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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아프다
작품등록일 :
2024.08.08 13:23
최근연재일 :
2024.08.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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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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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08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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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재각성

DUMMY


나 류예다는 흔하디 흔한 F급 각성자다.


각성 검사에서 나온 모든 수치가 F급.


그저 일반인과 별 다를 바 없는 마력만 존재하는 약자였다.


그럼에도 헌터를 꿈꿨으나.


돈도 없고 능력도 없이 헌터를 꿈꿨기 때문일까?


헌터가 되기위해 대학도 가지 않고 노력하던 난 현재 고졸의 물류센터 아저씨 1 일 뿐이다.


돌고 돌아 도착한 곳이 물류센터.


"김 씨, 여기 누구 각성 했다면서."


"아, 쟤? 그냥 F 급이야. 심지어 스킬도 구려서 헌터일도 못 한다더라. 이미 긁힌 꽝이란 거지!"


"F급인데 저렇게 젠채했남? 허참, 소문난 것도 어이가 없구만."


쟤, 라는 말은 날 지칭하는 단어다.


김씨라 불린 사람이 과장되게 비웃는 소리가 들렸다.


다 들리는 걸 알면서도 부러 목소리를 키워 재미난 것인양 주워 섬기는 말에 주먹이 으스러져라 쥐어졌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일했다.


잦은 실수를 하면서도 고치고자 노력했다.


그러면서도 퇴근 후는 헌터를 준비하기 위해.


회식도 안 가고 노력했으나.


그게 시발점이 되었을까, 노골적인 소문과 따돌림이 시작됐다.


처음에는 그저, 내가 잘못한 줄 알았다.


하지만, 들어버렸다.


"아, 걔? 각성하고 편하게 물류 일 하는 게 짜증 나잖아. 누구는 매일 삭신이 쑤시는데."


회식에 빠진 것과 잦은 실수는.


헌터를 지망하면서도 F급에 약한 스킬을 가진 것은.


그저 마음에 안 드는 사람 한 명을 짓밟기 위한 명분이었을 뿐임을.


굳이 내 앞에 와서 저러는 것은 약자를 짓밟고 싶어하는 자신들의 저열한 욕망을 분출 시키기 위함임을 말이다.



그럼에도 버틴 건 헌터가 간절히 되고 싶었고.


헌터를 준비하기 위해선 돈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 연구소 실험 알바에 합격하여 여유가 생겼다.


이대로 몇 개월만 돈을 모으면 다시 헌터에 도전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까지 헌터에 매달리는 이유는.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유명해지고 싶었고 강해지고 싶었다.


헌터로 일하며 쓸모 있는 인간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그러나 몬스터를 잡기에는 각성 등급이 문제였다.


게이트는 E 급부터 존재했다.


탑도 마찬가지로 1층에서 E급 몬스터'들'이 나온다.


F 급 이라는 수치와 미약한 스킬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파티를 하지 않으면 F급은 사냥도 하기 어렵단 말이다.


그러니 돈을 주고 버스라도 타야 헌터 일을 해보지 않겠나.



그게 아니라면.


재각성.


'다시 한번 각성할 수 있다면...'


스물 다섯이라는 나이는 각성하기엔 늦은 나이였다.


그러나


이미 얻은 F급 신체 능력과 불꽃 하나 만드는 스킬로는 헌터로 시작하기 조차 쉽지 않기에.


나는 그렇게 재각성에 목 멜 수밖에 없었다.


아, 다시 각성하고 싶다.


"재각성이라..."


전율이 일어나는 단어에 침음성을 흘리듯 읇조렸다.


간혹, 아주 가끔. 서른에도 각성자가 나온다던데.


나도 다시 각성하고 싶다. 재각성만 한다면 뭐라도 해도 좋을 거 같았다.



***



버스에서 내려 연구단지 앞에 도착했다.


연구소의 입구 앞에서 경비원 한 분이 인사를 건네셨다.


"학생, 오늘도 고생이 많아."


"안녕하세요. 어르신, 오늘도 고생 많으시네요."


환한 미소로 반가워 하시는 경비원 한 분의 인사.


그에 기분좋게 꾸벅 인사를 하고 연구단지의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예다는 못봤으나 그런 예다의 뒷 모습을 경비원은 피식 비웃는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



알바를 하면서 여러번 스킬을 사용하다 보니 숨이 헉헉- 쉬어질 정도로 지쳤다.


푸른빛의 게이트에 불꽃을 쏘아 보낸다.


그러면 게이트가 붉은빛으로 변하는.


단지 이것의 반복일 뿐인 알바.



그러나.


게이트가 붉은빛으로 변할 때마다 심장이 살짝씩 아려오며 등이 서늘해졌다.


불쾌한 기분에 땀이 주르륵 흐르는 게, 빨리 끝내고 집에가고 싶어졌다.


이건 아마 내가 겁쟁이라서만은 아닐 것이다.


이거 밖에선 못 봤던 색이거든.



"예다씨 다시 한번 게이트에 스킬을 사용해주세요."


게이트 앞에 앉아 이것 저것 무언가를 밀어넣고 일어서던 연구원, 하정씨의 말에 자연스레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쭉 뻗어 끝이 둥글게 휘어보이는 눈매.


큰 눈망울.


부드럽게 휘어 내려오다 날렵하게 뚝 떨어지는 코 밑의 부드러운 입가.


정말 부드럽고 착한 인상의 하정씨였고.


그만큼 부드러운 말투에 차분해지며 신기하게도 심장 어림이 아리지 않았다.



약간 멍하니 차분해진 마음으로 그녀가 부탁한 대로 붉게 물든 게이트 앞에 섰다.


그녀의 웃는 얼굴을 보니 마음이 포근해져서 멍하니 바라보며 게이트로 불을 쏘아 보냈다.


얼핏 옆으로 보이는 불꽃이 게이트와 닿는 순간 반짝하고 사라지는 걸 보니.


이런 반짝 거리기만 하는 불꽃을 게이트에 백 날 쏴봐야 무얼 하겠냐 싶다마는.


게이트가 점차 더 붉어지기도 하고.


능력이 약할 수록 실험에 적합하다는 말을 들었으니.


그래도 내가 헛짓을 하는 건 아닐 거다.


정확히 어떤 실험인지는 듣지 못해 궁금하긴 했지만 말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붉은 게이트를 멍하니 보고 있으려니, 내 뒤로 그녀가 다가왔다.


"예다씨,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잡생각을 하다보니 오늘도 일이 끝나 있었다.


요즘 시간이 정말 빠르다.


그녀는 작은 웃음 소리를 흘리며 다가와 말했다.


"이번 달 알바는 끝났어요. 주말은 푹 쉴 수 있길 바랄게요."


"예, 감사합니다. 하정씨 주말 잘 보내시고 나중에 봬요."


그녀의 인사에 답하며 생각했다.


오늘도 상냥하다. 하정씨의 얼굴에 미소가 걸리는 걸 보며 보람차다 생각했다.


절대 이 일을 그만 둘 생각은 없다고,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다가온 그녀는 천천히 나를 밀었고.


나는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에 천천히 뒤로 밀려 게이트 속으로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본 그녀의 얼굴은 입이 쭉 찢어진 미소로 얼룩져 있었다.



***



천천히 눈을 떴다.


숲이다.


직전까지 약동하던 게이트는 흔적도 없었다.


현재의 상황이 이해가 잘 가질 않는다.


붉게 빛나던 게이트, 천천히 밀던 손길. 그리고 난.. 왜 순순히 밀려준 거지?


이해할 수 없었다.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한 기분.


그러나 일단은 현실 파악이 먼저였다.


"여긴 대체.."


당황해 딱딱하게 굳어진 내 입매에선 나도 모르는 사이 말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앞도 뒤도, 양 옆도 모두 나무가 뺵빽한 숲으로 내 머리 위 높이에나 빛이 듬성듬성 겨우 들어왔다.


정신없이 주변을 파악하던 찰나 눈 앞에 무언가 휙 튀어나왔다.


[신규 개체 감지.]

[파악 중.]

[오류. 기존 정보가 있습니다.]


이러한 글씨가 파란 테두리를 두르고 주르륵 올라오는 게 아닌가.


[최신 정보를 불러옵니다.]

[오류. 연동 실패, 새로운 정보를 개화합니다.]



[개체명:류예다

레벨: 0

특성: 생명의 불


마력: 5/5

스킬: 상태창(B), 인벤토리(C)

힘: 7 / 체력: 8 / 지능: 3 / 마나: 5

잔여 스탯: 0 ]



푸르른 글씨가 반짝하고 깜빡인 후 정말 깜짝 놀랄만한 게 보였다.


상태창 같은 게 보이는 게 아닌가.


"상태창..? 재각성 한 거야, 지금?"


약간의 당황과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고 상태창을 봤다. 스킬만 좋다면 헌터 일도 할 수 있겠지.


게임과 소설에서 흔히들 보는 상태창은 안타깝게도 현실에선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몬스터를 죽이면 신체와 스킬이 강해졌을 뿐.


이런 세련되고 편리한 설정은 없었다.


이내 상태창을 이리저리 둘러보며 파악을 시작했다.


현재 내 위치는 게이트 내부로 추측한다.


마지막으로 본 것이 붉게 빛나던 게이트와 날 밀어내던 하정씨의 얼굴이었으니까.


물론 그녀를 생각하면 속이 답답하고 화가 났지만 일단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분노는 잠시 밀어 넣고 쓸 수 있는 것부터 파악 해야 했다.


나는 팔에 이리저리 힘도 줘보고 흔한 클리셰인 인벤토리도 외쳐보고 상태창도 꾹꾹 눌러봤지만.


"아니, 도움 되는 게 뭐 없는데?"


신체 능력은 달라진 게 없어 보이고 상태창은 물리력이 없었다.


터치가 안 됐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주변 물건에 설명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슬프게도 인벤토리만 잘만 보이기만 했다. 그래 딱 보이기만 한다.


보통 소설을 보면 인벤토리에 무거운 걸 넣고 던지거나 인벤토리로 앞을 막기도 했다.


그러나 내가 희망 회로를 돌리며 인벤토리에 땅에 박힌 큰 바위를 넣어보려 했으나 안 들어가더라.


조심스럽게 뻗은 새끼 손가락도 인벤토리를 그냥 통과했다.


그래. 조졌다.


내 능력으론 이곳에서 몬스터를 만난다면 바로 죽은 목숨인 것 같다.


상태창이고 인벤토리고 여기서 살아나가야 도움이 될 거 아닌가.


이제 마지막 남은 거라곤 '생명의 불' 이거 하나 남았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달래며 약간의 기대와 함께 불꽃을 소환해봤다.


"생명의 불."


물론 특성 이름도 작게 불러가며.


딱 봐도 평소 내가 뿜어내던 촛불과 똑같지만 그래도 이름에 생명이 들어가지 않던가.


무언가 특별한 점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타난 불꽃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손가락으로 만져보고 앞의 바위에 던져보기도 했지만, 평소와 같은 작고 미약한 불꽃일 뿐이었고.


그 순간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어디선가 곰이 튀어나왔다.



***



나 류예다, 스물 다섯살. 현재 인생 최대의 위기를 겪고 있다.


허공에 떠 있는 상태창과 작고 아담한 불, 그리고 눈 앞의 곰.


그르륵 거리는 목 울림 소리에 간담이 서늘하다.


윤기나는 빽빽한 검은 털, 둥글고 큰 귀, 앙 다물린 주둥이 속의 삐죽이 솟아오른 이빨들과 흉포한 얼굴.


치밀어 오르는 공포에 당황하고야 말았다.


몸이 절로 뒷걸음질을 쳤다.

그리고 이내 발을 돌려 등을 보이고 허겁지겁 도망가게 됐다.


인터넷을 보면 흔히들 맹수에게 등을 보이지 말라는 글을 보고는 한다.


맹수를 자극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자극이고 뭐고 공포에 발길이 먼저 움직이더라.


당혹스럽다. 왜 곰일까.


여긴 게이트 안으로 추정되지 않던가? 그러면 외형이 그냥 곰이어도 몬스터라는 말이다.


듣기로는 연구소는 위험성이 낮은 E 등급 게이트 위에 지어졌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고블린이나 코볼트 같은 몬스터가 나와야지, 왜 곰이 나타난단 말인가.


곰 형태의 몬스터는 최소 D급부터 시작할 정도로 강한 종이다.


따라서 별 능력이 없는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못 이긴다는 말이다.


바삐 뛰며 나무 기둥을 이리저리 돌아가며 도망치길 잠시.


그르륵 거리며 울리는 소음에 뒤를 훑어보니.


너무도 빠르게 곰이 쫒아오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곧 따라잡힐 것 같았기에 작은 불꽃을 곰에게 쏘아 보냈다.


곰이 제발 불꽃에 시간이 끌리길 바라며 말이다.


그러나 흘깃 돌아본 시야 끄트머리에 보인건,

곰의 빽빽한 미간 털에 들러붙어 잠깐의 불티를 남기고 흩날리는 작고 아담한 불똥이었다.


그걸 확인하자마자 머리가 팽팽 돌아가며 여러가지 방법이 떠올랐고.


다급했던 나는 냅다 숲에 불을 질러 버렸다.


음. 불이 작다면 크게 키우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



등이 땀으로 축축하다.


그만큼 현재 상황은 긴박했다.


주변은 이미 불이 옮겨 붙기 시작했고.


눈 앞의 불 붙은 나무들을 사이에 두고 곰과 대치하고 있던 게 불과 잠깐 전.


곰은 내 생각과는 달리 불을 피하지 않았고 몸에 불이 붙은 그대로 나무를 부수고 있다.


불타는 나무를 끼고 이리저리 피하고는 있지만 불길은 다가오지, 앞을 막아주던 나무들은 불타 스러지고 있다.


불에 타죽던, 나무를 부순 곰에게 잡아먹히던. 목숨이 경각에 달한 거 같다.


생존을 위해 굴러가던 머리는 멈춘지 오래고 그나마 눈동자만이 뒤룩뒤룩 굴러가며 주변을 살폈다.


그리고 발견했다.


불길이, 처음부터 정면에 켜져있던 상태창을 넘지 못하고 있는 걸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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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전 직장 엎어버림 24.08.23 20 0 13쪽
13 SS급 상태창으로 전 직장 뒤엎음 24.08.22 22 0 13쪽
12 탑의 정상화 24.08.21 21 0 12쪽
11 구덩이와 덩치들 24.08.20 21 0 12쪽
10 탑과 전직 24.08.20 23 0 13쪽
9 탑과 라이트. 24.08.18 23 0 12쪽
8 모텔 속 고민 24.08.16 31 0 12쪽
7 고블린 기사 24.08.15 33 0 12쪽
6 게이트: 고블린 숲 24.08.14 35 0 12쪽
5 길드 24.08.13 40 0 11쪽
4 무시 24.08.12 42 0 12쪽
3 등급 측정 24.08.11 45 0 12쪽
2 상태창 딸깍. 24.08.10 54 0 12쪽
» 재각성 24.08.08 68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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