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에서 식량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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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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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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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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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DUMMY

흉흉한 눈빛으로 달려드는 좀비들.


그런 좀비들을 향해 부채살처럼 검신이 빛을 뿌린다.


바닥에 문양처럼 흩뿌려지는 좀비들의 조각난 살점들.


그러나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심장에 자리한 코어를 파괴해야 지만, 좀비들의 부활을 막을 수가 있었다.


콰직!


검 끝이 정확히 코어에 박혀 들자, 폐 건물 안에서 음침한 소음을 일으켰다.


이제 남은 좀비들은 모두 5마리.


그중 한 마리의 좀비가 유독 눈에 띄었다.


정확히는 머리위에 떠있는 흰색의 구슬을 보이는 좀비를 향해서.


괴성을 지르며 좀비들이 떼로 덤벼든다.


그 사이를 빠르게 파고드는 진혁의 움직임은 전광석화.


적들의 사정권으로 파고든 빠른 움직임과, 빛살을 만들어내는 검의 움직임은 쾌속할 만큼 군더더기가 보이지 않았다.


단숨에 좀비들을 수십 조각으로 가르는 촘촘한 빛살의 그물망들.


망설임없이 좀비들의 코어를 파괴하는 진혁이 마지막 남은 코어를 쳐다보았다.


바로 이 코어가 조금 전 흰색의 구슬을 보이던 좀비의 코어였다.


퍼억!


코어가 깨지면서 나는 둔탁한 소음.


그리고 들리는 음성.


[컵라면[소]를 획득했습니다.]


획득한 사발면이 자동적으로 등에 메고 있는 아 공간 백 팩으로 보관되어졌다.


그러나 진혁의 표정엔 실망만 가득 담겼다.


‘씁, 쌀도 안 나오고 마석도 나오지 않고.’


쓴 입맛을 다시며 자리에서 떠나는 진혁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까지 좀비들을 잡으며 나온 사발면과 한번의 김치 외에는 쌀은 도통 나오지 않았다.


남들은 하루 한끼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세상.

그런 세상속에서 진혁은 배부른 생각을 하며 쌀을 갈망하고 있었다.


거기다 이번에는 좀비들을 잡으면 나오는 마석도 나오지 않았다.


말그대로 수지가 안 맞는 장사였다. 그래서 더욱 아쉬웠다.


마석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화폐였다.


정확하게는 상위 권력자들은 마석으로 부유한 삶을 살아가고, 힘이 없는 약자들은 마석으로 일용할 양식을 대체하며 살아간다.


그렇게 걸음을 뗄 때, 어디선가 어수선한 소리가 들려왔다.


다급함을 알리는 뜀박질 소리가.


‘누구지?’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진혁의 신형이 바람처럼 자리에서 사라졌다.




뼈대만 남은 고층 건물 사이를 이어주는 골목길.


그 사이를 빠르게 지나치는 2남 1녀가 쉴 틈도 없이 뒤를 돌아본다.


“빨리, 이쪽으로!”


선두에서 소리를 치는 1급 헌터 최태수가 일행들을 독려했다.


숨이 턱까지 차올라 호흡을 방해했지만, 그런 것 따위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상황.


최태수를 따라 달리는 같은 1급 헌터 나혜미와 박태호 또한 위급하기는 마찬가지.


잘못하다 간 뒤 쫓는 좀비들의 한끼 식사가 될 수도 있는 위급한 상황이었다.


“오른쪽으로!”


막다른 골목길이 보이자 최태수가 황급히 소리를 쳤다.


짓다 만 건물 사이로 빠르게 몸을 숨긴 세명의 숨소리는 고요속에서 외치는 비명처럼 들렸다.


크아아악!


괴성을 지르며 쫓아오는 다섯 마리의 좀비들이 막다른 골목이 보이자 자리에서 서성였다.


예리한 눈빛으로 주위를 돌아보는 한 좀비가 코를 훔치며 냄새를 맡는다.


잘못하다 간 좀비에게 들킬수도 있는 상황.


지켜보는 세명의 심장소리는 드럼을 치듯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눈짓으로 최태수가 다른 두명에게 신호를 보냈다.


자신이 좀비들을 유인할 테니 도망치라고.


하지만 나혜미와 박태호는 그럴 수 없다며 고개를 젓는다.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게 동료애라 믿고 있었기에.


그러나 최태수는 그럴 수 없다는 눈빛으로 다시 한번 신호를 보냈다.


일단 누구라도 살아서 센터에 보고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무리의 리더인 자신의 희생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몸을 숙였던 최태수가 다른 두 명이 말릴 틈도 없이 자리를 박차며 튀어 나갔다.


“안돼!


깜짝 놀란 나혜미가 소리를 쳤다.


황급히 나혜미의 입을 막는 박태호.


하지만 이미 늦은 일.


좀비들은 어느새 흉흉한 눈빛으로 소리가 난 방향으로 시선을 돌린 상태였다.


자리에서 튀어 나간 최태수가 빠르게 단도를 휘둘렀다.


일단 좀비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쏠리도록 만들어야 했다.


쉬익!


빠르게 휘둘러진 검 날이 좀비의 얼굴을 사선으로 그리며 지나갔다.


녹색피가 섞인 진액이 좀비의 얼굴에서 흘러내렸다.


화가 난 좀비가 자신을 습격한 최태수를 향해 두 팔을 휘둘렀다.


퍼억!


그대로 옆구리를 가격당한 최태수가 벽으로 날아갔다.


커억!


벽에 몸통을 부딪친 최태수가 입가로 검붉은 피를 쏟아냈다.


단 한방에 갈비뼈가 부러지며, 장기들이 손상을 입은 것.


일어 날수도 없는지, 몸을 부르르 떨며 힘겹게 벽에 몸을 기대었다.


그래도 자신은 1급 헌터였다.


비록 이제 막 1급에 이름을 올린 애송이였지만, 그래도 헌터라는 별칭은 아무나 쉽게 얻는 게 아니었다.


그런데 단 한방에 자신을 전투불능으로 만들다니.


괜히 선배 헌터들이 함부로 좀비를 상대하지 말라고 경고한 게 아니었다.


“태수야!”


놀란 나혜미가 울부 짖으며 몸을 날렸다.


“안돼 혜미야!”


놀란 박태호가 나혜미의 팔목을 붙잡는다.


하지만 이미 자리를 박찬 나혜미의 신형은 가속이 붙은 상태.


잡는다고 쉽게 멈출 수가 없는 상태였다.


팔목을 뿌리친 나혜미가 그대로 시야에서 멀어졌다.


입술을 잘근 씹은 박태호가 얼굴을 구겼다.


“이런 시팔! 나도 모르겠다.”


더이상 참을 수 없었다. 죽음을 각오한 박태호가 좀비들에게 달려들었다.


일단 나혜미가 최태수를 무사히 구출할 수 있도록 좀비들의 신경을 자신에게 분산시켜야 했다.


“죽어라 괴물들아!”


힘껏 소리를 치며 계속해서 좀비들의 신경을 건드렸다. 박태수가 품에서 꺼낸 두개의 너클을 양 손가락에 끼웠다.


손가락에 안착한 너클에서 푸른 빛이 넘실거렸다.


바로 F급 아티펙트 너클붐이었다.


두 주먹이 그대로 두 마리의 좀비를 가격한다.


그와 동시에 좀비와의 사정거리안에서 푸른 빛이 구체화되었다.


그렇게 구체화된 푸른빛이 사방으로 비산하며 폭발한다.


퍼엉!


폭발하며 발생한 반동력엔 보통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파괴력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박태호는 1급에 올라있는 명실상부한 헌터였다.


이미 보통 인간이 가질 수 없는 한계를 뛰어넘는 신체를 보유했다.


크윽!


인상을 쓰며 뒤로 튕겨져 나간 박태호가 균형을 이기지 못하고 자리에 쓰러졌다.


생각보다 몸으로 전달되는 충격이 상당했다.


하지만 쉴 틈이 없다.


자신의 공격을 몸으로 막아낸 좀비들이 진액을 뚝뚝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었다.


거기다 최태수를 구하러 간 나혜미를 덮치는 좀비까지.


“혜미야 피해!”


그러나 이미 늦은 상황.


이미 한 마리의 좀비가 나혜미를 덮치기 일보 직전이었다.


좀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한 상태라면 모를까, 나혜미의 신경은 온통 최태수에게 쏠린 상태였다.


오직 구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머릿속이 가득 찬 상태라 좀비들의 움직임을 나혜미는 주시하지 못했다.


“안돼!”


박태호가 자리를 박차며 너클에 마나를 주입했다.


그리고 그때였다. 박태호의 두 눈에 믿지 못할 상황이 연출된 것이.


좀비가 나혜미를 덮치기 일보 직전에 일어난 화려함을 가장한 춤추는 빛살들.


순식간에 좀비를 수십 갈래로 토막 낸 빛살과 함께 좀비가 공중분해 되었다.


그리고 귀신처럼 나타난 정체를 알수 없는 사내.


특이하게도 자신의 몸보다 큰 가방을 메고 있었다.


최태수를 구하기 위해 움직였던 나혜미가 부릅뜬 눈으로 사내를 응시했다.


그러나 갑자기 나타난 정체모를 사내는 관심이 없다는 듯, 좀비들을 향해 몸을 움직였다.


순식간에 나머지 네 마리의 좀비들을 처리하는 낯선 사내.


‘굉장한 실력이다.’


박태호는 지켜보면서도 사내의 검 날이 어떤 식으로 움직였는지 확인을 할수가 없었다.


그저 빛살들이 서로 엉키며 좀비들을 감싸는 게 그가 목격한 유일한 장면이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박태호가 어정쩡한 모습으로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사내는 시선조차 돌리지 않으며 좀비들의 코어를 파괴만 하고 있었다.


‘씁, 또 라면이네.’


남자는 진혁이었다.


자신이 도착할 때 보이는 좀비들의 숫자는 모두 5마리.


거기다 5마리 모두다 머리위에 하얀색의 구슬이 떠올라 있었다.


‘이게 왠 횡재냐!’


속으로 비명을 지른 진혁이 그대로 몸을 날렸다.


일단 여자를 덮치는 좀비부터 처리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좀비들을 모두 처리한 진혁의 얼굴이 순식간에 찌푸려졌다.


5마리 모두에게 나온 건 라면이었다.


쌀의 흔적은 찾을 수도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마석이 한마리당 하나씩 총 5개가 나왔다는 점이다.


“저기,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응?


그때서야 고개를 돌리는 진혁.


덩치가 곰 만한 사람이 눈앞에 서 있었다.


박태호였다.


“아닙니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예, 덕분에 큰 부상은 피할 수가 있었습니다.”

“다행이군요.”


인사를 건넨 박태호가 아차! 싶은 표정으로 몸을 돌렸다.


바로 쓰러진 최태수의 부상이 떠오른 것.

단숨에 최태수에게 달려갔다.


“태수는 어때?”

“모르겠어, 일단 숨은 쉬고 있는데 정확한 상태는 센터에 가서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아.”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혜미가 최태수를 일으켜 세웠다.


“일단 태수는 내 등에 업혀.”


덩치가 큰 박태호가 태수를 등에 엎자, 나혜미가 진혁에게 다가왔다.


“목숨을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그런데 동료의 상태가 심각해 보이는군요.”

“예, 일단 센터에 데려가서 부상 정도를 확인해 보려구요.”

“그렇군요, 그럼 저는 이만.”


인사를 먼저 건넨 진혁이 몸을 돌렸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이 났는지 다시 몸을 돌렸다.


“아, 그리고 마석은 제가 전부 챙겼습니다.”


그렇게 다시 몸을 돌린 진혁이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야말로 귀신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진 진혁이었다.


“도대체 누구지?”

“그러게, 저 만한 실력의 헌터면 최소 3급이상 4급은 돼 보이는데.”


자리에서 사라진 진혁의 그림자를 쫓는 나혜미.


‘그러고보니 이름도 물어보지 못했네.’


아쉬움이 남는지 나혜미가 입맛을 다셨다.


저 만한 실력을 가진 헌터와 인연을 쌓는다면 후에 상당한 도움이 될 터.


“일단 센터로 돌아가자.”

“그래.”


최태수를 등에 업은 박태호와 나혜미도 자리에서 떠나갔다.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는 굵은 빛줄기가 세차게 내리며 묘한 소음을 일으켰다.



*****


다 쓰러져 가는 폐가로 들어간 진혁이 하늘을 보았다.


“아니, 갑자기 왠 폭우가?”


불평이 가득한 목소리가 폐가에 울려 퍼졌다.


분명 조금전까지 후덥지근한 날씨를 보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천둥번개와 함께 세찬 비가 내리는 게 아닌가.


그것도 한치 앞도 보지 못할 정도로 굵은 장대비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으로 진혁이 인상을 썼다.


세상이 망하고, 한동안 비는 구경도 하지 못했는데.


오히려 내리지 않는 비로 인해 땅은 점점 황폐해져만 갔다.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를 불신하며 오로지 독자적인 방법으로 살아가야 했다.


그렇게 망한 세상에 좀비들과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인간들은 변변한 대처도 못하고 좀비들의 한끼 식량이 되기가 일쑤였다.


거기다 한끼 식량이 된 인간들은 하루가 지나면 또 다른 좀비들로 다시 태어난다.


말그대로 좀비 아니면 처절한 삶을 갈구하며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두 갈래의 선택지밖에 없는 세상으로 변한 것이다.


그렇게 처절한 삶을 살아가는 인간들 앞에 구원자들이 하나 둘 나타난다.


바로 그들이 헌터라고 불리는 초인들이었다.


진혁이 벽에 등을 기대며 백 팩에서 사발면 하나와 작은 접시 하나를 꺼냈다.


꺼낸 접시 안에다가 물을 부었다.


그러자 접시 안에 들어있는 물이 수증기를 뿜어내며 끓어올랐다.


접시는 휴대용 아이템 버너 플레이트였다.


버너와 접시를 하나로 합쳐서 만든 꽤 고가의 아이템이었다.


물이 다 끓자 접시를 집었다.


신기한 건 물은 끓었지만 접시는 뜨겁지가 않았다.


그렇게 접시에 든 물을 사발면에 붓고 3분을 기다렸다.


남들은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는 라면.


이 세상에서 라면을 구경한다는 것은 신을 보는 것보다 힘든 일이었다.


그런 세상에서 진혁은 라면이 물렸다.


실로 배부른 생각이 아닐 수 없다. 남들이 본다면 욕 한 바가지를 퍼붓고 말 것이다.


그런 생각에 잠길 때, 갑자기 한무리의 사람들이 폐가로 들어왔다.


조금전에 헤어졌던 박태호와 나혜미였다.


폐가로 들어온 박태호와 나혜미가 놀란 얼굴로 서 있었다.


헤어졌던 진혁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던 것.


하지만 그들은 진혁을 보고 놀란 것이 아니었다.


바로 진혁의 손에 들린 물건을 보고 놀란 것이다.


“설, 설마 그건 라면이 아닙니까?”


면발을 식혀 입안으로 넣으려던 진혁이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이런 또 만났군요?”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진혁이 인사를 건넨 후, 면발을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그 모습에 박태호가 멍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등에는 최태수가 죽은 듯 업혀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런 것따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코 앞에서 진동하는 라면 냄새에 이미 이성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꾸르르륵!


다가온 박태호의 뱃속에서 두꺼비 울음소리가 들렸다.


막 입안으로 면발을 가져가려던 진혁이 그 소리에 박태호를 보았다.


입가로 침을 흘리는 게 어지간히 도 먹고 싶은 모습이었다.


“혹시 시장하시면 하나 드시겠습니까?”

“정, 정말 주시는 겁니까?”


기대에 찬 얼굴을 하는 박태호를 보자 실소가 터져 나왔다. 아까운 표정도 없이 진혁이 백 팩에서 사발 면 두개를 꺼냈다.


“그쪽도 와서 같이 드시죠?”


멍한 표정으로 입맛을 다시 던 나혜미가 순간이동을 써가며 자리에 앉았다.


“감사합니다.”


사발면을 받아 든 나혜미가 얼른 면발이 익기를 기다렸다.


이게 대체 얼마만의 라면인 건지.


아니 죽을 때까지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음식이 라면이었다.


그런데 죽을 고비를 넘긴 것도 모자라, 라면까지 먹게 될 줄이야.


존경심을 담은 얼굴로 진혁을 보는 나혜미의 눈빛이 묘하게 변해갔다.


그렇게 라면이 다 익자, 박태호와 나혜미가 면발을 불어 라면을 입으로 집어넣을 때였다.


박태호의 등에 업혀 있던 최태수가 끙 하는 소리와 함께 인기척을 내었다.


라면에 정신을 팔린 박태호가 아차 싶은 표정으로 최태수를 바닥에 눕혔다.


“태수야 잠깐만, 여기 누워있어?”


이미 라면에 정신이 팔린 박태호가 최태수를 눕힌 후, 자리를 잡고 정신없이 라면을 흡입했다.


눈물이 났다. 입안에서 춤추는 면발과 혀끝을 자극하는 국물 맛에.


이게 대체 얼마만에 맛보는 조미료 맛인지.


흡입하듯 면발을 다 먹고, 국물까지 먹으려던 그때.


바닥에 눕힌 최태수가 앓는 소리를 해대며 몸을 뒤척였다.


신경이 쓰이는지 박태호가 아쉬운 얼굴로 컵라면을 바닥에 놓았다.


뒤척이는 최태수가 계속해서 앓는 소리를 냈다.


“태수야 괜찮아?”


식은땀까지 흘리는 모습이 아무래도 증상이 심각해 보였다.


컵라면 하나를 싹 비운 나혜미가 걱정되는 표정으로 다가왔다.


“안되겠다. 빨리 센터로 가야 할것 같아.”


안타까운 얼굴로 박태호가 최태수를 일으켰다.


그러나 박태호의 시선은 컵에 담긴 라면 국물에 향해 있었다.


마저 먹지 못한 국물이 아쉬웠다.


“정말 잘 먹었습니다.”


나혜미가 진혁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고, 박태호와 함께 최태수를 일으켰다.


흐르는 식은 땀이 순식간에 손을 축축하게 만들었다.


“저, 저기...”


그때, 몸을 일으킨 최태수가 힘겹게 말을 꺼냈다.


“일단 조금만 참아, 곧 센터에 데려다 줄 테니.”


그렇게 박태호의 등에 업힌 최태수가 힘겹게 말을 꺼냈다.


“저, 저기 나도...”

“응, 뭐라고?”

“나도, 나도... 라면이 먹고 싶어.”

“........”


간신히 입을 뗀 최태수가 진혁이 들고 있는 컵라면을 응시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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