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 항공 요새로 꿀 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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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살별l
작품등록일 :
2024.08.0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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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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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 다 모아서 조질까

DUMMY

대회 소식이 알려지자.

상당히 큰 관심을 보였다.

2,000 포인트가 작은 보상은 아니다.

거의 400만 원의 가치가 있기에 원하는 물건 대부분을 살 수 있는 수준이었다.


보상이 1등에게만 있진 않았다.

2등과 3등에게도 후하게 줄 생각이다.

참가하는 사람이 몇 명 되지 않을 테니 등수 안에 들어갈 가능성은 꽤 높았다.


평소 즐길만한 것도 없었고,

매일 같은 나날이 반복될 뿐이었다.

그래서인지 대회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다들 축제를 기다리는 사람들 같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주객이 전도되게 두진 않았다.

시뮬레이터가 필요한 파일럿들은 하루 두 시간씩 무조건 훈련할 수 있게 시간표를 짰고 나머지 대회 참가자는 30분의 제한을 뒀다.


‘문제는 신치열 소령님인데···.’


이번에 스케줄표를 짰을 때.

신치열은 여러모로 날 고민시켰다.

한 차례 시뮬레이터를 돌려보니 다른 이들과 다르게 그는 연습이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확실히 공군에 소속된 현역 파일럿다웠다.

최신형 전투기가 가진 복잡한 기능을 모조리 숙지하고 있는 사람이라 금방 적응하더라.

어차피 그 시절의 기술이 발전되어 이어진 거라 낯선 것도 아니었다.


모든 것을 고려했을 때.

가장 먼저 기체를 업그레이드해 줘야 하는 사람이 신치열인 것은 맞으나 거취 문제가 남아 있었다.

기껏 기체를 뽑았는데 다시 공군으로 복귀하면 서로 골치 아파지게 된다.


물론, 기체가 사라지진 않는다.

박태영이나 프레드가 물려받아도 되겠지.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가장 좋은 결말은 신치열이 요새로 완벽하게 옮겨오는 것이다.


“소령님, 저랑 맥주 한잔하실래요?”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난 뒤.

밤이 깊어질 무렵에 신치열을 불러냈다.

함께 올라간 옥상에는 커다란 얼음통이 있었는데 그 안에 맥주가 가득 담겨져 있었다.


“오··· 이게 다 뭐야?”

“소령님이랑 한잔하려고 준비한 거죠.”


맥주의 종류는 다양했다.

편의점에서 다 쓸어온 덕분이다.

다행히 신치열의 취향에 맞는 것도 있었는지 곧바로 맥주병 하나를 꺼내 쥐었다.


“역시 흑맥주 고를 줄 알았어요.”

“내 취향도 기억하는 거야?”

“그럼요. 예전에 종로에 있는 세계 맥주집에서 오프라인 모임을 할 때도 흑맥주만 고집하셨던 모습이 흥미로웠거든요.”

“나는 이 묵직하고 씁쓸한 맛이 좋더라.”


확실히 흑맥주만의 매력이 있긴 했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여름의 더위를 날려줄 깔끔하고 청량한 라거 스타일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각자 선호하는 맥주를 한 모금씩 한 뒤.

요새에서 이틀 동안 생활하면서 지금까지 불편한 점은 없었는지 물어봤다.


“전혀. 샤워도 할 수 있고 굶지 않아도 되는 것만으로도 여기는 천국이나 다름없지. 게다가 이런 맥주도 마실 수 있는데 뭘 더 바라?”


그때부터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신치열은 어떻게 수원에 있던 공군 기지에서 김포까지 갔는지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겪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았고,

듣고 싶은 이야기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해야 했던 이유가 있기에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야 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소령님이 이 요새에 완전히 합류해서 계속 같이 다녔으면 좋겠어요.”


그에 대한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 듯해 보였으나 장교의 신분이기에 참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군인은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야.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없어.”

“그 문제는 제가 해결할게요.”

“또 무슨 일을 꾸미려고?”


걱정된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신치열을 향해 나는 피식 웃어줬다.


“이런 일이 김포와 연천에만 생길까요? 아무래도 저를 찾는 일이 더 많아질 것 같은데 그 정도면 소령님에 대해 딜을 넣어도 될 것 같은데요.”

“이미 한번 시도했다가 실패했잖아.”


신치열은 김포에서 장군을 상대로 딜을 넣었다가 곧바로 까였던 것을 거론했다.


“이번에 몸값이 제법 올랐을 테니 아쉬운 것은 소장님 아닐까요. 저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


공군 전력의 아웃 소싱 좋잖아.

우리가 요구하는 물자만 지원해 주면 알아서 싹 쓸어주는데 굳이 아까운 폭탄과 미사일을 써가며 출격할 이유가 없다.


우리도 나쁠 게 없었다.

총알만 든든하게 보급받더라도.

더 많은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다.

더구나 공군과 연계하면 알아서 괴물들이 많은 지역을 알려주니 편한 것도 사실이다.


이곳 연천만 하더라도.

공군에서 알려주지 않았다면,

이렇게 많은 괴물이 있는지도 몰랐을걸.

게임에서 퀘스트를 받듯 공군에게 정보를 받아 가며 움직이면 시간도 절약될 것 같았다.


“그런 의미에서 소령님도 오늘 기체 업그레이드하시죠. 원하는 기종이 뭔지 말씀해 주세요.”

“태영이나 프레드도 있는데 나 먼저 해주려고? 포커 뽑아서 도색한 게 바로 어제야.”

“이렇게 빨리 포인트가 모일 줄은 저도 몰랐죠. 그리고 소령님도 오늘 프레드랑 태영이 시뮬레이터 타는 거 보셨잖아요.”


아직 두 사람 모두 때가 아니었다.

둘 다 새로운 기체에 적응하지 못했다.

적어도 열흘 이상은 연습이 필요해 보였다.

내 이야기를 들은 신치열도 동의하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내가 만약에 선택할 수 있다면 F4U 콜세어.”

“오··· 호그(Hog, 돼지)는 예상외인데요. 그건 해군 항공대의 기체라 싫어하실 줄 알았어요.”


F4U 콜세어의 별명은 꽤 많았다.

몸체가 뚱뚱하다고 호그라 부르기도 했고 일본군은 죽음의 휘파람이라 불렀다고도 하는데 진짜로 그랬는지는 명확하진 않았다.


“그건 그때 당시의 미군 조종사들 이야기지. 그리고 나는 엄연히 대한민국 공군 소속이야.”


신치열이 신경 쓰는 부분은 따로 있었다.

콜세어를 선택하면 어느 시기에 제작된 기종이 나오는지 궁금해했다. 같은 콜세어라도 시기에 따라 꽤 큰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었다.


그건 다른 전투기도 마찬가지다.

워낙 빠르게 개량 및 발전이 되던 시기다.

내가 타는 P-47은 미국에서 7년 동안 써먹었으나 남미에서는 1960년대까지 굴렸다.


콜세어도 비슷했다.

같은 연도에 데뷔한 기체지만,

한국 전쟁에도 써먹었고 프랑스의 경우에는 1970년대까지 30년이나 운영했다.


“미리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요.”


카탈로그에서 그걸 보여주진 않는다.

내가 타고 있는 선더볼트만 하더라도 P-47까지만 적혀 있었고 실물을 보고 나서야 정확한 모델이 P-47D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능하면 윙파일런이 채택된 F4U-1D 이후 기종이 좋을 것 같은데.”

“윙파일런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꽤 크죠?”

“물론이지. F4U-1D부터 주익 외측의 로켓랙에 8발의 로켓을 달 수 있잖아.”

“까짓거 소환해서 직접 확인해 보면 되죠.”


나는 곧바로 카탈로그를 펼쳤다.

신 소령의 포커를 반납하고 콜세어를 선택하자 어둠을 뚫고 묘한 형태의 날개를 가진 전투기 한 대가 항공 요새를 향해 날아왔다.


콜세어의 날개가 왜 묘하냐고?

이 녀석은 일직선으로 날개가 뻗지 않았다.

걸윙(Gull wing) 구조라 나이키의 로고처럼 몸통에서 살짝 밑으로 쳐졌다가 위로 뻗어나간다.


그런 이유 때문에 급강하할 때.

특유의 휘파람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고의적으로 사이렌 소리를 내며 예리코의 트럼펫이라 불리던 Ju 87 슈투카(Stuka)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무장 상태를 보면 최소 F4U-1D 같죠?”

“로켓 8발이 달려 있으니 빼박이지.”

“그나마 다행이네요.”


아직 밤이 깊은 시간이 아니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간이 활주로로 향하자 콜세어를 발견하고 항공팀이 모조리 몰려왔다.

가장 먼저 신치열에게 기체를 뽑아줬으나 불평하는 사람은 없었다.


실력 차이는 분명히 존재했고,

지금은 줘도 제대로 타지 못하는 상황이다.

프레드는 겸허하게 인정했고 박태영은 하루라도 빨리 적응해서 새로운 기체를 받겠다며 열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다음 차례는 나야. 무조건 내 차례야.”


박태영의 말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결정권은 내게 있었고 결국에는 실력이 우선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소령님은 콜세어를 선택하셔나 보네요.”

“오··· 휘파람 소리를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건가.”

“폭탄이 엄청 커 보이는데요? 이거 도대체 몇 파운드짜리인 건가요?”


잠시 뒤, 간이 활주로에 콜세어가 도착했다.

신치열과 함께 가까이 가서 확인해 봤더니 확실히 F4U-1D 기종이 맞았다.


장착되어 있는 기관총은 여섯 정.

AN/M2 12.7㎜ 브라우닝이 장착되어 있다.

선더볼트보다 두 정이 적은데다 총알도 50발이 적은 400발씩 적재되어 있었다.


반면에 폭장량은 상당히 컸다.

8발의 HVAR 로켓과 2,000파운드(약 900kg) 폭탄 1발과 1,000파운드(약 450kg) 폭탄 두 발까지 모두 합치면 1,800kg이나 된다.


“제가 타는 선더볼트의 폭장량이 1,250kg이니 거의 1.5배 차이가 나네요.”


확실히 폭장량 차이가 꽤 컸다.

신치열이 콜세어를 고른 이유이기도 했다.

폭장량만 놓고 본다면 라이트닝과 자웅을 겨룰 수 있을 만한 기체가 콜세어다.


출격은 내일부터 하기로 했다.

지금 당장 날아보고 싶은 눈치였으나.

아무리 경험 많은 신치열이라도 불필요한 야간 비행은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콜세어를 구경하는 신치열을 남겨둔 뒤.

숙소로 걸어가고 있자 김윤승이 다가왔다.

내게 할 말이 있어 보이는 얼굴이라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전투기가 더 늘어난 겁니까?”

“아뇨, 업그레이드라 기체 숫자는 변함없습니다.”

“아··· 그렇군요. 한 시간 전에 무인 정찰기가 찍은 사진이 들어왔는데 대부분의 괴물들이 연천 군청 부근에 모여 있더군요.”


그건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엄우희의 감지 가능한 거리는 10km.

이곳에서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거리였다.

오늘 미산면에 있었던 괴물이 흩어지며 상당수가 그쪽으로 흘러간 것 같았다.


“혹시나 싶어서 묻는 건데 연천 시내에 생존자가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까?”


시내에 폭격을 가했을 때.

우리 때문에 죽는 이가 생길지 모른다.

그런 X같은 상황은 가능하면 피하고 싶었다.


“한탄강 이북 지역은 생존자가 없다고 군에서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100% 확신은 아니군요.”


아무래도 찜찜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했던 사냥과는 조금 달랐다.

대부분 도심에서 벗어나 논밭이나 국도 주변에서 사냥했기에 아무 거리낌도 없이 폭탄을 투하할 수 있었다.


한 번 예외가 있긴 했었다.

김포에서는 주거 단지에 폭격했었다.

그러나 그때는 군부대의 차단선이 멀지 않았고 대피시킨 흔적이 있었기에 살아 있는 이들이 없다는 근거 없는 믿음이라도 있었다.


하지만 이곳은 연천이다.

주변에 산밖에 없는 외진 곳이다.

수도권 방어를 위해 군부대가 급하게 내려갔을 텐데 사람들을 대피시킬 시간이 있었을까.


“지금 상황에서 확신한다는 말을 꺼내면 그건 사기에 가깝죠. 전국을 돌아다니며 모든 건물을 다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김윤승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냉정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는 말을 덧붙였다.


“동두천의 추정 생존자가 3만 명입니다. 여기서 막지 못하면 그들이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소수의 피해는 어쩔 수 없다··· 그런 의미로 말씀하시는 건가요?”


저절로 미간이 구겨졌다.

당하는 입장이라면 그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정확히는 존재조차 확인하지 못한 생존자 때문에 시기를 놓치는 실수는 하지 말자는 거죠.”


김윤승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래서 나도 강하게 안 된다고 말하지 못했다.

혹시 모를 생존자도 무사할 수 있고 괴물도 처리할 수 있는 절충안이 어딘가 있지 않을까.


고민은 꽤 오래 지속되었다.

결정은 내일 오전에 하기로 말한 뒤.

김윤승을 보내놓고 나는 지도를 펼쳐서 해결책이 없을지 고심해 봤다.


그러다 내 눈에 들어온 곳이 있었다.

연천군 북쪽에 있는 공설 운동장이었다.

차탄천과 접해 있는 데다가 군 소재지에서 가장 외곽에 있는 위치였다.


이 정도 거리라면.

맘 놓고 폭격해도 되지 않을까.

조준만 잘하면 주변 건물 몇 개 정도만 영향권 안에 들어갈 것 같았다.


“이곳으로 싹 다 모아서 조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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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칼립스, 항공 요새로 꿀 빱니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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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싹 다 모아서 조질까 NEW +7 7시간 전 3,023 170 13쪽
43 파일럿 시뮬레이터 +11 24.09.21 5,866 273 13쪽
42 양몰이 시작합니다 +14 24.09.20 6,883 303 13쪽
41 영상부터 보시죠 +11 24.09.19 7,619 307 16쪽
40 다섯 번째 파일럿 +16 24.09.18 7,959 357 14쪽
39 그 방법을 쓰면 되겠구나 +17 24.09.17 8,284 310 13쪽
38 P-47 선더볼트 +14 24.09.16 8,707 320 13쪽
37 가고일 워리어 +14 24.09.15 8,870 314 13쪽
36 보기만 해도 배부르네 +17 24.09.14 9,251 317 16쪽
35 마경(魔境) +17 24.09.13 9,538 323 14쪽
34 매드독 박태영 +15 24.09.12 9,904 333 13쪽
33 다 쓸어와 +7 24.09.11 10,321 326 13쪽
32 쾌섬의 장도 +10 24.09.10 10,470 330 13쪽
31 슬슬 계획을 짜볼까 +8 24.09.09 10,790 306 13쪽
30 저 애는 누구야? +12 24.09.08 11,049 332 13쪽
29 모든 사람을 다 구할 수는 없어 +8 24.09.07 10,958 323 13쪽
28 강철의 기사 +7 24.09.06 11,157 315 14쪽
27 같이 가실 생각 있습니까? +10 24.09.05 11,245 299 13쪽
26 항공 요새 Lv. 2 +10 24.09.04 11,591 299 13쪽
25 에어 스트라이크 +11 24.09.03 11,342 326 13쪽
24 바람의 전령 +13 24.09.02 11,427 313 14쪽
23 포항의 생존 그룹 +5 24.09.01 11,556 305 13쪽
22 이 정도밖에 안 돼? +6 24.08.31 11,579 303 14쪽
21 추적 +7 24.08.30 11,840 317 14쪽
20 포항은 포항인데 +6 24.08.29 12,001 327 13쪽
19 다음 목적지는 포항입니다 +11 24.08.28 12,114 331 14쪽
18 불장난 +7 24.08.27 12,316 327 13쪽
17 개조용 작업대 +11 24.08.26 12,456 330 13쪽
16 우리의 목표는 사동항 +5 24.08.25 12,687 334 13쪽
15 어떻게 여기까지 왔어? +4 24.08.24 12,776 339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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