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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아프다
작품등록일 :
2024.08.08 13:23
최근연재일 :
2024.08.27 00:02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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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수 :
92,577

작성
24.08.1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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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모텔 속 고민

DUMMY


모텔 방에 혼자 앉아서 생각중이다.


혼자 궁상맞게 무슨 생각이냐 하면.


옆방에 있을 지현 씨 생각은 아니고,


방금전 고블린 기사와의 전투에서 내가 가진 것을 모두 쓰지 못한 거 같아서 그렇다.



그저 설명창 실체화 원툴이었던 싸움.


그저 운이 좋아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운이 좋군.' 이 네 글자 같이 클리셰적인 편의주의적 상황 진행으로 겨우 살아났을 뿐이다.


만약.


'고블린 기사가 방심하지 않았다면?'


마지막에 창이 빛나던 걸 생각해보면 그 전까진 제대로 안 싸우고 있었다는 뜻이다.


'팔 한짝 잘려나간 것에 도망치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분노한 고블린 기사의 메이스에 머리가 터졌을 거다.


설명창도 몇 개 안 남았었고, 나는 설명창을 겹쳐 앞을 막기 급급했으니 말이다.



첫날부터 이런 일이 생기니 너무 답답했다.


답답한 마음에.


후...


한숨을 한번 내뱉고 침대에 벌러덩 누워 볼을 챱-챱- 두들겼다.



그래... 지금 고민해서 뭐하겠나.


해결책은 하나 뿐인 걸.


'일단 최대한 빠르게 강해지자.'



상태창 원툴로 느껴지는 건, 내가 약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었다.


강했다면 상태창 하나로도 깽판치고 웃고 있었겠지.


그러니 지금은 레벨업을 우선시 하는 게 맞을 거 같다.


일단 사냥터로는 탑을 고려중이다.


뭐, 아직 헌터 1 일차에 3 레벨 뉴비인데 너무 오버페이스인가 하는 생각도 떠오르지만 말이다.



'이번 게이트에서 얻은 것부터 확인해봐야겠지.'


[근육이 한계를 넘어 근력이 성장했습니다.]

[근력: 7 -> 8 ]


고블린 기사와 싸우다가 알림이 뜨던 게 이거였나보다.



이로서 내가 어마어마한 사기캐라는 게 증명되었다.


남들은 게이트에서 사냥해서 능력치 조금 올릴 때,


난 똑같이 사냥하면서 상태창으로도 능력치를 올린다는 거니까.


단순하게 생각해도 남들에 비해 2 배가 오른단 거다.



'인벤토리.'


이번에는 얻은 아이템을 확인 해야한다.


내가 뭘 가졌는지는 알아야지.



[인벤토리 (30/30): 문베어 사체 1 / 기사의 흑색 장창 2 / ... / 기사의 팔 1 ]



새로 얻은 것 중 앞에 있던 흑색 장창을 먼저 확인 해봤고.



[기사의 흑색 장창:

등급: A

근력 +7 / 체력 +7

스킬: 강렬한 투창(B), 부드러움의 묘리(C)

방어력: 290


-강렬한 투창(B): 해당 무기의 투창의 위력 20% 상승. 투창의 관통력 10% 상승

-부드러움의 묘리(C): 해당 무기로 받는 충격 15% 감소.


고블린 족의 특수한 금속 '에테랄'을 재련해 만든 장창이다.]



나왔다!!


대박중에 대박이 터졌다.


망가진 장창을 포함해서 A 급 아이템을 4개나 얻은 것이다.


어쩐지 더럽게 강하더라니,

강한만큼 미친 드랍을 해주고 갔다.



심지어 보정이 5 개나 붙어있다.


여기서 보정이란 장착하면 신체가 강해진다거나, 행동이 보정되는 걸 뜻하는데.


근력, 체력+ 7이 얼마나 높게 붙은 보정인지는 모르겠지만 상태창이 A 급이라 공인해 줄 정도면 낮은 수치는 아니겠지.


방어력은 대충 장창이 막아줄 수 있는 충격의 크기가 아닐까 싶다.



뭐 이건 나중에 확인할 수 있을테고.


아쉽게도 스킬에 대한 설명은 무기 설명창에 붙어있었다.


따로 설명창이 나오는 거였으면 그대로 실체화 시키는 건데.


쪼잔한 상태창 같으니라고.



뭐 이 정도만으로도 가슴이 두근두근하긴 했지만 말이다.


무기 설명이 보인다는 것은 무기의 숨겨진 효과까지 다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감정 일을 하면 떼돈 벌겠네.


그리고 흑색 장창 정도의 스펙이면 모르긴 몰라도 개당 20억은 넘을 것이다.


보통 A 급 헌터들이 쓰는 무기 가격이 그 쯤 되니까 말이다.


"난 부자다. 야호!"


바로 엄마 노후까지 책임져줄 수 있을 거 같았다.


"고생하신~ 우리 엄마~ 꽃길만 걸으세요~"


나는 신이나서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며 남은 아이템을 서둘러 확인하려고 했지만.



[고블린 기사의 팔:

등급: ??


고블린 기사의 피 묻은 팔이다. 건틀렛, 반지, 팔이 들어있다.]



고블린 기사의 팔은 한 칸에 여러가지가 들어있어서 그런지 확인이 제대로 안 됐다.


팔을 꺼내서 분리 하려고 했는데.


팔에 찝찝하게 피가 묻어있다.


으...


이거 피가 뚝뚝 흐르는 게 인벤토리 속에선 시간이 멈추나보다.


바닥에 피가 떨어지면 모텔에 상당히 민폐가 아닐까 싶어,


흐르는 피가 이불에 묻지 않게 침대에서 조심히 벗어나 건틀렛과 분리했다.



[흑기사의 건틀렛:

듭급: B

체력 +8

방어력: 200


끝이 날카롭게 잘려나간 건틀렛이다. 나름 좋은 강철로 뛰어난 장인이 만들어 상당한 튼튼함을 자랑한다.]


오!


이건 조금 덜 비싸 보여서 내가 써도 될 거 같았다.


보정이 A 급에 비해 부족하긴 했지만 상태창이 공인한 B 급 아닌가.


B 급이 구린 게 아니라.


A 급이 사기적인 스펙일 터였다.


그러니 내가 착용해서 내 전력을 올리는 게 맞다 싶었다.


물론 장창을 쓰는 게 더 낫지 않냐 싶겠지만, 4m는 되어보인다.


생각보다 더 길단 말이다.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 같기도 했고 말이다.


쓰기 애매하단 말이지.


아무튼 건틀렛은 다 확인했고, 이제 남아있는 반지를 확인 해볼 차례.



[빛바랜 고블린의 인장반지:

등급: C


고블린 왕국의 귀족임을 증명하는 반지다.]



"꽝인가?"


등급은 C인데 능력치도 안 붙어있고, 설명도 부실한 게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진짜 모르겠다.


당장은 쓸 이유가 없으니,

일단은 고블린 기사의 팔과 함께 인벤토리 한 구석에 킾 해놔야겠다.



그래도 오늘은 진짜 운이 좋은 날이었다.


이레귤러 현상이 일어났어도 결과적으론 A 급 장비를 얻지 않았나.


뭐 나 혼자 얻은 건 아니어서 마음이 조금 쿡쿡 찔리긴 했지만 말이다.


나중에 지현 씨한테 슬쩍 챙겨줘야지.


지현 씨가 날 계속 챙겨주던 것도 있고, 이번 사냥에서 다들 최소 장비 하나 씩은 망가졌다.


날 도와주다가 망가지고 다친 것이니 그래도 처분해서 보상은 해줘야 할 게 아닌가.


뭐 당장은 처분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장창은 일단 A 급 이상의 고블린을 물리쳤다는 '실적'을 증명하는 용도로 써야하기 때문이다.



지잉- 징-


생각을 하던 중에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인은 이호현 씨.


아까 협회 직원들한테 이레귤러 현상을 보고하고 문자로 따로 연락을 드렸었다.


문자를 보내려고 보니 액정이 깨져 있어서 눈물을 찔끔 흘렸지만 말이다.


"안녕하세요. 호현 씨."


"아, 예다씨. A급으로 추정되는 고블린이 나왔다면서요? 몸은 괜찮으세요?"


전화를 받자마자 이호현이 걱정이 됐는지 다급하게 말했다.


어제 처음 만났는데 이렇게 안부 전화까지 걸어주다니.


역시 관계를 끝까지 같이할 사람인 거 같다.


"네, 괜찮아요. 전 뭐, 한 대도 안 맞아서요."


맞았으면 죽지 않았을까 싶다만.

일단 안 맞았으니까.


"후, 그러면 다행입니다, 혹시 다른 분들은..?"


이호현이 한숨 덜었다는 듯, 그러나 조심히 물었다.


"위험하던 분이 한 분 계시긴 했는데요. 지금은 병원에 가셔서 괜찮을 거 같아요."


"정말 다행입니다. 아, 예다 씨 '비전' 길드에 들어가셨다고요?"


"네, 맞아요. 소문이 정말 빠르네요. 하하."


"오랜만에 나온 유망주를 대뜸 채가서 영업도 제대로 못해봤다며 하소연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요."


이거 하루만에 이 바닥에 소문 다 났나보다.


소문이 너무 빠른 걸 보아하니 앞으로는 행동을 좀 조심해야 될 거 같다.


'괜히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가는...'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안 좋은 일로 뉴스에 내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오면 쪽팔려서 어떻게 사나.


"'비전' 길드에 대한 말도 꽤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러는데 이번 일은 제가 최대한 실적으로 올려 보려는데 어떠십니까."


'비전' 길드의 상황을 알고 있는지 실적에 대해 말해오는 것이었다.


고블린 기사의 사체가 없어서 증명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고마운 상황이었다.


최대한 B급에 빨리 올라가야 길드가 정상화 되는데, 그걸 도와준다는 소리니까 말이다.


"그러면 감사하죠. 그런데 너무 도움만 받는 거 같아서 어쩌죠?"


내가 이호현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 지 생각해보던 차에.


"그러면 다음에 하연이 데리고 밥이나 한 끼 사주시죠. 하연이가 어제부터 예다 씨 얘기를 얼마나 꺼내던지, 하하하."


이호현이 김하연을 언급하며 밥을 사주라고 부탁해왔다.


음, 이 정도면 그냥 거저긴한데,

어제 처음 본 내 얘기를 그렇게 했다고? 이거 그린라이트인가?


"아, 넵. 그러면 다음에 시간 될 때 약속 한번 잡아볼게요."


"네- 그래 주시면 감사하죠. 그럼 예다 씨, 시간 날 때 협회에 와서 부산물 보여주시면 됩니다. 하루 잘 보내시고 또 연락 주세요."


그러고 끊어진 통화.


오늘 진짜 무슨 날인가?


아침에 느낌이 좋긴 했는데 자꾸 뭘 얻으니 조금 무서울 정도다.


교과서에서 봤던 운수 좋은 날이 떠오른다.


'이거 이러다가 갑자기 큰일나는 거 아냐?'


내 육감... 이대로 괜찮은가.


쓸데없는 생각을 하길 잠시.


똑똑똑-.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예다 씨, 저희 밥 먹으러 가요!"


"네! 나가요!"


꼬르륵-!


최지현의 밥 먹자는 말에 배에서 천둥이 쳤다.


아 배고파.


모텔에 오면서 보니까 뼈다귀 해장국 집이 있던데.


해장이 마려운 순간이었다.



***



아까 전, 게이트 안에서.


최지현은 고블린 기사의 창에 팔이 찔리는 순간 암담함을 느꼈었다.


원래의 계획은 예다 씨가 파고들 틈을 줘서 폭발을 일으키고.


폭발에 자세가 흐트러질 고블린 기사를 자신이 마무리 하는 것이었을 터였다.


그러나.


눈 앞의 기사는 너무 강했다.


별다른 스킬을 쓰는 것 같지도 않았는데.


스킬을 사용한 자신의 검을 대충대충 상대하더니, 자신의 노림수를 순식간에 역으로 노려왔다.


그 다음은 연우의 도움으로 한숨 돌리나 싶었지만, 허무할 정도로 쉽게 공격을 당해버렸고 이제 끝인가 싶던 순간이었다.


그 순간 고블린 기사가 웃는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예다가 달려오고 있었고.


폭발과 함께 고블린의 장창이 터져나갔다.


그대로 내 앞을 막아주는 그의 모습에,


가슴이 두근두근 해서 그랬을까.


자신도 모르게 생각했다.


'아...멋있다.'


분명 어제 처음 봤을 터인데,


이렇게 불리한 순간에도 달려와서 구해주다니.


예다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볼 수 밖에 없었고.


쾅!


소리가 난 후,

정신을 차려보니 고블린 기사는 도망치고 있었다.


두근- 두근-


살았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가슴이 두근두근 울린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팔과 연우를 치료하며 생각했다.


처음 봤을 때부터 훈훈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오늘 게이트에서의 예다의 뒷모습은 잊지 못할 것만 같다고.


그래서였다.


게이트를 나와 세 명만 남았을 때,

모텔 방을 잡자고 예다를 보며 웃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던 것은.


어쩐지 예다를 바라보는 한은빈의 눈빛이 의식되어 하게 된, 어쩔 수 없는 일이었고.


내가 예다 씨를 마음에 뒀다고 한은빈에게 알리는 소심한 신호였다.




뭐, 그걸 한은빈도 동의 하는지는 또 다른 이야기였지만 말이다.


한은빈은 그저 억울할 뿐이었다.


한은빈이 알았더라면,

'그래... 언니 꺼 해.' 하고 넘어갔으리라.


끼리끼리 논다더니.

서로를 마음에 둔 잉꼬 두 마리가 주변에 날갯짓을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깃털만 날린단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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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구덩이와 덩치들 24.08.20 21 0 12쪽
10 탑과 전직 24.08.20 23 0 13쪽
9 탑과 라이트. 24.08.18 24 0 12쪽
» 모텔 속 고민 24.08.16 32 0 12쪽
7 고블린 기사 24.08.15 33 0 12쪽
6 게이트: 고블린 숲 24.08.14 35 0 12쪽
5 길드 24.08.13 40 0 11쪽
4 무시 24.08.12 4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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