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리쿠스 비스콘티, 너는 도대체 뭐하는 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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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x
작품등록일 :
2024.07.2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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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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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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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의 습격

DUMMY

그런 와중에 막내 늑대 혼자만 의심을 홉떴다.



"대장님, 이 커다란 놈을 어떻게 잡으려고 그러세요? 발굽 한 짝만 봐도 제 입구녕에는 들어가지 않을 성싶은데. 괜히 건드렸다가 피만 보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요, 이거."



대장 늑대는 횡재를 앞에 두고 싫은 소리만 해대는 막내늑대의 엉덩이를 콱 깨물어주었다. 막내늑대는 잉잉 울면서 대열의 맨 뒤로 도망가고 말았다.



"잘 들어라! 나는 경험이 많은 늑대니까 덩치 큰 놈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잘 알지. 이럴 때는 어금니가 아니라 앞니만 쓰는 거야. 불알만 칵 물어주면 되는 거다. 주머니가 찢어지면 거기로 피장을 물처럼 쏟아내거든. 어린 늑대들은 잘 보도록! 내가 시범을 보여주마."



하며 늑대는 배때지를 하늘에 벌렁 대고 드러누운 빈부미의 사타구니를 향해 아가리를 들이댔다. 그리고 냄새를 한 번 킁 맡더니 옆에 있던 애한테 고개를 돌렸다.



"야, 니가 해봐."



옆에 있던 늑대는 무리의 서열 두 번째였다.



"킁, 왜요?"

"왜요는 얼어죽을! 이런 건 맨날 나만 하냐? 나도 이제 나이가 있는데 언제까지 니들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냔 말이야. 오늘은 나도 좀 쉴까 하는 마음에 말을 한 건데 그렇게 꼰티를 팍팍 부리면서 싫은 내색 다 부리다니 너희들이란 녀석들은 대체 뭐 하는 것들이냐?"



부대장 늑대는 그 말에 풀이 죽은 채로 돼지의 사타구니를 향해 비척비척 걸어갔다. 그리고 입을 가져다 대기 전에 냄새를 킁킁 맡아보았다. 돼지의 고환은 실제로도 굉장히 거대했다. 자기 머리통만한 불알에 입에다 갖다대는 건 아무리 늑대라도 비위가 상하는 짓이다.



"대장, 차라리 굶죠? 이건 정말 하고싶지 않아요."



대장은 언젠가 이놈이 늙은 자신에게 도전하게 될 거라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이런 꼴로는 바라지 않았었다.



"너 이자식! 그럼 내가 할 때는 왜 안 말렸어, 그때는 괜찮았다는 거냐? 자고로 늑대란 무리를 지어야 사는 천명인 것이야. 가족들을 위해서라면 냄새나는 돼지 불알쯤 눈 딱 감고 짝 물어서 터드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그럼 잘 아시는 대장이 하지 왜 저 시키는데요?"



대장은 이렇게 말싸움만 하다가는 결론이 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세번째 놈한테 일을 떠넘겼다. 허나 그놈도 싫다는 것이다. 그렇게 높은 서열에서 낮은 서열로 내림차순을 반복하자 마지막 순서로 아까 엉덩이를 깨물린 막내 늑대가 당선되었다. 대장이 외쳤다.



"언제까지고 아이일 수는 없지. 막내늑대야, 이제 슬슬 너도 밥값을 해야 하지 않겠니? 눈 딱 감고 저지르는 거다."



막내늑대는 그 말에 망설임 없이 달려가 빈부미의 불알주머니를 딱! 물어버렸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점은 일단 야생에서 짐승들이 자기들보다 커다란 동물의 고환을 공격하는 일이 실제 하나의 전략으로 자리잡아 있다는 것이다. 허나 그건 여러번의 집중적인 공격을 요구한다. 그곳의 가죽은 꽤나 질기고 단단했으며 또 뻣뻣한 털이 잇몸을 찌른다. 거기다 막내늑대는 경험이 부족해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한테는 입 한 번 대본 적이 없고 아가리 힘도 연약했다.



그 결과 빈부미는 눈물이 찔끔 나오는 아픔에 파들짝 깨어났다. 그는 자기 주위에 굶주린 늑대들이 둘러싸고 있는 걸 보았고, 심지어 한 놈은 자기 거시기를 노리고 있었다!



빈부미는 사지를 버둥거리며 뒤뚱뒤뚱 깨어나서 겨우 몸을 일으켰다. 막내 늑대는 나무둥치에 처박혔고, 늑대 무리는 앞니를 드러내며 무자비한 자연의 린치를 시작했다. 빈부미는 공포에 젖은 눈으로 오월광(五月光) 폭 삭아낸 숲속의 고사리 공터 이쪽저쪽을 희떠보았다.



'오, 전능하신 하나님, 제발 저를 이렇게 비참하게 죽이지 말아주세요! 저를 살려만 주신다면 이제부터 매일 아침 미사때마다 주님의 경당 앞에 초를 하나씩 바치겠나이다.'



생각해보면 목숨값으로 매일 초 하나씩을 바친다는 건 수지가 안 맞은 거래가 아닐 수 없다. 그러니 주님의 신성은 이 얼마나 위대한가! 빈부미는 자기가 속으로 한 말에 용기를 얻고 늑대 무리 한가운데로 돌진하여 퇴로를 뚫었다.



"주여! 전능하신 하느님! 하느님!"



늑대들은 너무나도 허무하게, 저런 데 받혔다간 갈비고 뭐고 아작날 게 뻔해서 급히 자리를 비켜주었다.



경험이 부족했던 막내늑대만 빼고 말이다.



빈부미가 깨어나자마자 나무둥치에 받혀버린 막내늑대는 바닥에 쓰러진 채로 지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가 성찰해보았다. 싫은 일을 짬 때린 가족들도 그렇지만 돼지 불알을 물었다가 다쳐버린 게 뭣보다도 속상했다. 그러자 성질이 났고, 그때부터 어떡해야 이 돼지한테 고통과 상처와 죽음을 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기 시작했다. 빈부미가 늑대들 사이로 돌진하던 그 때, 막내늑대는 빈틈을 포착했다. 막내는 다시 한 번 그의 거대한 고환으로 달려들었고, 악! 물어서 놔주지 않았다. 그때부터 막내늑대는 끌려다니기 시작했다. 그들은 벌판과 밭을 지나쳐 가레랑 영주의 마을에 도달했다.



"아이고! 아이고! 내 불알! 여러분, 내 불알좀 살려주시게! 그리고 나도 좀 살려주시게!"



빈부미는 자기가 지금 돼지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 잊어먹고 소리를 질러댔다. 하지만 한 곳에 오래 머물 수가 없었다. 막내늑대를 구하기 위해 늑대 무리가 한참 전부터 그를 쫒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늑대는 꽤나 빠르지만 죽기살기로 달려가는 육중한 돼지를 막지는 못했다. 그 결과 빈부미는 온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을 깨워대기 시작했다.



"아이고! 여러분! 나 좀 살려주시라니까요! 늑대가 나타났어요, 늑대가!"



아무리 소리를 질러대도 깜깜히 잠만 잘 자던 가레랑의 영민들은 "늑대" 라는 말 한 마디에 두 눈을 퍼뜩 떴다.



"뭐라고, 늑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누구먼저 할 것 없이 근처에 적당히 잡히는 가재도구들, 쟁기며 낱알 부수는 도리깨, 건초를 벨 때 쓰는 낫, 옛날에 징집되었을 때 쓰던 장궁이며 파이 자를 때 쓰는 마체테 같은 것들을 들고 부리나케 뛰쳐나왔다. 횃불이 밝혀졌고, 영주에게 소식이 전달되었다. 그 소식을 들은 가레랑 영주는 오밤중에 마누라랑 부시럭거리다 말고 벌떡 일어나 입안에 거품부터 물었다. 그의 영지는 늑대에게 피해를 자주 받았는데, 때문에 어릴 적부터 늑대라면 이골이 난 터다. 소중한 영지가 늑대들에게 농간당한다는 소식은, 바로 옆 영지 베오발트의 리게르트가 가까운 방앗간의 소유권을 빼앗기 위해 경계선을 넘어왔다는 소식을 듣는 것 다음으로 그를 화나게 했다.



"늑대가 나타났다고? 이 새끼들, 보자보자 하니까 아주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구만, 그래.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걸고 전부 죽여버리겠어!"



그는 침복바람으로 달려나와 말에 안장을 얹고 종자의 도움도 없이 혼자 그 많은 갑옷들을 후딱 걸쳐입었다. 갑옷의 사이사이로 느슨한 속옷이 드러났다.



늑대들은 언덕 위에서 말 탄 병사들이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눈치챘다. 교활한 대장은 곧장 후퇴명령을 내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숲속으로 돌아갔다. 영민들은 혹시 늑대가 숨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횃불을 들고 집앞 텃밭이며 교회 지하 납골당이며 우물의 으슥진 구석 따위를 들쑤셨다. 바로 그 때 가레랑이 몽둥이를 든 쿠미누스 사제를 대동한 채 마을로 내려왔다. 영주는 현 상황을 보고받고 아무 피해도 없이 소동이 끝났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아까운 잠만 버렸다며 다시 성으로 돌아갔다.



그러다가 혹시 모른다는 마음에 성벽 안으로 들어온 늑대가 있는지 조사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들은 우물과 병참, 대장간과 교회 지하 납골당(이곳에는 가레랑의 세 살 먹은 아이의 뼈가 남아있는데 이를 보고 가레랑은 눈물을 흘리며 손으로 묘비를 쓰다듬었다) 뒤지고 마지막으로 돼지우리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곳에는 바실리쿠스를 포함하여 수많은 돼지들이 있었다. 횃불과 사람들을 동원해 갑자기 처들어가니 돼지들은 영주가 새 소시지를 먹고싶은 걸까 두려운 마음으로 꿀꿀거리기 시작했다. 영주는 조금 측은해져서 이렇게 말했다.



"바실리쿠스야, 아무리 사는 게 힘겹고 더러워도 그렇지 사람이 돼지우리에서 자는 법이 어디 있느냐? 지금 당장 몸을 씻고 네 침대로 돌아가도록 하여라. 사제님, 왜 바실리쿠스가 저 이상하게 생긴 목걸이를 차고 있는 거죠?"



쿠미누스 사제는 앞으로 나서며 두 손을 단전에 모았다.



"저는 영주님에게 진실을 말씀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송구스럽지만 바실리쿠스는 어제 부로 사람이 아닌 돼지가 되어 돼지우리에서 먹고 자기로 했습니다. 저 목걸이는 녀석이 돼지임을 표징하는 징표인 셈이지요. 그러니 바실리쿠스 돼지는 지금 올바른 자리에 위치한 셈이지요. 영주님께서 녀석에게 그런 말씀을 할 필요는 없으십니다."



영주는 그게 뭔 소리지 싶었지만 사제가 하는 말이니 일단 알겠다고 했다.



"바실리쿠스, 혹시 이곳에 늑대가 들어오진 않았니? 하긴 그랬으면 네가 지금처럼 편하게 누워 잘 수도 없었겠지. 푹 쉬어라. 이만 갈 테니. 이 녀석아, 너는 온 마을에 소동이 났는데도 구석탱이에 잠만 잤냐?"



영주가 조용히 나와 문을 닫으려고 하는 그때 뒤에서 바실리쿠스가 외쳤다.



"영주님! 만약에 늑대가 잡히면 어찌하실 심산이신지요?"



영주는 뒤를 돌아 온화하게 대답했다.



"예로부터 늑대는 우리 영민들을 괴롭히고 가축을 잡아먹는 악한 축이요 짐승이었다. 허나 늑대라는 건 애초에 그런 식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을 테지. 하느님께서 굳이 녀석들을 만드신 걸 보면 분명 무슨 뜻이 있었을 거야. 난 이걸 인간이 스스로의 재산을 지키고 위협에 맞서싸우는 힘을 기르도록 하느님이 내리신 경각심으로 이해하기로 했다. 그러니 만약 늑대가 잡힌다면 내 손수 녀석의 두개골을 부숴버릴 것이야. 그분이 의도하신대로 말이지."

"알겠습니다."



잠시 후에 바실리쿠스가 또 물었다.



"어, 저기 만약 늑대가 잡히면 잡은 사람에겐 어느정도의 보상이 내려질까요?"



영주는 잠시 생각했다.



"마리당 30만원 정도면 될까."

"음... 그렇군요. 시간을 뺏어서 죄송합니다, 영주님."



영주가 밖으로 나가자마자 바실리쿠스는 식구들한테로 돌아갔다.



"다들 방금 들었죠? 이놈을 갖다바치면 30만원을 준대요!"


아파서 징징거리는 빈부미의 입을 틀어막고 있던 말레이카가 고개를 돌렸다.


"뭐 그런 것 가지고 난리를 피우고 그래요. 오빠, 우리가 언제 돈 필요한 적 있었어요? 인간들 틈에 끼어살다 보니 천성이 변한 게 분명해."


바실리쿠스는 식구들이 자기 생각에 동의해주지 않자 속이 무던히도 상했지만, 한편으로 듣고보니 그들의 말이 옳았다.


'그러고보니 우리는 잠도 돼지우리에서 자고 먹는것도 인간들이 주는 여물이면 족한 데다 옷은 아예 입지도 않아. 장식이나 목걸이로 몸을 꾸밀 필요도 없고 먹는 욕심도 없지.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돈은 똥덩어리 같은 거야.'


바실리쿠스의 눈이 빈부미 형님의 불쌍한 고환으로 향했다. 빈부미는 닭똥같은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면서 구석에 누워 부르르 떨고 있었다.

민토네 역시 그말에 동의했다.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가 어디 예삿일이니? 너 설마 지금 고작 30만원 때문에 이 어린애를 팔아치우겠단 소리를 하는 건 아니지?"

"하지만 빈부미 형님을 위한 치료비가 필요해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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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반딧불이가 많은 숲 (2) 24.07.29 7 1 12쪽
15 반딧불이가 많은 숲 (1) 24.07.29 8 1 12쪽
14 영주가 바실리쿠스에게 내린 벌 (3) 24.07.29 7 1 11쪽
13 영주가 바실리쿠스에게 내린 벌 (2) 24.07.29 9 1 13쪽
12 영주가 바실리쿠스에게 내린 벌 (1) 24.07.28 7 1 11쪽
11 개와 사람을 반쯤 합쳐놓은 24.07.28 8 1 12쪽
10 산사과 같은 머리 24.07.27 10 1 12쪽
9 너도밤 나도밤 24.07.27 13 1 11쪽
8 너 제정신이냐? 24.07.27 10 1 13쪽
7 이기고 지는 게 무슨 소용인가? 24.07.26 9 1 11쪽
6 더 많이 다친 사람은 바실리쿠스였다 24.07.26 11 1 11쪽
5 안 돼요! 24.07.26 11 1 13쪽
4 닭대가리 게레할드 24.07.26 17 1 11쪽
» 늑대의 습격 24.07.26 14 1 12쪽
2 난 이 목걸이가 마음에 드는 걸 24.07.26 28 1 11쪽
1 쿠미누스 사제의 억지 24.07.26 9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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