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보는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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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3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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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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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2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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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주택가 망치 살해사건(3)

DUMMY

늦은 밤, 강태주는 퇴근도 하지 않고 파출소에 남아 있었다.


낮에 따뒀던 CCTV영상들에서 뭔가 쓸 만한 건덕지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런데 그러기에는 생각보다 CCTV 영상의 화질이 좋지 않았다.


영가가 알려준 위치에 세워진 차종을 겨우 윤곽정도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고, 차의 번호나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기에는 무리였다.



‘갑갑하네. 이래서는 누가 범인인지 알고 있어도, 그 사람을 범인이라고 말할 수도 없잖아? 아무래도 CCTV 영상으로 증거를 찾는 건 포기해야 되나?’



그가 낙담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누군가 지켜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옆으로 돌아보니 30대 중후반 정도로 보이는 어떤 남자였다.



“아니! 이 시간에 여기는 무슨 일이십니까?”



강태주가 묻자 남자는 품에서 경찰 신분증을 꺼내어 보여줬다.



“저는 강력사건 수사팀 소속 윤수혁 경사입니다.”



강태주는 얼른 일어나서, 경례를 붙였다.



“충성! 그런데 여기는 어떻게 오신 겁니까?”


“그게 오늘 살인사건 현장 주위에 탐문 조사를 나갔다가, 여기 소속의 순경이 동영상을 떠갔다고 해서 한번 찾아와 봤습니다. 혹시 강태주 순경이라고 아십니까?”


“제가 강태주 순경인데요. 지금 막 그 동영상들을 살펴보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요? 그럼 저도 한번 같이 봐볼 수 있을까요?”



강태주는 남자를 사건현장을 지키면서 한 번도 본적이 없었지만, 이제 막 사건에 증원된 형사인가 싶었다. 그래서 영상을 남자에게 보여주기로 했다.


남자는 강태주에게 먼저 물었다.



“강태주 순경님이 의심이 가는 부분이 어딘가요?”



강태주 순경은 범인의 차량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영상을 보면 차량이 분명히 사건 추정시각인 두시 이전에 세워져서, 네 시 이후에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시간대도 그렇고 아마 이게 범인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남자는 동영상을 한참을 돌려 보다가 강태주에게 물었다.



“혹시 동영상이 이것들뿐인가요? 이걸로는 흐릿해서 도저히 차량 번호나 인물을 특정할 수가 없겠는데요?”


“네, 제가 낮에 가서 주위를 뒤져봤는데 주변에 CCTV영상이 그것밖에는 없더라고요.”



그러자 윤수혁 경사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강태주 순경님 제대로 영상을 본 게 맞으신가요? 여기 동영상에 또 하나의 CCTV가 번듯이 나와 있는데요?”



윤수혁 경사의 말에 강태주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동영상 어디에 CCTV가 보인다는 거예요?”



윤수혁 경사는 영상의 어떤 장면에서 구석에 있는 차량을 하나 가리켰다. 그런데 그 차량은 지역을 도는 순환버스였다.


강태주는 윤수혁 경사가 말하는 바를 단박에 이해할 수 있었다.


시내버스는 달리는 동안에 CCTV로 차의 실내뿐 아니라, 앞뒤를 녹화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렇다면 저 시간대에 지나가던 버스의 CCTV에도 분명히 범인의 차량이 찍혀 있을 것이었다.



“아........ 그렇겠군요. 경사님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바빠서 이만 가 볼게요. 강태주 순경이 계속 수고해 주세요.”



윤수혁 경사는 그 말만 남기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런데 강태주는 그가 나가고 나서야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형사가 굳이 이 시간에 파출소에 와서 순경과 CCTV만 보고 도로 돌아가 버린다고? 게다가 이런 증거영상을 강력 팀에서 직접 조사하는 게 아니고, 계속 수고한다면서 놔두고 가버린다고?’



도무지 앞뒤도 맞지 않고, 말도 되지 않았다.



“윤수혁 경사님!”



강태주는 황급히 밖으로 뛰어나가, 막 나간 경사를 찾아보려고 했다. 그런데 윤수혁 경사는 이미 사라지고 자취를 감춘 뒤였다.


그때, 잠깐 편의점에 나갔다 온다는 당직 순경이 돌아오며 그에게 물었다.



“태주야. 무슨 일이야?”


“아니, 그게.........”



강태주는 동료 순경에게 방금 겪었던 일들을 말하려고 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건 혹시?’



강태주는 아까 경찰서 내부를 찍었던 CCTV를 돌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이내 윤수혁 경사의 정체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그는 이승을 떠도는 영가였던 것이다. 분명 함께 찍혀 있어야 할 파출소 내부 CCTV 영상에는 강태주가 혼자서 떠들어대는 것처럼 보이는 영상만이 남아있었다.


***


다음 날, 강태주가 파출소에 나오자 먼저 출근해 있던 선배가 물었다.



“태주야. 어제 받아온 CCTV 영상은 분석 끝났냐? 어디 소장님한테 보고 올릴만한 거리는 찾았고?”



괜히 되지도 않는 노력을 한다는 듯 비꼬는 말투. 하지만 그게 평소의 선배 말투였기에 강태주는 내색하지 않고 답했다.



“네. 어제 한건 찾아냈어요.”


“뭔데?”



강태주는 영상을 틀어 보이며 설명해 줬다. 범행 추정시각에 세워져 있다가 사라진 차량과 그 앞을 지나가던 버스 한 대를 말이다.


선배는 강태주의 설명을 듣고는 몇 번이나 영상들을 반복해서 돌려보다가 막 출근을 하는 파출소장을 불렀다.



“소장님 여기 잠깐 와보셔야 될 거 같은데요?”



파출소장은 웬일인가 싶어서 그들에게 다가왔다.



“뭔 일인데 그래?”


“저, 그게 살인사건 난거 말이에요. 얘가 증거가 될 만한 걸 하나 찾아낸 거 같은데요?”


“그래? 설명 해봐.”



강태주는 선배에게 했던 설명을 그대로 파출소장에게 해줬다. 그러자 눈이 번쩍 뜨이는 파출소장.



“야. 이거 얼른 버스 회사에 공문 올려서 협조 받고, 조사 보고서 작성해 봐. 최대한 빨리.”


“네 알겠습니다.”


파출소장은 돌아서서 자신의 자리 쪽으로 걸어다가 말고 강태주에게 물었다.



“근데 이건 어떻게 알아냈냐? 혼자 생각해낸 거야?”


“네, 제가 어제 계속 영상을 돌려보다가 우연히요.”


“그래? 자식이 똘똘하네? 일단 네가 시작한 거니까 계속 맡아서 해봐라. 뭔가 나올 거 같은데?”


***


강력 2팀 팀장 박해성은 아침에 서에 출근해 보니 내부 망으로 공문 한통이 도착해 있었다.


살인사건 현장 근처 파출소장이 보낸 거라는데, 어떤 순경 하나가 건방지게 시키지도 않은 수사를 해서 수사보고서를 작성해 봤다는 것이다.


순경이 작성했다는 보고서는 그의 체면이 조금 구겨지게 만들었지만, 그 동안에 지지부진하던 살인사건에 일말의 희망을 던져주는 것이었다.


살인 사건이 벌어지기 직전에 인근 도로에 차를 세웠던 남자가, 살인사건이 벌어졌다고 생각되는 시간 이후에 차를 타고서 다시 사라졌다는 내용.


물론 그게 단순히 우연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여태까지 아무도 용의선상에 올리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이것은 상당히 좋은 징조였다.


그런데 박해성 팀장은 보고서를 읽다가 순경의 센스에 상당히 놀라움을 느꼈다.


보고서에는 순경은 처음에 근처 철물점의 CCTV영상을 가지고 판독을 하다가, 그 영상이 흐릿해서 차량 번호와 사람의 얼굴을 특정하지 못하자 따로 지나가던 버스의 CCTV의 영상을 버스회사에 연락해 협조를 받아서 보내온 것이라고 했다.


그런 아이디어는 몇 년은 이 바닥에서 굴러왔던 형사들이나 낼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제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친구 이름이 뭐라고 했지?’



박해성 팀장은 보고서를 앞으로 넘기며 순경의 이름을 찾았다.



‘이름이....... 강태주. 기억해 둬야겠구나.’



박해성 팀장은 수사팀원들을 불러 모아서 아침 회의를 시작했다.


여태까지 조사된 사항들을 다시 검토하고, 처음으로 사건의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먼저 팀원들이 각자 조사했던 사항들을 보고했고, 마지막으로 박해성 팀장이 보고서에 지목이 된 용의자를 꺼내어 놓았다.


그런데 박해성 팀장이 해당 인물을 조사를 해보라고 형사들에게 지시를 내리기도 전에, 팀에서 깡다구라는 별명을 가진 조금 마른 체형의 형사가 손을 들더니 말을 꺼냈다.



“저. 이 사람은 누구인지 압니다. 그 사람은 그 집에서 죽은 며느리 친구의 남편입니다. 사건이 일어나기 하루 전에도 함께 식사 자리를 가졌다는데요? 그런데 그 사람 말로는 분명히 사건이 일어나는 날에는 그 집 근처에 온 적도 없다고 했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한주먹 할 것처럼 보이는 큰 등치의 록키 형사가 그 말을 듣더니 의견을 내놨다.



“오! 그럼 완전 빼박인데요? 거짓말까지 하면서 행적을 숨기는 것을 보면요. 제가 뒤를 캐볼까요?”



박해성 팀장은 잠시 생각하다가, 인상 좋아 보이는 김보살 형사를 보며 말했다.



“이 사람은 김보살 형사랑 깡다구 형사가 맡아서 같이 조사해 봐. 혹시 또 자기가 그날 근처에 왔다간 걸 착각했다고 할 수도 있으니깐 그걸 염두에 두고서 파봐. 알았지? 록키 형사는 하던 조사 계속 이어서 해 보고.”


***


며칠 후, 강태주는 퇴근을 하려는데 파출소장의 호출을 받게 되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파출소장의 말을 기다리는데, 파출소장이 잠시 뜸을 들어더니 이야기를 꺼내어 놨다.



“살인 사건 해결 된 것 같다. 네가 보낸 조사보고서 덕분에 말이야.”



파출소장은 강태주를 앞에 앉혀놓고, 사건의 진전사항에 대해서 알려줬다.


강력사건 수사팀이 강태주의 사건보고서를 기반으로 해서, 용의자를 조사하게 되었고 용의자가 중간에 그쪽에 스크린 골프를 치러 다녀왔었다는 거짓말을 잠시 주장하긴 했지만, 결국은 범행을 모두 자백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파출소장이 강태주의 어깨를 두드리며 치하를 했다.



“잘했다. 강태주 순경. 아마 조만간에 공을 인정받아서, 표창도 받게 될 것 같으니깐 기대해도 좋아.”



파출소를 걸어 나오며, 강태주는 뛸 듯이 기뻤다. 자신 덕분에 사건 하나가 해결이 된 것이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며, 간소하게 동네 마트에서 시루떡과 막걸리를 사들고 들어갔다. 그리고 세 명의 영가들을 불러들였다.



“윤수혁 경사님 이리 오시오. 또 억울하게 죽어간 할머니와 며느리 영가도 이리들 오시오.”



강태주가 그들을 부르자, 잠시 후 싸늘한 한기와 함께 그들이 나타났다.


강태주는 두 영가에게 사건이 해결되었음을 알려줬다. 그러자 눈물을 뚝뚝 흘리는 두 영가.


할머니와 며느리 영가는 강태주가 준비한 떡과 막걸리도 맛있게 먹고는, 강태주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젊은이 이렇게 고마울 데가 있을까. 덕분에 우리들은 원한도 풀었고, 이승을 떠나갈 수 있을 거 같아.”



강태주는 손 사레를 치면서 말했다.



“별 말씀을요. 사실은 이게 다 여기 계신 윤수혁 경사님께서 도와주셔서 가능했던 일입니다. 저한테가 아니라 이분한테 고마워하시면 되요.”



그러자 윤수혁 경사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강태주 순경님. 저는 옆에서 조금 도와드렸을 뿐입니다. 그건 다 강태주 순경님이 노력을 한 공이죠.”



이윽고, 할머니와 며느리 영가는 윤수혁 경사에게도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들은 작은 빛 무리가 되어 서서히 흩어져 갔고, 그 빛 무리들은 공중으로 떠오르더니 천장을 지나 어느 곳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강태주와 윤수혁 경사는 두 손을 모으고, 그들의 명복을 빌어줬다.



“좋은 곳으로 가시길!”



그들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강태주는 윤수혁 경사에게 막걸리를 따라주며 물었다.



“그런데 윤수혁 경사님은 어떻게 돌아가신 겁니까?”



그러자 윤수혁 경사는 막걸리를 한 사발 들이키며, 농담처럼 답했다.



“왜요? 저도 얼른 보내버리시게요?”


“아니요. 그런 건 아니고요. 제가 뭔가 윤수혁 경사님을 도와드릴 일이 있지 않을까 해서요.”



윤수혁 경사는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답했다.



“저는 모릅니다. 사실 제가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그럴 수도 있는 건가요?”


“네. 가끔 다른 귀신과 이야기들을 나눠 보면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도 알지 못하고, 또 자신이 죽었는지도 까먹은 귀신들도 있어요.”


“정말 답답하실 거 같아요.”


“뭐가요?”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지도 모르는 것이요. 저를 가르쳐 주신 천수보살 선생님은 영가들은 뭔가 염원하는 게 남아있어서 이승에 묶여 있는 거라고 하셨어요. 그건 윤수혁 경사님도 마찬가지이시겠죠?”



강태주는 윤수혁 경사에게 다시 한잔 막걸리를 가득 따라주며 말을 이었다.



“제가 언젠가는 윤수혁 경사님의 염원이 풀리도록 꼭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래요. 기대해 보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윤수혁 경사님에게 드리고 싶은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윤수혁 경사는 궁금하다는 얼굴로 강태주에게 물었다.



“그게 뭐죠?”


“제 수호령이 되어주세요.”



윤수혁 경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네? 그게 무슨 말이죠?”


“저는 앞으로 경찰 일을 해나가면서 많은 사건들과 많은 영혼들을 만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그때 윤수혁 경사님이 함께 해 주신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아........ 그런 말이로군요? 그러니까 저랑 파트너가 되어보자는 거군요?”



윤수혁 경사는 잠시 고민하다가 강태주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래요! 해 봅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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