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보는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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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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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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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성인PC방 살해사건(3)

DUMMY

강태주는 여자의 몰골을 보고는 잠시 힘이 풀렸다.


그는 여자의 행적을 조사하면서 그녀가 사건에 휘말린 게 아니라, 그냥 혼자 어딘가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기를 바랐다. 아니면 범행에 휘말렸어도 살아있기라도 했으면 싶었다. 그런데 이미 죽은 뒤라니.


그는 순간 주먹이 불끈 쥐어졌다. 하지만 당장에 겉으로 티를 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단은 아무도 들리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을 건넸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꼭 이 남자 잡아드릴게요.”



여자는 강태주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인터뷰를 마친 하주필 경사가 강태주의 어깨를 툭 치면서 나가자고 말을 건넸다. 그래서 그는 하주필의 뒤를 따라 나서는데, 하주필이 그에게 물었다.



“너는 저 사람 어떻게 생각 하냐?”



말투가 하주필 경사도 그에게서 뭔가를 느끼는 듯했다.


강태주는 입술을 앙다물고 최대한 감정을 억제하다 말했다.



“저는 저 남자에게 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일주일 전쯤에 가게 CCTV가 고장 났다고 하는 것도 의심스럽고요.”


“그래? 그럼 좀 더 파 볼까?”



그때, 하주필 경사의 스마트폰으로 전화가 한통 걸려왔다.


그는 전화통화를 하다가 끊더니, 강태주에게 지시만 하나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



“미안한데 나는 서에 이만 들어가 봐야할 거 같다. 너는 남아서 이 근처에 CCTV들 있나 살펴보고 영상 따고 와. 혼자서도 그 정돈 할 수 있겠지?”



하주필 경사가 서로 돌아가고 나서, 강태주는 윤수혁 경사에게 걱정스레 물었다.



“경사님. 저희가 범인의 범죄를 입증해 낼 수 있을까요?”



그러자 윤수혁 경사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며 말했다.



“당연히요. 저랑 강태주 경장님이 힘을 합한다면 분명히 범인 녀석의 범죄를 밝혀낼 수 있을 겁니다.”


***


강태주는 윤수혁 경사와 실종자의 집에서부터 시작해서 PC방으로 이어지는 골목을 흩고 지나가면서 존재할지 모를 CCTV들이 있는지 확인하고 돌아다녔다.


그런데 아쉽게도 부근에 설치된 CCTV들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다 간신히 찾은 CCTV들도 고장이 났거나, 깡통들이었다.



“윤수혁 경사님 이제 어쩌죠?”



그러자 윤수혁 경사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어쩌긴요. 증거가 없을 때는 목격자의 진술을 들어봐야죠. 지금의 경우에는 피해자이겠지만요.”


“아........”



강태주는 CCTV를 찾는 것은 그만두기로 하고, 근처를 돌아다니면서 슈퍼마켓을 찾았다. 그리고 곡주 하나와 시루떡을 사서 나왔다.


휘이. 휘이.


그는 휘파람을 부르면서, 영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PC방에서 억울하게 죽음을 당한 영가는 이리 오세요.”



이윽고, 서늘한 한기와 함께 아까 봤던 여자 영가가 눈앞에 나타났다.



“시장하실 텐데 이것 좀 드세요.”



여자 영가는 배가 고팠던지, 떡을 덥썩 집어 들어 먹기 시작했다.


강태주는 그녀가 어느 정도 배가 찬 듯 보이자, 그녀에게 넌지시 물었다.



“이제 저한테 사정 설명을 좀 해주세요. 어떻게 된 것인지요.”



그러자 여자는 움푹 파여 뭉개진 눈으로, 피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말을 꺼냈다.



“이틀 전 저는 직장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어요. 그래서 집까지 돌아왔는데 갑자기 게임이 생각이 났어요. 그래서 몇 게임만 하고 오자 생각하고 PC방에 갔다가 변을 당하게 된 거에요.”


“그럼 그놈에게 해를 입으신 것은, PC방 내부였나요?”


“네. 맞아요. 게임을 하고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문을 잠그더니 망치를 꺼내서 그대로 저를 때리기 시작했어요.”



여자는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는지 괴로운 표정이었다.


강태주는 여자가 잠시 감정을 추스르기를 기다렸다가,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가장 중요한 시체를 어디에 담아서, 어디로 실어 갔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아쉽게도 여자가 기억하는 것은 딱 거기까지였다. 그녀가 죽임을 당하고 나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PC방안은 깔끔하게 치워져 있었고, 날짜는 하루나 지나가 있었다고 했다.


강태주는 갑갑한 마음에 아까부터 옆을 따르던 윤수혁 경사에게 물었다.



“경위님. 이거 입증하기가 쉽지가 않을 거 같은데요?”



그러자 이번에는 윤수혁 경사가 나서서 물었다.



“혹시 기억나는 것 중에 뭔가 범인이 수상한 행동을 하는 걸 본 적이 있으신가요?”



여자는 잠시 곰곰이 생각하다가, 뭔가 떠오른 듯이 말을 꺼냈다.



“맞다. 그 놈이 공돈이 생겼다고 굉장히 좋아했어요. 보니깐 밖에 나갔다 올 때마다 현금이 그득하게 담겨진 봉투를 들고 들어왔는데요. 근데 왠지 그 현금이 제 카드로 뽑은 돈 같았어요.”


“그건 왜죠?”


“그 놈이 제 카드를 가지고 있는 것을 봤거든요. 나중에는 그 놈이 제 카드를 여러 조각으로 갈기갈기 잘라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도 봤고요.”



그 이야기를 들은 윤수혁 경사는 회심에 찬 눈빛으로 강태주에게 말했다.



“강태주 경장님. 여기서부터 시작해 보죠.”



강태주는 여자 귀신을 그만 돌려보내고, 서로 돌아가기 위해서 큰길가로 터벅터벅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는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러자 옆에서 따르던 윤수혁 경사가 물었다.



“강태주 경장님 무슨 생각을 그리합니까?”



강태주는 걸음을 멈추고, 윤수혁 경사에게 물었다.



“윤수혁 경사님. 그런데 범인의 살해 동기는 역시 돈이었을까요? 얼마나 큰돈을 얻으려고 범인은 같은 인간을 그렇게 잔혹하게 살해할 수 있는 걸까요? 도무지 이해가 가지가 않습니다.”



윤수혁 경사도 참담한 심정이 들었는지 말이 없었다.


강태주는 계속 걸음을 옮기며 말을 이었다.



“경사님. 우리 반드시 저놈을 잡아 감방에 집어 쳐놓아요.”


***


강태주가 서로 돌아와 보니, 아침에 나올 때와는 달리 사무실이 상당히 북적거리고 있었다. 아마도 야산을 뒤지고 돌아다니던 수사팀 인원들이 돌아온 듯했다.


인상이 좋아보이던 남자가 강태주를 발견하고 물었다.



“그런데 누구시죠?”



그러자 마침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던 하주필 경사가 그 남자에게 대신 답했다.



“김보살. 얘가 쩜오다.”



김보살이라 불린 남자는 강태주의 인상을 유심히 살피며 물었다.



“그래요? 제법 하게 생겼는데요? 데스크. 얘 하루 데리고 다녀보니 어떤 거 같습니까?”



데스크라 불린 하주필 경사는 안경을 잠시 만지작거리더니 답했다.



“모르지. 오늘 하루 잠깐 본건데.”


“그래요? 근데 아마 잘할 거 같이 생겼는데요? 빠릿빠릿해 보여요.”



하주필 경사는 강태주를 안으로 이끌고 들어가며 물었다.



“너 아직 박해성 팀장님에게는 인사 안 드렸지? 아까는 상황이 그래서 말을 못했는데, 네가 이 팀에 들어올 수 있게 된 것은 박해성 팀장님이 적극적으로 영입의사를 밝히셔서 그런 거야. 이리 따라와. 일단 팀장님한테 인사부터 드리자.”



하주필 경사는 안쪽에 칸막이로 마련이 된 팀장 사무실로 강태주를 이끌고 들어갔다. 그러자 서류를 살피던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가 그들에게 물었다.



“뭐야?”


“그게. 얘가 쩜오인데요. 수사 나갔다가 이제 들어왔습니다.”


“그래? 그럼 하주필 경사는 나가서, 팀원들 모여보이라고 해. 너는 여기 와서 잠깐 앉고.”



그러면서 박해성 팀장은 옆에 있는 의자를 하나 끌어와서 강태주를 앉혔다. 그러더니 강태주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더니, 물었다.



“이름이 강태주라고 했든가?”


“네. 그렇습니다.”


“혹시 네가 어떻게 해서 여기로 왔다고는 들었냐?”


“네. 팀장님께서 저를 발탁해 주셔서 오게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사실 우리 팀이 지난번 올렸던 조사보고서를 보고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래서 내가 우리 팀에 너를 끼워달라고 인사과에 힘을 써놨어. 그래서 네가 여기 오게 된 거야.”


“좋게 봐주셨다니 감사합니다.”


“인사치례는 그만하면 됐고. 단도직입적으로 하나 물어보자. 너는 왜 형사가 되려고 왔냐?”



아까 점심시간에도 하주필 경사가 물었던 질문이었다. 그런데 아까와는 달리 강태주의 마음속에는 어느새 뭔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사실 저는 범인을 잡는 형사가 멋있어 보여서 지원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보다 나쁜 놈들을 잡아서, 제값만큼의 벌을 받게 해주고 싶습니다.”



박혜성 팀장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일어서며 강태주의 어깨를 툭 쳤다.



“그래. 강태주 경장. 우리 강력수사전담2팀에 들어온 것을 축하한다. 이제 앞으로 함께할 식구들을 소개해 줄 테니깐 따라 나와.”



박혜성 팀장은 강태주를 이끌고 나왔고, 팀원들에게 소개시켜 주기 시작했다.


팀원은 박혜성 팀장과 강태주 본인을 제외하고는 총 네 명이었다.


그들은 각기 깡다구, 록키, 김보살, 데스크라고 별명이 붙어 있는 인물들.


강태주는 그들을 보면서 아침에 준비해 왔던 신고를 뒤늦게나마 하게 됐다.



“충성! 경장 강태주는 오늘부로 강력 2팀에 소속될 것을 명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


다음날, 강태주는 김보살 경사와 파트너가 되어서 본격적으로 실종사건 수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실종사건 수사에는 그들 둘만 투입되게 되었다. 박해성 팀장은 야산에 시체가 나온 것 때문에, 다른 인원들은 투입을 할 수 없고 둘이서만 사건을 뒤 쫒아 보라고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태주는 사건을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에게는 남들이 모르는 비밀병기가 있었으니깐 말이다.


강태주는 자신의 뒤를 따르는 윤수혁 경사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윤수혁 경사님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자 웃으며 대답하는 윤수혁 경사.



“별 말씀을요. 오늘도 수고해봅시다!”



김보살 형사는 여태까지 조사 보고서를 읽어보면서 강태주에게 물었다.



“그런데 CCTV는 어떻게 됐냐? 쓸 만한 영상은 좀 따왔냐?”


“저, 그게 근처에 CCTV가 하나도 없어서요.”


“그래? 그것참 뭔가 쉽게 풀리는 게 없다. 그치?”



강태주는 그런 김보살 경사에게 넌지시 말을 꺼냈다.



“김덕구 경사님. 제가 생각해 봤는데요. 실종자가 사용하는 카드 사용내역 같은 것을 좀 알아보면 어떨까요?”



그러자 김보살 경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했다.



“자식 제법이네? 실종자가 살아있는지 생활반응을 살펴보자는 거지? 근데 이미 어제 데스크가 카드 회사에 공문 다 보내놨을 거야. 좀 있으면 조사결과 보내올 거다.”



오후, 카드사에서 보낸 메일이 도착했다. 데스크, 하주필 경사는 그것을 프린터해서 김보살 형사에게 전해줬고, 김보살 형사는 그것을 잠시 살펴보다가 다시 강태주에게 건네줬다.



“이거 어떻게 생각 하냐? 실종자가 아무문제 없이 잘 돌아다니고 있는 거 같지 않냐?”



그의 말은 실종자가 범죄에 휘말리게 된 게 아니라, 단순 가출이 같다는 뜻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누가 봤다면 이것은 생활반응으로도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내역 서를 보다보니, 언니가 마지막 통화를 한 날 이후에도 며칠간이나 현금 서비스를 받아서 돈을 인출 받은 내역들이 꽤나 많이 보였다.


한 번에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 가령 정도 되어 보이는 금액들.


허나, 강태주는 이미 그녀가 살해당한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그게 단지 범인이 범죄를 저지른 정황으로밖엔 보이지 않았다.



“여기 마지막 며칠 동안에 카드 인출 내역들을 보면요. 꽤나 큰 금액들이 여러 번에 걸쳐서 여러 지점에서 인출된 거 보면, 생활 반응이라기에는 이상한 거 같습니다. 인출이 스물아홉 차례에 걸쳐서 일어났고요. 삼일동안에 인출된 금액만 거의 천만 원이 되어가는 듯 하구요.”



그러자 김보살 형사는 제법이라는 얼굴로 말했다.



“자식 까막눈은 아니네?”



아마도 김보살 형사는 강태주가 어떻게 판단하는지 테스트해본 듯 했다. 그는 강태주에게 다시 물었다.



“자. 그럼 다음은 뭘 해야 할지 알겠지?”


“네. 현금 인출 지점 CCTV를 따는 거요?


“그렇지! 그럼 출동해 보자고!”


***


카드 현금 서비스로 인출된 편의점과 은행들은 피해자의 집에서 상당히 떨어진 곳들에 위치해 있었다.


걸어서는 갈수 없는 거리들.


강태주와 김보살 형사는 한 곳 한 곳 돌아다니면서 영상을 따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다시 서로 돌아올 때는 시간이 꽤나 흐른 뒤였다.


경찰서로 다시 돌아온 강태주와 김보살 경사는 함께 영상 분석에 들어갔다. 그런데 영상들을 하나하나 살피다가 그들은 침음을 삼켜야만 했다.


모든 CCTV동영상에 찍힌 인출 자는 모두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있는 채여서, 상대의 신분을 특정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보살 경사는 영상을 보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거 낭패네. 보나마나 인출기는 사용자가 많아서, 지문 채취를 해보려고 해도 이미 다 뭉개져 버렸을건데.”



몇 번 영상을 돌려보다가, 강태주는 문득 영상에 나온 오토바이 헬멧을 보고 떠오르는 게 있었다. 영상에 나온 오토바일 헬멧은 상당히 독특한 형태였다. 마치 표범의 얼굴을 떠올리게 하는 구조. 꼭 어디에서 봤던 것만 같았다.


그때, 옆에서 함께 영상을 보고 있던 윤수혁 경사가 강태주의 생각에 확신을 줬다.



“강태주 경장님. 저건 거기에 있던 게 아닙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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