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보는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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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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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화. 성인PC방 살해사건(4)

DUMMY

두 형사들은 차를 타고 성인 PC방으로 향했다. 그런데 도착해보니 성인 PC방은 문이 잠겨 있었다.


김보살 경사는 문을 몇 번 들썩이며, 열어보려다가 포기하고는 간판에 나와 있는 휴대폰 번호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상대방이 전화는 받는 듯했다.



“저희가 현재 실종사건 수사 때문에 주변인 조사가 필요해서요. 지금 성인 PC방으로 와 있는 상태인데. 어디에 계시죠?”



잠시 후, 성인 PC방 위층에서 걸어 내려오는 츄리닝 차림의 성인 PC방 주인.


김보살 경사는 성인 PC방주인에게 신분증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저는 경찰서 강력전담2팀 소속 형사입니다. 협조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또 무슨 일이시죠? 어제 형사님 두 분이 다녀갔을 때 다 이야기 드렸던 거 같은데요?”



성인 PC방주인은 상당히 경계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김보살 경사는 사람 좋은 얼굴로 안심시키며 말했다.


“별거 없습니다. 실종자가 마지막으로 사용했던 PC 사용기록을 좀 살펴볼 수 있을까 하는 것뿐입니다.”



그제야 성인 PC방주인은 마음이 놓인다는 얼굴로 가게 문을 열어줬다.



“그렇군요. 당연히 협조해드려야죠. 일단 들어오세요.”



둘은 성인 PC방주인을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강태주는 성인 PC방주인이 안내해주는 자리 쪽으로 걸어가는 척 하면서 카운터 쪽을 살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생겼다.


전날에만 해도 분명히 카운터 위에 놓여 있던 오토바이 헬멧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곤란함을 느낀 강태주는 휘파람을 불며, 여자를 불렀다.


그러자 으스스한 기운이 몰려들며 옆에서 피투성이 여자가 나타나 강태주에게 물었다.



“형사님 뭘 찾으세요?”



강태주는 작은 목소리로 여자 영가에게 물었다.



“혹시 오토바이 헬멧 어디로 갔는지 알아요?”



구석의 서랍장을 가리키는 여자 영가.


강태주는 조용히 서랍장의 문을 열어봤다. 그러자 확실히 그곳에 전날 보았던 오토바이 헬멧이 놓여 있었다.


그는 그것을 들어 올리며 소리쳤다.



“김덕구 경사님. 찾았습니다.”



돌아보는 성인 PC방주인과 김보살 형사.


성인 PC방주인은 아차하는 얼굴이었고, 김보살 형사는 그를 보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저희랑 서에 좀 같이 가주셔야 될 것 같은데요?”


***


서로 성인 PC방주인을 연행해 와서, 취조를 시작하게 됐다.


우선은 간단한 신원확인 절차를 거치고 나서 본격적으로 김보살 형사가 그에게 사건에 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저희가 확인한 바로는 최근 일주일 사이에 몇 차례에 걸쳐서 실종자의 카드로 은행에서 돈을 인출한 것으로 확인이 되고 있는데요. 맞습니까?”



처음에 강태주는 그가 그것에 대해서 오리발을 내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인출을 했고, 특이한 오토바이 헬멧이라고는 했지만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할 만도 했기 때문이다.


허나 그는 너무도 순순히 자신의 범죄를 자백을 했다.



“제가 한 게 맞는데. 그게 뭐가 문제가 있습니까?”



김보살 형사는 이해가 안 되어서 물었다.



“실종자가 사라지고 나서, 그 사람 카드로 돈을 뽑았는데 이게 무슨 뜻인지 모릅니까?”



그러자 성인 PC방주인은 그것에 대해서는 부정을 시작했다.



“아니요 그건 그분이 외상값이 평소에 많으셔서요. 카드를 그냥 맡기시고 간 것뿐입니다. 그분이 알아서 뽑아가라고 하셔서요.”



강태주는 그의 말에 순간 화가 나는 것을 간신히 참아야 했다.


그의 말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변명이었기 때문이다.



‘저 새끼가. 경찰을 얼마나 무시했으면 저런 말을 겁도 없이 내뱉지? 최소한 성의가 있는 변명은 만들어 봐야 되는 거 아냐? 실종자가 카드를 맡기고 사라져버렸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김보살 형사도 마찬가지인 듯 했다. 그는 성인 PC방주인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말이 됩니까? 자기 카드를 맡겨두고 외상값을 뽑아가라고 한 게요?”


“그건 믿지 않으시면 할 수가 없습니다. 근데 그걸 옆에서 함께 본 사람도 있는데요?”


“그게 누구입니까?”



그러자 회심의 미소를 짓는 성인 PC방주인.



“그건 위층에서 함께 지내고 있는 제 여자 친구입니다. 그 시각에 마침 제 여자 친구가 함께 가게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거든요. 이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도 함께 계속 있었습니다. 그때 분명히 함께 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강태주와 김보살 형사는 잠시 숨을 돌리려고 경찰서 건물 밖으로 나왔다.


김보살 형사는 한손에는 커피를 들고, 한손에는 담배를 쥔 채로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저 자식 저거 진짜 꼴통이네. 어떻게 저렇게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해댈 수가 있냐?”



그건 강태주도 동감이었다.



“맞습니다. 경찰을 얼마나 물로 봤으면 저러나 싶네요.”


“그런데 저거 대체 뭔 생각인지 모르겠네. 자기가 그런 말을 하면은 우리가 당장에 여자 친구를 소환해서 확인해 볼 거라는 생각을 못하나?”


“그럼 혹시........ 여자 친구와 미리 입을 맞춰둔 걸까요?”


“그건 모르지. 일단 불러다가 물어보자고. 그럼 알겠지.”


***


성인 PC방주인의 여자 친구라는 이양이 서로 들어왔다.


그녀는 나이는 이제 갓 스물이 넘은 나이였는데 상당히 가느다란 체구에 맘이 약해보이는 여성이었다. 그런데 그녀는 조사실 안에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게 긴장하는 게 보였다. 심하게 손을 떨어서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


강태주는 물을 가져다줬고, 그녀가 안정이 되기를 기다렸다가 조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이윽고, 그녀의 떨리는 손이 잦아들었고, 김보살 형사가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다.


일단 시작한 것은 간단하게 성인 PC방주인과의 관계부터였다.



“남자친구와 교제한 것은 얼마나 되죠?”


“반년 정도 되는데요.”


“어떻게 해서 만나게 된 사이시죠?”


“그게....... 데이트 앱을 통해서 만났는데요.”


“현재 남자친구와는 혹시 동거 중이신건가요?”


“맞아요. 두 달 전부터 같이 지내자고 해서,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상당히 긴장된 그녀의 얼굴.


그 때문인지 김보살 경사는 사건과는 관련이 멀어 보이는 질문들을 그 이후에도 몇 가지 던졌다.


남자친구는 잘 대해 주냐 라든가, 데이트를 시작할 때는 어떤 곳을 즐겨 다녔냐 하는 등의 질문들. 그러다보니 그녀도 처음보다는 상당히 긴장이 풀려있는 듯했다. 강태주는 그런 김보살 경사를 보면서 상당히 노련한 취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여성이 하는 질문의 답을 듣다보니 성인 PC방주인은 생각보다 상당히 대인 관계에 능숙함을 알 수 있었다.


강태주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김보살은 드디어 사건에 관련된 질문들을 그녀에게 던졌다.



“혹시 실종자와는 예전부터 마주친 적이 있으셨던가요?”



그녀는 조금 굳은 얼굴로 답했다.



“네. 이모님이랑 본적 있었죠. 밤에 카운터 지키면서 몇 번 음료수를 가져다드리거나 계산을 해 드린 적도 있거든요.”


“혹시 당일 날 새벽에도 그분을 보셨나요?”


“네 아마도 그럴 거예요. 그때 밑에 내려와서 오빠랑 같이 가게를 지키던 중이었거든요.”


“그날 상황에 대해서 좀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별건 없었어요. 그냥 이모님이 오셔서 게임을 하시다가, 오빠한테 카드를 줘서 돈을 뽑아오라고 시켰거든요. 그리고 나가면서 뭔가 생각이 나셨는지 또 카드를 맡겨두고 가버리셨고요.”


“그분이 뭐라고 하시고 카드를 맡기고 나가시던가요?”


“그게........ 오빠가 외상이 밀렸다고 빨리 좀 갚으라고 닦달했어요. 그러자 이모님이 미안하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알아서 좀 뽑아가라고 하면서 그대로 카드만 남기고 가버리셨어요.”



여자가 하는 말은 성인 PC방주인의 하는 말과 완전히 일치했다. 그런데 그 말을 하면서 그녀는 잠시 자신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슬쩍 깨물고 있었다. 뭔가 심리적으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김보살 형사도 그것을 놓치지 않았는지, 강태주에게 눈짓을 보냈다.


이후, 김보살 형사는 그녀에게 몇 가지 질문들을 더 했고, 그녀는 일단 집으로 돌려보내기로 했다.


그녀에게는 어떤 혐의점이 발견되지는 않았고, 그녀가 어딘가로 도주할 것이라고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서를 나서는 것을 보며, 김보살 형사가 강태주에게 물었다.



“쩜오야. 어떻게 생각 하냐?”



그런데 그것은 굳이 물어볼 필요도 없는 질문.



“저 여자 분은 뭔가 숨기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


해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시간은 벌써 저녁 일곱 시가 넘어가는 시각. 하지만 김보살 형사와 강태주는 퇴근하는 대신 경찰서 근처의 국밥집에서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왔다.


용의자를 구금해둘 수 있는 시간은 체포한 시점으로부터 48시간까지.


구속영장을 발부받을만한 합당한 증거를 그 사이에 반드시 찾아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돌아와 보니 통신사에서 보내온 통화기록 내역이 도착해 있었다. 그것은 총 세 명 의 통화기록 내역이었는데, 하나는 사라진 실종자의 통화기록 내역, 또 하나는 PC방주인의 통화기록 내역, 마지막으로 하나는 PC방주인의 여자 친구 이양의 통화기록 내역이었다.


아직은 거기서 뭘 발견을 해 낼 수 있을지는 몰랐다.


강태주는 먼저 이양의 통화기록을 확인해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별 다른 이상한 점들은 발견되지 않았다. 실종자와는 실종시점 이전과 이후에 통화가 되었던 기록도 없었고, 성인 PC방주인과의 통화내역도 수상한 게 없어보였다.


다음으로 살펴본 실종자의 통화기록도 별 다른 점들은 없었다. 언니와 메시지를 주고받은 기록 이후에는 아무런 통신기록이 없었다. 아마도 범인은 그녀를 살해하고 나서, 바로 그녀의 휴대폰을 꺼둔 모양이었다.


마지막으로 살펴본 성인 PC방주인의 통신 기록.


강태주는 유심히 살펴보다가, 뭔가 하나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실종자가 사라졌던 당일 날 새벽에 전화를 받았던 수신국이 성인PC방과는 거리가 상당히 떨어진 야산이었다.


차를 타고서 두어 시간은 달려야 하는 거리.


강태주는 그것을 김보살 경사에게 보여주자, 그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확실히 수상하네. 성인 PC방 사장이 새벽시간대에 시간을 비운다? 근데 그것만으론 약하다. 구속 영장이 기각될 수도 있어. 나도 아까 그것 보고서, 혹시나 해서 조사해봤더니 그 인근에 그 사람 부모님 집이 있더라고. 아마 지나는 길에 전화 통화를 했다고 변명할 수도 있어. 뭔가 더 결정적인 단서가 필요해.”



둘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뾰족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았다.


답답한 듯 김보살 경사는 담배한대 태우고 오겠다며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런데 그때까지는 뒤에서 지켜만 보던 윤수혁 경사가 강태주에게 말을 걸어왔다.



“강태주 경장님. 혹시 이런 것은 생각해 보셨나요?”


“어떤 거요?”


“한번 자신이 그라고 가정을 하고 생각을 해봐요. 경장님이 살인을 저질렀어요. 그럼 그 다음에 해야 할 일이 뭘까요?”


“시체를 처리해야죠?”


“그럼 시체를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을까요?”


“가게나 집에 숨겨 두는 건 아무래도 위험하고, 아무래도 시체를 어딘가로 옮겨서 묻을 거 같아요. 야산 같은 곳?”


“그럼. 그 야산까지는 어떻게 시체를 운반하는 게 좋을까요?”



그때, 강태주는 불현듯 어떤 생각들이 떠올랐다.



“개인 소유차가 없기 때문에, 오토바이로 옮겨야 하는데 그건 너무 눈에 띄어요. 아마 택시나....... 아니다 택시는 의심을 받을 수 있으니깐. 주위 지인에게 차를 빌렸을 거 같아요. 그렇다면 아마 그 차량에 뭔가 증거가 남아있거나, 주위 지인들은 뭔가를 들었을지도 모르겠군요?”



그러자 빙긋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윤수혁 경사.


이윽고, 김보살 경사가 사무실로 돌아왔다.


강태주는 방금 윤수혁 경사와 나누었던 아이디어에 대해서 그에게 이야기를 건넸다. 그러자 김보살 경사는 상당히 놀라는 표정이었다.



“강태주 경장 제법이네? 그럼 여기서 하나 문제를 내보지. 성인PC방에서 야산 근처로 향하는 지역을 통과한 차들을 조회해 볼 텐데. 너는 차량 조회 대상 범위를 어떻게 선정 해보면 될 거 같으냐?”



강태주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말을 꺼냈다. 이것은 윤수혁 경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난 이후에 떠올린 생각들이었다.



“저는 실종일 며칠 안 밖으로 성인PC방주인과 통화를 나눴던 지인들뿐만 아니라 지인들의 가족들의 차량까지도 차량 조회 범위 안에 넣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보통 이십 대면은 자기가 차가 있는 경우는 드물잖아요? 그리고 추가로 이 인근에 서비스 되고 있는 카쉐어링 회사의 차량들도 전부 조사해보면 좋을 거 같습니다.”



옆에서 그런 강태주를 쳐다보며 엄지손가락을 척하고 올리는 윤수혁 경사.


김보살 경사는 강태주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끔찍하다는 얼굴을 하며 말했다.



“그나저나 오늘은 집에 돌아가기는 글렀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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