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에서 식량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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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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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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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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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DUMMY



“드디어 시작이로군.”


차성만이 남다른 감회를 느끼며 회상에 젖었다.


처음 하급 도시에서 헌터로 활동하며 쌓인 추억들.


전우들의 죽음에도 슬퍼할 겨를도 없이 좀비들의 침입을 막아내던 삶.


그렇게 하급 도시는 죽음을 담보로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그리고 버려졌다.


더이상 이용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냉혈인들에게.


이제 하급 도시에서 활동하는 헌터는 100명 남짓.


하지만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


재능이 중요하다. 이미 재능 있는 자원들은 모두 떠난 상태였다.


1구역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엔 긴장감이 가득했다.


그들 모두의 시선은 오직 한사람에게 쏠려 있었다.


바로 진혁이었다.


“그럼 부탁하네.”


고개를 끄덕인 진혁이 방벽을 세울 위치를 확인했다.


쿵! 쿵!


갑자기 두꺼운 통나무가 2개가 양쪽으로 박히는 걸 시작으로, 총20개에 달하는 통나무가 순식간에 자리를 잡으며 땅속으로 박혀 들어갔다.


굵은 땀이 흘렀다.


아공간에 보관되어진 물건을 빼는것만으로는 이렇게 힘들지 않다.


통나무를 지정된 자리에 박는 일까지 하다 보니, 몇배에 달하는 마력이 소모된 것이다.


탈력감이 몰려오자, 더이상 늦기 전에 통나무 사이의 빈공간을 진흙으로 채워 넣었다.


지켜보던 기동 대원들이 옆쪽에 쌓아 둔 사각형의 나무틀에서 진흙으로 만든 벽돌을 빼내었다.


어젯밤에 미리 만들어둔 벽돌이었다.


대원들이 박아둔 통나무 주위로 벽돌을 쌓기 시작했다.


역시나 벽돌과 벽돌 사이를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진혁의 도움이 필요했다.


벽돌을 쌓을 때마다 틈 사이를 진흙으로 채워 넣는 일이었다.


이 과정도 상당한 정교함이 필요한 일이라, 집중력이 몇배로 소모되었다.


점점 몸에 무리가 가는 게 느껴졌다.


마력의 소모 또한 상당했고.


하지만 지금 미리 해두지 않으면, 오늘 할일이 내일로 미뤄진다.


그렇기에 진혁은 쉬지 않고 부지런히 마력을 사용했다.


점점 방벽의 모양이 잡혀가는 게 보였다. 일을 하는 대원들의 표정엔 감동의 물결이 넘쳐났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튼튼해 보였기 때문이다.


차성만도 방벽을 보며 만족한 미소를 지었다.


“이정도면 좀비들의 습격에도 한시름 놓을 수 있겠군.”


감탄을 하던 차성만이 땀을 닦고 있는 진혁을 보았다.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자네 괜찮나?”


차성만이 다가왔다.


진혁이 비틀거리자 부축을 하며 한쪽 자리로 데려갔다.


“괜찮습니다.”


진혁이 자리에 앉으며 잠시 몸상태를 점검했다.


생각보다 마력 소모가 상당했다.


지옥에서 돌아온 후, 이정도로 마력을 소모한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몸에 무리도 많이 갔다.


“자네가 이렇게 힘들어 하는 모습은 처음이군.”

“그렇습니까?”

“그래, 난 자네가 사람이 아닌줄 알았거든.”


실없는 농담을 하며 너털웃음을 흘리는 차성만.


그 모습에 진혁도 실소를 터트렸다.


“여기 얼음물입니다.”


대원 한 명이 얼음물을 가져와 진혁에게 내밀었다.


물을 받아 든 진혁이 거침없이 마셔 비웠다.


속까지 짜릿하게 전해지는 차가움이 몸에 활력을 돌게 만들었다.


“잠시 휴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알았네, 이제 시작하는 공사인만큼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자고.”


진혁이 그늘진 곳으로 이동해 몸을 기댔다.


오랜만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쉬는 느낌이었다.


이정도로 맘 편하게 쉬었던 게 언제인지 기억도 안 났다.


“야 이 멍청한 놈아! 그걸 거기다 놓으면 어떡해?”


유명하 팀장이 소리를 치며 대원들에게 지시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진혁이 쓴 웃음을 지었다.


자신도 어릴 때에는 사고뭉치라서 많이 혼났는데.


그렇게 휴식을 취한 진혁이 다시 움직였다.


일단 첫번째 방벽이 완성이 되자, 곧바로 두번째 방벽을 만들었다.


똑같은 방법으로 통나무를 땅에 박는 진혁.


역시나 같은 방법으로 대원들이 틀에서 꺼낸 벽돌을 주위에 쌓았다.


두번째를 완성하고, 세번째 방벽까지 완성하자.


점심을 먹기 위해 대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벌써부터 공터에 맛있는 냄새가 퍼지고 있었다.


차성만과 진혁이 라 죽이 든 그릇을 들고 자리를 잡았다.


“이정도 속도면 1주일이면 1구역 공사가 끝나겠군.”


라죽을 먹으며 차성만이 감탄을 연발했다.


생각보다 공사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그런데 괜찮겠나, 몸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아직까지는 버틸 만합니다.”

“그럼 다행인데, 그래도 굳이 무리하면서까지 할 필요는 없네.”


차성만은 우려를 표했다.


지금 하는 공사에서 진혁이 차지하는 비중은 백 프로였다.


즉, 진혁이 없다면 공사를 진행할 수가 없었다.


“몸 상태는 제가 계속해서 점검하고 있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알겠네, 자네만 믿지.”


그렇게 라 죽 한그릇을 싹 비운 진혁이 몸을 일으켰다.


맘먹은 김에 오늘 여섯 번째 방벽까지 완성할 생각이었다.


곧바로 일을 시작한 진혁이 4번째 자리에 통나무를 박아 넣었다.


일이 척척 진행되자 차성만을 포함한 전대원들이 분주하게 자신들이 맡은 일을 해내기 시작했다.


점점 틀에 만들어 놓은 벽돌도 소진되고, 방벽은 자리를 잡아가며 완성이 되자, 도시 공터에 어둠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목표했던 여섯 번째 방벽까지 완성을 한 것이다.


뿌듯한 표정으로 대원들이 철옹성처럼 자리 잡은 방벽을 보았다.


이정도로 튼튼하게 방벽이 세워질 것이라고는 그들조차도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한마디로 진혁으로 인해 몇달이 걸릴 공사가 하루만에 완성되어진 것이다.


모두들 진혁을 보는 눈빛엔 존경심이 가득했다.


일당백이라 했던가, 그들에게 있어 진혁은 일당백이 아니라 일당 천, 일당 만이었다.


그 정도로 진혁이 차지한 비중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컸다.


해가 저물자, 모두들 주위를 정리하고 막사로 이동했다.


경비를 설 대원들은 자리를 잡고, 떠나가는 대원들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치는 진혁.


공사를 한지 오늘까지 4일째였다.


벌써부터 든든하기만 했다.


총 24개의 방벽을 세운 진혁이 하늘을 보았다.


해가 떨어지자, 슬슬 어둠이 찾아왔다.


역시나 4일째가 되니, 몸에 무리가 상당했다.


피곤함까지 몰려오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만큼 지금 하는 공사는 진혁이 없었다면 엄두가 안 날 정도로 큰 공사였다.


하긴 나무를 수급하는 일만 해도, 몇달은 걸릴 일이었으니.


공사를 끝낸 진혁이 막사로 이동을 했다.


벌써부터 막사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났다.


이미 대원들에게 라 죽을 준비해두라고 일러 둔 상태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진혁이 들어가자, 라 죽을 끓이고 있던 박태호가 진혁을 맞이했다.


그런데 나혜미와, 최태수가 안보였다.


“나머지 두사람은?”

“태수는 뒷정리때문에 조금 늦는다고 했고, 혜미는... 어! 지금 들어옵니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나타난다고, 때마침 나혜미가 막사로 들어왔다.


그런데 한 손에 나무로 만든 물컵이 들려 있었다.


“그건 뭐 야?”

“이거, 대장님이 심어둔 잡초에서 떨어진 물을 모아놓은 거?”

“잡초라고?”


컵에 든 물은 바로 진혁이 마수림에서 가지고 나온 잡초에서 떨어진 물이었다.


진혁은 막사 옆에 자리한 조그만 공터에 잡초를 심었던 거다.


“근데, 그건 왜 가지고 온 거야 버리지 않고.”

“그게, 신기해서.”


신기하다는 말에 박태호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처음 잡초를 만졌을 때 손아귀에 전해지는 차가움에 놀란 적은 있었다.


이런 잡초가 있다는 건 들어보지도 못했기에.


거기다 잡초에서 이슬이 맺혀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게 아닌가.


하지만 그럴 수 있겠지 하며 무관심하게 넘긴 그였다.


그런데 나혜미가 잡초에서 떨어지는 이슬을 모았다고 하니 그로서는 의아하기만 한 것이다.


굳이 모아서 어디에다 쓸데도 없을 것을.


“뭐가 신기하다는 거야?”

“글쎄, 이 물에서 이상한 향이 나는 거 있지.”

“향?”

“한번 맡아봐, 향만 맡았는데도 머리가 맑아진다니까.”


컵을 받아 든 박태호가 냄새를 맡아봤다.


그러자 상쾌한 기분과 함께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와, 이거 정말 상쾌한 기분이 드는데.”


감탄을 한 박태호가 몇 번이고 향을 맡았다.


“크아, 배고파.”


그때, 묘한 소리를 내며 최태수가 들어왔다.


배가 고파 이성을 잃기 전 모습처럼 보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진혁을 발견하자, 최태수가 공손한 모습으로 고개를 숙였다.


“어, 그건 뭐 야?”

“잡초에서 떨어지는 이슬 받아놓은 거야.”

“뭐, 잡초?”


최태수가 버리지 않고 뭐 하러 받았냐고 타박하자, 나혜미가 눈을 흘기며 코에다 컵을 갖다 되었다.


“한번 맡아보고 애기하지.”


졸지에 컵을 갖다 되자, 최태수가 그만 컵에서 나는 향을 맡아버렸다.


그러자 상쾌한 기분과 함께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든 것이다.


“와, 이거 뭐 야 죽이는데.”


몇 번이고 향을 맡아본 최태수가 감탄사를 연발했다.


“대장님, 대장님도 한번 맡아보시죠?”


궁금했던 진혁이기에 즉시 컵을 받아 들고 향을 맡았다.


그러자 상쾌한 기분과 함께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괜찮군.”


기분이 나쁘지 않은 지 몇 번이고 향을 음미하는 진혁이었다.


그리고는 컵에 든 물을 자세히 보았다.


특별함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독특한 향이 상당한 중독성을 보였다.


“자 라 죽 완성입니다.”


라 죽이 완성되자 잡초물은 즉시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허겁지겁 라 죽을 퍼먹는 세 사람.


요즘 공사때문에 쉴 틈이 없어서 인지, 세사람은 눈치도 안 보고 라 죽을 먹었다.


진혁 또한 허기가 반찬이라고 라 죽을 먹기에 여념이 없었다.


커억!


그때, 사례가 걸린 최태수가 밀려오는 통증에 몸부림을 쳤다.


허겁지겁 먹다가 그만 목에 걸린 것이다.


“좀 천천히 먹지, 잠시만 기다려 물 가져올 테니.”


따끔함과 함께 밀려오는 쓰라림이 참기 힘든 고통을 유발했다.


결국, 이성을 잃은 최태수가 자리에 놓인 컵을 들어 마셔 버렸다.


“야 멈춰, 그건 물이 아니야?”


박태호가 물을 가지고 오다, 컵에 든 물을 마셔버리는 최태수에게 경고성을 날렸다.


나혜미 또한 말리려고 팔을 뻗었지만, 이미 늦은 일.


단숨에 컵에 든 물을 비워버린 최태수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야 이병신아, 빨리 뱉아!”


하지만 최태수는 멍한 표정만 지을 뿐,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았다.


그저 눈만 끔뻑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뭐, 뭐 야 이거!”

“야 대체 왜 그러는데!”


나혜미가 걱정이 되는지 자리에서 안절부절 못했다.


괜히 가져왔나 후회만 할 뿐이었다.


“이거, 정말 기분 끝내주는데!!”


기분이 끝내준다며 최태수가 환호성을 질렀다.


그런 최태수의 모습에 나혜미와 박태호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갑자기 저 자식이 미쳤나 하는 표정이었다.


진혁도 이상함을 느꼈는지 최태수를 유심히 관찰했다.


“태수야 왜 그러는데, 뭐라고 말 좀 해봐?”

“몰라, 그냥 몸에서 힘이 넘쳐 흐르는 것 같아, 조금전까지 나를 괴롭히던 고통은 물론, 근육통과 피곤함까지 싹 다 가신 기분이야.”


이해못할 최태수의 행동에 지켜보는 이들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혜미야, 그 물 더 없냐?”

“물? 없어 그게 다야.”

“그래, 이거 정말 아쉬운데.”


입맛을 다시던 최태수가 아쉬운 표정으로 라 죽을 마저 먹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진혁의 눈빛은 어느새 심연처럼 가라앉아 있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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