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배부르네
감히 상상하지 못한 수준이라 그런가.
요새 사람들도 입을 벌리고 그대로 얼었다.
다들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우리가 막아낼 수 있는 규모에서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기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개떼처럼 밀려오네.”
“저 많은 괴물을 과연 막아낼 수 있을까?”
“북쪽 돼지 새끼는 이렇게 될 때까지 뭘 한 거야.”
“서울도 위험할 것 같은데 경고해 줘야 하는 거 아닐까요?”
누군가는 절망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걱정했다.
하지만 패닉에 빠진 사람은 없었다.
어찌 되었든 요새는 안전하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경고는 필요 없을 것 같았다.
어느 사이에 공군이 출격한 상태였다.
최신형 전투기는 아니고 훈련용으로 사용되는 KT1이 아슬아슬하게 국경을 따라 날아다니며 괴물을 관측하다 돌아갔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이 있다면.
괴물들의 이동 속도가 빠르진 않다는 것이다.
날아다니는 괴물들이 있긴 했으나 높이 날지도 않았고 무리에서 벗어날 생각도 없어 보였다.
잠시 강화도 상공에서 지켜보며 경로를 예측해 보니 한강을 넘어 김포 월곶면으로 향할 것 같았다.
한강 하구의 폭이 1.5km는 되었으나 괴물 대부분이 포머스 맨이라 아무 의미 없었다.
‘저 속도면 대충 두세 시간쯤 걸리겠지?’
정확한 거리는 잴 수 없으나.
지도를 보며 계산하니 12km 정도였다.
괴물들을 막기 위해 내가 꺼낼 수 있는 카드는 한정적이다.
지상팀은 일단 제외.
저기에 내려놓으면 몇 초 만에 갈려 나갈걸.
그렇다면 항공팀의 출격과 에어 스트라이크밖에 선택지가 없었다.
“일단은 저 먼저 출격해서 살펴보고 돌아올게요.”
아무래도 날아다니는 것들이 마음에 걸렸다.
예전에 봤던 나방을 닮은 포머스 모스는 높이 날 수도 없고 비행 속도도 느려 위협적이진 않았다.
혹시라도 요새 높이까지 날 수 있다면 더는 이곳이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다.
항공팀 모두 같이 가겠다고 했지만,
굳이 지금 출격 기회를 써버릴 이유가 없었다.
부탁이 아니라 지시를 내리자 박태영이 구시렁거렸으나 끝까지 고집을 부리진 않았다.
솝위드 카멜을 타고 날아오른 뒤.
괴물들이 있는 북한 땅에 기관총을 짧게 쏘자 저공비행을 하던 괴물들도 나를 발견하고 날개를 퍼덕이며 북한 땅을 벗어나 김포로 넘어왔다.
확실히 속도가 빠르기는 했다.
하지만 카멜과 비벼볼 수준은 아니었다.
대충 시속 30~40km가 최대인 것 같았는데 거리가 가까워지자 성당 외벽에 있는 석상이 연상되는 외형이 눈에 들어왔다.
두툼한 날개를 가지고 있었고,
커다란 머리에 작은 뿔 두 개가 솟아 있었다.
이빨은 날카로웠고 손에는 기다란 작살이 쥐어져 있었는데 거리가 가까워지면 던질 기세였다.
두드드드!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곧바로 기관총을 조준해서 길게 쏴봤다.
거리가 제법 되었으나 일단은 맷집이 어느 정도인지 먼저 확인부터 해야 했다.
[가고일, 치명적 타격 (26pt)]
[가고일, 경상 (15pt)]
[가고일, 완벽한 처리! (30pt)]
괴물의 정체는 가고일이었다.
포인트는 최소 15 이상에서 30까지.
지금까지 상대해 봤던 괴물 중에 가장 높은 포인트를 가지고 있었다.
몸은 생각보다 단단하진 않았는데.
그보다 이 녀석들 머리를 쓸 줄 알았다.
한 차례 사격하고 다시 위로 날아오르려던 내게 가고일들은 작살을 날리기까지 했다.
힘이 어찌나 좋은지.
날아오는 거리도 상당히 길었다.
이미 전투기와 싸워본 경험이 있는 걸까.
심지어 내 비행경로를 보고 슬쩍 옆으로 회피하며 이동하는 방향 앞쪽으로 작살을 던지기까지 했다.
그중 하나가 아슬아슬하게 스쳤는데.
중간에 기체를 뒤집는 배럴 롤 기동을 하며 회피하지 않았다면 맞았을지도 모른다.
[여기는 팻맨, 우리도 출격할까?]
그때 우경현의 무전이 들렸다.
요새에 기체와 연결된 무전기는 없다.
간이 활주로에 기체를 소환하는 것은 출격으로 치지 않기에 O/400을 소환해 놓고 거기 앉아서 무전을 하는 것 같았다.
[아니요. 대충 파악했으니 가진 총알만 다 쏘고 돌아갈게요.]
지금까지 가고일을 관찰한 결과.
상당히 껄끄러운 존재인 것은 맞으나.
요새를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 나왔다.
카멜의 고도를 높여서 주변을 얼쩡거려도 가고일은 천 피트(약 300m)를 넘어서지 못했다.
드드드드! 쿠웅!
장착하고 있는 무기를 다 쏜 뒤.
카멜을 몰고 속도 높여 요새로 돌아갔다.
그러자 다들 모여서 내가 귀환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떤 것 같아?”
가장 먼저 우경현이 다가왔다.
그 뒤로는 프레드와 박태영이 서 있었다.
아무래도 처음 보는 비행 가능한 괴물 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고전까진 아니더라도.
가고일 때문에 전에 보여주지 않던 고급 기동까지 사용했으니 직접 싸워본 느낌을 물었다.
내가 내린 해결책은 고각으로 다이빙하는 ‘붐앤줌’의 변형이었다.
“기존처럼 저공비행으로 쓸어버릴 생각으로 접근하면 위험할 수 있어요.”
“하긴 네 말대로 대공포 쏘듯 이동 경로에 작살을 던질 정도라면 문제긴 하다.”
“작살이 날아오는 거리를 보니 100m 이상은 거리를 벌려야 안전해요. 그러니 사격하고 빠지는 높이는 지금 요새 높이 정도가 적당합니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박태영이었다.
프레드는 실력 검증된 베테랑 파일럿이고 우경현은 애초에 그렇게 낮게 날아다닐 일이 없었다.
반면에 박태영은 뉴포르 17을 타고 첫 비행도 안 해봤기에 투입이 꺼려졌다.
“그 눈빛 뭐지? 나 빼놓고 갈 생각 하기만 해봐.”
“요새 타면서 내 지시 따르겠다고 약속했던 거 잊진 않았겠지.”
“부탁드립니다. 대장님!”
첫 출격 기회를 놓칠 위기라 느꼈는지 평소 쓰지 않던 대장이라는 호칭까지 입에 담았다.
잠시 박태영과 반쯤 농담삼아 투덕거리고 있었더니 정성규가 손을 들고 발언했다.
“항공팀은 출격 제한이 있고 지상팀은 보유한 총알의 제한이 있으니 지금 우리의 전력을 가지고 한 번에 저걸 다 잡는 것은 무리가 있습니다.”
그 말에 다들 동의했다.
아무리 애써봐야 3, 4천 마리쯤 잡으려나.
지상에 투입해서 가지고 있는 총알을 모조리 쏟아부어도 5천 마리가 한계라 여겨졌다.
“그러니 예전에 대장님이 말했던 대로 요새 자체의 무장을 더 강화하는 것은 어떤가요?”
무슨 소리인가 했더니.
예전에 내가 회의 중에 했던 말을 언급했다.
그때 말했던 내용은 항공 요새라 불리는 이곳이 진짜 요새처럼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항공 요새의 본질을 생각했을 때.
항공팀의 기체로 타격하는 게 아니라 요새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때 기관총도 언급했었는데 정성규가 다시 그 주제를 꺼낸 것이다.
“근처 군부대에서 기관총만 구할 수 있다면 요새에서 쏴도 충분히 지상의 몬스터들과 날아다니는 가고일에게도 먹힐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가고일은 300m까지 날아오를 수 있다.
그 정도 높이라면 요새에서 K2를 쏴도 맞지 않을까?
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괴물들의 무리에 섞여 있는 가고일은 백여 마리.
난사하듯 쏘는 게 아니라 조준해서 맞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왜 기관총은 되고 소총은 안 되냐고?
기관총은 빗나가도 아래에 있는 괴물들이 맞을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지만, 소총은 의미 없이 총알만 허비될 가능성이 컸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나는 일단 모든 이들을 불러 정성규의 아이디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분대 자동 화기인 기관총을 버려두고 가진 않았을 것 같은데?”
“저는 오히려 가능성 높다고 생각됩니다. 분명 초창기에 당해서 버려진 곳이 있을 겁니다.”
“최근에 보급되기 시작한 K16이 7.62mm라 파괴력도 강하고 사거리도 조금 더 길어서 가능하다면 그걸 얻는 게 가장 좋죠.”
의견은 다양했지만,
있으면 좋다는 결론이 나왔다.
기관총이 설치되면 지상팀 외에도 지원팀이 커버해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요새에 타고 있는 남자 중.
군대를 가지 않은 이는 박수혁밖에 없었다.
시니어로 구분되는 우창석과 박천식은 물론이고 삼십 대인 윤구도 군대를 다녀왔더라고.
무엇보다 포인트가 들어가지 않는다.
그게 가장 마음에 드는 핵심 포인트였다.
예전에 홍천에서 총알을 구했던 것처럼 군부대를 탈탈 털면 설마 기관총 한두 자루 안 나오겠어?
“아직 도강하려면 시간이 남아 있으니 일단 강화도에 있던 군부대와 버려두고 떠난 진지 같은 곳을 중점으로 뒤져보죠.”
만약에 기관총이 없다면,
5.56mm 총알이라도 구해야 한다.
유효 사거리 때문에 요새에서 직접 쏠 수는 없으나 투입과 퇴출이 자유로우니 지상에서 쏘고 빠지는 형태로 어느 정도 타격은 줄 수 있다.
그때부터 요새의 고도를 최대한 낮춘 뒤.
눈에 불을 켜고 군부대가 남긴 것들을 찾았다.
덕분에 우리는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시간을 벌기 위해 꽤 격렬한 전투를 치른 차단선 몇 곳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곳은 상당히 처참했다.
직접 전투를 본 것은 아니었으나.
흔적만 봐도 얼마나 치열하게 싸운 건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문제는 남은 게 별로 없다는 것이다.
총알은 물론이고 수류탄도 거의 남지 않았다.
자신이 죽더라도 한 마리라도 더 잡고 가겠다는 의지로 싸웠던 것 같았다.
그래도 성과가 아예 없진 않았다.
우선 대량의 K2 소총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항공 요새에 십여 정의 소총이 있긴 했으나 윤구를 구하며 수백 발을 쏴봤더니 과열 때문에 예비 총기가 필요하더라.
아쉽게도 K16 기관총은 없었으나.
K3 기관총을 세 정이나 확보할 수 있었다.
5.56mm 총알을 쓴다는 것은 장점이라 볼 수 있었는데 애석하게도 우리가 보유한 총알의 양이 많지는 않았다.
현재 남은 탄약은 약 7천 발.
윤구를 구출하며 천여 발을 썼고,
지상팀이 투입될 때마다 조금씩 사용했다.
소총을 쏠 때는 제법 남아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기관총을 기준으로 삼으니 생각이 바뀌었다.
K3가 기능 고장으로 유명하지만,
그래도 나름 기관총인 것은 사실이다.
분당 수백 발을 쏠 수 있는 총이라 7천 발로는 턱없이 부족한 느낌이었다.
‘생각해 보니 열받네.’
아니! 명색이 항공 요새 아냐.
탄약 생산 시설 같은 것 좀 주면 덧나나.
자체적인 생산만 가능해도 많은 것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항공팀 같은 경우에 재출격 기회를 쓰지 않더라도 기관총에 총알을 채울 수 있다.
연료 때문에 30분의 제한이 있지만,
사실상 사냥에 걸리는 시간은 십여 분이다.
간이 활주로에 세워두고 총알만 재빨리 채운다면 다시 출격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상당히 아쉬웠으나.
불평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강화도를 샅샅이 훑었으나 얻은 것이 거의 없기에 우리는 교동도까지 가보기로 했다.
교동도는 군사 요충지다.
섬 자체가 민간인 통제 구역은 아니지만,
다리를 건너려면 주민등록증을 제시해야 하는 곳이 교동도였고 해병대 2사단의 5여단이 주둔하던 곳이니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저거 탄약고 같지 않습니까?”
해병대가 주둔하던 곳을 뒤지던 중.
마침내 탄약고로 보이는 곳이 발견됐다.
시작부터 잭팟이 터질 거란 기대는 없었다.
실제로 지상팀이 내려가서 확인하니 싹 다 쓸어가서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조금 실망하긴 했으나.
포기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여단 규모의 병력이 있던 곳이다.
탄약고가 하나만 있진 않을 게 분명했기에 곧바로 다른 부대로 향했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진 않았다.
강화도처럼 교동도도 버려진 땅이었다.
그만큼 섬 곳곳을 돌아다니는 괴물들의 숫자가 제법 많았다.
그렇다고 항공팀이 투입되기도 애매했다.
출격 기회는 북한에서 대규모로 밀려오고 있는 괴물들에게 써야 훨씬 더 이득이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지상팀이 평소보다 더 빡시게 투입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유독 엄우주가 돋보였다.
윤구에게 받은 쾌섬의 장도를 든 그는 이제 포머스 맨 정도의 괴물은 손쉽게 절단냈다.
크게 휘두를 때마다 불벼락이 뿜어지며 장도가 닿지 않는 곳의 괴물까지 잘라내더라.
어쨌든 몇 시간의 노력을 한 끝에 우리는 해변에서 가장 가까운 부대에서 탄약을 찾아낼 수 있었다.
출동하기도 전에 괴물들한테 순식간에 쓸려나간 건지 가득 채워진 상태였다.
“와··· 이게 도대체 몇 박스야?”
“무전 보내서 다들 내려오라고 해. 이거 지상팀만 옮겨서 될 일이 아니다.”
“대장은 탄약고부터 증축하셔야 할 것 같은데요.”
“오케이. 내가 먼저 올라가서 준비시켜 놓을 테니 주변 경계하는 거 잊지 마.”
나는 곧바로 요새로 올라간 뒤.
기존에 두 평에 불과하던 탄약고를 허물고 같은 위치에 벽돌 재질로 이십여 평까지 확장했다.
오래 걸릴 만한 일은 아니었기에 그 뒤부터는 올라온 탄약 박스를 옮기기 시작했다.
혼자 들만한 무게는 아니었다.
힘이 좋은 엄우주 외에 다른 이들은 모두 2인 1조로 움직였다.
내 파트너는 윤구였는데 납치당했을 당시에 얼굴과 몸이 꽤 상했으나 며칠 지나니 붓기가 많이 가라 앉았다.
“약은 잘 바르고 계시죠?”
계속 일만 할 수 없기에 10분간 휴식을 지시 내린 후에 나는 잠시 윤구와 대화를 나눴다.
서로 부담되기에 가급적이면 따로 일대일 면담을 하지 않아서 이럴 때라도 조금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었다.
“네, 통증은 많이 사라졌어요.”
“윤지는 어때요?”
“대장간에 있을 때보다 훨씬 좋죠. 괴물들이 우글거리는 곳에 숨어 있을 때는 작은 소리에도 놀라서 울음을 터트렸거든요.”
다행히 윤지는 잘 적응하고 있었다.
요새에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아저씨들이 다들 자기만 보면 예쁘다고 해주니 콧대가 아주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작업하는 데 필요하신 거는 없고요?”
“네, 충분합니다. 성규 씨가 부탁한 무기는 며칠 정도 더 걸릴 것 같은데 최대한 빨리 끝낼게요.”
“시간이 걸려도 괜찮으니 쫓기듯 일하실 필요는 없어요.”
서둘러 만들라고 압박할 생각은 없었다.
정확하게는 거기에 신경 쓸 틈이 없다고 봐야지.
지금은 김포에 밀려드는 괴물을 한 마리라도 더 잡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느라 바빴다.
잠시의 휴식을 마친 뒤.
다시 시작된 작업은 한 시간 후에 끝났다.
탄약고를 털어오는 것 외에도 총기 보관함에서 기관총과 소총 그리고 탄창까지 모조리 챙겨오느라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
모든 작업이 마무리된 뒤.
결과 보고는 우창석이 곧바로 해줬다.
요새로 올라오는 것들 전부 수량 파악을 한 덕분에 실시간으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7.62mm 탄약 5만 발.
5.56mm 탄약 40만 발.
수류탄과 연막탄을 비롯해 지뢰 등의 전술 무기 외에도 많은 숫자의 K2와 K3 그리고 그토록 바라던 세 정의 K16 기관총을 확보했다.
“보기만 해도 배부르네.”
확장한 탄약고가 가득 채워지자.
마음이 든든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국내의 모든 생존자 그룹을 합쳐도 우리만큼 많은 양의 탄약을 확보한 곳은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과연 이게 얼마나 갈까.
이제는 한강을 넘어 김포에 들어섰을 거라 예상되는 괴물들한테 다 쏟아부을 생각이거든.
어렵게 구한 총알이라 조금 아깝긴 했으나 이번 기회에 왕창 포인트를 긁어올 생각이다.
잠시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정성규가 재미있는 일을 시작했다.
뭐 하는 건지 지켜보니 K3 기관총을 요새 가장자리에 설치할 생각인 것 같았다.
다행히 전방 부대라 그런가.
탄약고 대부분이 K100 탄이었다.
K3로 사거리 800m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조금 애매한 사거리 때문에 요새에서 쏘면 70도 이내의 각도를 유지해야 했다.
“그냥 들고 쏘면 안 되나?”
엄우주는 기관총을 들고 자세를 잡는 데 성공했으나 다른 사람들은 대부분 실패했다.
고작 1분 드는 것도 어려워하는데 거기서 총을 쏘며 생기는 반동을 어떻게 버텨.
결국에는 거치대가 답이긴 했다.
도안은 고작 십분도 안 되어 완성됐지만, 이게 곧바로 진행 가능한 수준은 아니었다.
기둥을 박고 안전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데 지금 그렇게 여유 부릴 상황은 아니었다.
“자! 이제부터 노크도 없이 월남한 예의 없는 놈들을 모조리 쓸어버리러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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