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실리쿠스 비스콘티, 너는 도대체 뭐하는 놈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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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x
작품등록일 :
2024.07.2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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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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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6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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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대가리 게레할드

DUMMY

바실리쿠스는 빈부미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런 기회를 놓치는 게 영 아까웠다.



"형님, 형님 생각은 어때요? 역시 돈을 받아오는 게 낫겠죠?"



허나 빈부미는 연신 아프다는 소리만 해댈 뿐 그의 말을 제대로 들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태생으로 두꺼운 가죽 덕택에 어디 찢어졌다거나 한 건 아니지만 그 모습이 너무 안쓰러운 나머지 바실리쿠스의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바실리쿠스는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 고개를 돌리고 눈을 닦았다. 물론 식구들은 그 모습을 다 보았다. 말레이카는 자기도 이러다 울게 될 것 같아서 빈부미를 욕했다.



"이 사람은 그렇게 뭘 죽이겠다고 난리를 피우면서 나가더니 자기가 죽는 둥 마는 둥 해서 오는 건 또 뭐야? 어쩌다가 애먼 늑대들을 마을로 끌고 온 거예요?"



바실리쿠스는 구석에 결박된 채 쓰러진 늑대새끼를 쏘아보았다. 아직은 어리지만 분명 늑대다. 저 서슬퍼런 이빨 하며 몸 전체에 짐승 피냄새가 나는 걸 보면 분명 식탐많고 게걸스런 놈이리라. 이 일을 여기서 아퀴지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설마 이 늑대놈을 집안에 계속 들여놓을 생각은 아니죠? 내 당장이라도 녀석을 성 밖으로 내몰아 엉덩이를 뻥 차서 쫒아버리고 오겠어요. 설마 이 말에도 반대할 사람은 없겠죠? 지금 당장 그렇게 합시다!"



민토네가 바실리쿠스를 막았다.



"지금은 안 된다. 다들 늑대 때문에 두 눈에 불을 켜고 있을텐데. 방금 일 때문에 분명 경비도 더 삼엄해졌을 거야. 가레랑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인간이지만, 그 외양간을 정말 잘 고치곤 하지. 이 녀석을 쫒아내는 건 나중으로 하고 당분간은 같이 사는 수 밖에 없겠다."



그 말에는 말레이카도 거세게 반응했다.



"스승님! 제가 평소에 스승님 말씀에 토를 대본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건 제가 스승님한테 말도 못할 은혜를 진 것도 있지만 스승님의 말 하나하나가 모두 옳고 사리에 들어맞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방금 그 말씀은 도무지 들어넘길 수가 없네요. 지금 저희더러 늑대랑 한솥밥 먹고 살라는 거예요?"



바실리쿠스도 그 말에 동의했다.



"형님이랑 이놈을 같은 자리에 뒀다가 무슨 사달이 날라고요. 이놈은 그렇다 쳐도 형님은 절대 용서하지 않으실 걸요. 그렇게 되면 형님을 막는 건 또 우리가 해야 하잖아요."



민토네가 듣기 싫어서 소리를 질렀다.



"시끄러워! 너희가 알긴 뭘 알아? 늑대랑 사람을 제대로 분간하지도 못하면서 지금 나의 결정을 의심하는 거야?"

그 말에 말레이카가 눈치를 챘다.

"그럼 이 애가 저희와 같다는 말씀이세요?"

"눈이 있으면 한 번 보거라. 너희 둘이 지지발거리는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말이야."



민토네가 인자하게 웃으며 발굽으로 방금 전까지 어린 늑대가 누워있던 자리를 가리켰다. 그들의 시선이 이동한 곳에는 왠 여자아이가 창구멍으로 들어오는 달빛에 휩싸여 바닥에 누워있었다. 바실리쿠스는 녀석이 처음 돼지우리 속으로 들어오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때까지 빈부미의 고환을 놓지 않고 질질 끌려다니던 녀석은 밀폐된 공간으로 들어오자마자 입에 물린 걸 놓고 경계태세를 취했다. 그러기 전에 바실리쿠스가 녀석의 뒤통수를 단단한 쇠목걸이로 가격해서 진정시켰다. 그 때 기절한 것이 아직까지 풀리지 않고 있었다.



꼬마아이의 뒤통수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으며, 마른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났다. 머리카락은 아주 길었다. 말레이카가 우선 넝마조각이라도 둘러서 몸을 가려주었다. 바실리쿠스는 그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렇게 된 이상 정말 어쩔 수가 없겠군요."



하지만 바실리쿠스는 핏값에 대한 부분만은 전혀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도 빈부미 형님의 생각은 들어봐야해요. 형님은 나를 생각해서 움직이다가 이런 일을 당한 겁니다. 그러니 나에게도 일부분 책임이 있어요."



그리하여 바실리쿠스가 빈부미의 생각을 물었으나, 빈부미는 어느새부턴가 울음을 그치고 잠에 빠져든 상태였기에 대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아무튼 그날부터 바실리쿠스가 꼬질꼬질한 여자애를 데리고 다닌다는 소문이 성내에 흉흉하게 돌기 시작했다. 민토네와 말레이카는 모습을 드러낼 수 없으니 바실리쿠스가 녀석을 손수 데리고 일단 성 안 식구들에게 한 명 한 명 인사를 시켰다.



때는 만생의 싹틈으로 향하는 촉촉한 열기가 생득 고토를 달구어 비릿한 향내 약동하는 봄, 그 다음으로 오는 여름이었다. 아직은 저 멀리 있었으나 봄과 여름의 경계에는 무어라 딱 짚을 수만은 없을 예감이 도처에 감돌고 있었다.



일단 바실리쿠스는 언제나 자신에게 잘 대해주고 이 성에서 으뜸가는 분이시라며 아이를 쿠미누스 사제에게로 데려가 인사시켰다. 바실리쿠스는 돼지냄새를 풍기며 다가오는 바실리쿠스가 옆에 왠 애 하나를 데리고 오는 걸 보고 두려운 생각부터 들었다.



"바실리쿠스야, 너 나한테는 애가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잖냐?"



바실리쿠스는 만면에 웃음을 띄며 대답했다.



"얘는 제 애가 아니에요, 사제님. 말하자면 제 친척 조카 되는 아이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아이는 행복한 집안에서 살고 있었지만 어느날 가족들이 모두 뿔뿔히 흩어지고 말았어요. 하지만 하느님이 보우하사, 어떻게든 연이 닿아서 저와 이렇게 만나게 되었지요."



그러자 쿠미누스는 아이를 아주 반갑게 맞이하며 이것저것을 물었고, 또 이 아이가 당장에 지낼 곳은 있으냐고 물었다. 바실리쿠스는 없다고 했다. 쿠미누스는 아주 안타까운 일이라면서, 영주님 슬하에 하녀 자리가 남았는지 물어봐주겠노라 말했다. 하지만 그랬다간 녀석이 언제 늑대로 다시 변해 소동을 일으킬지 알 수 없었다. 바실리쿠스는 차라리 자기가 언제든 곁에서 감시할 수 있는 자리로 녀석을 놓아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언성을 높혔다.



바실리쿠스는 세상에 어디 그런 말이 있겠냐며 눈을 크게 떴다.



"하녀 자리요? 쿠미누스 사제님, 제 입으로 말하기 뭣하지만 이 녀석은 정말 천하에 멍청한 돼지나 다름없어요! 영주님 성에 자리를 얻어봤자 말썽만 일으키고는 매 맞으며 쫒겨날 게 뻔할 뻔자죠. 그런 일이 일어날 바에 차라리 처음부터 그 망할 놈의 마굿간지기 자리에나 취직을 시키는 게 나아요. 사제님께서 저 때문에 공석이 생겼다고 불평하시는 바로 그 자리요. 아님 저의 돼지치기 조수로 일하던가요. 그게 맞죠! 그게 정말 옳게 된 처사죠. 제가 장담하건데 이 녀석은 공주님처럼 이것저것 떠받들여 산 바람에 스스로 할 줄 아는 게 한 가지도 없어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땍! 네 이놈 바실리쿠스, 자기 조카한테 그 따위 말들을 해대는 삼촌이 어디있느냐! 너 정말 천벌을 받고 싶은 모양이구나. 그리고 그 전에 나한테 매를 맞고 싶은 모양이야. 할 말 못 할 말을 구분도 못 하는 걸 보니 정말 돼지는 너로구나!"

"사제님..."

"그 입 닥치지 못해! 얘야, 너는 저런 한량배의 말은 아예 들을 거 없다. 나를 따라오려무나. 분명 성당 안에 네가 자리 잡을만한 공간이 있을 거야."



그러면서 쿠미누스는 바실리쿠스를 흘겨보면서 아이를 성당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바실리쿠스는 툴툴거리면서 돼지우리로 돌아왔지만, 그래도 한 시름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녀석이 성당 안으로 들어가 늑대로 변한다면 어쩌나 싶은 생각이 들어 곧장 일어나 다시 성당으로 달려갔다. 그 때 마침 쿠미누스가 아이를 데리고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들은 문 앞에서 마주쳤다.



"마침 너를 부르려고 했다, 바실리쿠스야. 아무래도 성당 안에는 남는 자리가 없는 듯 하구나. 당장 자리를 만들 수도 없을 듯하니 안됐지만 며칠 정도 마굿간에서 재워야겠다. 자, 네가 데려가라."



바실리쿠스는 그나마 잘된 일이야 생각했다. 뒤를 돌아서 가보려는데 갑자기 쿠미누스가 바실리쿠스를 불렀다. 쿠미누스는 아무 말도 없이 손을 내밀었다.



"갑자기 손은 왜요 신부님?"



쿠미누스가 어서 잡으라고 재촉했다. 그래서 일단 잡았는데, 바실리쿠스가 갑자기 비명을 내지르면서 땅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크아아악!"



쿠미누스가 으스러질 듯이 그의 손을 꽉 잡고 놔주지 않았던 것이다.



"아이고, 사제님 갑자기 왜 이러시는 겁니까!"

"주님의 신성이 느껴지나 바실리쿠스? 주님의 신성이 느껴져?"

"놔주세요, 사제님! 아파요, 아파!"

"주님의 신성이 느껴지는지 물었다, 바실리쿠스!"

"느껴집니다! 아악, 느껴져요! 주님이 제 안에 들어오고 있어요!"



쿠미누스가 손을 놔주었다. 바실리쿠스는 잡혔던 손을 벌벌 떨면서 한쪽에 단단히 숨켰다. 쿠미누스가 그를 가리키며 선언했다.



"난 지금 급한 일이 생겨서 잠시 성을 떠나야 한다. 너 반드시 그 아이한테 잘 대해주고 괜찮은 자리를 마련해주어야 한다. 안 그럼 정말 단단히 혼쭐이 날 것이니 그리 알라고. 알아먹겠어? 그 애는 니 친척이니까 니가 책임지고 돌봐라. 먹고 입히고 잘 씻기고! 그리고 너도 좀 씻어라! 일단 여기 사람들한테 일일히 다 인사시켜. 게으름 피웠다간 알아서 하고. 응?"



바실리쿠스는 연신 그렇겠다고 대답하며 도망치듯이 자리를 빠져나왔다. 바실리쿠스는 쿠미누스가 시킨대로 아이의 손을 잡고 자기가 아는 사람들한테 일일히 데려다가 이 아이는 자기 친척이며 예전에는 어디서 살았으며 하는 것들을 모두 설명해주고 가족들 잃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불쌍한 아이라 말이 없는 거라며 안심시켰다. 조금 인정이 있는 사람들은 그 말에 가슴 아파하고 사과나 치즈 같은 주전부리를 나누어 주었다. 바실리쿠스는 크게 기뻐하며 그것들을 먹어보라 했지만 녀석은 어째서인지 단 한 가지도 입에 대려고 하지 않았다. 자기만 혼자 먹는 꼴을 남들에게 보일 수도 없어서 바실리쿠스도 덩달아 굶어야했다. 그래서 기분이 나빠졌다.



이제 바실리쿠스는 '진정한 식구들' 을 만날 차례라면서 녀석을 닭장 건물로 데려갔다. 나무로 된 문을 열자 양쪽 우리 안에 갇힌 닭들이 닭털 닭똥을 날리며 꼬꼬거리고 있었다. 그들 중 몇몇은 바실리쿠스의 얼굴을 보고 차분해졌다. 왼쪽 우리에서 게레할드가 닭다리를 씰룩거리며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가 바로 왼쪽 우리의 닭 변신술사 장로였다.



그의 볏은 붉고 튼튼했으며 주황으로 똥그란 눈깔에서는 총명함이 철철 나왔다. 지적이고 차분한 성격은 평소 말씨에서도 드러났다.



"바실리쿠스 비스콘티! 마침 자네에게 묻고 싶은 게 있었어. 요즘들어 자네가 돼지로 변신해버렸다는 소문이 성 안에 돌았는데 나로서는 그게 무슨 소리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거든."



바실리쿠스는 어제 있었던 일들을 대강 설명해주었다. 게레할드는 껄껄 웃었다.



"쿠미누스 사제는 내가 본 인간중에 가장 또라이같은 놈이야! 그 치의 심기를 거스르다니 바실리쿠스 자네도 양반은 못 되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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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매춘하는 개 인간 (1) 24.07.30 6 1 12쪽
17 반딧불이가 많은 숲 (3) 24.07.29 4 1 11쪽
16 반딧불이가 많은 숲 (2) 24.07.29 6 1 12쪽
15 반딧불이가 많은 숲 (1) 24.07.29 6 1 12쪽
14 영주가 바실리쿠스에게 내린 벌 (3) 24.07.29 6 1 11쪽
13 영주가 바실리쿠스에게 내린 벌 (2) 24.07.29 8 1 13쪽
12 영주가 바실리쿠스에게 내린 벌 (1) 24.07.28 7 1 11쪽
11 개와 사람을 반쯤 합쳐놓은 24.07.28 7 1 12쪽
10 산사과 같은 머리 24.07.27 9 1 12쪽
9 너도밤 나도밤 24.07.27 12 1 11쪽
8 너 제정신이냐? 24.07.27 9 1 13쪽
7 이기고 지는 게 무슨 소용인가? 24.07.26 8 1 11쪽
6 더 많이 다친 사람은 바실리쿠스였다 24.07.26 10 1 11쪽
5 안 돼요! 24.07.26 11 1 13쪽
» 닭대가리 게레할드 24.07.26 17 1 11쪽
3 늑대의 습격 24.07.26 12 1 12쪽
2 난 이 목걸이가 마음에 드는 걸 24.07.26 27 1 11쪽
1 쿠미누스 사제의 억지 24.07.26 90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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