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회귀로 인생 떡상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뚜껑84
그림/삽화
작품등록일 :
2024.08.04 22:54
최근연재일 :
2024.08.20 21:37
연재수 :
18 회
조회수 :
22,639
추천수 :
479
글자수 :
97,312

작성
24.08.05 18:55
조회
2,210
추천
49
글자
12쪽

위대한 02학번이 되어보자(수정 완)

DUMMY

“저 새끼 이름이 뭐였더라.....”


3학년 실세 중 대장으로 보이는 이름모를 녀석.

그 녀석이 잔뜩 가오를 풍기며 02학번을 제외한 자신의 후배들을 집합 시켰다.


최민수야 뭐야.


집행부라는 타이틀을 가진 실세들 중 왕은,

신입생들을 비롯한 후배들에게는 재앙이었다.


그나저나.


“뭔가 촌스런 이름 이었던 것 같은데....뭐였더라...붕....? 븅신은 아닐테고...."


이름 모를 왕의 입에서 나온 집합이라는 한마디.

그 한마디에 공간 가득 넘치던 활기는 사라졌다.

집합당한 선배들이 그 모든 분위기를 몰고 사라진 것이다.


그로 인해 이 자리에는 공포만이 남았다.

벌벌 떠는 동기들이 조금 안쓰럽게 느껴졌다.


“흠...좀 맞춰줄 걸 그랬나....”


나 역시 과거에는 모두와 같았다.


스므살의 나는,

우리들만의 규칙이라는 폭력의 굴레에 주눅이 들었고,

항거하기 보다는 자신을 합리화 하기에 이르렀다.

이바닥의 룰은 아름다운 전통이라고.


'쫄았던 거지. 변명 없다.'


그리고 전생의 나는 이 부조리의 생리에 인정받는다.

그 결과 한강대학교 사체과의 아름다운 전통을 지키는 데에 한 몫 했다.

나쁜 짓도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며.


'그땐 그랬지...쪽팔리네 뭐 주워 먹을거 있다고...'


결국 나는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회사에서도 이 검은 때를 벗지 못했다.

또한, 엄청난 스펙들을 제칠 수 있었던 이유도 검은 때 덕분일 것이다.


뭐 회사 입장에서도 나 같은 놈이 필요 했겠지.


그리고 그것이 내 죽음의 이유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사측의 많은 부정에는 내가 뭍어있다.

많이 아는것은 입막음의 이유가 되었을 테니까.

높은 빌딩에서 떨어지던 기억이 떠올라 흠칫한다.


새끼들.

감히, 이 나를 알차게 부려먹었겠다?

필사적으로 꼬리를 흔들며 복종하는 나를 보며 얼마나 비웃었을까.


아무튼, 각설하고.

불혹의 나는 다르다.


한강대 사체과의 가여운 민생들아.

프로메테우스가 강림했다.


이 미개한 과거에.

이성과 평화라는 횃불을 가지고 왔노니

나를 경배할 지어다. 크크크....


본격적인 2회차에 앞서,

나는 이들에게 엄청난 존재가 되어야 한다.

내 말이라면 100원을 500원으로 만들어 준다고 해도 믿도록 말이다.

그것으로 내 계획은 시작된다.


“야, 재준...너 어쩌려고 그려.....”

“소눈깔? 너 동명이 맞지?....”


동기 중 한명이 걱정스런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사투리를 구수하게 섞은 이 친구의 이름은 김동명 이었다.


마지막 기억보다 한참 앳된 얼굴이지만 기억이 대번에 난다.

녀석은 우리과 과대로서 함께 여러 일을 겪었고 친하게 지냈다.


"새끼 오랜만이다 정말,..소눈깔. 잘 지냈냐?"


그리고 팍팍한 삶을 이어 나가며 소원해 진 기억도 떠올랐다.

그리고, 동명은 나 때문에 죽은 걸 지도 모른다.


“아오, 오랜만? 술 췠어? 뭔 개소리여. 그리고. 어? 워쩔거여....시꺄....”

"뭐가. 아, 과대라고 지금 쟤들 편드는거냐?"

"이거시 편드는걸로 보여?"

"어"

"미치겠네. 아! 몰러 이시키야. 겁나 깨지게 생겼구먼"


오만상을 찌푸린 채로 입을 비죽이는 동명.

녀석 뒤의 동기들 역시 나를 쳐다보며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저 새끼 때문에 학교생활 꼬였다든지, 망했다든지, 밤새 얼차려를 받겠다 라든지....

한마디로 좆됐다는 표정이 분명했다.


"형이 다 알아서 한다. 넌 그냥 신나게 박수나 쳐라. 물개처럼.”

“와...진짜 돌은겨? 너 열외로 학교 다니고 싶은겨? 저 형님 실세잖여....그새 까먹은겨???”

“열외?”


정겨운 단어. 열외.

그때는 왜 열외라는 것에 공포를 느꼈을까.


“그래, 다른 선배들한테 못 들은겨? 너 열외 당하면 임마.....워메....”

“열외 당하면 뭐.”

“좋된다고 임마.....당장에 학교 댕기기도 힘들고...나중에 취업 추천도 못받는다고...조교랑 집행부 실세랑 가까운거 몰러? 니 빙구여? 바보라도 알겠다. 임마....”

“좋된다라.....크크...재밌네....세뇌가 아주 제대로 됐어....”


혼자 킥킥 거리는 나를 보며 동명이는 할 말을 잊었다.


"난 몰러. 니 진짜 제대로 찍혔다. 맴대루 혀!"


동명은 사춘기 소녀처럼 고개를 훽 하고 돌렸다.

속 깊은 녀석.

말은 이렇게 해도 속으로는 어떻게는 날 두둔하려 짱구를 돌리고 있을것이다.


“야, 동명아.”

“뭐 임마. 가서 싹싹 빌어 볼거냐? 어? 제발 그래주라....”

“너, 회귀라는거 믿냐?”

“뭔소리야 새꺄.......”


회귀를 그 누가 믿겠나.

말 해봐야 내 입만 아프지.


하지만 마음은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가슴을 꿰뚫었던 아내의 배신이라든지,

날 떠밀어 죽였던 그 흑인이라든지,

다 뒤집어 쓰고 떠나라는 마지막 말이라든지,


그 모든 것에 오히려 감사할 따름 이었다.


“됐다. 재밌네. 정말 재밌어. 크크..."


이것이 운명 이라면,

이번 생은 정말 재밌게 살아볼 생각이다.

모든 것을 새로 만들어 나간다.

상상만 했던 모든 것을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이 새끼가 진짜 미쳤나......너 며칠 사이에 왜 이렇게 변한겨? 어?”


형사 드라마의 악당처럼 숨죽여 웃는 나를 보며 동명이 말 했다.

누가 봤으면 약간은 미친놈인 줄 알았을 사악한 웃음 이었다.

하지만 어쩌냐.

터져 나오는 설레임과 기쁨의 소리가 이것인 것을.


“크킄.....그러냐?”

“그래 임마. 너 OT때만 해도 안 그랬잖여. 깍듯하던 놈이 왜 그려 이눔아....”

“됐고, 내가 알아서 할게.”

“으으....미치겠다니께 진짜.....으휴...어디서 요상한 물이 들어온겨...”


OT 때의 나는 그랬다.

동네 양아치 같은 외모와는 다르게 깍듯하고 예의 있던 나.

그래서 노잼 이라는 칭호에, 겉과 속이 다른 새끼라는 평가까지 얻었던 탁재준.

그 후로,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마감하고 성실하게 일만하며 살다 죽은 탁재준.


아마도 내 인생이라는 영화의 엔딩 크레딧은,


[성실하게 일만하다 이혼당하고 자살한 기구한 기러기 가장]


이 정도가 아니었을까 싶다.


“크으....그야말로 노잼의 결정체였군.”


난 변할 것이다.


지이잉----


적막 사이로 스마트하지 못한 진동이 울렸다.

투박한 진동. 그야말로 쌩 모터가 소식을 알리는 느낌.


“뭐야. 이쪽 주머니 인가...”


폰을 꺼내니 육중한 느낌이 들었다. 속이 꽉 찬 뚱뚱한 만두 같은 느낌.

스카이라니, 감회가 새롭다. 회귀가 더더욱 실감이 났다.


“임마, 너 지금 문자 확인할 때여? 어?”

“동명아, 좀 닥쳐줄래?”

“어...어휴.....왜 나한테 짜증이여...여친이야?”


나는 동명에게 짜증을 낼 수 밖에 없었다.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 라고 생각하며 살아 왔건만.

이 순간 만큼은 자신을 통제 할 수 가 없었기 때문이다.


-재준아, 재밌게 놀고 있어? 난 지금 선배들이 술 너무 먹여서 힘들어.ㅠ.ㅠ-


오타가 섞인 이 문자는 내 첫 여자 친구가 보낸 것이었다.

그러고 나니 기억이 났다.

고등학교 때부터 만나왔던 우리가 처음으로 싸웠던 일.

그것이 오늘 이었다.


그 아이의 잘못이 아니었음에도 정신 차리고 행동 하라고 면박을 주었던 기억.

그래, 그땐 정말 좋아했고, 정말 걱정했다.


“후우.....풋풋했지.”


딸깍--


신경질적으로 핸드폰의 폴더를 접으며 동명에게 답 한다.


“그래, 여친이다. 망할 여친.”

“에? 뭔 일이여. 싸운거냐?”

“후....신경 꺼라.”

“왜 그려 임마. 헤어지쟤? 아까 까지만 해도 죽고 못살더니.”

“신경 끄라고 임마.....”


착한 동명이는 조용하게 입을 다물어 줬다.

닥쳐줘서 고맙다.


잠시의 침묵을 뒤로하고서 조용히, 다시금 핸드폰을 열었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열듯이 조심스럽게.


그리고는 그 시절 우리의 추억을 한 장 한 장 살펴보았다.

꼴랑 20장의 저장용량.

전생의 와이프와 결혼 할 바에는, 이 녀석과 하는게 나았을 뻔 했다.


"으으... 아니지. 아니야."


하지만, 이 친구는 새로운 학교의 교회오빠와 바람이 나 버린다.

그냥, 지워 버리자.


“한 장씩 너를 지울 때 마다 가슴이 아려와, 너의 사진이 점점 흐려져~”


쓸쓸하게 흥얼거리며 추억을 지워 간다.


“야, 노래 죽이는데? 제목 뭐여?”

“말하면 아냐?”


알 턱이 없지. 지금은 나오지도 않은 노래니까.

동명의 입이 다시금 뾰루퉁하게 나왔다.


“크큭.....이거 정말 재밌군....그래...그랬었어...”


나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왜 또 쳐웃냐. 울다가 웃다가. 미친거여?”

“그건 아니고....”

“웃다가 웃으면 똥꼬에 털 나는디?”


이 자식도 심각한 노잼이다.

그 때 였다.


“야!!! 이 개새끼들아!!!”


감상은 잠시. 올 것이 왔다.

집합을 당해 개처럼 깨진 선배들이 돌아왔다.

고추장을 쫘댄 쌈닭마냥 두 눈을 까뒤집으면서 말이다.


“신입생 새끼들 다 집합 해.”


오호, 올 것이 왔군.

산전수전을 다 겪은 내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요놈들을 어떻게 구워삶아 볼까.

케묵은 복수를 시작한다.


“재준아....제발......싹싹 빌자...워뗘....?”


동명이가 울상이 되어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것은 나머지 동기들도 마찬가지였다.

어휴, 이 귀여운 어린양들.


"야 소눈깔."

"왜 이새꺄."

"나를 믿어라. 크크...."


이 형님이 일단 이 MT부터 접수해 주마.


***


어두운 가로등 아래 우리는 집합했다.

녀석은 몇몇의 병풍을 뒤로 한 채 한껏 가오를 잡고 있었다.

외부와는 단절된 산 속의 어느 펜션.


주인장 마저 자리를 비운이곳은 그야말로 외딴 섬이었다.

그 어떤 부조리가 있어도,

우리가 입을 열지 않는다면 새어나가지 않는다.


“딱 서 이 새끼들아.”


가오를 잡는 2학년 실세. 이신세. 악마중의 악마.

이새끼 덕분에 나를 비롯한 우리 동기는 쉽지 않은 학교 생활을 했다.

여러 가지 피가 거꾸로 솟는 추억들이 떠오른다.


이름모를 3학년의 왕과 이자식은,

내게 있어 여름밤 모기보다 혐오의 존재였다.


‘크크.......이신세....’


이미 군대를 다녀온 녀석은 오래도록 나를 괴롭혔다.


학사 장교를 지원했던 나는,

이녀석과 아주 오랜 시간을 함께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일단 좀 놀려 줄까....’


“후우....내가 말이지....참아 보려 했는데....안되겠다....”


안되면 어쩔거지? 보통 집합의 레파토리는 엎드려 뻗쳐로 시작 하는데....


“다 대가리 박아.”


호오, 생각보다 강한데. 아무래도 심하게 깨지고 온 모양이다.

구부정한 다리를 보니 신입생 관리 못한다고 쪼인트라도 심하게 까인 듯 하다.

그러고 보니 나도 저 녀석에게 제법 쪼인트를 까였던 기억이 난다.


“옙!!!”


함께 집합한 신입생들이 부산스럽게 머리를 박기 시작했다.

세뇌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게 되는 순간 이었다.


“야. 탁재준!! 새꺄!”

“어?”

“어? 어어?? 분위기 파악 안 되지?”


이신세의 표정이 다시금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가오를 잡느라 근엄했던 표정이 화난 일본 원숭이처럼 변했다.


“어쩌라고?”

“와...나 이 또라이 새끼....뭐 잘못 처먹었냐?”

“아닌데?”


나의 도발에 녀석은 더 이상 이성의 끈을 잡고 있지 못했다.


2002년. 그것도 체대.

선배의 아성에 도전하는 새싹은 이신세의 눈을 뒤집기에 충분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02학번이 되는 계획.

이제 시작한다.


“아...아닌데? 데? 데? 이 시발놈이!!!”

“거, 선배님. 고정 하십쇼.”

“뭐? 뭐?!!!”


반말과 애매한 존대를 오가는 줄타기에 이신세는 정신줄을 놓기 시작한다.

조롱도 이런 조롱이 없다. 체면을 구겼다.

녀석이 바닥에 침을 퉤 뱉으며 답했다.


“너, 뭐야? 나랑 장난 하자는 거냐?”

“아닌데.”


이어진 조롱. 이신세는 더는 참지 못했다.

대가리를 박고 있는 동기들이 오들오들 떠는 소리가 피부로 느껴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2002 회귀로 인생 떡상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전체 수정 완료 24.08.14 430 0 -
18 니가 왜 거기서 나와 24.08.20 361 10 12쪽
17 영업이 너무 잘된다. +1 24.08.19 581 14 11쪽
16 이사장이 되어 버렸다. +1 24.08.18 694 16 12쪽
15 네네~통장하고...어맛!!! 24.08.16 730 17 11쪽
14 어느 빌딩을 고를까요. 알아 맞춰 보세요. 24.08.16 813 19 11쪽
13 피래미 잡고 빌딩을 사기로 함. 24.08.15 947 16 12쪽
12 재회 24.08.13 968 17 12쪽
11 애사심(수정 완) 24.08.12 947 25 12쪽
10 직속 후배(수정 완) 24.08.11 1,067 24 12쪽
9 한강뷰(수정 완) 24.08.10 1,188 27 12쪽
8 홍보대사.(수정 완) 24.08.09 1,203 29 11쪽
7 그기 돈이 됩니꺼? 예 됩니다. 980억. (수정 완) 24.08.09 1,244 30 13쪽
6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대행(수정 완) +2 24.08.08 1,425 28 13쪽
5 투자 계획서와 휴학(수정 완) 24.08.07 1,650 31 12쪽
4 실패하면 반역이요,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수정 완) 24.08.07 1,857 37 13쪽
3 그녀석의 이름은(수정 완) +1 24.08.06 2,099 42 11쪽
» 위대한 02학번이 되어보자(수정 완) +2 24.08.05 2,211 49 12쪽
1 눈 떠보니 MT한복판.(수정 완) +6 24.08.04 2,646 48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