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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아프다
작품등록일 :
2024.08.08 13:23
최근연재일 :
2024.08.27 00:02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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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2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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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무시

DUMMY


예다가 측정을 시작했던 그 시각 측정실 옆,

꽤 많은 길드의 관계자들이 측정실에 있었는데.


실력 있는 무소속 헌터의 영입이나,

타 길드의 유망주의 실력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중, 비교적 최근 소규모 길드 '비전' 을 만든 B급 헌터 '최지현'은 휴대폰을 보며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오늘도 한 명도 영입하지 못 했어...'


"적어도 2명은 영입해야 하는데 어쩌지..."


그녀는 자신을 믿고 따라와준 길드원들을 볼 면목이 없었다.


최지현은 한국 5대 길드 중 하나인 '이카루스' 의 유망주였으나 길드 내부의 정치 싸움에 휩쓸렸다.


그 결과로 27살의 젊은 나이로 무직.


다행히 자신을 두둔해주던 팀원들이 따라 나왔고.


그 동안 모아놓은 돈과 팀원들이 함께 모아준 돈으로 길드를 운영중에 있었다.


덕분에 아직 돈에 부족함은 없었다.


그래.


단지 돈만 있었다.


길드 섭립 직후,

시작된 '이카루스'를 비롯한 5대 길드들의 견제.


자신이 아무리 발악해봐도,

'비전'이라는 길드 이름과는 반대로.


현실은 올가미 처럼 조여왔다.


스카우트 중인 신입을 채가는 건 당연지사.


큰 맘 먹고 데려오려던 유망주는 도장을 찍기 직전, 잠수를 탔고.


이제는 게이트 입찰에서 조차 번번히 떨어졌다.


그녀가 손대는 모든 것에 견제가 들어왔단 말이다.


화룡 정점으로 6개월.


각 길드는 6 개월마다 일정수의 신규 헌터를 채용하는 법안이 생겼다.


그리고 현재 남은 기한은 1개월 뿐.


필요한 인원은 C급 2명. 아니면 D급 4명이나 B급 1명.


그 중 아직 단 한명의 길드원 조차 영입하지 못 했다.


남은 기간동안 또 영입에 실패하면 길드는 결국 해체되고,

길드원들은 무소속 파티로서 공공 게이트에서 구르게 될 것이다.


높은 입장료와 적은 수입에 점점 말라가다 스러지겠지.


어떻게 이 위기를 벗어나야 할지,

자신에게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몰라 눈물을 뚝뚝 흘리던 최지현.


그리고 그렇게 전전긍긍하던 최지현의 눈에 '류예다'가 들어온 것은,

당연한 '사건' 이었다.



***



머리를 팡팡 두들기는 도파민.


그에 잠시 부르르 떨며 서 있던 내 감각에 웬 시선이 느껴져 보니,


웬 여자가 미친사람처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헤집어져 부스스한 머리,

눈에 방울방울 걸린 눈물과 입에 물려있는 엄지 손가락.


부- 한 상의 왼편에 덜렁대는 명찰에 단 세 글자.


최 지 현.


'뭐지? 어디 아픈 사람인가?'


신났던 기분이 절로 서늘해졌다.


분명 어디 길드 영업사원이겠지 싶었지만.


그래도 저 몰골에 저 시선은 좀 아니다.


너무 부담스럽고 조금 소름까지 끼쳤다.


'혹시라도 저기는 가지 말아야지...'


블랙 길드일 확률이 99퍼 같았다.


그렇게 첫인상이 박살난 최지현을 자연스레 걸러버리고.



C 급 몬스터의 등장과 함께 측정이 시작 되었다.


눈 앞에 생기는 몬스터를 보며 생각했다.


C 급 게이트에서 가장 악명 높은 몬스터는 무엇인가.


그 해답은 눈앞에 존재했다.


2m의 거체.


얇은 갑각으로 이루어진 인간형의 몸체에, 길고 얇은 팔다리가 빙빙 꼬인 채 붙어있는 기형적인 외형.


그런 주제에 무지막지한 속도와 초능력 계열의 스킬을 랜덤으로 가진.


'텔레볼로스' 였다.


최저 C 급, 최고 S 급까지 관측된 이 개체의 높은 악명 덕분에.


C 급 측정은 건너뛰고 B 급 측정을 하는 이들이 상당히 많이 나온다.



그런 텔레볼로스가 지금.


콰드득! 쾅!


실체화 된 상태창 하나를 뚫지 못하고.

팔, 다리가 한 부분 씩 사라진 상태로 기어다니고 있었다.


첫 돌진에 상태창을 부수지 못한 녀석은 옆으로 피해서 다가왔지만,

그 빠른 속도도 눈보다 빠르진 못했고.


상태창과의 5번째 충돌에서 다리가 잘려 발광을 하다가

머리를 노린 공격에 그대로 팔까지 잘려나간 것이다.


발광을 하는 녀석을 죽이기 힘들었기에.


상태창의 위치를 조절해서 녀석을 짓누르고 마무리했다.


그 순간.


"으와아아악! 대박!"


이상한 비명소리를 내며 달려오다 직원에게 제지 당하는 최지현이 보였다.


"이거 놔봐요! 영입! 나, 저분 영입해야한다고오-! 제발 놔줘요!"


봉두난발이 된 머리와 충혈된 눈으로 손까지 싹싹 빌며 저러고 있는 걸 보니 정말...


미친년 같았다.


아니, 지금.


아직 측정 중인데요...?



***



"아아아악! 제발 놔주세요!"


비명을 지르며 버둥거리는 최지현의 팔을 붙잡고 끌고 나가는 직원들을 붙잡았다.


"잠시만요."


저렇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정신나간 사람을 이대로 보냈다가 칼이라도 맞으면 안 되니까.


요즘 세상은 참 흉흉한 것이었다.


잠깐은 들어보고 조심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 내 생각과는 상관없이 최지현은 계속 감사하다는 말을 반복하고만 있었다.


부담스럽다. 빨리 할말을 끝내고 가줬으면 싶었다.


"저기, 실례되겠지만 영입을 하셔야 한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아차! 제가 요즘 정신이 없어서..."


그래 보였다. 완전 제정신이 아닌 사람같기는 했단 말이지.


구겨진 옷을 정리하며 붕 뜬 정장 상의 안쪽에서 명함을 꺼내는 최지현.


"여기,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명함에 적혀있는 건.


'비전 길드 마스터 최 지 현. 연락처: 010-xxxx-xxxx'



길드 마스터.


한 문장에 깜짝 놀랐다.


얼마나 좆소면..? 여기서 길마가 직접 영업을 뛰는 거지?


또, 외모는 예쁘장한데 구겨진 정장, 봉두난발된 머리 등의 요소가 인상을 망쳤다.


저런 상태로 예쁜 느낌이 드는 게 신기할 정도다.


이런 저런 평가를 하는 동안,

최지현은 자신의 구구절절한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길드 해체까지 1개월 남았다는 말을 듣고.


나는 손사래를 쳤다.


"곧 망할 길드에 들어가는 건 좀 그렇지 않을까요..?"


이건 정말 아니었다.


첫인상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구멍 뚫린 배에 탑승 시키는 건 너무하지 않은가.


이정도면,


"웬만한 조건으로는 사람 절대 못 구하시겠는데요."


아마 절대 못 구할 거다.


5대 길드에 밉보이면서 푼돈 받고 소규모 길드에 가입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런 내 말에 최지현은,


"웬만한 조건...? 그럼 예다 씨는 웬만한 조건이 아니면 저희 길드로 와주실 건가요?"


"어... 계약금으로 적어도 2억..."


"1년 계약금으로 4억 드릴게요. 어때요?"


안 된다고 2억을 부르려고 했는데 4억이란다.


평범한 C 급의 1년 계약금이 1억 정도다.


날 보통의 C 급의 4배 가치로 취급해준 것이다.


기분이 꽤나 좋아졌다.


"그리고 1개월 내로 B 급이 되시면 4억 추가."


"1개월만에 B 급은 조금 힘들지 않을지..."


추가로 걸린 4억에 조금 소심해진 채 물었다.


"한달 동안 최대한 게이트를 몰아드릴게요."


'저를 돈으로 사시려는 건가요?'


라고 말하기엔 너무도 큰 돈이었다.


내 손은 이미 최지현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


"길드장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음, 돈 주는 사람이 왕이다.


"자 그럼 계약서를 쓰러 가보실까요?"


최지현은 아자! 하며 팔을 확 쥐었다 편 뒤,

내 손을 이끌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으나.


"잠시만요!"


"예? 혹시 계약 취소인가요? 도망? 잠수?"


그녀는 불안한 눈빛으로 와다다 물어왔다.


안쓰럽지만 이건 양보 못 한다.


"아뇨, 그게 아니라 아직 제 전투 측정이 안 끝나서요."


"아... 죄송합니다."


그녀는 자신 때문에 측정이 중단 되었던 걸 기억했는지 허리를 90도로 접어가며 사과를 해왔다.


"사정이 있으셨잖아요. 저 그렇게 꽉막힌 사람 아닙니다."


돈 때문에 이렇게 온화해졌다고 손가락질 하지 말길 바란다.


이 정도면 1년 정도는 고생을 해도 그 다음을 준비해 볼 법한 금액이다.


세상은, 마음 가는 곳에 돈을 써주는 것처럼.

돈 챙겨주는 곳에 마음 가는 법이기도 하고.



아무튼 짧은 사건이 지나가고.


측정이 재개 되었다.


B 급 게이트에서 나오는 몬스터 중 가장 까다로운 몬스터.


산성 슬라임이 등장했다.


녀석의 몸은 게이트 소재의 합금 방패도 녹이는 매우 강력한 산성 물질로 이루어졌다.


얼마나 산성이 강한지 닿는 무기가 녹아버려 충격이 온전히 통하지 않는단다.


덕분에 물리적 타격에 강해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거기에 슬라임은 기본적으로 마력에 대한 저항을 가졌다.


때문에 마법 스킬로는 몸 깊숙이 존재하는 핵을 타격하기 어려웠다.


물론 어디까지나 B급 선에서였지만 까다로운 건 틀림이 없었다.


그런 산성 슬라임이 빠르게 기어왔다.


그러나.


'설명창.'


마음속으로 강하게 외친 설명창에 몸체가 터졌다 회복되며 멈춰선 게 3번.


그 뒤 산성 슬라임의 핵 주변에 설명창 3개가 겹쳐진 폭발이 일어났고.


산성 슬라임은 몸체가 산산조각 났다.


산산조각이 나 핵이 튀어나온 산성 슬라임을 설명창 하나로 깔끔하게 마무리 했다.


이렇게 쉽게 처치된 걸 보니까 설명창의 실체화는 마법도 아니고 단순한 물리적 타격도 아닌 모양이다.


그도 아니라면 상태창의 충격이 B 급의 공격력을 상회하거나.


어쨋거나.


'해냈다.'


슬라임을 잡고 C 급 헌터를 확정 지었다.


이제 물류센터에서 일어날 일이 기대됐다.


날 무시하던 김씨와 나씨 등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게 눈에 선명했다.


상상만 해도 짜릿하게 감도는 전율에.


"으아아아아!"


소리를 질러벼렸다.


뭐, 어쩌겠어.


내 길드(진) 마스터도 "끼야아아악!" 하며 익룡같은 비명을 지르고 있는데.


이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측정 종료입니다!"


소리를 지르고 있는데 측정이 종료되었다.


아쉽게도 B급 이상으로 올라가기 위해선 실적과 최소 C급 능력치가 필요하기에 더 이상 측정을 해봐야 소용이 없다.


"C 급! C 급이에요! 그것도 꽉 찬!"


"완전 특급 유망주라고요!"


측정기를 끄고 다가온 여직원이 제 일인 것처럼 축하해줬다.



이후, 서류 작성을 마치고.


"다음에 또 봬요!"


손을 흔들며 배웅하는 여직원에게 인사하며 협회를 나가는 길에,


"최지현 씨. 다음부터는 이러시면 안 됩니다. 경고 한번 드리겠습니다."


내 길드는 직원에게 경고를 받아버렸다.


시작이 안 좋았다.


그리고 직원 뒤에서 최지현을 노려보고 있는 다른 스카우터들도 보였다.


아마 최지현이 중간에 난입해서 유망주를 빼갔기 때문에 저러고 있는 것일 터다.


나라도 화나겠지만 인정 받고 돈까지 챙기게 된 내가 뭘 어떻게 할 수는 없다.


뭐, 조건을 보니 딱히 더 좋지도 않더라.


그렇게 협회를 나가자.


"잠시 저희 좀 보시죠. 류예다 씨."


검은 정장에 선글라스를 낀 거한 3명이 다가오며 말했다.


'아.'


벌써부터 이러는 건 아니잖아.


어쩐지 느낌이 안 좋더라니.



***



무거운 분위기의 룸 카페 안.


가운데 앉아있던 거한이 말했다.


"류예다 씨. 긴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저희 '비행' 길드로 들어오시죠."


묵직한 공기에 우물쭈물 하고 있었는데.


그 때 최지현이 소리쳤다.


"비행 길드는 이카루스의 하청 길드잖아요!"


음... 벌써부터 맘에 안 들기 시작했다.


"최지현 씨. 당신에게 말하는 게 아닙니다. 끼어들지 마시죠."


"1년 계약금으로 4 억. B 급으로 오른다면 추가로 4 억을 드리겠습니다.

앞으로의 일도 생각해보면 거절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맞는 말이다.


앞으로 꼬일 미래를 생각해보면 분명 비행 길드에 들어가는 게 맞겠지.


그런데.


'사람을 얼마나 무시하는 거야.'


자신들의 길드에 들어오라며 최지현과 똑같은 금액을 불렀다.



옆에서 바르르 떠는 최지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음. 최지현의 볼에 눈물이 흐르고 있는 걸 보니 이 상황이 더욱 마음에 안 든다.



나를 8억이라는 가치로 고평가 해준 고마운 사람.


그런 사람이 이렇게 무시 당하면서도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


저절로 나까지 무시 당하고 있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0원. 거한들이 측정한 최지현의 가치다.


과연 한 사람의 값어치가 이처럼 낮을 수 있을까.


이들의 무시에 절로 기분이 나빠진다.



"거절합니다."



이게 내 결론 이었다.


사람을 무시하는 것에도 정도가 있는 법이다.


이런 사람들 밑에서 헌터짓 할 거면 그냥 헌터 안 하고 만다.



작가의말

첫글 + 글 쓰는 속도 느림 + 쌩 라이브 연재 3연타로

늦게 온 글쟁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글이 재밌는지 잘 모르겠어서... 재밌으신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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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구덩이와 덩치들 24.08.20 21 0 12쪽
10 탑과 전직 24.08.20 23 0 13쪽
9 탑과 라이트. 24.08.18 23 0 12쪽
8 모텔 속 고민 24.08.16 31 0 12쪽
7 고블린 기사 24.08.15 33 0 12쪽
6 게이트: 고블린 숲 24.08.14 35 0 12쪽
5 길드 24.08.13 39 0 11쪽
» 무시 24.08.12 42 0 12쪽
3 등급 측정 24.08.11 45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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