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보는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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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7.3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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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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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1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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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아파트 10억 절도사건(3)

DUMMY

주위에 있던 형사들은 놀라며 물었다.



“뭐? 어디 한번 봐봐!”



강태주는 미리 준비해둔 영상을 회의실로 가져와서 틀기 시작했다. 그의 영상에서는 어떤 배불뚝이 남자가 골목길 모퉁이를 걸어 내려가는 모습이 흐릿하게 찍혀 있었다. 그런데 형사들은 다 보고도 의아한 얼굴들이었다.



“그게 왜 범인인데? 모자야 벗었다고 쳐도, 입고 있는 옷 색깔도 그렇고 체형도 전혀 틀린데?”


“아마 범인이 입고 있는 옷은 안과 겉을 뒤집어 입을 수 있는 점퍼 류가 아닐까요? 또 체형은 저 정도가 적당합니다.”



박혜성 팀장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막내야. 자세히 말해봐라. 적당하다는 게 뭔 말이야?”


“범인의 목적은 훔친 돈과 금괴들을 가지고 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것들을 힘들게 훔쳐내서 버려두고 가지는 않을 거구요. 결국 어딘가 숨겨서 가져가야 할 텐데. 아마도 배 쪽에 숨겨서 가지고 간 게 아닐까요? 금괴들이야 팔과 다리에 미리 준비해둔 테이프 같은 걸로 몇 개씩 묶어두고요.”


“근데 그게 말이 되냐? 금괴야 그렇다 치고. 현금이 자그마치 3억인데. 그걸 배 쪽에 숨길 수 있다고?”


“그게 다 오만 원 권 지폐라고 한다면 가능할 거라고 봅니다.”


“나는 그래도 안 될 거 같은데? 한번 해볼까?”



박혜성 팀장은 증거보관실의 협조를 받아서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마침 증거보관실에는 압수한 현금 수억 원이 들어와 있었기에, 얼추 도둑맞은 금액과 비슷한 돈다발들을 마련할 수가 있었다.


피험자는 범인과 가장 비슷한 체형을 가졌다고 판단이 되는 깡다구 형사.


그가 돈다발들을 가방에 넣어, 앞으로 둘러매고 점퍼까지 입자 평소의 마른 체형으로 보이는 깡다구 형사가 조금 살집이 있는 체형의 남자처럼 보였다.


강태주가 보여준 CCTV 영상속의 남자처럼 말이다.


깡다구 형사는 이리저리 걸어 다녀봤다. 처음에는 비틀대며 걸음을 옮기기 힘들어보였지만, 차차 몸의 균형을 잡으며 걸음을 옮겨나갈 수가 있었다.



“팀장님 가능한 거 같은데요?”


***


늦은 저녁, 형사들은 다시 회의실에 모였다.


이전과는 달리 형사들은 자신들이 발견한 영상속의 범인들을 하나둘 꺼내어 놓기 시작했다.


데스크 하주필 경사는 그들이 찾아낸 영상에서 발견된 범인들의 행적을 지도에 하나둘 표시해 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범인의 행적들은 어떠한 선의 형태를 띠기 시작했다. 이제 범인이 어느 곳으로 향하고 있는지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범인이 향하는 곳은 큰길가의 차도 쪽.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생겼다. 아직 범인은 형사들이 CCTV를 살핀 1킬로 범위 안에 있을게 분명한데 갑자기 범인의 행방이 사라진 것이다.



“이놈 또 어디로 갔냐?”



형사들은 왠지 약이 오른 얼굴들이었다. 아침부터 시작해서 저녁까지 범인의 행적을 쫒기 위해서 CCTV를 뭐빠지게 뒤졌는데, 다시 범인의 행적을 놓쳤으니 억울한 것이다.


김보살 경사가 추측을 던졌다.



“혹시 근처 건물로 들어갔을까요?”



그런데 그 인근의 CCTV 조사를 맡았던, 깡다구 형사가 반론을 내놨다.



“그건 아닐 거예요. 제가 그 인근 CCTV는 건물 내부까지 따둬서 다 살펴봤거든요? 근데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건 못 봤습니다.”


“그럼 대체 어디로 간 거야?”



형사들은 머리에 쥐가 나도록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강태주는 누군가 다가와 귀에 대고 말을 거는 게 들려왔다. 서늘한 기운이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형사님 택시에요. 택시를 탄 거예요.”



그에게 말을 해준 이는 여자 영가.


강태주는 상황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어색하지 않게 택시 이야기를 꺼낼까 생각을 하는데, 박혜성 팀장이 나서서 먼저 말을 꺼냈다.



“범인이 큰길가로 걸어 나오는 거 보면 이제 도보로 이동을 하는 게 아니라, 교통수단을 이용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 갑자기 큰길가에서 사라졌다면 뭔가에 올라탄 거겠지.”



강태주는 이때다 싶어서 의견을 내놨다.



“팀장님 저는 범인이 택시를 타고 사라진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저 부근은 제가 알기로는 주차금지 구역이라서 자차를 세워뒀다가 타고 사라진 거라고는 보기 힘들고요. 버스가 오가는 시간도 아니니깐 남은 건 택시인거 같습니다.”



그러자 박혜성 팀장은 다시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을 꺼냈다.



“그래....... 공범이 있어서 기다리고 있다가 범인을 픽업해 갔을 가능성도 있긴 아직은 공범이 있다는 증거는 없으니깐........ 택시 쪽부터 한번 파 보자.”


***


다음날, 형사들은 팀을 나눠 각기 맡은 지역 택시회사로 향했다.


그런데 강태주와 팀을 맺은 깡다구 경사는 택시회사로 향하면서 걱정부터 하고 있었다. 시일이 한참 지났기에, 그날 운행했던 택시를 알아낼 수나 있을까 싶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기우였다.


시일도 한참 지난 뒤였지만, 다행히 택시들 운행 기록들이 전산 처리가 되고 있었고, 택시 회사에서 조건에 맞는 택시들을 금세 조회해 알려줬다.


택시회사에서 의심이 되는 택시들은 총 세대 가량.


두 대는 택시회사 내에 정차 중이었기에 바로 인터뷰를 할 수 있었고, 이제 남은 차량은 한 대였다.


둘은 더위를 식히려고, 쭈쭈바를 입에 물고 기다리는데, 마침 마지막 한 대가 택시 회사 안으로 들어섰다.


택시회사에서 호출을 하자, 영업 중에 돌아온 것이었다.


깡다구 경사는 신분증을 들어 보이며 택시 기사에게 다가섰다.



“협조 부탁드리겠습니다. 저희들은 경찰서 강력 팀 형사들입니다.”



그런데 상당히 불만스러운 얼굴의 택시 기사. 아마 운행 중에 회사로 돌아오게 되어서, 못마땅한 듯 했다.



“물어볼게 있으면 얼른 물어보세요.”


“저희가 절도범을 쫒고 있는데요. 그 절도범이 일주일 전쯤에 근처에 운행 중이던 택시를 탄 정황이 발견이 되어서요. 혹시 이런 사람 본 적이 있으신가요?”



그러면서 깡다구 경사는 흐릿한 범인 사진을 택시 기사에게 들이밀었다. 그러자 택시기사는 사진을 슥 보더니, 대답했다.



“못 봤어요.”


“못 보셨다고요?”


“네. 못 봤어요."



그러면서 택시 기사는 그대로 건물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려 했다.


차가운 택시기사의 반응에 깡다구 경사는 할 수 없다는 표정.


그때, 강태주가 나서서 말했다.



“죄송하지만 한번만 더 자세히 봐 주세요. 그 놈은 부잣집이든 가난한 집이든 가리지 않고 털어가는 놈입니다. 때문에 수술 시기를 놓쳐 죽어간 어린 아이도 있어요.”



강태주의 말에, 택시 기사는 걸음을 멈춰 다시 돌아왔다. 뭔가 눈빛이 바뀐 얼굴. 그는 사진을 다시 한 번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뭔가 떠오른 듯 말을 꺼냈다.



“아......... 이 남자. 알 것도 같네요.”


“기억 하시겠어요?”


“저 그게........ 일을 마치고 귀가하려고 하는데, 길거리에서 비틀거리면서 걸어가던 남자가 손을 들어서 부르더라고요. 그래서 태워줬던 것 같네요.”


“혹시 수상한 점이 있었던가요?”


“그때는 몰랐는데 이제와 생각해 보니 수상한 데가 좀 있었던 것 같네요. 뭔가 상당히 말을 아끼는 눈치였어요. 또 갑자기 모자를 꺼내 쓰더니 얼굴을 가리려는 기색이 역력했고요.”


“혹시 내려주신 장소가 어디인가요?”


“역 근처였던 것 같은데요?”


“기차역이요? 혹시 내린 위치를 조금 더 자세히 알려 주실 수 있을 까요?”



택시기사는 폰을 꺼내 들어서, 지도를 검색해서 위치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마 여기였을 꺼 같네요.”


“협조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수사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택시기사는 다시 건물 쪽으로 사라졌다. 그러자 남은 깡다구 경사가 놀란 듯 강태주의 어깨를 툭 쳤다.



“이 자식 이거 물건이네? 사람 구워삶은 말솜씨가 예술이야? 근데 저 택시기사가 그 택시기사인건 어떻게 알고 붙들고 앉았냐?”


“뭐........ 그냥 촉이죠.”



대충 둘러대긴 했지만 사실 강태주는 차량이 택시회사 내로 들어올 때 이미 알고 있었다. 여자 영가가 귀 뜸을 해줬던 것이었다.


다만 그는 택시기사가 기억을 못한다고 대충 모른 척을 하고 지나가려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했었다.


그러다가 피해자의 이야기를 털어놔 봤는데, 그게 택시기사의 마음을 돌릴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마음이었다.


***


강태주가 서로 돌아 와보니, 박혜성 팀장이 상당히 기분이 좋아보였다.


사건수사가 시작되고 나서 여태까지 저기압이었던 것과 상당히 대조되는 모습이었다.


그는 카드까지 척 내놓고, 말을 했다.



“둘 다 더운데 돌아다니느라 고생 많았다. 우리 기분도 좋은데 빙수나 시켜 먹을까?”



그러자 환호하는 사무실 팀원들.



“빙수! 빙수! 빙수! 빙수!”



강태주는 인터넷을 뒤져 근처의 빙수 점에서, 꽤나 커다란 빙수 두어 개를 골랐다. 그리고 박혜성 팀장에게 구매 의사를 물었는데, 그는 흔쾌히 승낙을 하고 자신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 모습에 강태주는 궁금해서 데스크에게 물었다.



“하주필 경사님. 팀장님 왜 저렇게 기분이 좋으신 거예요?”



그러자 데스크, 하주필 경사가 웃으면서 답했다.



“왜 그러겠냐? 그 동안에는 수사가 지지부진해서 서장님한테 보고도 못 드리고 있었는데, 이제 범인이 역 쪽으로 들어섰으니 바로 보고를 올린거지. 거의 다 잡은 것 같다고 말이야.”


“근데 범인이 역 안으로 들어갔다고 뭐가 크게 달라지나요?”


“당연히 달라지지. 역 쪽에는 고성능 CCTV들이 쫙 깔려 있어. 그러니깐 녀석의 얼굴을 따는 것도 금방이고. 다음엔 계속 행적 따라 가다보면 신원 파악도 가능해질 거고.”


“아........ 그렇겠군요?”



이윽고, 주문한 빙수가 도착했다. 그러자 팀원들은 빙수 주위에 빙 둘러서서 숟가락을 부지런히 놀리기 시작했다.


박혜성 팀장이 기분 좋은 얼굴로 물었다.



“근데 너희들은 휴가 계획들은 다 세워놨냐? 어때 우리 박보살 경사는 신혼인데, 어디 멀리 다녀올 계획 세워뒀냐? 2세도 만들어야지?”



박보살 경사는 쑥스러운 얼굴이었다.



“아니요. 그냥 근처 계곡이나 다녀오기로 했어요.”


“왜?”


“아내도 그렇고 저도 직장생활 하느라 지쳐서, 휴가기간이라도 푹 쉬려고요.”


“그래? 그것도 나쁘지 않지. 우리 깡다구 경사는 그럼 어디로 다녀올 생각이야? 여자 친구가 어디 다녀오자고 하지 않아?”



그러자 옆에서 조용히 한마디 꺼내는 록키 형사.



“팀장님 깡다구 경사는 얼마 전에 헤어졌답니다.”


“왜?”


“야근이 너무 잦다고요. 더는 못 참겠답니다.”



그때, 사무실로 울리는 전화 한통.


하주필 경사에게 온 전화였다. 그런데 하주필 경사는 전화를 받는 얼굴이 점점 심각하게 바뀌어갔다.


이윽고 통화를 마친 하주필 경사가 심각한 얼굴로 박혜성 팀장을 불렀다.



“팀장님. 문제가 좀 생긴 거 같은데요?”


“뭔데?”


“역사 내의 보안 팀에서 걸려온 전화인데요. 해당 시간대에 CCTV들을 전부 다 분석을 해 봤지만, 범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역사 내로 들어온 적이 없다고 합니다.”


“뭐?”


“혹시 몰라서 해당 시간대에 CCTV영상들을 보냈다고 하는데, 한번 확인해 보시겠습니까?”



하주필 경사는 기차역내 보안 팀이 보낸 CCTV 영상들을 확인해 내려 받아 모니터에 전부다 띄어놔서 돌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확실히 영상들을 몇 번이나 돌려봤지만, 해당 시간대에 역사 내에 돌아다니는 범인으로 보이는 인물은 존재하지 않았다.



박혜성 팀장은 굳은 얼굴로 소리쳤다.



“뭐야? 이 새끼는 또 어디 갔어?”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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