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에서 식량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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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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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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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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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4화.

DUMMY

일렬로 서 있는 사람들의 얼굴엔 생기가 돌았다.


불과 얼마전 까지만 해도 굶주림과 맞서 싸우면서 하루를 보내기가 일쑤였는데.


이제는 하루 두끼는 걱정없이 먹고 지낼 수가 있었다.


“정말 꿈을 꾸는 거 같구만, 이런 음식들을 먹을 수 있다니.”

“그러게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야, 이제는 이런 조미료가 첨가된 음식은 죽을 때까지 구경도 못 할 줄 알았는데.”


나이가 지긋한 두 노인이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다며 담소를 나누었다.


홀쭉한 볼 살을 쩝쩝 거리며 입맛을 다신다.


침이 고일정도의 냄새가 주변으로 진동하고 있었다.


“자자, 줄 똑바로 서세요!”


1급 헌터 한명이 길게 늘어져 있는 행렬을 보며 소리를 쳤다.


그 옆에는 컵라면과 즉석밥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이거 큰일입니다. 장작이 모자라서 물이 도통 끓지를 않아요?”


장정 몇명이 들어야 할 정도로 큰 솥단지에는 물이 가득 들어 있었다.


난처한 얼굴로 행렬을 보는 1급 헌터.


벌써 삼십분이 넘어가는데 물은 도통 끓을 생각을 안하고 있다.


장작을 보니, 상황이 심각했다.


장작이 모자라도 한참 모자랐다.


“무슨 일이냐?”


현장을 통제하던 유명하가 다가왔다.


옆에는 진혁도 같이 서 있었다.


오늘은 특별히 진혁도 같이 참관을 했다.


“그게, 장작이 모자라서 물이 끓지가 않습니다.”

“장작이 모자르다니?”

“그동안 계속해서 주식으로 라면을 먹다 보니 장작이 점점 소모가 되서...”


그 말에 유명하가 아차 싶었다.


주식으로 라면만 먹다 보니 소모되는 장작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그럼 외곽지역으로 가서 장작을 패 오면 되는 일 아니냐?”

“그것도 이제는 불가능 합니다. 이미 쓸 수 있는 땔감은 모조리 수거한지 오래입니다.”


미간이 절로 찌푸려졌다.


설마하니, 장작때문에 이런 고민을 할 줄이야.


솥에 들어있는 몰을 보니 아직 끓으려면 멀어 보였다.


거기다 문제는 이게 다가 아니었다.


지금 있는 솥으로는 라면 100명이 먹을 분량밖에 안되었다.


그러면 최소 10번은 물을 붓고 끓여야 한다는 뜻이었다.


“할수없지, 일단 오늘은 빵과 우유로 대체해라.”


요 며칠 빵과 우유를 먹은 터라, 1급 헌터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때, 상황을 지켜보던 진혁이 나섰다.


“이 물만 끓으면 되는 겁니까?”

“예? 아 예.”


진혁 인걸 확인한 1급 헌터가 존경심이 담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하급 도시의 영웅인 진혁을 보자 절로 긴장이 된 것이다.


“물은 제가 끓이겠습니다.”

“아, 아니 장작도 없는데 어떻게?”


곧바로 솥단지에 왼손을 데는 진혁.


그러자 솥단지에 들어있던 물이 순식간에 팔팔 끓었다.


그 장면을 목격한 몇명의 1급 헌터들은 두 눈이 튀어나올 것처럼 부릅 떠져 있었다.


이제는 저런 모습이 익숙한 지 유명하는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다.


‘저자는 분명 인간이 아닐 거야.’


진혁을 알기 전이었다면 난리가 날 정도로 오버 했겠 지만, 그동안 못 볼꼴을 많이 보았던 터라 익숙한 지 신기하지도 않았다.


물이 팔팔 끓자, 1급 헌터들이 컵라면의 내용물을 빼서 솥 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즉석밥과 계란 거기다 참치까지 한 번에 떼려 부어 라죽을 만들었다.


이렇게 해야 식기가 없는 시민들이 빈 컵에 내용물을 담아 안전하게 먹을 수가 있었다.


자극적인 냄새가 공터에 퍼지자, 모여든 사람들의 입가에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100명의 시민들에게 라 죽을 퍼 주자, 텅 빈 솥에 반복적으로 물을 부었다.


진혁은 오늘 하루 모든 시민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게 열심히 물을 끓이기만 했다.


시민들은 라 죽을 받아 들고 자신들이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장소로 이동했다.


그러다가 진혁의 시선이 한곳에 머물렀다.


바로 자신의 바지자락을 붙잡고 먹을 것을 구걸하던 사내였다.


그래도 다행히 건강한 모습을 보자,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던 응어리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사내는 자신의 어린 딸에게 먼저 먹이고, 남은 라 죽을 먹기 시작했다.


“저기 부탁이 있습니다.”


옆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던 1급 헌터가 고개를 숙였다.


“지금 이 도시에 사는 어린아이들이 몇명이나 있죠?”

“자세히 파악하지는 않았지만, 대략 200명정도가 되는 걸로 압니다.”


“그럼, 내일부터는 아이가 있는 가족들에겐 따로 우유를 하나씩 더 배급해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진혁의 말은 절대적이었다.


1급 헌터가 이유도 물어보지 않고 즉시 명을 받아들였다.




점점 해가 지자, 공터에는 싸늘한 정적만 흘렀다.


오늘 하루 도시에서 지내면서 진혁은 부족한 것들을 일일이 체크하기 시작했다.


우선, 가장 먼저 보수해야 할 방벽들을 점검했다.


역시나 모조리 무너져버려, 좀비들이 습격한다면 도시에 사는 시민들은 안전을 보장받지 못할 것 같았다.


그리고 두번째가 바로 시민들이 살 집이었다.


사실 하급 도시에는 집이라고 불릴만한 건물이 없었다.


고작해야 땅바닥에 나무 판자를 깔아서 지내고 있는 형편이었다.


헌터 기동대들이 쓰는 건물들도 마찬가지였다.


건물이라고 불리고는 있지만, 그저 나무를 대충 끼워 맞춘 막사가 전부였다.


그나마 헌터 등급 시험장이 대충 지어져 있어도, 건축물이라고 부를 만한 정도였다.


앞으로 할 일이 태산이라 진혁의 고충도 늘어만 갔다.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진혁은 솥에 물을 끓이는 일을 도맡아서 하기 시작했다.


일단은 장작을 구할 수가 없는 관계로 진혁이 손수 나선 것이다.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일을 하는 진혁의 모습에, 기동대원들이 점점 진혁에게 빠져들어 갔다.


유명하도, 임상훈도 감탄을 하며 진혁을 칭찬하기가 바빴다.


“이거 조만간 하급 도시가 중급 도시와 상급 도시를 넘어서는 발전을 이루는 건 아닌지 몰라.”


“글쎄, 상급 도시는 몰라도, 중급 도시는 넘어설 가능성이 높지.”


진혁이 불러온 새바람은 점점 하급 도시 구석 구석까지 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중급 도시로 떠났던 차성만의 모습이 보였다.


“오셨습니까?”

“그래, 별일 없었지.”

“저, 그게...”


차성만이 없는 동안 있었던 일을 보고하는 유명하.


보고를 들으면서도 표정은 무미건조했다.


그저 고개만 끄덕일 뿐.


“흠, 우선 땔감 문제부터 해결해야 겠군.”


골치가 아픈지 차성만이 한숨부터 내 쉬었다.


도대체 해결되는 문제는 없는데, 일만 계속해서 터지니 답답하기만 했다.


아무리 진혁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있으면 뭐하나, 받쳐 줄만한 자원도 물자도 없는데.


이건 그야말로 계속해서 맨땅에 헤딩만 하는 꼴이었다.


“일단 땔감 문제는 차후에 해결하고, 할말이 있으니 모두 따라 들어오게?”


그렇게 차성만의 지시로 진혁까지 함께 사무실에 모였다.


“가셨던 일이 잘 안되셨습니까?”


심각한 얼굴로 차성만이 앉아만 있자, 답답함을 느낀 임상훈이 물었다.


저런 표정을 지을때는 꼭 안 좋은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방벽 증축은 힘 들것 같아.”


그 말에 유명하와 임상훈의 표정이 심각 해졌다.


현재 가장 시급한 일이 방벽 증축이었다.


습격한 좀비들로 인해, 이미 1구역과 2구역의 방벽이 모조리 무너졌기 때문에, 위험에 계속 노출이 되고 있었다.


거기다 시민들의 안전까지 생각한다면, 방벽 증축은 가장 우선시되어야 하는 과제 중 하나였다.


“대체 이유가 무엇입니까? 마석도 충분히 준비하지 않았습니까?”


이미 진혁에게 마석 1만개를 넘겨받은 차성만이었다.


1만개면 전부는 아니어도 증축에 필요한 목재와 골재를 어느정도 지원을 받을 수가 있었다.


“아무래도 마강길이 냄새를 맡은 것 같네.”

“마강길이 말입니까?”


마강길은 상급 도시장을 맡고 있는 마정길의 동생으로, 현재는 중급 도시의 전권을 행사하는 도시장의 자리에 있었다.


거기다 4급 헌터로 개인적인 능력 또한 상당히 뛰어난 인물이었다.


“대체 마강길이 어떻게 냄새를 맡은 겁니까?”

“내 뒤를 바주던 김성철이 마강길에게 붙었어.”


유명하와 임상훈은 점점 절망을 느꼈다.


그나마 차성만의 유일한 인맥이었던 김성철까지 마강길에게 붙었다면, 이제 앞으로 마력수도 구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김성철은 한철호쪽 사람이 아닙니까, 대체 왜 마강길에게 붙었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모두 알겠지만, 마강길은 상급 도시로 진출하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놈이지, 그리고 김성철에게 자신이 상급 도시로 진출하면 중급 도시의 도시장 자리를 넘겨준다는 약속을 한 것 같아.”


“그러면 김성철은 차기 중급 도시장을 노리고 있다는 말이군요.”

“그래, 지금 상급 도시는 한철호와 마정길의 알력 싸움이 절정에 달한 상태야, 거기다 순도 99프로 짜리 마정석이 발견되면서 서로에 대한 견제가 더 심해진 모양이야.”

“순도 99프로라고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유명하와 임상훈이 몸을 들썩였다.


차성만도 처음 그 이야기를 듣고 선 얼마나 놀랐는지 몸을 제대로 가눌 수가 없었다.


과히 진혁이 자신에게 보여준 모습만큼 놀라운 이야기였다.


“그럼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마강길이 눈치를 챘다면 마력수도 구할 수가 없는 거 아닙니까?”

“후우, 나도 잘 모르겠네.”


유일한 구명 줄이었던 김성철이 마강길에게 붙으며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게 생겼다.


마력수도, 방벽을 증축할 수 있는 자재도 구할 방법이 없었다.


도대체 왜 김성철이 그토록 혐오하던 마강길에게 붙은 건지 자세한 내막은 알 수가 없었다.


-미안하네, 이제 자네의 부탁은 들어줄 수 없게 됐어.

“그게 무슨 말인가?”

-그렇게 됐으니 앞으로 나를 찾아오지 말게, 목숨이라도 부지하려면.


그 말만 하고 자리를 떠나는 김성철의 뒷모습은 흡사 족쇄에 묶인 죄수처럼 보였다.


마치 자신의 의지가 아닌, 타인에 의해 강요당한 모습처럼 말이다.


“미안하게 됐네, 자네가 그렇게 힘써줬는데 이런 일만 계속 생겨서.”


묵묵히 이야기만 듣고 있던 진혁에게 사과의 말을 전하는 차성만.


하지만 차성만의 사과에도 진혁은 말이 없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자네가 예전에 나에게 했던 제안...”

“차라리 잘 됐습니다.”


차성만의 말을 끊은 진혁의 한마디에 세사람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쳐 다만 보았다.


느닷없이 들려온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도 못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인가?”


차성만이 애써 정신을 차리고 침착하게 물었다.


“이번에 아예 중급 도시와 상급 도시와의 남아있던 잔정까지 뿌리채 뽑자는 말이었습니다.”

“잔정이라고?”

“예, 이참에 확실하게 하급 도시는 다시 태어나는겁니다.”

“다시 태어난다고!”


옆에서 임상훈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중급 도시에서 지원을 끊었다고 해도, 아직은 중급 도시의 통제를 벗어나지 못한 도시가 하급 도시였다.


즉 아직까지는 하급 도시를 향한 감시가 남아 있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러면 마력수는 어떻게 구할 생각인가, 마력수가 없다면 헌터들의 능력을 향상시킬수가 없는데.”


마력수뿐만이 아니다.


도시의 이곳 저곳을 손보려면 자재부터, 필요한게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그런데 독립을 해버리면, 차후에 문제가 발생했을때 손을 쓸수가 없게 된다.


비롯 식량 문제는 진혁이 책임지고 있지만, 어디 식량만 있다고 살아갈수가 있겠는가.


“그 문제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책임을 진다고?”

“예, 그리고 증축에 필요한 자재는 제가 전부다 구해 오겠습니다.”

“뭐, 뭐라고!”


또다시 심장이 벌렁거리자 차성만이 헐떡이면서 자리에서 몸을 가만히 두지 못했다.


“대, 대체 어디서 그 많은 자재를 구해온다는 말인가?”


궁금했다. 식량에 이어서 자제까지 구해 온다고 하니.


세사람이 입도 뻥긋 하지 않고, 진혁의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수림.”


마수림이라는 말에 세사람이 잘못들었나 다시 한번 물었다.


그러나 진혁의 말은 동일했다.


현재 마수림은 진혁외에는 아무도 들어갈수가 없었다.


도대체 그 많은 자재를 어떻게 옮긴다는 말인지, 그때까지도 차성만은 그 말을 백프로 믿을수가 없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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