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리쿠스 비스콘티, 너는 도대체 뭐하는 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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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x
작품등록일 :
2024.07.2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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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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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9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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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가 많은 숲 (3)

DUMMY

그들 중 하나가 그 생각을 말했고, 아직 일을 저지르지도 않았건만 밤부크 사람들의 입가에 고소한 미소가 떠올랐다.




"자, 그러면." 게랙탱이 입을 열었다. "이제 놈의 버릇을 어떻게 고쳐주냐인데."


"당연히 철저한 피의 복수를 이뤄야지!"




한 명이 소리쳤다.




"예수님은 오른뺨을 맞았으면 왼뺨을 내놓으라고 하셨어. 그러니 우리에게 모욕을 준 바실리쿠스는 본인 또한 우리한테 모욕을 당해야 해!"


"그렇지! 그렇지!" 다들 술에 취해 맞장구쳤다.


"축 늘어지는 가마욱스 촌꾸녕 물렁거시기들이 우리 밤부크 사람들한테 배짱을 놓으면 어떤 꼴을 당하는가 이 기회에 본때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한 남자가 손수 깎아만든 잔을 소리나게 쿵 내리쳤다. 그 바람에 낡은 테이블이 기우뚱하고 다들 떨어지려는 잔과 술병을 잡느라 야단을 쳤다. 그럼에도 잔을 내리친 사람은 계속해서 외쳤다.




"그 방식은 철저히 무자비할 것이야!"




행동을 개시한다. 한밤중, 걸쭉하고 끈끈한 맥주 1갤런씩을 소리없이 집어삼킨 세 명의 남자가 몸을 비틀거리며 일어나 여럿이서 오직 한 사람만을 단체로 구타하기 위해 늑대가 떠도는 바람 들판을 뛰어갔다. 그들은 숲의 어귀를 가로질렀고, 게랙탱은 어느 한 구석에 멈춰 바닥을 뒤적거리기 시작한다.




"이봐 뭐 해?"




한 명이 묻자 그가 대답했다.




"여기 어딘가에 내가 아는 산딸기 군락이 있어. 가만있어 봐, 일을 치르기 전에 달달한 걸 좀 먹어주자."




게랙탱은 그렇게 수풀 속을 뒤적린다.




"없어... 없잖아... 없다고! 이런 젠장!"




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누군가 나만 알고있는 산딸기 스팟에 손을 댔어. 빨갛게 익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누군가 다 익지도 않은 걸 제만 좋자고 다 따먹어버렸어. 어찌 이런 일이 있나."




친구들도 한 마디씩 거들었다.




"악마의 소행인가?"


"이 자리에서 가장 악마같은 놈이 있다면 그건 바실리쿠스 비스콘티야!" 롤라드가 말했다. "그러니 이건 분명 그 놈의 소행이지."


"남이 먹으려던 산딸기를 가로채다니. 그놈은 정말 우리 원수나 다름이 없는걸." 그들 중 누군가 말했다. "그런 자식을 살려두었다간 나중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어."




사내들은 다시 원래의 목적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들은 깜깜한 숲속에서 드디어 홀로 앉아있는 바실리쿠스 비스콘티를 발견했다.




"저기 있다!"


"옳커니, 저놈이 바실리쿠스 비스콘티구나!"




그들은 그의 실루엣을 보자마자 수풀 뒤쪽에 납작 엎드렸다. 그날은 달이 밝고 반딧불이가 많은 날이었다. 그 소리를 듣고 바실리쿠스 다음으로 보초를 서던 사냥꾼이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뒤쪽에서 웬 이상한 놈들이 수풀 속에 몸을 반만 숨긴 채 이쪽을 노려보고 있음을 깨달았다.




"거기 누구요? 하느님과 성자들의 이름으로, 정체를 밝히쇼."




밤부크 사람들은 술에 취한 나머지 이런 일에 아주 중요한 요소인 은밀함을 다 까먹고 오는 길이었다. 그들은 다 들리는 소리로 저들끼리 속삭였다.




"들킨 거 같은데?"


"이를 어쩌지?"


"너네 뭐하는 것들이야?" 사냥꾼이 소리쳤다.


"그냥 확 덮쳐버리자!" 게랙탱이 말했다.




그 말을 신호로 일제히, 수풀 속에서 일어난 세 명의 남자가 아무것도 모르고 망보던 사내에게 달려들었다.




"사람살려!" 눈치빠른 사냥꾼이 외쳤다.


그들은 뒤엉켜 집단구타를 시작했다. 밤부크 사람들은 언덕과 산림을 돌아다니느라 단단해진 다리와 아침마다 안개며 보슬비를 쏠아먹던 날쌘 주먹으로 중년의 사냥꾼의 등과 엉덩이를 무자비하게 때렸다. 그들은 바실리쿠스에게 인생 최고의 모욕을 주기 위해 대뜸 그의 바지를 벗기려고 하였다. 사냥꾼은 손등을 걷어차이는 한이 있더라도 그것만은 막아냈다.




그 소란을 듣고 사냥꾼의 동료들이 달려와 합세했다. 그러자, 현장은 3대3으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사내들은 서로의 얼굴을 때리고 목을 조르고 무릎으로 걷어찼다. 그 모습을 멀찍이서 지켜보던 대장 늑대가 말했다.




"저 인간들은 왜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을까?"




부대장 늑대는 그녀의 옆에서 주변 냄새를 열심히 맡고 있었는데, 그 말에 고개를 들고 그쪽을 보았다.




"인간이 싸우는 거야 늘 있는 일이죠. 뭐 그런 걸 신경쓰고 그러세요."


"그런가?"




평소같으면 이 늑대들이 이런 인간들과 가까운 숲으로 들어오는 일은 좀처럼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대장 늑대는 어느날 바람에 섞인 삶은 돼지뼈 냄새를 맡았고, 그것이 솔솔 나는 곳으로 몇 명의 부하를 끌고 천천히 기어와보았다. 그들은 도착했을 때 너무나도 먹음직스러운 돼지의 사체를 발견했지만, 인간들이 미끼로 놓았다는 게 너무 뻔해서 다가가기를 주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기회를 놓칠 수도 없으니, 어떻게 하면 은밀하게 저 돼지뼈를 가로채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었다. 가레랑의 미끼 작전이 어느정도는 성공한 것이다. 세 명의 밤부크 사람들이 방해하지만 않았더라면 아주 성공했을 것이다.




늑대들은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싸움이 얼마나 열기를 띄고 있는지 구경했다. 사냥꾼과 밤부크인들은 아직 지치지 않았고, 서로를 죽일듯이 잡고 있었다. 반딧불이가 모두 달아났다. 그들은 이 기회를 잡아 은근슬쩍 죽은 돼지를 잡아서 끌고 가려고 했다. 어금니로 딱딱한 뼈를 으깨고 그 안의 고소한 골수를 빨아먹을 수만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았다.




서로 정신없이 주먹질을 해대던 사람들도 이제는 거의 지쳐가고 있었다. 그들은 숨을 헐떡거리며 힘없이 산발적인 주먹과 스탭을 밟으면서도 아주 가까운 곳까지 늑대들이 와있으며 놈들이 은밀하게 미끼로 놔둔 돼지뼈를 가져가려고 하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대장 늑대를 선두로 다섯 마리 늑대가 일렬로 바닥에 넙죽 엎드려 어둠 속을 틈타 미끼가 있는 공터로 다가갔다. 지금 당장이라도 저 인간들에게 달려들어 뱃가죽을 뜯고 당장의 허기를 채울 수 있겠다고 누구 하나 생각하지 않는 늑대가 없었지만 인간들은 으레 무기를 들고 다니기 마련이고, 저쪽이 쪽수도 하나가 더 많으니 서로가 죽음을 불사하며 달려든다면 이쪽에서도 피해를 면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보다 확실하게 살코기가 남아있는 돼지뼈를 선택했다.




대장 늑대는 아까부터 힘찬 숨결과 흙먼지가 일어나는 냄새, 다친 얼굴에서 나는 인간의 피냄새 속에서 습기먹은 쇠의 비린내를 분간해내고 있었고, 그것이 그녀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인간이라는 것들은 숲속에서 대뜸 늑대를 만나면 바닥에 엎드려 오줌을 지리기 일쑤지만 제 손에 무기라도 하나 들고 있다면, 하다 못해 근처에서 주운 돌덩이라도 들고 있다면 눈빛이 아주 요상해진다는 것을 대장 늑대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니 들키지 않고 쏜살같이 빠져나와야 한다.'




대장 늑대는 돼지의 뼈를 덥석 물고 고개를 홱 들었다. 마침 그 때 포곤한 서풍이 불었고, 예민한 늑대들의 귓구멍에 사나운 말이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람은 아직 봄이 살아있는 고장에서 불어오고 있었다. 대장 늑대는 말보다 빠르게 날아오는 그 바람 속에서 인간의 냄새를 감지해냈다. 그들은 돼지뼈를 내려놓고 재빨리 수풀 속에 숨었다. 잠시 후, 빠르게 달려오는 말발굽 소리가 가까워오더니 말에 탄 기수 하나가 수풀을 해치며 달려나왔다. 자세히 보니 말에 탄 사람은 두 명이었다. 말은 공터에 도착하고나서 두 사람을 내렸다. 그리고 기분이 상한 듯 허공에 발길질을 하며 콧김을 마구 내쉬었다.




두 사람 중 전사로 보이는 남자가 말의 목께에 손을 얹었다.




"왜. 너무 무겁냐?"




말은 대답하지 않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대장 늑대는 그것이 자신들의 낌새를 알아챈 것임을 단박에 알고 숨을 죽였다. 안장 뒤쪽에는 무슨 자루가 매달려 있었는데, 거기에 맺힌 피가 엉덩이와 허벅지에 긴 궤적을 그리며 바닥에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피는 끈적하고 촉촉하고 보드랍고 또 묵직한 소리를 내면서 흙바닥에 스며들었다. 생생한 피의 진득한 냄새가 늑대들을 미치게 했다. 허나 대장은 그러면서도 말이 땅바닥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으면서 점점 자신들에게로 다가오고 있는 모습을 주시하고 있었다. 사내는 바닥에 죽은 짐승들을 내려놓고 살결이 푸짐한 사내에게 다가갔다.




"쟤들은 왜 저러고 있냐."


"모르겠네요. 아까 저랑 같이 있던 사냥꾼 친구들 같은데." 살결이 푸짐한 뚱뚱한 남자는 바닥에 주저앉아 침울하게 대답했다. "나머지 세 명은 모르겠네요. 어두워서."


"가서 도와주지 않아도 괜찮겠어?"


"저 사람들이 싸우는 게 저랑 뭔 상관이라고요. 전 그냥 여기 계속 있을래요. 사람이 취하면 싸울 수도 있죠." 뚱뚱한 남자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지금은 영감님이랑 같이 있어야 하는 시간이니까요."




그들은 저들끼리 싸우는 동족들을 내버려둔 채 바닥에 피에 젖은 자루를 내려놓고 코를 훌쩍거리며 돼지뼈를 챙겼다. 이 때 바닥의 냄새를 맡던 암말은 대장 늑대가 숨은 수풀의 바로 코앞까지 와있었다. 저 사내는 강인해보였고, 허리에는 쇠칼을 차고 있었다. 대장 늑대는 들키기 전에 차리리 요놈을 물어서 절명시키고 남은 두 인간을 상대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목을 물까? 목은 너무 두꺼워. 아니면 코를 확 물어버릴까?'




말의 길쭉하고 단단해보이는 주둥이는 대장 늑대의 바로 코앞에서 멈추더니 콧구멍을 오물거리며 냄새를 한껏 크응 빨았다. 그리고 어두운 수풀 속에서 요령좋게 뱀딸기를 골라먹기 시작했다. 밤눈이 밝은 늑대는 자신의 코와 말의 코가 거의 닿을 듯 가까이 붙어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늑대는 안심했다. 그리고 동료들에게 눈짓하여 긴장을 풀어도 좋다고 신호를 보냈지만, 부대장을 제외한 녀석들은 굶주린 뱃가죽에 마른 혓뿌리라 그런지 오랜만에 맡아보는 들큼한 피 냄새에 정신을 못 차리고 눈을 달처럼 크게 뜨고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렇게 수풀 속에 가만히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녀로선 감사해야 할 일이다.




그런 다음 시선을 들어보니, 암말은 언제부터였는지 그녀가 있는 장소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파랗고 동공이 붕 떠있는 눈동자가 쌀쌀한 인광을 흩뿌리며, 이 밤 속에서 그녀가 있는 곳을 정확하게 찾아낸 것이다. 그들의 눈이 마주쳤다. 대장 늑대는 얼어붙었고, 당장이라도 잽싸게 몸을 움직일 수 있도록 사지의 근육을 긴장시켰다. 말이란 것들은 주둥이와 뒷발만 조심하면 덩치만 큰 돼지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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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매춘하는 개 인간 (3) 24.07.31 7 1 12쪽
19 매춘하는 개 인간 (2) 24.07.30 7 1 11쪽
18 매춘하는 개 인간 (1) 24.07.30 6 1 12쪽
» 반딧불이가 많은 숲 (3) 24.07.29 5 1 11쪽
16 반딧불이가 많은 숲 (2) 24.07.29 7 1 12쪽
15 반딧불이가 많은 숲 (1) 24.07.29 7 1 12쪽
14 영주가 바실리쿠스에게 내린 벌 (3) 24.07.29 7 1 11쪽
13 영주가 바실리쿠스에게 내린 벌 (2) 24.07.29 9 1 13쪽
12 영주가 바실리쿠스에게 내린 벌 (1) 24.07.28 7 1 11쪽
11 개와 사람을 반쯤 합쳐놓은 24.07.28 8 1 12쪽
10 산사과 같은 머리 24.07.27 10 1 12쪽
9 너도밤 나도밤 24.07.27 13 1 11쪽
8 너 제정신이냐? 24.07.27 10 1 13쪽
7 이기고 지는 게 무슨 소용인가? 24.07.26 9 1 11쪽
6 더 많이 다친 사람은 바실리쿠스였다 24.07.26 11 1 11쪽
5 안 돼요! 24.07.26 11 1 13쪽
4 닭대가리 게레할드 24.07.26 17 1 11쪽
3 늑대의 습격 24.07.26 13 1 12쪽
2 난 이 목걸이가 마음에 드는 걸 24.07.26 28 1 11쪽
1 쿠미누스 사제의 억지 24.07.26 91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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