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리쿠스 비스콘티, 너는 도대체 뭐하는 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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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x
작품등록일 :
2024.07.2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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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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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3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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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춘하는 개 인간 (4)

DUMMY

"이봐 입 조심해!" 깁요슨이 외쳤다. "너 같은 여자가 그런 말 함부로 입에 올려도 되는 사람인 줄 알아? 주제를 알아야지..."


"왜 말을 저런 식으로 한대." 그녀는 몸의 이곳저곳 가려운 부분을 긁으면서 흘러내린 코트를 다시 걸쳐입었다. "이런 씨, 왜 이리 추워? 어디 문 열린 데 있나."


깁요슨은 한쪽 벽에 세워진 나무 벤치에 걸터앉아 그슬린 톳불이 이글거리는 화로에 대고 손을 녹였다. "제대로 닫았으니까 걱정 말라고, 이쁜이. 넌 어차피 털이 많잖아. 추우면 옷을 제대로 걸쳐 입으라고. 그러고 보니 참 이상하군. 창녀들은 남들보다 헐벗은 시간이 더 많은데도 어째 감기에 걸렸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으니."


"흥, 나같은 년들이 몸 추워질 틈이 있을라고." 그녀는 어깨를 붙잡고 몸을 떨다가 앞으로 나갔다. 점점 굵어지는 빗발의 소리가 그녀의 몸에서 허연 입김을 꺼내가고 있었다. "문 좀 닫자."


"그 문 가만히 둬." 크레드켄스가 말했다. 그는 영주의 딸에게 자신들의 치부를 들킨 것이 여간 마음에 걸렸는지 여전 손톱을 깨작거리고 있었다. "보초는 서야지."


그가 창자루를 꼬나쥐고 창가로 다가왔다. 에릴돈나는 옆으로 조금 비켜섰다.




"밖에 비 오는데?"


"비 오면 뭐 경비가 쉬나? 도둑놈들은 다 비 오는 날에만 장사하게?"




에릴돈나는 그 옆에서 밖을 슬쩍 내다보고 가만히 욕을 지껄였다. "젠장맞을, 이 쪼만한 성에 뭐 가져갈 게 있다고 그래 난리를 치는 거야. 저 봐라, 아무것도 없고만."


에릴돈나는 갑자기 변해버린 이 남자들의 태도에 기분이 언짢아졌다. 남자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맞닥뜨리자 여자의 몸은 커녕 자기 몸의 가려운 부분도 더듬거릴 생각이 없어진 듯 보였다. 설마 오늘 하루의 일이 이렇게 흐지부지 되어버려서 값을 치뤄받지 못한다면 어쩌나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그에 대해 말을 꺼내기도 자존심이 상했다.


그녀는 몸이라도 따듯하게 하려고 화로 앞에 쪼그려 앉았다. 그리고 군불을 쑤석거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불똥 한 덩이가 가슴께에 푹 튀었고, 그녀가 악 소리 내면서 맞은 부분을 비벼대자 사내들이 웃어젖혔다. 맞은 부위는 까매졌고, 털이 나는 냄새가 풍겼다. 어쩔 수 없이 옷을 가슴 위까지 제대로 여며올리면서 오늘 장사는 공쳤다고 짜증스럽게 생각했다.


그런 그녀를 테리데시우스가 넋놓고 쳐다보고 있었다. (이 자가 아까 그 초소에서 쫒겨나 밖에서 혼자 망을 보다가, 영주의 딸이 달려오자 문을 두드리며 위험을 알렸던 바로 그 남자다) 조금 어수룩하고 미련한 구석이 있는 이 남자는 아주 멍 하게 쳐다보느라 서로 눈이 마주치는 것도 몰랐다. 그는 그녀의 몸뚱이가 아니라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고 그것이 그녀의 눈길을 끌었다.




"왜요. 뭘 봐?" 에릴돈나는 거하게 쪼그려 앉은 채 뒷머리를 묶어서 틀어올리고 웃었다. "이리 와서 앉을래요?"


"이봐, 쟤는 작업 걸어봤자 소용 없어." 깁요슨이 건너편에서 톳불 너머로 고개를 기울였다. "그게 안되거든."


"안된다니 뭔 말이에요, 그게? 쑥맥이라고?" 에릴돈나는 이제야 눈에 들어온 남자를 흘겨보았다. "아저씨, 여자가 무서워요?"


"아니, 그쪽 기능이 안 된다고. 그러니까, 안 선다는 말이야."


"어머, 어떡해!" 에릴돈나가 이전에도 다른 생물을 보고 이런 반응을 보인 적이 있었다. 그건 어느 불쌍한 시정마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시정마는 몸값 비싼 숫말이 교미 작업을 하기 전까지 애무를 해주는 말이다. 어느날 시장에서 시정마가 암말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갔고, 사람들은 그걸 때놓으려다가 막대기로 시정마의 그곳을 툭 쳐서 부러뜨려버렸다. 그 말은 그날 하루종일 날뛰었다. 에릴돈나는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입을 벌린 입을 손으로 가렸다. "정말 불쌍한 사람이네.... 그러면 고자 병신이란 말이야? 언제부터?"




테리데시우스는 그 말을 듣고도 싱글싱글 웃고만 있었다.




"아무래도 원래부터 이랬던 것 같습니다, 아가씨."




아름다운 여성의 관심이 자신에게 온 것이 기뻤던 것이다.




"뒷산에 있는 어느 동굴에 가보면 아주 오랜 옛날의 이교도들이 사용했던 버려진 회당이 있습니다. 그곳에는 상스러운 그림이 그려져 있었지요. 또래 친구들은 그 그림을 보고, 제가 지금 대놓고 말할 수 없는 아주 상스러운 행동을 하곤 했는데, 저는 그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 애들처럼은 될 수가 없었거든요. 좀 조숙해지고 나서야 제가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가지고 태어난 결점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지요. 그래도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그애들은 본인의 더러운 욕정을 쏟아내고 나면 지쳐서 돌아갔지만, 저는 아침부터 어두운 밤이 올 때까지 그 그림을 볼 수 있었거든요."


"그래요...." 에릴돈나는 긴 이야기가 나오자 흘려들었다. "정말 힘들겠어...."


"재잘거리지좀 마, 안 그래도 골치 아프니까." 깁요슨이 말했다. "젠장 왜 하필이면 오늘 와가지고...."


"지금 이게 다 내 탓이라는 거에요?" 에릴돈나가 언성을 높혔다. "어이가 없네, 그러게 누가 거시기 파는 여자 불러달랬어? 이 야밤에 사람을 이런 데 부른 건 자기들이면서 왜 이제와서 싫은소릴 하는가 몰라?"


"이것 보아, 너한테 하는 말이 아니잖아." 창밖을 망 보던 크레드캔스가 고개를 돌렸다. "저 여자애한테 하는 말이라구. 이 여자야, 우리가 언제 너한테 아쉽게 대한 적이 있었나."


"그럼 됐고요. 그런데 그 망할 꼬맹이는 왜 이 야밤에 그래 돌아다니고 있던 거람?"


"낸들 아나." 깁요슨이 말했다.


"......왜 이래요."


"왜 이러긴 이 여자야...."


"...아, 저리 가..."


"가만히 있어 봐..."




에릴돈나는 불편하게 자세를 고쳐앉았다. 그리고 불안한 눈으로 출구 쪽을 쳐다보았다. 문이 조금 열려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시선을 눈치채고 깁요슨이 테리데시우스에게 말했다.




"야, 나가서 망 좀 봐."




테리데시우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깁요슨은 서로의 품 속에 얼굴을 파묻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그때까지 테리데시우스의 얼굴은 구석의 음영에 걸려 음침하게 어두워져 있었다. 마치 본인이 그 음습한 장소를 선호하고 그쪽으로 자리를 옮긴 것 같았다. 왜냐하면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지금보다는 더 가까운 곳에 서있었기 때문이다. 깁요슨이 좁으니깐 나가 있으라고 성질을 부리자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왜 그래야 하는데요?"


"저 자식 봐라."




깁요슨이 말했다. 굵은 두 팔은 에릴돈나를 바닥에 눕힌 채 당장이라도 벌떡 일어날 것처럼 두 몸을 단단히 지탱하고 있었다.




"이 새끼들 오늘 왜 이러지 하나같이?"




그의 시선은 구석에 서있는 테리데시우스에게 고정되었다. 그 앳된 얼굴과 생선처럼 푸르딩딩하고, 흰자 사이로 붕 떠있는 눈동자 한 켠에 화톳불이 반사된 빨간 점이 삿되게 찍혔다. 에릴돈나는 그 자세 그대로 머리를 뒤로 젖혀 테리데시우스를 거꾸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얼어붙었다. 테리데시우스의 시선은 깁요슨이 아니라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




그 순간 신이 노하였는지, 막 기침을 하셨는지, 세찬 빗물이 바람을 타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크레드켄스가 욕지기를 내뱉으며 창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왔다.




"내 차례가 되면 교대 해줘야돼."




그리고 잠시 불에 몸을 녹였다가 눈치를 슬쩍 보고는 다시 돌아가 창문 아래 빈 틈으로 망을 보며 맥주를 홀짝거리기 시작했다. 슬슬 취기가 돌자 머리가 흔들거리고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는지 고개를 자꾸만 갸우뚱 하다가 창문을 활짝 열고 찬 비를 맞기도 했다.




테리데시우스는 그 자리에서 꼼짝없이 창을 들고 서있었다. 그 자체가 깁요슨에겐 상당한 도발이었다. 그는 자리에서 거칠게 일어나려다가 기묘한 자세로 멈춰섰다. 바람이 일순 잔잔해진 화톳불에 공기를 붙어넣었고, 아주 잠깐 불길이 커진 그 틈으로 테리데시우스의 눈알이 무섭도록 빨갛게 달아오른 것이 보였다. 그는 손과 입술을 벌벌 떨었고, 한파를 만난 사람처럼 호흡이 거칠었다. 그리고 마치 겨울에 죽은 사슴이 봄에 녹아내리는 핏물을 찔끔찔금 내보내듯 시린 눈물을 줄줄이 흘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겉은 멀쩡하나 밑바닥은 금이 가기 시작하는 초봄의 호수처럼 당장이라도 빡빡하게 일그러질 것처럼 보였다. 깁요슨은 자기가 창을 어디다 두었는지 확인하고 숨을 죽였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저놈은 당장이라도 창을 들고 달려들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였다. 에릴돈나가 비명을 내질렀다.




모두들 놀라서 그쪽을 쳐다보았다. 에릴돈나는 깁요슨의 배 아래 누운 채로 몸을 돌려 문짝을 향해 손가락을 겨누었다.




"봤어! 날 봤어!"




그럼에도 사내들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소리지르는 그녀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깁요슨의 뭉툭한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쟤가 다 보고 있었다니까!"


"하!"




테레사가 외쳤다. 그녀가 얇은 주먹으로 문을 세게 두드려대면서 안쪽에다 엄포를 놓았다.




"내 그럴 줄 알았다니깐. 나를 그리 간단하게 속일 수 있을 줄 알았어? 이런 곳에서 창녀 악마랑 놀아나고 있었다니, 다들 천벌 받을 줄 알라고! 기필코 아버지한테 모조리 일러바칠테야."




테리데시우스가 재빨리 행동했다. 그가 문을 벌떡 열자 바깥에서는 찰박거리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성벽 위에 얕은 물이 고이도록 비가 줄줄이 내렸다. 아직 멀지 않은 곳에 테레사가 헐레벌떡 뛰어가고 있는 모습이 어둠 속에 보였다.




예로부터 이 성벽 위는 이끼나 곰팡이 같은 게 많이 슬어있었다. 가레랑은 재작년부터 대대적인 청소를 마음먹고 있었으나 여러가지 바쁜 탓에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래서 비가 오면 심하게 미끄러운 부분이 생겼고, 테레사가 우연히 그 부분을 밟아 넘어지고 말았다.




더 이상 달릴 수 없게 되자 그녀는 비명도 못 지르고 무릎 사이에 머리를 숨긴 채 구석에 쭈그려 앉아서 테리데리우스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그녀를 거칠게 끌어올렸다. 뒤이어 다른 남자들도 달려와 함께 그녀를 초소까지 데리고 갔다.




에릴돈나는 방의 이쪽저쪽을 초조하게 왕복하고 있었다. 그들이 돌아오자 그녀가 문간에 서서 비 내리는 문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어떻게 됐어?"




그들이 성공적으로 여자아이를 끌고 오는 모습을 보고도 그녀는 이렇게 물었다.




"어떻게 됐냐구?




그들은 안으로 들어와 테레사를 벤치에 앉혔다. 테시데리우스는 낫이나 벌목도를 모아놓는 보자기를 쏟아내고 그걸 테레사의 얼굴에 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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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반딧불이가 많은 숲 (3) 24.07.29 4 1 11쪽
16 반딧불이가 많은 숲 (2) 24.07.29 6 1 12쪽
15 반딧불이가 많은 숲 (1) 24.07.29 6 1 12쪽
14 영주가 바실리쿠스에게 내린 벌 (3) 24.07.29 6 1 11쪽
13 영주가 바실리쿠스에게 내린 벌 (2) 24.07.29 8 1 13쪽
12 영주가 바실리쿠스에게 내린 벌 (1) 24.07.28 6 1 11쪽
11 개와 사람을 반쯤 합쳐놓은 24.07.28 7 1 12쪽
10 산사과 같은 머리 24.07.27 9 1 12쪽
9 너도밤 나도밤 24.07.27 12 1 11쪽
8 너 제정신이냐? 24.07.27 9 1 13쪽
7 이기고 지는 게 무슨 소용인가? 24.07.26 8 1 11쪽
6 더 많이 다친 사람은 바실리쿠스였다 24.07.26 10 1 11쪽
5 안 돼요! 24.07.26 10 1 13쪽
4 닭대가리 게레할드 24.07.26 16 1 11쪽
3 늑대의 습격 24.07.26 12 1 12쪽
2 난 이 목걸이가 마음에 드는 걸 24.07.26 26 1 11쪽
1 쿠미누스 사제의 억지 24.07.26 9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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