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아공간으로 인생 역전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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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백곰
작품등록일 :
2024.08.03 18:20
최근연재일 :
2024.08.23 23:20
연재수 :
1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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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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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토벌에 짐꾼이라는 포지션은 없던 겁니다(5)

DUMMY

“그린 게이트 회수 4번.”


변이 게이트에 들어온 성준은 주변부터 확인했다.


다행히 주변에는 고된 전투의 흔적밖에 보이지 않았다.

살아있는 몬스터는 없었고, 사체가 전부였다.


그럼에도 성준은 안심하지 않았다.

감지할 수 없는 거리나 위치에서 자신을 노리는 몬스터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레드 게이트 선택.”


우선은 엄손이부터 빠르게 소환.


“규.”


엄손이가 가벼운 걸음으로 나왔다.

나오자마자 꽤 만족스럽게 이 변이 게이트를 구경했다.

아무래도 변이 게이트의 짙고 혼란스러운 마력이 마음에 드나 보다.


그 표정을 보고서야, 성준은 안심할 수 있었다.

A급 게이트라고 해서 솔직히 조금 걱정되긴 했었다.


그러나 실시간으로 마력이 상승하고 있다는 변이 게이트에서, 여유를 부릴 생각은 없었다.


“엄손아, 여기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다른 친구도 부르는 건 어때?”


성준의 부탁에 엄손이가 깜짝 놀란 듯했다.


설마, 그거 때문에 그럴까?

성준이 말을 정정했다.


“음··· 그 뱀 몬스터 말고 그냥 평범한 친구.”


“규우우우!”


엄손이가 다소 흥분된 듯한 소리를 냈다.


“친구 부르지 말라고?”


엄손이가 고개를 저었다.


“그 뱀을 불러도 이길 수 있다고?”


성준이 조금 과장해서 의도를 묻자, 엄손이가 고개를 끄덕이다 말았다.


아무래도 자신은 없는 모양.

성준이 피식 웃으며 레드 게이트를 소환했다.


“레드 게이트.”


당장에 몬스터를 선택하려는 게 아니었으니까, 새로운 몬스터를 도감에 등록하는 것도 괜찮으리라.


성준의 앞에 레드 게이트가 생겼다.

뱀과 엄손이를 소환할 때 생기는 레드 게이트보다 한참 작았다.


엄손이는 무관심한 척 고개를 돌리고 있었지만, 눈동자가 게이트 쪽으로 쏠려 있었다.

조금 긴장했는지 몸이 빳빳하게 굳은 것도 같았다.


성준이 게이트 너머를 바라봤다. 그러나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무엇이 없다기 보다는, 레드 게이트 내부가 칠흑 같은 어둠으로 뒤덮여 있었다.


다만 심장을 오싹하게 만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철그럭철그럭.


금속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몇 번 더 들리더니, 게이트에서 랜스 한 자루가 성준을 향해 쇄도했다.


성준은 반응도 못할 속도.

비록 랜스는 엄손이의 꼬리에 붙잡혔지만, 풍압만으로 성준에게 피해가 있었는지 시스템 문구가 떴다.


[신체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접촉이 차단됩니다.]


성준이 뒤늦게 뒷걸음질쳤다.


“자식이··· 성질 한 번 고약하네.”


절그럭절그럭.


중기병.

그러니까, 말까지도 중장갑을 한 인간형 몬스터가 게이트에서 걸어나왔다.


그리고 녀석의 앞을, 엄손이가 막았다.


‘···인간형 몬스터는 들어본 적도 없는데?’


레드 게이트에서 나왔으니 몬스터는 당연하겠지만, 인간형이라니···.

보고도 믿기 힘들었다.


광이 나는 검은색 갑옷과, 그 사이로 새어나오는 검푸른 연기.

솔직히 멋있긴 했다.

그래도 그렇지, 다짜고짜 공격부터 해서야 지금 상황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엄손아, 시간이 너무 지체됐어. 저 녀석한테 이번만 도와달라고 할 수 있어?”


다행히 엄손이의 표정은 한 치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저번과 달리, 기싸움에서 지지는 않았다는 거겠지.


성준이 게이트를 닫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규우!”


엄손이가 인간형 몬스터에게 대화를 시도하듯이 울음소리를 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고, 녀석은 말의 고삐만 움켜쥐었다.

비록 전투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지만, 저 자세의 의미는 성준도 알 수 있었다.


‘···싸우려는 건가?’


성준이 게이트를 닫을지 고민하는 찰나에, 금속을 때리는 파열음이 귓가에 울렸다.


깡-.


다름이 아니라 엄손이가 거대한 꼬리로 인간형 몬스터를 강하게 내려친 것이었다.


엄청난 위력이었다. 땅바닥이 움푹 파이고, 말의 다리가 그대로 박힐 정도였다.


그러나 인간형 몬스터의 기세는 여전히 꺾이지 않았다.


말에서 내리고 엄손이를 향해 랜스를 내밀었다.


지잉-.


아주 가벼운 동작처럼 보였는데, 이상한 진동이 엄손이를 뒤덮었다.

하지만 요동조차 없는 엄손이는, 말에서 내린 녀석을 다시 한 번 꼬리로 내리쳤다.


깡-.


그러자 인간형 몬스터의 다리도 땅속으로 깊게 박혔다.


엄손이는 다른 꼬리를 이용해서 녀석을 휘감고는, 땅에서 꺼냈다. 그리고 그대로 내려놨다.


‘음··· 저건 좀 수치스럽지 않나?’


하지만 엄손이는 녀석을 괴롭힐 생각이 없어서, 순수하게 힘의 차이만 보여주고 빼낸 듯했다.


그 의도를 이해했을진 모르겠다.


인간형 몬스터의 갑옷이 미세하게 떨렸다.

검푸른 연기가 폭발적으로 방출됐다.

그와 동시에 성준에게 상태창이 떴다.


[상태 이상에 완전 면역됩니다.]


엄손이도 그에 대응해서 등껍데기를 화산구 형태로 바꾸기 시작했다.


“아, 안 돼. 차라리 소환을 해제해야···.”


그러나 능력을 개방한 엄손이가 더 거대한 꼬리로, 더 빠르게 인간형 몬스터를 내리쳤다.


깡. 투둑.


엄손이의 꼬리가 반쯤 잘렸지만, 뒤늦게 대응한 것인지, 인간형 몬스터의 몸은 전보다 깊숙이 박혀 있었다.


이번에는 녀석을 바로 꺼내주지 않고, 엄손이가 녀석의 앞에서 흉흉한 기세를 내뿜었다.


등껍데기에서 흘러내리는 용암이 움푹 파인 땅으로 스며들었다.

끈적한 용암이 갑옷과 섞이면서, 검푸른 연기가 점점 사그라들었다.


인간형 몬스터는 땅에서 생각보다 쉽게 빠져나왔다.

그러나 이전처럼 공격 자세를 취하진 않고, 랜스를 땅 쪽으로 늘어뜨렸다.


‘착, 착해졌다?’


아직 묘한 긴장감이 흘렀지만, 더 이상 싸울 분위기는 아닌 듯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녀석이 이 변이 게이트에서 함께 싸워줄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둘이 투닥거리느라 5분 정도의 시간이 지체됐다.


‘위험하더라도 엄손이를 믿고 바로 출발했어야 했나?’


급한 마음에 잠시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성준은 금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저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안위야.’


그래도 여기서 시간을 더 지체하면 조금은 후회하리라.

성준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엄손아, 시간이 없어. 게이트에서 구해야 할 사람이 있는데, 도와줄 수 있어?”


엄손이가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고, 어딘가로 고개를 돌렸다.

아마 성준의 상황에 공감하기는 어려우나, 부탁을 거절할 생각은 없는 듯했다.


그리고서 인간형 몬스터를 향해 무어라 울음소리를 냈다.


“규우우.”


달그락달그락.


···대화가 통하는 건가?

성준이 고개를 갸웃하는 사이에 엄손이는 성준이 탈 수 있도록 고개를 숙였다.


성준이 엄손이 위에 올라타는 동안, 인간형 몬스터는 땅에 다리가 박힌 말을 꺼내서 올라탔다.


그리고 조금 전에 엄손이가 바라봤던 방향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잔상만 남았다는 표현이 맞으리라.


“도, 도와주는 거 맞겠지? 우리도 빨리 가자.”


엄손이도 그 자취를 따라 빠르게 걸었다.


하지만 말을 탄 녀석과 속도에서 격심한 차이가 났다.


‘···엄손이가 유대감으로 강해져서 그렇지, 녀석도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네.’


다만 그 특별한 능력으로, 성준의 부탁을 제대로 들어줄지는 모를 일이었다.

비록 엄손이가 기싸움에서 이기긴 했어도, 그것만으로 신뢰할 수는 없었으니까.


그렇게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도착한 곳에서는, 놀라운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콰과광-.


돌벽을 등지고 몬스터에게 포위당한 듯한 인간형 몬스터.

하지만 수십의 몬스터에게 포위당했음에도 기세가 눌리지 않은 듯한 모습.


정제된 동작으로 내지르는 랜스는 경로 상의 모든 것을 터뜨리는 것으로 모자라 검은 불꽃을 일으켰다.


옆을 치고 들어오는 몬스터의 공격은, 말의 유연한 움직임으로 쉽게 피했다.

무게중심을 잃은 몬스터가 넘어지자, 말이 짓밟아서 터뜨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변이 게이트의 몬스터들도 만만치 않았기에, 학살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분위기만큼은 녀석이 압도하고 있었다.


‘···아까도 전력은 아니었겠지만, 말을 타니까 완전 다른 몬스터 같네.’


하지만 성준이 놀란 부분은 따로 있었다.


인간형 몬스터 뒤에, 검은 불꽃을 두르고 있는 이수현이 보였다.

몸상태는 넝마에 가까웠지만, 아직 숨은 붙어 있었다.


검은 불꽃은 인간형 몬스터가 사용한 능력인 듯했다.

다만 해칠 의도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방어막? 저게 지금 이수현을 보호하는 건가?’


성준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능력이었다.

만약 저 보호막을 자신에게 두를 수 있고, 유지 조건도 그리 어렵지 않다면?


‘···지금 내 상황에 반드시 필요한 능력인 것 같네.’


성준이 인간형 몬스터에게 놀란 한편, 엄손이에게 말했다.


“우리도 돕자!”


엄손이가 오른쪽 발을 높게 들더니, 그대로 내리 찍었다.


주변 땅이 갈라지자, 대부분의 몬스터들이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그러나 중갑을 착용한 말은 휘청거리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 상황을 이용해서, 빠르게 치고 나갔다.


랜스를 곧게 내지르면서, 말의 속도를 이용해 일직선 상의 모든 것들을 터뜨렸다.


그리고 엄손이는 등껍데기를 분화구 형태로 바꾸고, 용암에 뜨겁게 달궈진 돌덩이를 날렸다.


차츰 상황이 정리되고 있는데, 성준은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


본질은 C급 몬스터이기에, 곤충 형태를 띄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경험치는 녀석들이 가지고 있는 마력량에 비례하는 듯.

성준은 몬스터가 죽을 때마다 폭풍 성장을 할 수 있었다.


‘···더 없나?’


성준이 조금 위험한 바램을 품었다.

아쉽게도, 몬스터는 이걸로 끝인 듯했다.


분화구에서 정신없이 뜨거운 암석이 던져지고, 거기에 정신이 팔린 몬스터를 랜스로 처리하는 귀염둥이(?).


상황이 정리되자, 성준은 엄손이의 목에서 내려와 이수연에게 다가갔다.


달그락달그락.


녀석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괴상한 소리를 내고는 검은 불꽃을 없앴다.


불꽃이 사라지자, 이수연이 몸을 덜덜 떨면서, 뒤로 질질 끌었다.


이상한 각도로 꺾인 오른쪽 팔만 봐도, 그녀가 살아남은 과정이 순탄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수연은 고개를 들 힘도 없는지, 두려움에 질려 있었다.


“해치러 온 거 아니에요. 정신 차리세요.”


성준이 최대한 부드럽게 말했다.

아무래도 패닉이 온 것 같아서.


그제서야 힘겹게 고개를 들어, 성준의 가면을 확인했다.


“다, 당신은!”


성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 상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잠시 고민했기에.


이수연이 눈물을 뚝뚝 흘리며 입을 열었다.


“···지원팀이 온 건가요? 다른 사람들도 전부 무사한가요? 그런데··· 저것들은 도대체···.”


성준이 손가락을 자신의 입에 가져다 댔다.


“당신이 기다리는 지원팀은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강지운 헌터님의 고객을 구하러 왔을 뿐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무료 서비스가 아닙니다. 결제, 하시겠습니까?”


이수연이 순간 당황했는지, 혼이 빠진 표정으로 성준을 바라봤다.


“···결제요? 만약 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데요?”


이미 주변 몬스터는 다 죽지 않았는가?

구해줄 때는 얼마나 고마웠는지 눈물이 뚝뚝 흘렀지만, 뒤늦게 돈을 지불하라니 꺼려지는 마음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마··· 죽겠죠.”


이수연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 거대한 검은 거북이와 2m는 훌쩍 넘길 기사를 훑었다.


저 녀석들을 상대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만으로 오싹함이 엄습해왔다.


“하, 할게요. 하면 되잖아요. 얼마에요?”


“토벌금의 20%입니다. 지불 방식은 나중에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토벌금의 일정 비율을 떼어주는 거라면 못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비율도 그렇게 높지 않았다.


“알겠어요··· 그러면 저 가봐도 될까요?”


이수연이 안간 힘을 다해서, 몸을 일으켰다.


움직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지만, 이수연은 서둘러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성준의 대답이 묘하게 느리자, 이수연이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런데 그 앞을 성준이 막았다.


“음, 오늘 게이트에서 저를 제대로 마주친 사람은 한 명뿐인데··· 설마 멍청한 짓을 하진 않겠죠?”


“······.”


“저희는 당신이 어디를 가든, 어디에 숨든 상관없습니다. 목숨이 아깝지 않으면, 발설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서, 설마요. 제가 그런 멍청한 짓을 하겠어요?”


성준의 입가가 호선을 그렸다.


“제 말이 단순한 위협인지는 게이트를 나가면 알게 되실 겁니다.”


이수연이 거의 애원하듯 말했다.


“정말로··· 말 안 한다니까요. 보내주세요, 제발.”


그제서야 성준이 비켰다.


'안 하던 협박을 하니까, 어색해 죽겠네.'


이수연은 넝마가 된 몸을 이끌고 자리를 빠져 나갔다.

성준이 그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생각했다.


‘저것까지 도와줄 필요는 없겠지. 무엇보다···.’


성준이 돌벽을 올려다 봤다.

멀리서 볼 때는 단순히 벽인줄 알았는데, 평범한 벽이 아니었다.


“···문인가?”


성준이 조심스럽게 손으로 돌을 쓸어 만졌다.


게이트에 문이라니, 수상하기 짝이 없었다.


‘···이 안에 보상이 있든, 위험한 무언가가 있든, 텅 비어있진 않겠지.’


성준이 씨익 웃었다.

둘 중 무엇이 있든, 성준은 환영이었다.


‘마침 경험치가 조금 아쉬웠는데 말이지.’


그리고 앞서 변이 게이트의 몬스터를 손쉽게 잡아내는 모습을 봐서 그런지, 크게 걱정이 되지도 않았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겠지, 한번 가볼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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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토벌에 짐꾼이라는 포지션은 없던 겁니다(4) 24.08.22 93 6 13쪽
16 토벌에 짐꾼이라는 포지션은 없던 겁니다(3) 24.08.20 134 9 14쪽
15 토벌에 짐꾼이라는 포지션은 없던 겁니다(2) 24.08.19 136 7 13쪽
14 토벌에 짐꾼이라는 포지션은 없던 겁니다(1) 24.08.18 158 7 12쪽
13 랭커(7) (수정) +1 24.08.17 184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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