”


악수를 하자는 건지, 돈을 달라는 건지······ 신형식의 손바닥은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이런 사람들의 특성상 한 번 돈을 주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모르고 달려든다. 경험상 술값 ATM이 되기 싫다면 처음부터 확실하게 선을 긋는 게 서로에게 좋다.


미친 척하며 힙합 갱처럼 어깨를 기울여 악수했다.


“헤이, 브라더. 스텔라의 매니저 차현웁니다. 피스!”


신형식이 황당한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한술 더 뜨니 어이가 없었나 보다.

다시 큰소리를 치기 시작했다.


“이 사람이 지금 장난해? 내가 악수하고 싶댔어? 어! 똑바로 얘기하라고.”

“아! 그러셨군요. 아버님 손 모양을 보고, 제가 오해했나 봅니다. 말씀 하시지요.”


정중하게 말하자 신형식이 다시 날뛰기 시작했다.


“용돈 정도는 회사에서 챙겨야 하는 거 아니야? 어! 내가 말이야. 다 달라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계속하시죠.”

“니들이 내 딸 팔아서 돈 벌어 처먹는 것들 아니야! 어?”

“아닙니다. 계약에 의해 회사에서 신세영 양에게 투자하고 수익이 생기면 정산하는 것뿐입니다. 아버님.”


신형식이 이마에 힘줄을 세우며 고래고래 소리쳤다.


“돈을 안 주겠다고? 그럼 내 딸 데리고 KJ 엔터나 코코넛 엔터로 갈 거야. 당장 내 딸 데려와!”


계약자가 미성년자일 때는 부모의 의지에 크게 좌우된다.

신세영은 아직 19세.

법적으로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한 달 뒤 생일이 지나면 성년이다. 그때까지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 맞지 않을까?

이후에는 신세영의 판단에 맡겨야겠지만······.


“데려가시는 건 상관없지만, 계약 기간이 끝나기 전에 데려가신다면 그동안 들어간 비용에 대해 위약금을 지불하셔야 합니다.”


위약금 소리에 신형식이 눈을 치켜떴다.


“위약금? 그 정도는 다른 데서 계약금 받아다 주면 될 거 아냐!”

“들어간 비용의 200%입니다. 생각보다 많습니다. 아버님.”

“말해 봐. 얼만데 이 지랄이야?”

“매월 숙식비용과 트레이닝 비용을 합쳐서 개인당 최소 5백만 원은 잡아야 합니다. 1년에 6천만 원, 3년이 넘었지만 3년으로 계산하더라도 실비용에 관한 위약금만 3억 6천만 원 정도 됩니다.”


억 단위의 비용이 언급되자 신형식이 움찔거렸다. 그러더니 되려 목소리를 키웠다.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 뭐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뭐, 뭐야? 그렇게 많이 나온다고? 이거 순 사기꾼 노예계약 아냐!”

“아버님, 앨범 제작비와 각종 운영비, 스텔라 활동 중지에 따른 기대비용 등의 피해는 별도 민사소송으로 진행될 겁니다.”


신형식이 목에 벌게질 정도로 핏대를 세웠다.


“술값이나 얻으러 다닌다고 내가 만만해 보여? 그렇게 덤터기를 씌우겠다? 좋아. 나도 경찰에 신고할 거야. 너 이 새끼 사기에 노예계약으로 콩밥 먹을 각오해.”

“하세요. 업무방해까지 추가로 고소하고 민사까지 한 번 가 보시죠. 에이스 엔터의 법무팀을 물로 보시나 보네요.”

“이 새끼가 어른이 얘기하는데 어디서 꼬박꼬박 말대꾸야!”

“세상에 어떤 어른이 자기 딸 소속사에다 술값 내놓으라고 행패를 부립니까?”

“이잌! 어린노무 새끼가!”


신형식이 분을 참지 못하고 경솔하게 주먹을 휘둘렀다.

솜방망이 주먹이 서서히 날아왔다. 피할 수 있었지만, 일부러 얼굴을 갖다 댔다.


퍼억!

소리가 찰지게 났다.

설마 주먹이 맞을 줄 몰랐는지 신형식의 표정에서 당황스러움이 묻어 나왔다.


“······!”


퉷!

입안에 생채기가 생겨서 핏물을 뱉어냈다.


“편의점 옆이라 마침 CCTV도 있네요. 또 회사로 오셔서 세영이 데려가겠다고 하시면 폭행까지 묶어서 바로 고소할 겁니다. 이만 가 보시죠. 신형식 씨.”

“이, 이, 이놈이······.”


부들부들 떨던 신형식이 편의점 의자를 발로 걷어차고는 사라졌다.

혹시 몰라서 편의점에 사정을 말하고 CCTV에 폭행당하는 부분을 USB로 백업받아 두었다.

이것으로써 당분간은 신형식이 회사에 와서 쓸데없는 짓을 못 할 것이다.

앞으로 한달.

신세영의 생일이 지나면 신형식과는 별개로 자신의 의지에 따라 인생을 선택할 수 있겠지.

그렇게 해 줄 수 있다면 한 대 맞아서 처리하는 게 남는 장사였다.


그런데, 뭔가 할 일이 있었던 것 같았는데······.


“아! 맞다. 프로듀서.”


서둘러 프로듀서 코드아트의 스튜디오로 향했다.


* * *


“계십니까? 에이스 엔터에서 왔습니다.”


육중한 철문이 조금 열리더니 부스스한 머리의 남자가 나왔다.

코드아트였다.

만나자마자 한숨부터 쉬었다.


“하아아― 무슨 일이죠?”

“오승민 팀장님 소개로 왔습니다. 매니저 차현웁니다. 통화가 되지 않아서 바로 찾아왔습니다.”


코드아트가 기운 빠진 모습으로 중얼거렸다.


“승민이 형이요? 일단 들어오세요······.”


철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별천지였다.

복도를 밝히는 조명과 장식장. 그 안에는 피규어와 프라모델이 빽빽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회귀 전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이 사람도 여자 사람하고 인연이 없겠구나. 그런 생각을 하며 스튜디오로 들어섰다.


테이블 위에는 망가진 피규어 하나가 올라와 있었다. 유명한 애니메이션과 만화 속 변신 사슴 캐릭터였다.

30년 오덕의 힘이 대화의 물꼬를 텄다.


“어? 이건 「원피스트」 촙파 진화 세트 한정판 아닌가요? 몇 세트 없다던데. 상태를 보니 초판에 가깝네요. 아이고, 그런데 뿔이 상해서 어쩔······.”


순간, 코드아트의 눈빛이 반짝였다.


“매니저님이 뭘 좀 볼 줄 아시네요. 초판이 맞아요.”

“부러진 뿔은요?”


코드아트가 하늘이 무너진 것처럼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조카가 잃어버렸어요. 그래서 그런지 고칠 수 없다는 생각에 작업할 의욕도 생기지를 않네요. 하아아―”


다 큰 어른이 장난감 뿔 부러졌다고 작업 의욕까지 잃는다는 것은 웃기는 일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럴 것이다. 하지만, 30년 경력의 오덕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가슴을 후벼파고 내 뿔을 잘라낸 것 같은 그 아픔······.


“제가 아는 명인이 한 분 계세요. 안경석 명인이라고 그 분께 맡겨보면 어떨까요?”


안경석 명인은 이 시점에서 그리 유명하지 않았지만, 실력이 매우 좋은 분이다. 이미 몇 번 찾아가서 피규어를 고친 전적이 있기에 가끔 연락하고 지냈다.

몇 년 뒤에 티비 프로그램 「세상의 달인」에 나오면서 그 후부터 유명세를 톡톡히 치를 예정이기도 하다.

코드아트가 진지하게 물었다.


“가능할까요?”

“잠시만요.”


폰을 꺼내 바로 영상통화를 걸었다.


-뚜르르르르. 딸깍.

-현우 씨, 오랜만이에요?

“네, 명인님. 저 갑작스럽게 죄송한데, 이 한정판 레진 피규어 복원되죠? 부러진 뿔은 잃어버리셨대요.”

-어디 자세히 비춰봐요.


테이블 위의 「원피스트」 촙파 피규어를 고루 비췄다.


-될 거 같아요. 시간은 며칠 걸리겠네요. 뿔 부분을 다시 만들어야 해서요. 보내주시면 됩니다.

“감사해요. 명인님.”


통화를 마치자, 피규어 박스를 찾아 달려가는 코드아트를 볼 수 있었다.


“이, 이것도 복원할 수 있겠지요? 얘는 부품도 있어요.”


「원피스트」 촙파 외에도 부러진 톱날을 챙겨 나왔다. 「귀멸의 톱날」 한정판 피규어의 부품이란다.


“되겠죠. 명인님 실력이 좋으세요.”


입이 귀에 걸린 코드아트와 조심스럽게 포장을 마쳤다.

그러고 나니 잠시 현타가 왔다.


“으음······.”


음악 프로듀서 구하러 와서 이게 무슨 짓인지.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그래도 오덕의 아픔을 공감해 벌인 일이니, 마무리가 먼저였다.

망가진 피규어를 안경석 명인에게 퀵으로 쐈다.

계약금 입금까지 마친 코드아트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의자에 앉았다.


“아! 맞다. 그런데, 매니저님. 무슨 일로 오신 거죠?”


음······ 일찍도 물어본다. 어쨌든 촙파 뿔의 분실로 인한 우울감은 많이 줄었을테니, 부탁하면 혹시 들어주지 않을까? 그런 막연한 기대감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제가 걸그룹 스텔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스텔라의 제이즈라는 친구가 1집 디지털 싱글 1곡을 편곡하고 1곡의 자작곡을 만들었는데, 프로듀싱 해 주실 분이 없어요.”

“그래요? 들어볼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1집 원곡부터 플레이할게요.”


블루투스 스피커에 연결해서 「Tonight」 원곡부터 틀었다. 조금 듣더니 코드아트가 손을 들어 스킵을 요청했다.


“으음······ 이건 됐어요. 압구정곰탱이 냄새가 나네요. 표절만 간신히 피한 양산형 곡입니다. 근데, 이걸 어떻게 편곡했다는 거죠?”


제이즈가 편곡한 「Tonight」을 플레이했다.


“호오~ 이걸, 이렇게 바꿨다고요?”


그루브를 타며 고개를 끄덕이던 코드아트가 좋았어를 연발했다. 이어진 「Reject」까지 듣고 나자 코드아트가 살짝 흥분했다.


“이게 걸그룹 멤버가 작곡한 거라고요? 천재과에 가까운 친구네요. 다만, 프로듀싱 경험이 없고 아직 나이가 어려서 부족한 점이 조금 있지만요.”

“사정상 회사에서 밀어주지 않는 친구들이라 제작비가 없다시피 합니다. 코드아트님이 프로듀싱을······.”


내 말을 톡 끊어먹은 코드아트가 진지하게 제안했다.


“이 곡들은 그 친구에게 뿔 떨어진 촙파나 귀멸의 톱날과 같겠지요? ······제가 프로듀싱을 맡고 싶습니다. 곡의 온전한 모습이 기대되거든요.”

“저, 정말입니까?”

“돈은 괜찮아요. 명인님 소개해 준 값으로 퉁 치죠. 뭐. 우흐흐흐흣.”


웃음소리가 조금 괴팍하게 들리긴 했지만, 아무튼 국내 TOP 3 힙합 프로듀서가 스텔라의 2집 프로듀싱을 맡아주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코드아트님.”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았던 전생의 피규어 오덕질이 빛을 본 순간이었다.

오늘 당장 스텔라를 봤으면 한다는 코드아트의 독촉은 덤이다. 이 기쁜 소식을 빨리 전해야겠다고 생각하며 사무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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