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포칼립스에서 식량을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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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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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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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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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DUMMY

“이제야 도시에 활력이 도는 것 같군.”


기동대원들과 함께 십시일반으로 서로 협력하며 무너진 방벽의 잔해들을 치우고 있는 시민들.


그 모습을 지켜보는 차성만의 눈빛은 씁쓸하기만 하다.


이렇게 기분 좋은 날, 왜 자신의 하나뿐인 아들이 생각나는 건지.


다 늙어서 주책이었다.


“나도 이제 늙었군, 고작 이런 정도에 마음이 흔들리다니.”


아직까지 자신은 하급 도시를 이끄는 도시장이자, 기동대원들을 책임지는 기동대 대장이었다.


그렇기에 아직은 감정에 치우치는 행동을 하면 안 되었다.


때로는 냉철하면서 용의주도하게, 상황을 파악하며 대처까지 할수 있는 능력이 필요했다.


그래서 한 단체를 책임지려면 그에 따른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진혁.’


그자야 말로 이곳 하급 도시에 어울리는 모든 걸 갖춘 사내였다.


이제 자신은 물러날 때가 된 것이다.


그리고 진혁을 옆에서 보필하면서 하급 도시가 어디까지 날아오를지 지켜볼 생각이다.


똑! 똑!


차성만의 상념을 깨뜨리는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은 진혁이었다.


“자리에 앉지.”


자리에 앉은 두사람이 마주 보았다.


차성만은 왜 자신을 만나자고 했는지에 대한 궁금한 얼굴이었다.


진혁은 중요한 이야기가 있다는 사실을 눈빛으로 어필했다.


“그래, 무슨 일로 보자고 했나?”

“방벽 공사에 관해서 의논할게 있어서 보자고 했습니다.”


기다렸던 말이 나오자 차성만의 표정이 한층 더 진지하게 변했다.


현재 하급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가 바로 방벽 공사였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

“그건 아니고, 우선 보여드릴 게 있습니다.”


품에서 컵라면을 꺼내는 진혁.


컵라면을 보자 차성만이 군침을 삼켰다.


“왜 갑자기 컵라면을 꺼내는 건가? 아직 식사시간이 한참 남았는데.”


의문을 표하면서도 컵라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차성만.


차라리 지금 한 그릇 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컵라면의 뚜껑을 뜯자,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뭐야, 빈컵이잖아!”


살짝 화가 난 얼굴로 차성만이 진혁을 보았다.


왠지 모르게 자신을 놀리는 것 같아 기분이 언짢았던 것이다.


그러나 진혁은 신경도 쓰지 않고 자신의 할일만 하고 있었다.


백 팩에 손을 집어넣자 진흙이 담겨있는 빈 컵이 나왔다.


마수림에서 퍼온 진흙이었다.


물건을 꺼내는 모습에 놀란 차성만이 침음성을 흘렸다.


볼수록 적응이 안되었다.


대체 저 가방이 무슨 도깨비 방망이도 아니고, 손만 집어넣었다면 생각지도 못한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는지 신기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컵에 담긴 진흙을 살피는 차성만.


“아니, 이거 진흙 아닌가?”

“맞습니다. 마수림에서 퍼온 거죠.”

“마수림?”


진혁이 컵에 담긴 진흙을 빈 컵에다가 부었다


사실 진흙이 담긴 컵을 꺼내서 두면 알아서 굳는다.


하지만 진혁은 자세하게 진흙을 보여주기 위해 이런 수고를 하는 거다.


진득한 진흙이 빈 컵에 담기는 모습을 자세히 보는 차성만.


진흙의 색깔이 자신이 알던 색깔과 약간 달랐다.


뭔가 황토처럼 붉은 끼가 살짝 섞여 있었다.


그렇게 진흙을 담아 컵을 자리 중간에 두었다.


“지금 뭐하는 건가?”

“잠시만 지켜보시죠?”


답답했지만 차성만은 인내심 있게 일단 지켜보았다.


진혁은 담담하게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렇게 답답했던 시간이 어느정도 흐르자, 진혁이 컵을 들어 그대로 거꾸로 뒤집었다.


헉!”


놀란 차성만이 얼른 몸을 뒤로 뺐다.


혹시나 진흙이 쏟아져 자신에게 튈 까봐 놀란 것이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짓인가?’


살짝 화가 난 목소리로 진혁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진혁은 눈짓으로 컵을 보라며 신호를 보냈다.


지금 벌어진 상황에 적응이 안되었지만, 진혁이 시키는 데로 거꾸로 뒤집은 컵을 보았다.


“뭐, 뭐야!”


뒤집어진 컵에서 진흙이 쏟아지지 않고 있었다.


“아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오히려 컵을 빼앗고는 자신이 직접 뒤집는 행동을 보였다.


“종이를 뜯어 내용물을 확인해 보시죠?”


차성만이 컵의 종이를 뜯어 안에 내용물을 확인했다.


“이, 이럴 수가 진흙이 굳어어어.”


어찌나 놀랐는지 굳은 진흙을 들면서 차성만이 팔을 가늘게 떨었다.


세상 천지에 굳는 진흙이 있다는 말은 들어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마수림에 이런 진흙이 존재하다니.


“그 진흙으로 방벽의 외부를 미장 하는 게 어떻습니까, 제가 직접 확인한 결과 굳은 진흙의 강도가 상당했습니다.”

“그래, 이정도의 강도면 굳이 경화제까지 쓸 필요가 없지.”


놀란 차성만이 굳은 진흙을 이리 저리 살피면서 감탄을 연발했다.


이건 뭐 거의 바위나 마찬가지였다.


거기다 이 진흙만 있으면, 골치를 썩힌 골재문제까지 한 번에 해결이 된다.


“정말 놀랍군, 이런 보물이 마수림에 존재했다니.”

“이 진흙만이 아닙니다.”


그 말에 차성만의 눈빛이 초롱초롱 하게 바뀌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호기심을 보이는 모습처럼.


“뭐가 또 있단 말인가?”

“일단 탁자와 소파 좀 옆으로 미시죠?”


진혁이 일어나 탁자와 소파를 밀자, 차성만도 자신이 앉아있던 소파를 옆으로 밀었다.


대체 뭘 보여주려고 이러는 건지, 심장이 벌써부터 뛰었다.


그렇게 기대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굉음이 들렸다.


쿠웅!


“으악!”


자기도 모르게 비명을 지른 차성만이 갑자기 눈 앞에 나타난 통나무를 보고 경기를 일으켰다.


“부탁하신 통나무입니다. 모두 1미터 크기로 짤라 왔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 해도 나오지 않았다.


통나무 앞으로 걸어간 차성만이 보물을 대하듯 이리 저리 살펴보았다.


“굉장해, 정말 튼튼한 나무야.”


감탄과 놀람을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 나무를 살피는 차성만.


콰앙!


그때, 일단의 무리들이 놀란 얼굴로 사무실로 들이닥쳤다.


“대장님 괜찮으십니까?”


선두에서 유명하가 소리를 쳤다.


따라 들어온 2명의 대원들이 사무실을 이곳 저곳 살피고 있었다.


“자네들 대체 뭐 하는 짓인가?”


눈을 치켜 뜬 차성만이 화를 냈다.


“갑자기 사무실안에서 굉음이 들려와 걱정돼서 왔습니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유명하가 굉음이 들리자 놀라서 들어왔던 것.


“자네 1구역에서 잔해를 치우고 있었던 거 아닌가?”

“지금은 임팀장과 교대하고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었습니다.”

“음, 그런 가.”

“그것보다 갑자기 굉음은 왜...”


말을 하던 유명하가 그때서야 바닥에 놓인 통나무를 발견했다.


정신이 없어서 지금 에서야 발견한 것이다.


“아, 아니 왠 나무입니까?”

“이번에 방벽 공사에 쓰일 나무일세, 최 고등품에 상품이니 각별히 신경 쓰게.”


갑자기 진지한 모습으로 관리를 똑바로 하라고 하니, 유명하는 그저 얼떨떨하기만 했다.


무슨 큰 일이 있는 건 아닌가 하고 들어왔건만.


굉음의 정체가 저 나무였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저절로 구겨졌다.


차성만의 안위만 생각했던 자신이 갑자기 한심하게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것보다 오랜만에 보는 군.”


유명하가 진혁을 보며 인사를 건넸다.


사실 유명하와 임상훈은 진혁이 마수 토벌대 대장으로 임명되었을 때, 존대말을 사용했다.


하지만 불편하다는 진혁의 권유로 현재는 반말로 바꾼 상태이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마수림에 들어갔다는 말은 들었는데, 이번엔 일찍 나왔군.”

“잠깐 차대장님과 의논할 일이 있어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 나무, 자네가 가져온 건가?”

“예, 이번에 방벽공사에 쓸 나무입니다.”


방벽공사에 쓰일 나무라는 말에 유명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속은 이미 놀라 까무러친 상태.


‘설마 이 나무를 혼자서 가지고 왔다고?’


자세히 보니 장정 세사람이 둘러야 될 정도로 나무는 두꺼워 보였다.


“차라리 잘 됐군, 들어온 김에 이 나무를 1구역으로 옮기도록 하게.”


따라 들어온 대원들에게 명을 내리는 차성만.


대원들의 표정이 굳어지는 순간이었다.


한눈에 봐도 나무의 무게가 상당해 보였다.


아무리 자신들이 각성을 한 1급 헌터 지만, 나무를 들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은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나무를 양쪽에서 드는 대원들.


있는 마력까지 모두 사용해 간신히 들었지만, 움직일 수가 없었다.


무게가 엄청났기 때문이다.


쿠웅!


결국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떨구는 대원들.


“죄, 죄송합니다. 저희들 2명이서 들기엔 무게가 너무 무겁습니다.”

“이런, 그동안 먹은 밥값이 아깝군.”


혀를 차는 차성만이 은근 슬쩍 눈치를 봤다.


이러다 가는 자신이 들어야 돼는 건 아닌지 슬쩍 상황을 살핀 것이다.


유명하는 이미 딴 짓을 하는 중이었다.


진혁에게 괜한 친한 척을 하면서.


차성만이 헛기침을 하며 몇명 더 불러와서 옮기라는 명을 내렸다.


“아닙니다. 그 나무는 제가 옮겨 놓도록 하겠습니다.”


진혁이 나무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자 갑자기 눈앞에서 나무가 사라졌다.


유명하와 대원들 2명이 숨 넘어가는 소리를 내었다.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차성만은 느긋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있었다.


“난 진혁대장과 아직 할말이 있으니 자네들은 그만 나가보게?”

“예.”


나가는 유명하의 시선은 진혁에게 떨어질 줄 몰랐다.


지금까지 못 볼꼴을 많이 봤지만, 오늘이 가장 쇼킹한 날이었다.


“그래, 공사는 언제부터 하면 되겠는가?”

“일주일 후에 시작하시죠, 일단 1구역에 쓰일 나무는 제가 계속 지원하겠습니다.”

“뭐, 나무와 저 신비의 진흙만 있다면 공사는 아무것도 아니지.”

“그런데 공사는 어떤 식으로 진행하실 겁니까?”


진혁의 물음에 차성만이 공사진행에 대한 요점만 간단히 말했다.


차성만이 나무를 1미터로 모두 맞춘 건, 2줄로 통나무를 땅에다 박아 일렬로 방벽을 세울 생각이었다.


사실 무게가 너무 많이 나가면 들기가 힘드니 1미터로 부탁한 것인데, 저런 식으로 이동이 가능했다면 좀더 길게 잘라도 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미 수백개는 잘라 났다고 하니, 우선 1구역은 조금 전 그 나무로 공사를 하고.


2구역은 약간 더 높게 잘라서 공사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럼 진흙을 퍼 오는 게 문 제군.”


이미 진혁에게 진흙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들은 상태다.


우선 통나무를 양쪽으로 세워 박아 넣고 중앙에 빈곳에다 진흙으로 메꿔야 한다.


그런 후에 외벽 미장을 하면 된다.


하지만 진흙이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대략 20분정도.


그 안에 빠르게 발라야 굳는 걸 방지할 수가 있다.


“일단 공사 준비하는 동안 그 문제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알겠네.”


진혁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뭔가 생각이 났는지 백 팩에서 잡초를 꺼냈다.


“혹시 이 잡초에 대해서 아시는 게 있습니까?”

“잡초?”


잡초를 받아 든 차성만이 화들짝 놀랬다.


“아니 잡초가 차갑잖아!”

“예, 우연히 마수림에서 발견한 건데 저도 신기해서 뽑아 와봤습니다.”


잡초를 자세히 살펴보는 차성만이 고개를 저었다.


“미안하지만 이런 잡초가 있다는 건 나도 들어보지 못했네.”

“알겠습니다.”


다시 잡초를 받아 든 진혁이 백 팩에다 집어넣었다.


그 모습을 보던 차성만이 급격한 호기심을 느꼈다.


‘정말 저 가방속에 뭐가 들었는지 한번 확인하고 싶군.’


가방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던 차성만이 갑자기 손바닥이 축축한 느낌이 들자 수건으로 닦았다.


“아니 왠 물기가?”


별 생각 없이 물기를 닦는 차성만.


그런데 물기를 닦은 후 손바닥을 보던 차성만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몇달 전 습격한 좀비와의 사투에서 손아귀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은 그였다.


지금이야 상처가 아문 상태지만, 분명 몇 주전 까지만 해도 아문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걸 확인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아문 상처가 싹 없어져 있었다.


“분명 몇 주전 까지만 해도 아문 상처가 있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도 왜 없어졌는지 모를 일이었다.


“그것 참 별일이네.”


아마도 진혁이 온 이후로, 영양가 있는 음식들을 계속 먹다 보니 면역력이 높아진 것 같았다.


그래도 기분은 좋은 지 자신의 손바닥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깨끗해지니 기분은 좋구만.”




어둠이 찾아오자 진흙을 만지면서 진혁이 눈을 감았다.


그러자 엄청난 숫자의 좌표들과 함께 거대한 공간이 그려졌다.


바로 백 팩에 자리한 아 공간이었다.


즉시 좌표들을 점검한 진혁이 손에 묻은 진흙을 하나의 좌표에 새겼다.


‘과연 될까?’


나무를 담을 땐 큰 어려움은 없었다.


하지만 진흙은 달랐다.


거대하게 자리잡은 땅덩어리에 자리한 진흙을 과연, 아 공간에 담을 수 있을지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렇게 진흙을 아 공간 좌표에 설정한 후, 진혁이 속으로 외쳤다.


‘보관.’


그러자 땅 위에 자리한 진흙들이 순식간에 수십개의 좌표에 빨려 들어갔다.


눈을 뜬 진혁이 쾌재를 불렀다.


확신이 없었는데 성공하니 몇배의 기쁨이 들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진혁이 3구역에 자리한 땅을 보았다.


진흙이 사라진 땅은 온통 메말라 있었다.


하지만 걱정은 들지 않았다.


어차피 어둠이 사라지면, 메말라 있던 땅에 진흙이 다시 생겨날 테니.


확신을 가진 진혁이 몸을 돌려 마수림에서 빠져나왔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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