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아공간으로 인생 역전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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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백곰
작품등록일 :
2024.08.0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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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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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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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짐꾼(2)

DUMMY

“자, 출발할게요. 다들 모여주세요.”


성준이 가방과 짐을 챙겨서 그들에게 갔다.


“이번에 짐꾼 포지션을 맡은 성준 씨, 맞죠? 잘 부탁드립니다. 저는 이현승이라고 합니다.”


분위기를 주도하는 이현승의 말에, 성준은 간결하게 답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그러나 이현승은 머쓱한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 성준 씨. 혹시 각성증 한번 볼 수 있을까요? 들어가기 전에 조합부터 확인해야 하니까요. 하하.”

“네. 뭐.”


굳이 각성증을 보여줄 필요가 있나 싶었지만, 괜히 긁어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었다.


각성증을 건네받은 이현승의 표정이 아주 잠깐이지만 굳었다.

하지만 금세 웃는 얼굴로 성준에게 각성증을 돌려줬다.


“하하. 발급 날짜가 어제네요? 초행이실 텐데,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사실 저희가 지인 파티거든요. 합을 맞춰본 경험만 수십 번이라 위험할 일은 없을 겁니다.”


왠지 기다리는 동안 유독 시끄럽더라니.


“아, 다행이네요. 그래도 폐가 되지 않도록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하하. 성준 씨는 그냥 경험만 쌓고 가시면 됩니다. 그런데··· 이게 저희 입장에서는 버스를 태워드리는 거니까, 조오금 그렇거든요.”


쎄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성준의 표정이 굳자,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별 건 아니고, 비용만 지불해주시면 저희가 교육까지 해드릴 수 있는데 어떻게···.”


사글사글한 표정으로 말도 술술 하는 걸 보니까, 이런 짓을 처음하는 건 아닌 듯했다.


물론 표정과 말투가 부드럽다고 듣기 좋은 말이 되는 건 아니었다.


“얼마인데요?”


“아, 교육비까지 해서 500만원 정도면 됩니다.”


“···짐꾼 일당이 150 아닌가요?”


“비싸게 느껴질 수도 있죠. 하지만 실전 교육 비용으로 그 정도면 매우 싼 편에 속합니다. 헌터 학원을 생각해보세요. 이론만 주구장창 알려주는데 달마다 몇 백을 받아 가잖아요.”


녀석이 자신하는 것처럼, 성준의 토벌팀은 완전 어중이떠중이가 아니었다.

눈앞에 있는 게이트는 C급 게이트였고, 녀석들 중 한 명은 B급 각성자이기도 했다.


‘그래도 그렇지, 누굴 호구로 보나?’


성준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돈이 아예 없어서요. 조건이 안 맞으면 제가 토벌팀에서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에헤이. 강요하는 거 아닙니다. 나가실 필요까지 있겠습니까? 어쩔 수 없죠. 그러면 교육 없이, 70만원만 받고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


너무 당당하게 요구하니까 어이가 없을 지경이다.

하지만 성준도 당장에는 돈과 레벨업 보다는 스킬을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70만원도 아깝지만 어쩔 수 없나.’


일당으로 150만원을 받으면 80만원 정도가 남는 셈이었다.

지금의 성준에겐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



“···알겠습니다.”


그러자 토벌팀은 서로 눈빛 교환을 하더니 미소를 지었다.


“하하.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럼 관련 합의서만 작성하고 바로 들어갈까요?”


그러자 뒤에 있던 남성이 종이를 가지고 왔다.


‘아주 작정하고 왔구만. 딱 여기까지만 참는다.’


만약 여기서 선을 더 넘는다면 성준도 참을 생각은 없었다.


성준은 합의서의 내용을 읽어보고 서명했다.


대충 토벌이 끝나면 7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6명이서 70만원을 나누면 고작 10만원 정도인데··· 헌터들이 고작 10만원을 노린다고?’


분명 꺼림칙한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성준도 숨겨둔 수가 있었기에, 우선은 내색하지 않고 그들을 따랐다.


합의서를 챙긴 이현승이 말했다.


“그럼 들어가시죠. 저희 뒤에만 계시면 다칠 일은 없을 겁니다.”


그렇게 성준은 그들의 뒤를 따라 게이트를 통과했다.

게이트 내부는 생각 이상으로 열악한 곳이었다.


지나치게 덥고 습했다.

코를 찌르는 고약한 냄새도 한몫했다.


‘여기서 거의 반나절을 보내야 한다고?’


짐꾼이나 헌터가 돈을 많이 버는 이유가 있었다.

이런 환경에서 일까지 해야 한다니.


토벌은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

게이트 내부의 몬스터를 전부 찾아서 죽이면 된다.

그러나 간단한 설명과 달리, 그 작업은 매우 복합적으로 이루어진다.


탐색에 능한 헌터가 있어야 하고, 몬스터의 공격을 상쇄할 수 있는 탱커나 어그로꾼이 있어야 하며, 만약의 상황을 대비할 힐러가 있어야 한다.

추가로, 짐꾼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짐꾼의 주된 역할은 필요한 짐을 챙기고 게이트에 들어오는 것이다.


각성자들의 능력은 다양하다.

능력에 따라 사용하는 장비도 다양했고, 몬스터에 따라 장비를 다르게 사용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장비를 토벌팀이 직접 들고 다니기엔 효율이 매우 떨어졌다.


‘아오, 진짜 무겁네.’


하필 성준의 토벌팀에도 그런 녀석이 있었다.

키가 2m에 달하는 놈이라, 사용하는 무기도 상당히 컸다.


녀석은 창과 도끼를 사용했는데, 몬스터를 확인하고는 창을 가져갔다.


거리를 유지하면서 싸워야 한다나 뭐라나.


덕분에 성준이 메고 있는 짐꾼 가방에는 거대한 도끼가 들어 있었다.

마법적 효과가 적용된 가방, 아공간과 비슷하지만 달랐다.


가방의 공간만 클 뿐. 내용물의 무게는 그대로 반영됐다.


‘완전 군장하고 비교도 안 되네, 이러다 쓰러지겠는데···.’


도끼뿐만 아니라 음식이나 각종 생활 용품들이 추가로 들어 있었다.

운동을 안 한 일반인은 드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였다.


그렇다고 이 가방을 벗어던질 수도 없었다.


“성준 씨, 이거 담아서 가죠. 와보세요.”


한 무리의 몬스터를 처리할 때마다, 사체에서 돈이 되는 것들을 가방에 담아야 했으니까.


몬스터들도 제법 한 덩치 하는 녀석들이었다.

늑대처럼 생긴 몬스터의 발톱 같은 건 상관없었지만···.

무슨 흉측한 심장이나 마정석을 가방에 넣을 땐 정말 죽고 싶었다.


갑자기 가방에 10KG 정도 추가되니까, 허리가 끊어지는 느낌이었다.


사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짐꾼도 각성자가 아니면 참여할 수 없었다.

그러나 성준은 낮은 마력 때문에 일반인에 가까웠으니···.


‘젠장젠장. 레드 게이트 소환하고 싶다. 거기에 보관하면 이런 개고생도 안할 텐데··· 아, 보관이 가능하긴 하려나?’


모르겠다. 정신이 아득하다.

벌써 2시간째 이 짓을 반복하고 있다.

식은땀이 줄줄 나고,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몸이 좋지 않았다.


“잠깐 여기서 쉬고 가자. 슬슬 배고프네.”


때마침 이현승의 배꼽시계가 울렸다.

성준은 즉시 가방을 내려놨다.

그거 하나 내려놨다고, 천국을 맛본 기분이다.


“성준 씨. 저는 제육으로 부탁해요.”


가방을 열어서 아이스 박스를 꺼냈다.

이현승에게 제육이 담긴 도시락을 주고, 다른 헌터들에게도 차례차례 도시락을 나눠줬다.


그 후, 성준은 남은 도시락을 먹었다.

속에 뭐가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그냥 기계처럼 젓가락질을 하고 있으니, 이현승이 성준의 옆에 앉았다.


“하하. 많이 힘들죠?”


“···네. 힘들긴 하네요.”


그러자 이현승이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렸다.


“그러게 500만원 냈으면 좋았잖아.”


“···네?”


“아, 아닙니다. 혼잣말이에요, 혼잣말. 하하. 짐꾼 일이 보통 힘든 게 아니죠. 대부분의 F급 헌터가 한두 번 해보고는 현실을 깨닫고, 이 바닥을 뜨더라고요.”


짐꾼 일은 평범한 F급 헌터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비록 2시간이지만, 그것을 버틴 성준의 정신력이 대단한 것이었다.


“아···.”


성준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저도 짐꾼 일 해봤는데, 토벌팀보다 훨씬 빡세더라고요. 토벌팀은 혼자 하는 게 아니잖아요.”


짐꾼은 비용 및 효율성의 문제로 한 명만 데려가는 경우가 많았다.

토벌팀이 짐꾼을 지키면서 싸우는 구도인데, 두 명을 지키는 건 꽤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성준이 적당히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돈도 더 많이 벌고요.”


“그렇죠. 하지만 단순히 짐꾼 일 하면서 경험 쌓고 토벌팀으로 참가하는 건 빡세거든요. 누구한테 교육이라도 받으면 모를까···.”


이현승이 성준을 쳐다봤다.

직접 겪어보니까, 생각이 달라졌지?

따위의 의미가 담긴 눈빛이었다.


성준이 머쓱하게 웃자, 이현승이 말을 이었다.


“저기 창 들고 있는 녀석이 제법 이름 있는 B급 헌터에요. 저 녀석이 교육했다고 보증해주면 토벌팀으로 들어가는 게 그리 어렵진 않을 거예요. 사실상 교육이 아니라 추천서죠, 하하.”


이현승은 생각보다 집요하게 들러붙었다.

하지만 이런 식의 제안이 달가울 리는 없었다.


“죄송하지만, 정말로 돈이 없어서요.”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알았어요. 편히 쉬고 계세요.”


이현승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성준은 곧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짐꾼 가방은 왜 메세요?”


이현승이 묘한 웃음을 지었다.


“왜긴요, 성준 씨가 이제 필요 없으니까 그렇겠죠.”


성준이 벙찐 표정으로 되물었다.


“필요 없다는 게 무슨···.”


“말귀를 못 알아먹으시네··· 알아서 게이트로 되돌아가든가, 뒤지든가 하시라고요. 하하하.”


저 멀리서도 웃음 소리가 들렸다.


-미친 저 새끼 표정 봐.

-하하, 이현승 개악질이네.


조금씩 상황 파악이 되기 시작했다.


‘날 여기서 버릴 생각이구나.’


그런데 왜?

성준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F급 헌터를 게이트 한 가운데에 버리겠다는 생각은, 사실상 죽이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설마 500만원을 안 주겠다고 해서? 그러면 70만원은?’


여기서 성준이 죽으면 70만원조차 받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도대체 무슨 이득이 있다고, 자신을 죽인단 말인가?


“···도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제가 죽기라도 하면 협회에서 그냥 넘어가지 않을 텐데요.”


그러나 성준의 말에 이현승이 박장대소했다.

성준은 그저 무표정으로 녀석의 답을 기다릴 뿐이다.


“···아. 재밌네.”


그러고는, 품에서 성준이 작성한 합의서를 꺼내 흔들었다.


“증거 있어요? 우리는 ‘정상적으로 토벌하면 돈까지 받기로 한 마당에 우리가 짐꾼을 왜 죽이겠어요?’ 라고 밀어붙이면 그만인데요? 짐꾼이 초행이라 패닉이 와서 스스로 무리에서 이탈했다고 말이에요.”


성준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래, 여기는 무슨 일을 벌여도 증거를 없애기 좋은 곳이었지.’


성준은 아직도 녀석들이 왜 자신을 버리는지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녀석들이 선을 넘었다는 것.

그리고 그 정도는 성준의 예상 범주를 아득히 넘었다.


‘솔직히 협박 정도나 예상했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는데···.’


그러나 이현승은 성준이 체념했다고 생각했는지 말을 덧붙였다.


“운이 좋으면 무사히 게이트를 찾을 수 있지 않겠어요? 그래도 몸 성히 보내주는 거를 감사히 생각하세요. 이 거지 새끼야. 아니면······.”


카악 퉤-.


이현승이 바닥에 침을 뱉었다.


“와서 이거 핥아. 그러면 따라오게 해줄게. 하하하.”


뒤에 있는 토벌팀도 그 상황을 보고 크게 웃었다.


‘미친 싸이코 새끼들··· 말은 저렇게 하지만 협회에 책 잡히기 싫어서 증거를 인멸하려는 거겠지.’


성준이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래··· 어차피 저 가방, 다시 메고 싶지도 않았어.’


차라리 잘 됐다.


다만 성준은 첫 토벌인만큼 나름의 로망이 있었다.

게이트가 두렵기도 했지만, 각성자를 선망하던 입장에서 가질 수밖에 없었던 토벌에 대한 로망.

그것이 처참히 깨졌다.


‘첫 경험으로 좋은 거 알려줘서 고맙다, 개새끼야.’


성준은 값진 경험을 했다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중얼거렸다.


“레드 게이트.”


알아서 돌아가라고?

그러면 너희도 알아서 살아남아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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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토벌에 짐꾼이라는 포지션은 없던 겁니다(4) 24.08.22 92 6 13쪽
16 토벌에 짐꾼이라는 포지션은 없던 겁니다(3) 24.08.20 134 9 14쪽
15 토벌에 짐꾼이라는 포지션은 없던 겁니다(2) 24.08.19 136 7 13쪽
14 토벌에 짐꾼이라는 포지션은 없던 겁니다(1) 24.08.18 158 7 12쪽
13 랭커(7) (수정) +1 24.08.17 184 6 14쪽
12 랭커(6) 24.08.16 208 9 13쪽
11 랭커(5) +1 24.08.16 209 8 12쪽
10 랭커(4) +2 24.08.14 233 7 13쪽
9 랭커(3) 24.08.12 260 8 13쪽
8 랭커(2) +1 24.08.11 274 10 12쪽
7 랭커(1) 24.08.09 290 8 13쪽
6 세계 최강 짐꾼(5) +1 24.08.08 313 11 14쪽
5 세계 최강 짐꾼(4) 24.08.07 335 11 13쪽
4 세계 최강 짐꾼(3) 24.08.06 361 10 13쪽
» 세계 최강 짐꾼(2) 24.08.05 364 11 12쪽
2 세계 최강 짐꾼(1) +2 24.08.04 431 10 13쪽
1 각성 (수정) +2 24.08.03 514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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