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리쿠스 비스콘티, 너는 도대체 뭐하는 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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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x
작품등록일 :
2024.07.2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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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7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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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제정신이냐?

DUMMY

"아가씨는, 말도 안 되는 소리!"



바실리쿠스는 들으라는 듯이 깔깔웃었다.



"어디 너같이 잿물에 빨래하느라 손구녕이 갯구녕 다 된 아가씨 있나 함 찾아보라고 해라. 쟤도 참 이상한 소리를 다 하네."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뒤에서 마리에뜨가 성큼성큼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는 평소보다 위협적으로 들렸다. 바실리쿠스는 돌아서려고 했다. 그의 옆구리에 알주먹이 냅다꽂히기 전까지는 돌아서려고 했다. 그의 말마따나 마리에뜨는 잿물에 빨래하느라 손이 못생겨진 걸 항상 마음에 두고 있었다.



매일 육체노동으로 단련된 근육은 알찼고, 맞은 데는 간이었다. 바실리쿠스는 소리없이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바실리쿠스가 고개를 들어보니 그곳에 머리 끝까지 약 오른 마리에뜨가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니가 뭔데 남한테 갯구녕이니 뭐니 아가씨니 뭐니 하면서 그런 못된 말들을 해대는 거야? 엉? 이 자식아, 다시 한 번 말해봐라. 니가 내 손 이렇게 되는 데 보태주기라도 했냐고. 난 그저 돼지치기라고 했을 뿐인데 넌 남 기분이 어떨 줄도 모르고 말을 똥처럼 줄줄 싸대니, 너 같은 놈은 정말 돼지새끼가 맞는 모양이구나!"


'얘가 오늘은 정말로 화가 많이 난 모양이네. 밤중에 이게 뭔 일이람. 남들이 보면 오해하겠어.'



바실리쿠스는 이번도 역시 면구스럽게 이리저리 사과하며 빌지 않을 수 없었다. 마리에뜨는 바실리쿠스가 연신 그렇게 나오자 기분은 풀렸으나 한동안 앵하고 꽁해서 뚜덕거리다 돌아갔다.



돼지우리로 돌아온 바실리쿠스는 식구들이 잠들어 있는 걸 확인하고 자기도 자려고 했다. 빈부미는 의외로 잘 때 얌전하고 조용했다. 코를 곤다면 그건 말레이카 쪽이다. 그런데 늑대새끼가 아직까지 깨어있었다. 바실리쿠스는 그쪽으로 다가갔다.



"오늘은 안 좋은 꼴을 많이 보였구나. 면목이 없다." 바실리쿠스는 담요를 덮으려다 일어났다. "그래도 아직은 내가 너의 보호자니까 넌 내 말을 잘 들어야 해. 그건 알고 있지?"



늑대새끼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그만이면 됐다 싶어서 누웠다. 그런데 그녀의 품 속에 무언가 꿈틀거리는 게 있었다. 아주 잠깐 창문으로 들어온 달빛에 늑대새끼의 몸이 밝아진 순간이 있었는데 바실리쿠스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본 것이다.



바실리쿠스가 물어보자 늑대새끼는 처음에는 숨겼다. 하지만 계속되는 엄한 추궁에는 어쩔 수가 없었다. 그녀의 품속에는 살아있는 쥐새끼가 들어있었다. 쥐는 바깥공기를 쐬자 온몸을 꿈틀대며 엄지로 틀어막힌 주둥이를 비틀어 뺐다.



"아이고, 내 친구 바실리쿠스 나 좀 살려주게나!"



늑대새끼는 쥐새끼의 주둥이를 다시 틀어막았다. 그리고 두 주먹 속에 다시 숨겼다. 인간의 존엄성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처사였다. 바실리쿠스는 그것이 로드렉임을 알아보고 얼른 낚아챘다.



"이 자식이 먹을 거 못 먹을 거 구분도 못 하고!'



포식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쥐는 어디 몸에 다친데 없나 확인해보고는 바실리쿠스의 발목을 두 팔로 꽉 끌어안았다.



"하느님이 너를 보내주셨어! 너는 내가 본 중에 최고의 기독교인이야, 바실리쿠스. 덕분에 살았다. 다들 너네 집에 무슨 늑대새끼가 태어났다고 수군거리는데 그게 뭔 소린지 알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한 번 보러 왔는데 이 꼴이 난 거야."



바실리쿠스는 부산을 떠는 친구에게 쏘아붙었다.



"그래, 너는 내가 마리에뜨한테 얻어처맞는 걸 보고는 놀래주려고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겠지."



그 말에 로드렉은 면목이 없어졌다.



"니 말대로 널 놀래주려고 여기 있었던 건 사실이야. 하지만 내가 처음 왔을 때 저놈은 보이지가 않았어. 그러더니 어느 순간 뒤에서 나를 확 덮치더라고! 멀리서부터 내가 오는 냄새를 맡은 게 분명해. 저놈 참 무서운 놈이야, 벽에 매달린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니까. 늑대일 적 버릇이 아직 남아있는 게지?"



로드렉은 바실리쿠스의 주의를 돌리려 두려움에 찬 눈으로 늑대새끼를 흘겨보았다. 늑대새끼는 자기 손 냄새를 맡더니 켁 소리를 냈다. 쥐 오줌이 남아있는 게 분명했다.



"어떻게 늑대 무리 사이에 우리 동포가 껴있었던 거야? 나이도 그리 많지 않은 듯 한데."



바실리쿠스는 기억을 되짚었다.



"옛날에 스승님께서 바깥에 사는 짐승들 중에는 자기가 변신술사인 줄도 모른 채 살아가는 놈들이 많다고 하셨지. 그런 놈들은 말하는 법도 사람처럼 생각하는 법도 자기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도 잊어버리고는, 짐승처럼 먹고 짐승처럼 흘레 붙어서 변신술사 잡종 새끼를 낳는다는 거야. 처음엔 그 말을 듣고 그냥 흘겨들었는데 이렇게 두 눈으로 직접 보게될 줄이야. 세상 만사는 살고 볼 일이구만."

"너 설마 이 놈을 계속 여기서 키울 생각은 아니지?"



로드렉은 겁 많은 겁쟁이였는데, 바실리쿠스는 그 앞에서 으레 허세를 부리곤 하였고,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걱정 마라. 이놈이 언제 사고라도 치는 날에는 바로 나한테 말하라구. 몽둥이를 들거나 아예 굶겨서라도 말이야, 아주 버릇을 단단히 고쳐놓을테니 말이야."

"너는 늑대들이 얼마나 간교하고 똑똑한지 몰라. 나는 알지. 나는 가끔 밖으로 나가잖아. 그곳에서 놈들이 짐승을 사냥하고 마을을 습격하는 모습을 본다고."

"그 모습이 어떤데?"



로드렉이 목소리를 낮춰 "아주 무시무시하지!" 겁을 주자 바실리쿠스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고보니 영주님께서 내일 늑대들을 사냥하러 간다고 하셨어. 당분간은 안심하고 살 수 있겠지."



"저 놈이 방금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까?"



늑대새끼는 먹잇감을 뺏긴 게 분했는지 구석에서 무릎을 감싸고 앉아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여전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놈이었다. 그 시퍼런 눈빛이 달빛에 반사되어 한밤의 인화(燐火)처럼 짐승의 그것처럼 번뜩하였다. 그들은 오싹해졌다.



"정말 저 녀석을 너 좋을대로 다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저 사지 멀쩡한 놈을?"



"그거야 뭐...."



바실리쿠스는 대답하려고 했지만 사실 아까부터 졸리고 몸도 아프고 해서 조금씩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러다 뭐라 말도 꺼내기 전에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로드렉은 들리지 않게 작별인사를 하고 나갔다.



새벽에 잠에서 깨어난 바실리쿠스는 늑대새끼가 보이지 않자 몸을 홱 일으켜 주위를 확인했다. 알고보니 늑대새끼는 그와 등을 맞대고 자다가 그가 깨어나자 자기도 놀라서 일어나 눈을 부비고 있었다. 바실리쿠스는 녀석의 머리를 두드리고 다시 잠을 잤다. 그리고 사람들이 으레 그러하듯, 한 번 깼다가 다시 자는 건 더 깊은 잠에 빠지는 법이다. 그래서 바실리쿠스는 평소같지 않게 늦잠을 잤다.



다음날, 바깥은 아침부터 짐 나르고 시키는 소리로 시끄러웠다. 개 짖는 소리가 났다. 5월의 아침은 가을의 낮 같았다. 봄에서 여름으로 접어드는 시기는 둘이 반쯤 섞여있어 풀꽃은 추잡한 냄새가 났다. 벽 틈으로 쌀쌀한 공기가 들어와 어깨를 주물러 춥게 했다. 바실리쿠스는 마리에뜨가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소리를 들었다. 자기를 때려눕혔던 일을 말하는 건가 싶어 귀를 기울여보았는데 잘 들리지 않았다. 바실리쿠스는 한창 기분좋게 자고 있으니 더 이상 시끄럽게 하지 말고 다들 어서 빨리 가버렸으면 하며 담요를 당겨덮었다. 늑대새끼가 담요를 단단히 잡고 있어서 바실리쿠스는 어깨 너머로 여러번 담요를 당겨야했지만 그래봤자 조금밖에 넘어오지 않았다. 담요의 일부분을 본인이 옆구리로 깔고 있었기 때문에 담요를 당기려면 본인이 조금 일어나야 했지만 졸린 사람이 그걸 알 수는 없었다.



이 때 누군가 돼지우리 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바실리쿠스는 실눈을 떴다. 문의 틈 사이로 아침구름이 많이 낀 하늘이 보였다. 그날은 점심 즈음 되어 구름은 모두 물러가고 저녁까지 하루종일 파랗고 하얀 날씨가 계속되었다. 문이 열리자마자 태양의 역광과 함께 개 한 마리가 들어와 바실리쿠스의 얼굴을 핥으려고 했다. 머리를 밀어내자 눈을 까뒤집었다. 사실 이 개는 한 시간 전부터 돼지우리 근처를 서성거리며 벽 밑부분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고있었다. 바실리쿠스는 꼬리를 흔들어대는 개를 껴안고 물었다.



"그로가네 형님(2화에서 쿠미누스와 합심하여 바실리쿠스한테 목걸이를 씌웠던 그 사람)이 여긴 웬일이셔요, 늑대 잡으러 간다고 안 했수?"

"내 말이 그 말이다 이 자식야." 그로가네는 저벅저벅 걸어와 바실리쿠스의 담요를 들춰 일으켰다. 아주 잠깐이지만 누가 돼지고 사람인지 구분 할 수 없었다는 당혹감이 그의 얼굴에 남아있었다. "너 왜 준비도 안 하고 여지껏 자고 앉았냐? 영주님이 너 데려간다고 분명히 말하지 않았어?"



바실리쿠스는 깜짝 놀라고 벌떡 일어났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영주님이 말을 하다니요." 바실리쿠스는 가슴에 성호를 그어대며 열변을 토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말에 한 치 거짓도 없음을 주장하는 표시였다. 잠은 다 달아나고 말았다. "제가 하느님에 대고 맹세하는데 전 영주님한테서 아무것도 들은 말 없었다구요."



그로가네는 돼지우리 냄새를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코를 찡그렸다.



"일단 나가자. 냄새난다."



그는 바실리쿠스의 어깨를 잡아 끌고 나가면서 말했다.



"어쨌든 너도 가는 거야. 옷 입고 빨리 준비해. 영주님 기다리시니까."

"영주님이 굳이 절 왜 기다려요? 저 하나 없다고 무슨 일 있길레?"

"말들이 니 말을 가장 잘 듣는 걸 어떡하냐."



이제야 바실리쿠스의 눈에 저 멀리 늑대사냥(나들이)가는 축들의 무리가 눈에 들어왔다. 이제야 나온 그를 보면서 혀를 끌끌 차고 있었다. 몇몇은 깔깔 웃었다. 그로가네는 바실리쿠스의 엉덩이를 툭 차고 그쪽으로 뛰어갔다. 바실리쿠스는 온몸에 찬바람을 쐬자 정신이 번쩍 들면서 양 손으로 자기 옷섶을 뒤졌다.



"지금, 지금이 몇 시지?"



바깥의 아침공기는 빽빽해져 있었다. 누군가 그를 향해 "빨리 와 이 돼지야!" 라고 소리쳤기에, 바실리쿠스는 서둘러 우리 옆의 작은 휴게실로 뛰어들어가 더러운 옷을 벗고 나들이 할 때 입는 깨끗한 옷을 꺼내입었다. 그러면서 묘안이 하나 떨어졌다.



'늑대새끼도 같이 데려가자. 같이 숲에 데려간 다음 녀석을 가족들에게로 돌려보내주는 거야. 그럼 나도 귀찮은 짐덩이 하나 더는 셈이고 일석이조지. 사람들한테는 잃어버렸다고 대충 둘러대면 될 거고. 좋아, 그렇게 하자!'



바실리쿠스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늑대새끼를 깨워 새 옷을 입게 했다. 그리고 우물가로 데려가 간단히 세수시킨 다음 일행에 합류했다. 선두에 있던 영주는 그를 보자마자 외쳤다. 영주는 기분 낼 때 입는 사냥복을 입고 있었다.



"아니, 바실리쿠스야! 너 왜 이렇게 늦게 나온 거야. 내가 어제 분명 너도 오늘 데려갈 거라고 말을 해두지 않았어?"



바실리쿠스는 늑대새끼의 손을 잡고 앞쪽으로 달려갔다.



"그게 말이죠, 나리. 저는 정말로 오늘 일에 대해서는 한 치도 들은 적이 없었다구요. 알았다면 제가 이럴 놈입니까? 아침 일찍부터 깨끗이 몸을 씻고 준비하고 옷도 가지런히 하고 나리님들 갑옷과 창날도 깨끗이 닦아놨을 거라고요! 이야기가 저에게 전달되지 못한 게 제 책임은 아니죠. 아니고 말고요."

"내 분명 게랙탱한테 얘기를 전해놓으라고 했었는데." 영주는 어제 일을 떠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못 했겠구만."



바실리쿠스는 영주가 혹시 어제 일을 두고 자기를 혼내지 않을까 걱정스러웠지만 그 이상 그에게 할 말이 있는 건 아닌 듯했다. 정말 다행이었다. 그런데 영주의 시선에 바실리쿠스 뒤에서 손을 꼭 잡고 같이 걸어가는 어린아이가 들어왔다.



"근데 걔는 뭐야."



바실리쿠스는 웃으며 대답했다.



"제가 저번에 말씀드렸죠? 제 사촌조카요. 옷 입히고 땟물 좀 씻으니까 영주님께서 못 알아보셨나봐!"

"너 설마 그 어린애를 지금 같이 데려가겠다는 건 아니지?"



바실리쿠스는 여인네에 하녀들도 다 따라가는데 애새끼 하나쯤 대수롭냐는 듯 대꾸했다. 영주는 정색했다.



"바실리쿠스, 너 제정신이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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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매춘하는 개 인간 (1) 24.07.30 6 1 12쪽
17 반딧불이가 많은 숲 (3) 24.07.29 4 1 11쪽
16 반딧불이가 많은 숲 (2) 24.07.29 7 1 12쪽
15 반딧불이가 많은 숲 (1) 24.07.29 7 1 12쪽
14 영주가 바실리쿠스에게 내린 벌 (3) 24.07.29 7 1 11쪽
13 영주가 바실리쿠스에게 내린 벌 (2) 24.07.29 9 1 13쪽
12 영주가 바실리쿠스에게 내린 벌 (1) 24.07.28 7 1 11쪽
11 개와 사람을 반쯤 합쳐놓은 24.07.28 8 1 12쪽
10 산사과 같은 머리 24.07.27 10 1 12쪽
9 너도밤 나도밤 24.07.27 12 1 11쪽
» 너 제정신이냐? 24.07.27 10 1 13쪽
7 이기고 지는 게 무슨 소용인가? 24.07.26 8 1 11쪽
6 더 많이 다친 사람은 바실리쿠스였다 24.07.26 10 1 11쪽
5 안 돼요! 24.07.26 11 1 13쪽
4 닭대가리 게레할드 24.07.26 17 1 11쪽
3 늑대의 습격 24.07.26 13 1 12쪽
2 난 이 목걸이가 마음에 드는 걸 24.07.26 28 1 11쪽
1 쿠미누스 사제의 억지 24.07.26 9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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