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보는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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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31 10:49
최근연재일 :
2024.08.1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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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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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주택가 망치 살해사건(2)

DUMMY

퇴근 시간, 강태주는 집으로 가는 대신 천수보살 무당 집으로 향했다.


며칠 동안 그녀의 집에 머무르며 입을 옷가지들을 트렁크에 담은 채로 말이다.


골목길 안으로 들어서자, 무당은 미리 마당에 나와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태주 순경님, 이리로 따라 오시지요.”



무당은 그를 별채에 위치한 작은 방으로 안내 했다.



“여기서 묵으시면 됩니다. 짐을 대충 정리하고 나오시죠.”



강태주가 방에 트렁크 가방을 집어넣고 나오자, 무당은 그를 무당 집에서 조금 떨어진 웬 낯선 집으로 이끌고 갔다.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폐가.


무당은 안방의 구석에 미리 커튼으로 칸을 나누어 마련해 둔 좌석에 안내했다. 그러더니 준비해 온 촛불을 하나 켜서 그의 앞쪽에 내려 놨다.


강태주는 의아한 얼굴로 무당에게 물었다.



“제가 여기서 뭘 하면 되죠?”



그러자 무당은 당연한 걸 물어보냐는 말투로 말했다.



“우선은 영가를 불러내야죠.”



강태주는 그런 무당의 말에 막막해져서 물었다.


“제가요? 어떻게요?”


“별 것은 없습니다. 그냥 편하신 대로 부르시면 되요. 단, 최대한 대상이 특정 될 수 있게 설명을 붙여서 부르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동네방네 온갖 영가들이 몰려들 겁니다. 그럼 해 보세요.”



강태주는 긴장하며 영가들을 불러보기로 했다.



“살인 현장에서 저를 보고서, 따라 다니셨던 할머니와 며느리 영가님들 이리로 와 보세요.”



그때였다. 어디선가 스산한 기운이 몰려드는 듯하더니, 촛불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태주의 눈앞에 아까까지만 해도 없던 둘이 나타났다. 그러자 무당은 촛불과 함께 준비해 온 곡주와 시루떡으로 마련한 다과상을 그들의 내려 놨다.



“영가님들 시장하실 테니, 이거나 드시면서 이야기 나누시죠.”



그러자 고맙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는 두 영가들.


그녀들은 곡주로 목을 축이고, 시루떡을 몇 개 집어 먹더니, 예전처럼 강태주에게 뭔가 뻐끔거려대기 시작했다.


강태주는 무당에게 물었다.



“어떻게 해야 저들의 말을 들을 수가 있죠?”



무당은 또 당연하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들으시려고 노력해야지요. 정신을 집중하고 염원하면 분명히 그들의 말을 들으실 수가 있습니다.”



강태주는 무당이 시키는 대로, 정신을 집중하고 그들의 말을 듣고 싶다는 마음을 가져보았다. 그런데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전히 그들의 입은 뻐끔거리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전혀 소용이 없는데요?”


“처음이라서 그런 겁니다. 점차 나아지실 거예요. 우선은 제가 도움이 되도록 향을 하나 피워드릴게요.”



무당은 함께 준비해 왔던 향을 하나 피워 올렸다.



“그 향은 혹시 특별한 향인건가요?”


“아니요. 그냥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향입니다. 그런데 이 정도만 해도 영매사들에게는 꽤나 큰 도움을 줘요. 그럼 편하게 이야기들 나누세요. 저는 일 좀 보고 오겠습니다.”



무당은 그 말만 남기고 그대로 폐가에서 나가버렸다.


방안에 남겨진 영가들과 강태주는 서로를 보면서 말을 전달하려고 애를 썼다.


얼마나 지났을까? 기분 탓인지 아까까지는 들려오지 않던 휘파람 소리 같은 게 멀리서 들려오는 느낌이 들었다.


세워뒀던 작은 촛대가 하나 다 탈 즈음에, 밖으로 나갔던 무당이 다시 돌아왔다.



“오늘은 이만 하시지요. 영가들께서는 이만 돌아가 주세요.”



무당의 그 말과 함께 영가들은 자취를 감췄다. 그녀는 영가들이 사라져가는 것을 보더니, 강태주에게 물었다.



“어떠세요. 대화는 잘 되시던가요?”



강태주는 조금 전에 겪었던 일들에 대해서 무당에게 알렸다. 그러자 무당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했다.



“그럼 잘 되시고 계시는 거예요. 처음에는 그 휘파람 소리가 멀리서 들려오고, 그게 점차 가까워져 가고는 서서히 말소리처럼 들리기 시작하실 거예요.”


***


강태주가 무당의 집에 머무르게 된지, 이주일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에 강태주는 낮에는 사건 현장에 가서, 현장을 지키는 일을 맡았고 밤에는 무당의 집으로 와서 영혼과 대화를 나누는 연습을 하다가 잠드는 나날들이 이어져 갔다.


그런 생활은 힘들긴 했지만 분명히 성과는 있었다. 무당이 처음에 말했던 대로 휘파람 소리가 점차 가까워져 가더니, 얼마 전부터는 바로 옆에서 휘파람을 부는 것처럼 크게 들려오는 것이다.


단지 아직까지는 무당이 말한 대로, 휘파람이 말소리처럼 들리는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얼른 듣고 싶은데. 오늘은 그들의 말을 들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강태주는 퇴근을 하고 여느 때처럼 무당의 집으로 향했다. 그런데 무당은 평소와는 다르게 마루에 거한 음식상을 한상 차려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라면 수련은 빈속에 해야 한다며, 밖에서 저녁도 먹고 들어오지 말라고 했었던 그녀였는데 말이다. 그래서 그는 의아한 마음에 무당에게 물었다.



“선생님. 오늘은 웬일로 이렇게 식사대접을 해주시는 거예요?”



그러자 무당은 빙긋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강태주 순경님 환영식은 못해드렸었지만, 떠나보내면서 식사는 한 끼 제대로 대접해 드려야 하지 않겠어요?”


“왜 갑자기 그런 말씀을 하세요?”


“아마도 오늘이 마지막이 될 거 같아서요. 오늘 정도면 강태주 순경님이 원하시는 바를 이루시게 될 것입니다.”



식사를 마치고, 폐가로 온 강태주는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향과 촛불을 켜놓고 시루떡과 곡주들을 준비해놓고서 영가들을 불러들였다.


잠시 후, 영가들이 나타나서 배를 채우고는 그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무당이 말한 대로 평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휘파람소리처럼만 들려오던 소리들 사이에 사람의 말소리가 섞여 들려오기 시작했다.



“휘이. 저희.. 휘이.. 들 휘이... 의 ... 휘이.. 원.... 휘이.. 한을.. 휘이...”



점차 휘파람 소리는 줄어들며 말소리가 또렷해져갔다. 그러더니 나중에는 온전한 사람의 목소리로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강태주는 그들로부터 가장 궁금한 점을 물어보기로 했다.



“두 분 제가 원한을 갚아드리겠습니다. 제가 범인을 잡아서 죄 갚을 치르도록 할게요. 두 분을 해한 범인은 대체 누구입니까?”


***


다음날, 파출소에 출근을 한 강태주는 선배와 함께 점심 식사를 하고 나서 미리 살인사건 현장 근처로 가서 조금 둘러보기로 했다.


뭔가 사건을 풀만한 실마리를 건질 수 있을까 싶어서였다.


선배는 괜한 고생을 사서 한다고 강태주에게 볼 멘 소리를 해댔다.



“야! 우리가 나서봐야 무슨 소용이 있냐? 날고 긴다는 강력 팀도 지지부진이라는데. 우리 같은 게 괜히 나서면 방해만 되지 않겠냐?”



그러면서 선배가 알고 있는 정보를 들려주는데, 강력 팀은 집안에서 나온 족적으로 특정 회사의 제품을 신고 있는 것을 확인은 하였으나, 그 제품은 워낙 유명한 회사의 제품이라서 도저히 범인의 신분을 특정하지는 못하고 있는 듯했다.


그 회사 제품을 구입한 인원이 지역에서만 이 천명이 넘어섰고, 또 범인이 지역 인이라는 보장도 없다는 것이다.


또 현장에서는 어떤 모자 하나가 발견됐는데 그 모자의 이름에서 발견한 이름으로 전국의 동일인들을 조사해 봤지만 다들 알리바이가 확실하다는 듯했다. 그래서 벌써 사건이 벌어진 지 이주일이 거의 다 되어가고 있었지만 범인으로 의심되는 사람도 특정하지 못하는 상황.


이대로라면 사건은 오리무중으로 빠지고, 미제사건이 되지 않을까 강력팀 내에서 걱정이 많은 듯 했다.



“그래도 조금만 둘러보죠? 혹시 모르잖아요. 뭔가 찾을 지도요.”



강태주는 불만이 가득한 선배를 억지로 이끌고 동네를 돌아다녀봤다.


그런데 사실 강태주는 범인이 누구인지는 이미 들어 알고 있는 상태. 전날 밤 영가들로부터 범인에 대한 정보를 전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을 뒷받침할 증거.


그가 범인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증거도 없이 누군가를 범인으로 지목했다가는 억지를 피운다는 말을 들을게 뻔했다.


강태주는 선배와 함께 집 주변을 돌아다녀 봤다. 그러면서 CCTV같은 것을 찾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범인이 타고 온 차량이 찍힌 CCTV같은 게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다. 그런데 역시나 주변에 마땅한 CCTV는 없었다. 그러자 선배는 다시 불만을 표했다.



“야, 그만 하자. 이런데다가 카메라가 있었으면 형사들이 놓치고 지나갔겠냐? 괜히 사건 수사가 지지 부진한 게 아냐.”



그래도 강태주는 아직 포기할 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에게는 아무도 모를 비밀병기가 존재했으니깐 말이다.


휘이. 휘이.


강태주는 휘파람을 낮게 불며, 속으로 영가들이 오기를 염원했다.


이것은 무당에게 들은 것인데 향을 피우는 것과 마찬가지의 효과가 있다고 했다.


선배는 옆에서 그가 갑자기 휘파람을 불어대자, 미친 게 아닌 가 쳐다봤다. 허나 그는 선배는 신경 쓰지 않고 영가들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렸다.


이윽고, 기다리던 두 영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강태주는 선배에게서 조금 떨어져 걸으며 입가를 손바닥으로 가리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두 영가들에게 말을 전했다.



“제가 증거를 찾으려고 하는데, 두 분의 도움이 필요할거 같거든요? 두 분이 혹시 죽인 범인이 나와서 어느 쪽으로 향했는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



그러자 두 영가 중에 며느리가 말을 꺼냈다.



“저를 따라오세요. 안내해 드릴게요.”



며느리의 영가는 큰길가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강태주는 그런 며느리 영가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선배가 뒤에서 뭐라뭐라 욕을 해댔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며느리 영가가 이끌고 간 곳은 버스가 다니는 큰길가 도로.


그녀는 도로변의 흰색 주차가능 지역위의 어느 곳을 맴돌았다. 마치 거기에 뭔가가 있었다는 듯이 말이다.


강태주는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거기에 범인이 차를 세워뒀었다는 건가요?”



고개를 끄덕이는 며느리 영가.


강태주는 찬찬히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주변에 CCTV같은 게 없는가 싶어서 말이다. 그러다가 그는 차선 반대 편 쪽에 철물점 같은 것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거기에는 빨간 불이 번쩍거리는 CCTV 한 대가 작동이 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선배 저기로 가보죠!”



강태주는 선배와 함께 그 철물점으로 들어섰다.


가게 주인은 갑자기 경찰이 들어서자, 조금은 긴장된 얼굴로 물었다.



“무슨 볼일이 있어서 찾아 오셨죠?”



강태주는 밖의 CCTV가 있는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혹시 저거 동작하는 거 맞는 거죠?”


“그런데요?”


“혹시 녹화된 영상을 좀 볼 수 있을까요?”


“네. 가능은 한데요. 얼마나 오래전 꺼요?”


“한 이주일 전쯤인데요.”



가게 주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거라면 가능합니다. 다행히 녹화 영상 보관 주기가 한 달이라서, 아직까지는 보관 중에 있거든요.”


“그럼 영상 카피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혹시 모르니깐, 해당 시간대에 영상은 지우지 마시고 계속 보관 해주시고요.”



강태주는 철물점에서 나와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조금 떨어진 곳에 편의점이 하나 있는 게 보였다. 거기에도 대로변 쪽으로 CCTV가 하나 설치되어 있는데 혹시 싶어서 거기도 영상을 따두기로 했다.


편의점의 CCTC영상까지 따두고서 살인 사건 현장 쪽으로 돌아오는데, 선배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야, 너 저기 CCTV 영상들은 왜 딴 거냐? 범인이 그쪽으로 갔는지 반대쪽으로 갔는지는 어떻게 알고?”



선배의 말에 강태주는 딱히 설득할 말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그래서 대충 둘러대며 말했다.



“일단 그냥 봐보는 거죠. 혹시 알아요? 뭔가 얻어 걸리게 될 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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