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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아프다
작품등록일 :
2024.08.08 13:23
최근연재일 :
2024.08.27 00:02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527
추천수 :
1
글자수 :
92,577

작성
24.08.27 00:02
조회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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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2쪽

쉿, 병실에선 조용히

DUMMY


나는 좆됐다.


정말 유명한 구절이다.


이 유명한 구절처럼 지금 상당히 큰일 난 것 같다.


옆에는 눈이 싸늘한 다희 누나가 있고.


문 앞에는 눈에서 불이 나오는 것 같은 지현이 누나가 있다.


서로를 노려보는 누나들의 기세에 숨이 턱턱 막혀왔다.


'대체... 왜 내 앞에서 이러는 거야.'



"여사친, 이라고 하셨나요?"


여사친이라는 단어 하나에 한겨울 서리바람처럼 싸늘해진 지현이 누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갑자기 지현이 누나가 무섭게 느껴져.


"네."


"그러면 여사친이 그렇게 상체를 더듬고 있을만한 관계인가요?"


아 그게 문제였구나. 난 다희 누나한테 별 감정이 없어서 몰랐었다.


하긴 누가 지현이 누나를 만지고 있으면 나라도 기분 나빴겠지.


근데 이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기분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누나가 날 제 남자라고 생각해주고 있다는 거니까.



"그건 저희끼리 문제죠. 그보다 누구시죠? 혹시 여자친구분이신가요?"


아니, 다희 누나는 왜 거기서 도발을 하고 있는 거야. 아까는 옆이 빌 때까지 기다린다더니...


"...아뇨. 그렇지만 여자친구 예정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대답을 미루다가 입술을 짓 씹는 지현이 누나가 보였다.


여자친구냐는 물음에 확답을 하지 못한 것이 분한 것일까..?


'누나... 분해 하지마.'


나는 당장이라도 썸남에서 남자친구로 바뀔 생각이 있었는데...



뭐. 생각은 생각이었을 뿐이다.


누나들의 기 싸움에 말려서 끼어들 순간을 놓친 것 같다.


이제 와서 말해봐야 소용 없을 것 같단 말이지.


그보다 지현이 누나의 눈빛에 슬슬 좀 무서워진다.


지금 일의 후폭풍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 여자친구 예정이라니. 조금 아쉽게 됐네요?"


다희 누나 쪽도 뭐가 불만족스러운지 계속 말투가 딱딱하다.


그건 그렇고 왜 저 말이 비아냥거리는 걸로 들리는 걸까.


"여자친구 예정이시라지만, 아직 여자친구도 아닌데. 그렇게 사람 잡아먹을 듯이 보시지 마시죠. 우리 예다 얼굴 굳은 거 안 보이세요?"


이 순간 다희 누나가 날 걸고 넘어졌다.


아... 이건 진짜 좆됐다라는 단어로도 다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내 얼굴이 굳었다는 말이 나오자마자 지현이 누나 얼굴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굳었거든.



"예? 우리 예다요? 하... 지금 누가 누구 예다라는 거에요?"


"그리고, 지금 제 남자 몸을 더듬고 있던 게 누구인데요. 제가 기분 나쁠만 하지 않나요?"


지현이 누나가 상당히 짜증난다는 듯이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거 이대로 두면 진짜 큰일나겠는데?'


아무래도 이쯤되면 어떻게든 끼어들어서 말싸움을 종식 시켜야겠다.



"그쪽 남자요? 아직 사귀지도 않으셨으면서요? 마냥 좋아하기로는 저도 예다 엄청 좋아하거든요?"


지현이 누나 편들어주기에 딱 좋은 주제로 넘어온 것 같은데.


지금이 기회인 것 같다.


"다희 누나, 미안하지만 그만해줘. 지현이 누나도 기분 나쁠 일 만들어서 정말 미안해."


"그리고 다희 누나. 나랑 지현이 누나 곧 사귈거야. 그러니까 그만 해줘."


다행히도 이번에는 제대로 끼어든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내 선택은 지현이 누나다.


서로 감정도 확인했던 게 어제였기도 하고.



"들으셨나요? 예다는 절 선택한 것 같은데요?"


내 말에 팔짱을 낀 채 다희 누나를 쳐다보며 담담하게 내뱉는 지현이 누나가 보였다.


"... 예다야."


글썽글썽한 눈빛으로 날 바라보는 다희 누나였지만.


그렇게 보지 말아줘 다희 누나...


뭔가 죄를 짓는 기분이었지만,


어쩔 수 없다. 나는 지현이 누나가 좋은 걸.




그 때 다희 누나가 내게 찰싹 붙어 귓속말을 해왔다.


"나 진짜 너 포기 안 할 거니까. 나중에 옆이 비면 꼭, 나한테 와줘야 해."


아... 이거 쎄한데?


팔에 뭉클한 느낌이 날 정도로 찰싹 붙어서 귓속말이라... 이건 변명의 여지도 없다.


이것도 분명 지현이 누나한테 마이너스 요소로 적용될 것 같다.


너무 순식간이라 밀어내지 못한 게 너무 후회된다.


상처 부위가 아무리 아팠어도 밀어냈어야 했는데.


"그만 하고 떨어지시죠? 남의 남자한테 구질구질하게 뭐 하시는 거에요?"


나와 다희 누나의 꼴을 본 지현이 누나가 으르렁 거리듯 낮게 말해온다.


역시나. 이럴 줄 알았다.


이럴 때는 결단이 필요했다.



"다희 누나, 미안하지만 이만 가줘."


"... 알았어. 다음에 또 봐."


드르륵-


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다희 누나가 사라졌다.


휴... 다행이다.


괜히 안 간다고 하면 곤란했을 텐데.


둘만 남은 병실 안이 조금 적막하게 느껴질 때,


"예다야."


지현이 누나가 날 나직하게 불렀다.


평범하게 불렀을 뿐인데.


이 세 글자가 왜 이리 무서운 걸까.


"어, 누나. 계속 말해줘."


그래도 지현이 누나를 포기할 게 아니라면 여기서 최대한 해결해야겠지.


일단 공손하게 앉았다.


혹시 알아? 내 정성에 지현이 누나 기분이 조금이라도 풀릴지.



"혹시 양다리 아니지..?"


"당연히 아니지. 누나."


양다리라니 무슨 무서운 말인가.


모솔 인생 25년. 나 류예다. 마음 속 여미새를 걸고 맹세할 수 있다.


절대 양다리 아님.



"그러면 방금 그 여자. 그만 만날 수 있어?"


"응? 당연하지 뭘 그런 걸 조심스럽게 물어봐?"


올게 왔지만, 이 정도는 당연한 거겠지.


방금 사건을 수습하는데 이 정도면 싸게 먹히는 게 아닐까?



"그래?"


... 아직 화가 안 풀렸나 보다.


질문이 너무 단답이라 무서운데.


"그럼. 누나가 내 여자인데 이정도는 당당하게 요구해도 돼."


"진짜?"


다행이다. 목소리가 약간 풀린 것을 보니 기분이 살짝 좋아진 것 같다.


그럼 여기서 제일 중요한 걸 짚고 가야겠다.


아까부터 반응을 보니 왠지 누나도 바라는 것 같거든.


분위기를 반전 시킬 한 방이 필요하기도 하고.



"누나, 그래서 말인데."


"응?"


"우리 사귈까?"


이건 진심이다. 그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말이 아니었다.


'꼭 사귀면 좋겠다.'


그러면 매일 데이트도 하고 모텔도... 흠흠.


'연인끼리 사랑을 나누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



"뭐..?"


"우리 사귀자고. 서로 감정도 이미 확인했고. 아직 데이트도 못 해보긴 했지만. 나 누나 진짜 좋아해."


제발. 제발 받아줘 누나!


지금이 최적의 기회인데 지금 이 분위기에 안 받아주면 나중에도 희망이 없다.


"..."


지현이 누나가 답이 없다.


설마 실패했나?


내 여친, 없다..?



"...그래 용서해줄게. 후... 그런데 하나 말해두겠는데."


"좋아하는 걸로는 안돼. 날 사랑해줘."


한참을 고민하던 지현이 누나가 내 앞으로 성큼 다가오며 말했다.


캬- 바로 이거거든.


사랑 해달라니 너무 좋다.


"누나... 나 사실 누나 사랑해. 좋아한다는 건 누나가 부담스러워 할까봐 그랬어."


지현이 누나를 꽉 껴안았다.


뭉클한 감촉과 함께.



'끄흡...'


상처 부위가 너무 아프다. 아프지만, 행복해.


처음 병원에서 지현이 누나의 불타는 듯한 눈을 봤을 때는 진짜 큰일나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어 지현이 누나랑 사귀게 됐다.


이거 다희 누나한테 고맙다고 절이라도 해야 하나?


오늘 있었던 사건 중에 이게 제일 큰 보상이 아닐까 싶다.


"고마워. 예다야."


"누나. 진짜 진짜 사랑해. 앞으로 잘 해줄게."


다시금 지현이 누나를 껴안으니 마음이 몽글몽글 해지는 것 같다.


실제로 꼭 껴안은 몸 사이로 크고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져서 더 그런가 싶기도 하고.


누나의 넓은 마음에 너무 행복하다.



"그런데 대체 왜 이렇게 다친거야?"


"그게 말이지."


걱정이 뚝뚝 묻어 나오는 지현이 누나의 말에 A헌터스 물류센터에서의 사건을 말해줬고.



"덕분에 A헌터스 길드의 차남이 우리 길드에 대한 견제를 막아주겠대."


덩달아 5대 길드 중 하나인 A헌터스 길드의 방해가 사라졌음을 말해주게 됐다.


"진짜 고마워. 너 덕분에 우리 길드원 전부 다 한숨 돌릴 수 있을 것 같아."


"뭘. 누나 일이면 내 일인데 이런건 할 수 있으면 무조건 해야지."


지현이 누나가 고맙다고 하니 오히려 내가 더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다.


여자친구한테 인정받는 삶.


'이게 행복이 아닐까?'


그리고 길드원들도 다들 좋은 사람이었고.


길드가 안정되면 내가 활동하기도 편해질 거다.



"그렇게 말해줘서 진짜 고마워. 널 만난게 내 최고의 행운인 것 같아."


"아냐, 오히려 누나를 만난 게 내 인생의 최고 행운이지."


그리고 최고의 행복인 중 하나 같기도 하다.


이런 따스함 가족 외에는 느껴보지 못한 것 같은데.


덕분에 지금 이 순간 지현이 누나와 결혼까지 생각했다.


'나중에 꼭 청혼해야겠다.'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지만 알게 뭔가.


지금 행복한데.



"그런데 예다야, 탑은 잘 등반했어?"


"등반은 잘 했지. 나 23층까지 올라갔다?"


너무 잘해서 문제다.


하루만에 15층을 뛰어넘으니 탑한테 등반 금지를 통보 받았단 말이지.


"진짜? 벌써 23층까지 등반했어?"


"근데 너무 빨리 올라가서 그런지 23층을 오르고 나서 다음 층으로 가는 계단이 안 나오더라."


"그래? 이상하네. 일단 그러면 다시 게이트로 가야겠네?"


"그래야 할 것 같기는 한데. 탑에 간다고 해놓고 하루 만에 다시 돌아오는 건 조금 그렇지 않나?"



게이트? 무조건 가야한다.


아직 B급 최소 조건인 신체 등급 C를 만족 못 시켰으니까.


근데 탑에 간다고 한지 하루만에 다시 게이트에 가기엔 좀 쪽팔렸다.


"얘는, 그냥 같이 가면 되지 무슨."


같이?


씁. 지현이 누나랑 같이 게이트에서 데이트 같은 사냥을 할 생각을 하니 너무 끌린다.


그래. 쪽 좀 팔고 행복을 사야겠다.


"그럼 힐만 받고 바로 갈까?"



"바로는 무슨, 일단은 쉰 뒤에. 아무리 그래도 너 지금 환자야."


정신 차리라는 듯이.


찰싹- 하고 등을 맞았다.


"으아아아악!"


너무 아프다.


누나.


아무리 그래도 내가 환자라는 걸 이렇게 알려줄 필요는 없었어요.


'끄으윽...'


게이트, 지금의 고통을 잊지 않겠다.


다 죽었어.



***



다행히 병원에 입원한 날 저녁에 출근한 힐러에게 힐을 받고 푹 잠을 잤다.


힐러가 왜 이렇게 늦게 출근했나 물어보니 게이트를 클리어 하고 오셨다더라.


하긴 힐러가 귀해서 여기저기서 부르는데 병원에 상주 시키기는 힘들었겠지.


아무튼 그렇게 힐도 받았고.


작은 1인실 병실이기도 해서.


간병인 역할을 자처한 지현이 누나랑 편안하게 같이 잤다.


야한 의미가 아니라.


가슴 따스한 의미로.


뭐, 그래도 껴안고 자니까 엄청 따스하긴 했었다.



아무튼 그렇게 하루를 병원에서 보내고 지현이 누나랑 같이 서울로 돌아왔다.


쓰읍- 하-


익숙한 서울 냄새에 살 것 같다.


'병원 약 냄새는 좀 별로였지.'



그렇게 돌아온 서울에서 밀린 일을 처리하던 지현이 누나였고.


드디어 시간이 남는다길래 손깍지를 끼고 물었다.


"누나, 우리 게이트는 어디로 가요?"


지현이 누나랑 깍지를 끼고 물으니 눈을 잘 못 마주치는 게 귀엽다.


역시 예쁘고 착한 지현이 누나가 최고다.


"이번엔 너도 더 강해졌다고 했으니 이번엔 C급 게이트 '오크 부락'에 같이 가자."


오크 부락이라... 오크는 처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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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쉿, 병실에선 조용히 24.08.27 14 0 12쪽
16 쌍방 과실 24.08.25 17 0 12쪽
15 진짜 무너진 전 직장. 24.08.24 20 0 11쪽
14 전 직장 엎어버림 24.08.23 20 0 13쪽
13 SS급 상태창으로 전 직장 뒤엎음 24.08.22 22 0 13쪽
12 탑의 정상화 24.08.21 21 0 12쪽
11 구덩이와 덩치들 24.08.20 21 0 12쪽
10 탑과 전직 24.08.20 23 0 13쪽
9 탑과 라이트. 24.08.18 23 0 12쪽
8 모텔 속 고민 24.08.16 31 0 12쪽
7 고블린 기사 24.08.15 33 0 12쪽
6 게이트: 고블린 숲 24.08.14 35 0 12쪽
5 길드 24.08.13 40 0 11쪽
4 무시 24.08.12 42 0 12쪽
3 등급 측정 24.08.11 45 0 12쪽
2 상태창 딸깍. 24.08.10 54 0 12쪽
1 재각성 24.08.08 67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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