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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아프다
작품등록일 :
2024.08.08 13:23
최근연재일 :
2024.08.2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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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4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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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고블린 숲

DUMMY


밝게 빛나는 듯한 최지현의 얼굴에 눈이 부셨다.


멍하니 보면 실례일까봐 서둘러 눈을 아래로 내렸다.


근데, 옷이 어제랑 같은 거 같은데?


"혹시 집에 안 들어가셨나요?"


"아, 어제 계약서에 사인 하셨잖아요? 바로 등급에 맞는 공공 게이트 계약도 하고, 계획도 이것저것 세우느라. 아하하..."


"네? 안 주무신거에요?"


"아뇨 아뇨, 자긴 했어요, 길드 샤워실에서 씻기도 했고요. 저 꽤 괜찮아보이지 않나요?"


오늘만큼 힘나는 날이 없었다며 폴짝폴짝 뛰는 최지현이었다.


얼굴에서 빛이 나긴 한다. 옷도 정리했는지 몸의 선을 타고 쭉 떨어져 그녀의 몸매를 부각하기도 했고 말이지.


눈 둘 곳이 없달까.


정말 예쁘긴 하다. 흡, 아니다. 요즘엔 이러면 잡혀간다.


여미새 멈춰!


홀리려던 마음을 겨우 돌리고 앞으로의 일정을 물어봤다.



"오늘부터 한 달 동안 E급 던전부터 B 급까지 차근차근 올릴 거에요."


"아무리 스킬이 강하다 하더라도 신체 등급이 낮으면 높은 등급의 게이트보다 낮은 등급의 게이트가 신체 능력치가 더 잘 올라서요."


"고등급 게이트는 효율이 떨어져요." 라며 조곤조곤히 말하는 그녀였다.


어제는 정말 신났었나보다. 오늘은 이렇게 조용히 말하는 걸 보니 말이다.


아무튼 중요한 정보도 얻었고 이젠 장비에 대한 얘기를 꺼내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혹시 장비를 빌릴 수 있을까요? 제가 아직 장비를 못 구해서요."


"아! 장비요? 장비는 그냥 드릴게요! 신입 들어오면 주려던 장비들이 창고에 있거든요?"


공짜로 장비를 주겠다니.


아 이건 못 참겠다. 얼굴에서 다시금 빛이 난다. 음. 이건 어쩔 수 없지.


이러나 저러나 챙겨주기만 하는 그녀에게 내 마음속 여미새를 풀어주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잘 쓸게요. 정말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B 급까지 달려볼게요,"


"네! 그러면 감사드리죠! 그래도 몸은 조심해가며 해주세요! 장비도 방어력에 집중된 타입이고, 저희도 최대한 서포트 하겠지만! 아무래도 본인이 스스로 조심해야 하니까요!"


웃으며 말하자 똑같이 해맑게 웃으며 와다다 쏟아내는 그녀였다.


아, 이 사람은 웃으면 말이 많아지고 빨라지는구나.


끝이 미세하게 올라가는 말투가 너무 귀엽다.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미소를 숨기지 않고 말했다.


"하하. 알겠습니다."


웃음이 난다. 하루 만에 이렇게 처지가 바뀌다니.


이렇게 좋은 사람을 만나다니 인생사 격세지감이 너무 크다.


"그럼 가보실까요? 오늘 게이트는 고블린 숲이에요."


당당하게 걸어가는 그녀를 쫒아 차로 발을 옮겼다.


오늘은 느낌이 좋았다.



***



그 시각 하길수는 여기저기 바쁘게 전화를 돌리고 있었다.


"어 나야. 비전 길드가 예약한 길드 중에 D급 이하 게이트들 내역 싹 긁어와봐."


"형님, 그건 좀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런 처리는 요즘 단속이 너무 심해서 말입니다."


하길수가 어떤 '처리'를 하려는지 알겠다는 듯 전화를 받는 남자는 우려를 표했다.


"뭐? 니들 모가지가 날아가게 생겼어. 잔말 말고 싹 긁어와!"


너희를 위해서라는 듯이 쏘아붙이는 하길수에 남자는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예. 알겠습니다. 형님."


"형님이라 부르지 말고, 팀장. 팀장님이라고 부르라고."


하아... 하며 한숨을 내쉬는 하길수는 전화를 끊고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


"쯧... 믿을만한 놈들이 이리 없냐..."


"꼭 성공해야 하는데. 씁."


이건 그의 길드 전체의 문제였다.


그러나 본인의 흥망성쇄가 달리기도 했단 말이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꼭 이카루스로 올라가서.


부장을 달아보고야 말겠다.


여기서 끝날 수는 없다.


각오하는 하길수였다.



***



강원도 평창의 한적한 산지 중간.


2시간 30분 정도를 차로 달려,

고블린 숲 게이트에 도착했다.


어우, 피곤해. 몸이 너무 찌뿌두-둥 했다.


이거 이동 시간이 사냥보다 길어지는 게 아닐까 싶다.


그건 안 된다. 못 버틸 거 같으니 어떻게든 해야했다.


"지현 씨, 혹시 다음 게이트가 이 주변일까요?"


"아, 네! 다음 코볼트가 등장하는 게이트는 여기 바로 옆 동네에요! 아무래도 리스폰 시간동안 번갈아 가며 사냥해야 하니까요!"


게이트 두 개를 하루종일 예약을 잡아놨다며 대답하는 그녀였다.


생각보다 괜찮은 상황이긴 했는데.


"그럼 저희 오늘 여기서 자고 갈까요?"


"네..? 자고 가...다뇨?"


그녀가 말을 더듬어 바라보니 귓가가 빨개져있다.


아니, 이 여자야... 난 그 뜻이 아니란 말이다.


대체 왜 이야기가 거기로 새는 거냐.


물론 좋긴했다. 이런 반응이면 나중엔 정말 서로 마음이 가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서둘러 그녀의 말을 정정해줬다.


"그런 뜻이 아니라...저희 1개월 내로 B 급 찍어야 하잖아요? 시간도 아낄 겸, 새벽까지 사냥하다 자고 돌아가자는 거에요."


음란마귀 저리 가라 훠이-


모솔 25년차인 나는 결혼할 여자가 아니면 안 된단 말이다.


"아... 네... 죄송합니다."


얼굴이 시뻘개져 허리를 숙이는 그녀.


그런 그녀를 보다보니 일어서야 할 분위기다.


뻘쭘해져 서둘러 안전벨트를 풀고 차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조심스레 차 밖으로 쫒아 나오는 최지현.


서로 약간 떨어져서 말없이 휴대폰을 봤다.


그렇게 어색한 시간을 보내길 잠시,

길드원 3명이 도착했다.


다행히 곧장 시끌시끌 해지며 어색한 기류가 사라졌다.


지급받은 장비를 모두 착용하고, 잠시 브리핑을 들었다.


탱커 3명이 앞을 막고, 최지현이 고블린을 무력화하면 내가 직접 사냥하는 방식이었다.


신체 등급은 몬스터를 직접 잡아야 상승한다,


그런데 아무래도 내 스킬은 20번 밖에 쓸 수 없으니 보스를 제외한 잡몹은 검으로 직접 죽여야 했다.


덕분에 어쩔 수 없이 시간이 늘어질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브리핑을 끝내고 각자 약간의 간편식을 챙겼다.


나는 가방에 넣는 척, 인벤토리에 넣었지만 말이다.


상태창과 인벤토리는 아직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이거 알려지면 난리날 거 같거든.


뭐 어쨌거나, 이제 사냥할 시간이다.


게이트 앞을 지키는 협회 소속 직원들에게 출입장부를 적어주고 들어온 E 등급 게이트 고블린의 숲.


오면서 검색해보니.


이곳은 보스인 고블린 기사만 상위 개체인 걸로 알고있다.


나머지는 고블린 전사 정도가 최대.


그래서 딱히 돈이되는 게이트는 아니다.


가끔가다 드랍이 중박은 터진다는데,


그래봐야 중박에 운이 억수로 좋아야 한다.


그래서.


이번 사냥은 마석 외의 부산물은 다 날 준단다.


파밍하는 경험을 쌓게 만들겠다나 뭐라나.


아무튼 좋은 사람들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주변을 경계했다.


"예다 씨. 사냥 할 준비 해주세요."


드디어 고블린이 나타났다.


만나는데 좀 오래 걸렸다.


원래 이렇게 몬스터가 적나?



검을 꺼내며 바라보니,


고블린은 5마리 전부 목검을 들고 있었다.


"크르륵! 키약-!"


뭐야. 이 뚜벅이들은.


조막만한 고블린들이 짧은 목검을 들고 있는 걸 보니 어이가 없다.


긴장이 훅 내려갔다.


이거 E급 게이트 맞아..?


목검을 보고 있자니,

고블린들의 크기도 어쩐지 더 작아보였다.


사냥은 당연하게도 너무 수월했다.


푹!


탱커들이 앞을 막아줬고.


지현이 다리를 베어주면 그대로 목을 찔러 죽였다.


그저 다섯 번 검을 찌르니 끝나더라.


아쉽게도 마석은 안 나왔다.


이래저래 고블린들을 찾아가며 사냥한지 2시간 째.



게이트가 이상했다.



고블린의 숫자가 생각보다 적었고,


고블린은 확실히 더 작은 게 맞았으며,


죄다 목검, 목창을 들고 있었다.


왜인지 싹 다 어린 고블린들만 나오는 것 같단 말이다.


고블린에게 새끼란 미끼와도 같았다.



또, 아무리 걸어도 숲이 끝나지 않았다.


고블린의 숲은 1시간 정도 달리면 게이트의 끝에 닿을 정도의 크기다.


2시간을 걸었으면 저 멀리 끝이 보여야 할 즈음인데 아직도 숲 한 가운데라고 탱커 3인방이 웅성댔다.


명백한 이상 징조였다.


"지현 씨, 꽤 사냥했으니 이제 슬슬 돌아가 볼까요?"


걱정을 담아서 말했다.


게이트가 생각보다 크고, 그 말은 게이트 등급이 높아진 상태일 수도 있다는 거다.


고블린의 숲이 아니라 고블린 도시 같은 게 튀어나오면 큰일 날 수도 있었다.


숫자가 어마무시 하니까 말이다.


"그게 좋을 거 같아요. 좀 이상하네요. 게이트 정보에선 이정도면 슬슬 끝날 지점인데..."


현재 우리 파티의 조합은 약간 기형적이다.


3 탱커 2딜러의 조합.


고블린의 물량에 쓸리면 돌파하지 못 하고 당할 수도 있었다.


스킬과 체력은 무한이 아니었고 머릿수는 다섯밖에 없었으니까.


"앞을 준일 오빠가, 뒤를 연우와 은빈이가 경계하고 예다 씨와 제가 중간에 위치해서 빠르게 빠져나가죠."


지현 씨가 빠르게 포지션을 정해서 숲을 돌파하기로 했다.


쐐기 형태로 빠르게 숲을 돌파하던 도중.


쐐애액-!! 푸욱!


화살이 소리와 함께 뒤에서 달리던 C급 탱커 이연우에게 꽂혔다.


다행히도 등에 걸어둔 방패의 가죽 테두리에 꽂혔을 뿐.


실질적인 피해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현 씨- 저희 큰일난 거 같은데요-!"


"후욱...! 그러게요! 탈출 하려면 50분 정도는 더 뛰어야 할텐데요! 최대한 무시하고 달려보죠!"


포위 당하기 전에 서둘러 빠져나가야 한다는 그녀의 말에 5명 전원이 뒤가 없는 사람처럼 뛰었다.


이레귤러 게이트.


간혹 게이트가 변형을 일으키는 것이다.


이번엔 게이트 규모를 보아하니 최소 도시 일 거란다.


다행히 게이트는 입장 후 3시간이 지난 뒤부터 다시 입구가 열리는데 시간도 딱 알맞았다.


이대로 빠져 나가기만 하면 된다.


쐐애액-! 캉!


화살을 최대한 무시하고 뛰자니 장비에 화살이 캉! 캉! 튕겨 나갔다.


살벌하게 쏟아지는 화살들을 보니 방어력에 몰빵된 장비를 준 최지현에게 너무 고마웠다.


살아 나가면 행가래라도 쳐줘야겠다.



그 때,


쐐애애액! 콰아앙-!


정면의 C 급 탱커 문준일에게 길쭉한 흑색 장창이 꽂혀 들었다.


문준일이 다급히 방패를 들어올려 막았으나 방패를 뚫고 들어와 어깨 갑옷에까지 박혀 들었다.


파티가 첫 피해를 입는 순간이었고.


정면에 큰 키에 흑색 갑옷, 삐죽이 튀어나온 메이스, 흑색 장창 3개를 지닌 고블린이 등장한 순간이었다.


이름은 나중에 알았으나,

고블린 기사 '둘타'를 만난 순간이었다.



***



"크르륵-"


약간의 대치 시간.


기사로 추정되는 고블린이 창을 쥐었다 놓았다 하며 간을 보고 있는 동안.


우리는 작게 대화를 나눴다.


"준일 오빠, 연우랑 위치 바꾸시고 회복약으로 치료부터 해주세요."


"그리고 뒤를 막아주시고요. 앞은 저희가 어떻게든 해볼게요."


"그리고 예다 씨. 혹시 측정실에서 보여줬던 폭발, 제가 신호하면 가능할까요?"


그녀가 나에게 중요하다며 말해왔다.


하압-


잠깐의 쉼호흡 뒤에 그녀가 다시금 말했다.


"저 고블린은 아마도 A 급 이상 같아요. 준일 오빠의 방패랑 갑옷이 한 방에 뚫린 걸 보면요."


원래의 고블린 기사는 강해봐야 C 급이 최대였다.


그러니.


"꼭, 부탁드릴게요."


라며 단단히 당부하는 그녀였다.


"근데 제 마법 사거리가 아직 1 m 정도 밖에 안 돼서요."


남들은 다 마법인 줄 아니까.


마법이라 하는 게 서로 편할 거 같다.


상태창을 드러낼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녀가 아직 한 대도 안 맞은 C 급 탱커.


한은빈을 가리키며 말했다.


"음- 그러면 은빈이가 앞을 막고, 그 뒤에서 기다리시다가 써주세요."


"그러면 가볼까 연우야?"


"옙, 누님."


뒤를 문준일이 막는 동안.


눈 앞의 기사가 움직이기 전,

최지현이 먼저 움직였다.



작가의말

허겁지겁 온 작가입니다.

오늘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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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구덩이와 덩치들 24.08.20 21 0 12쪽
10 탑과 전직 24.08.20 23 0 13쪽
9 탑과 라이트. 24.08.18 23 0 12쪽
8 모텔 속 고민 24.08.16 31 0 12쪽
7 고블린 기사 24.08.15 33 0 12쪽
» 게이트: 고블린 숲 24.08.14 35 0 12쪽
5 길드 24.08.13 39 0 11쪽
4 무시 24.08.12 41 0 12쪽
3 등급 측정 24.08.11 45 0 12쪽
2 상태창 딸깍. 24.08.10 54 0 12쪽
1 재각성 24.08.08 6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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