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태창으로 다 팸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아파아프다
작품등록일 :
2024.08.08 13:23
최근연재일 :
2024.08.27 00:02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531
추천수 :
1
글자수 :
92,577

작성
24.08.25 22:50
조회
17
추천
0
글자
12쪽

쌍방 과실

DUMMY


명함을 보니 'A헌터스 문 정 식.' 이라는 단촐한 문장이 적혀있다.


당황스럽다.


눈 앞의 이 남자가 A헌터스 길드장의 차남이라고?


A헌터스 길드는 대한민국 5대 길드 중 하나로서.


헌터계를 주름잡을 뿐만 아니라 밑에 수많은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는 진짜 중에 진짜다.


다른 5대 길드에 비해 사회 전반적인 끝발이 좀 더 쎄다는 말이지.


그런 길드의 차남이 왜 이런곳에..?



"A헌터스 길드장님의 차남이셨군요..?"


나같은 소시민이랑 연이 없을 사람인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말이 높혀진다.


"예. 그리고 말 편히 하셔도 됩니다."


함께 싸운 전우가 아니냐며 문정식이 하하 웃고 있다.


말 편하게 하라니까 살짝 편하게 해야겠다.



"그렇다면 편하게 말 할게요. 비전 길드의 일은 대체 무슨 말이시죠?"


물론, 너무 낮추진 않았다. 그래도 예의가 있지.


음... 그건 여기서 다 말씀드리기는 좀 복잡한데, 이거 어디 가서 말하지 마세요."


문정식이 누가 들으면 안 된다는 듯이 날 구석으로 이끌어가며 말했다.


"지금 이카루스 길드는 내부적으로 후계자를 고르고 있습니다."


처음 알았다.


그런데 이카루스가 후계자를 결정 중인 것이 우리 길드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걸까.


"네, 그런데 그게 저희 비전 길드와는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지현이 누나가 라인을 잘못탔나..?


"아! 모르고 계셨군요. 당사자 없는 곳에서 이런 말은 실례라는 걸 알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비전 길드의 최지현 씨는 이카루스의 최호수 길드장의 따님 입니다."


엥? 이건 또 충격적인 진실이다.


"예..? 그러면 최호수 길드장의 따님이 왜 비전 같은 소규모 길드를 운영중인 거죠?"


이카루스 길드의 따님이 왜 쫒겨난 건지 모르겠다.


"저도 건너 들어 아는 사실이라 잘은 모릅니다만, 따님이시긴 하지만 호적에 올라가지 않으신 것으로 보아서는..."


"아..."


사생아. 뉘양스로 바로 알았다.


그간의 일에 퍼즐 조각이 맞아드는 기분이다.


'그래서 였구나.'


혹시 자신들의 권력을 위협할 수도 있는 존재에 대한 배척.


지현이 누나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은 없는 것으로 보아, 최호수 길드장이 따로 말했나 보다.


그 말이 시발점이 됐을지도 모르겠는데?


"그래서 저희 A헌터스 길드도 비전 길드를 견제해 달라는 협조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길드 전체적으로 말인가요?"


A헌터스 길드 전체의 견제라면 큰일인데. 이카루스 길드까지 생각해보면 작은 비전 길드로써는 못 버틴다.


"그건 아닙니다. 제 형님 쪽으로 들어갔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일부라고 해도 5대 길드는 5대 길드. 비전 길드에는 벅찬 일이었을 겁니다."


문정식이 5대 길드의 힘이 이런 방향으로 사용되어서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여왔다.



"그걸 막아주시겠다니, 문정식 씨에게도 큰 부담이 아닐지 걱정되네요."


문정식이 차남이니, 형님이라면 장남쪽으로 끈이 닿아있다는 건데. 보통 길드 후계자는 장남 아닌가?


장남의 견제를 막아주려면 차남인 문정식에게도 상당한 출혈이 아닐까 싶었다.


"하하.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이참에 길드를 좀먹는 벼룩을 잡을 생각이라서요."


'A헌터스 길드도 후계자 싸움이 치열한가 보네.'


문정식이 끝발이 더 쎈가보다. 하긴 감사팀의 우두머리긴 했지.



"뭐, 아무튼 앞으로 저희 길드의 견제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해드릴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그저 든든하다 문정식.


이제 지현이 누나는 내 여자니까 비전 길드도 남일이 아니니까. 너무 고마운 일이다.


뭐 애초에 계약 때문에라도 남일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저도 예다 씨 같은 유망주를 제 사람으로 만들려고 이러는 것입니다. 이렇게 은혜라는 말을 직접 들으니 부끄러워지네요."


"그래도 도움을 받는 건 받는 거죠."


"도움이라면 오히려 저희가 받지 않았습니까. 이번 사건으로 저희 길드의 이름에 큰 먹칠이 될 뻔했는데 그걸 막아주셨잖습니까."


"그러니 이번 일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이번 일에 대한 보상도 나중에 따로 챙겨준다더니, 비전 길드의 편의를 봐주는 것도 보상이란다.


이 사람, 사람이 너무 좋은 거 아니야?


"감사합니다."


"네, 그러면 병원부터 가보시고 다음에 또 뵙죠."


병원 얘기가 나오니까 갑자기 통증이 밀려온다.


'끄흡...'


아... 나 상당히 많이 다쳤지.


진짜로 일단 병원부터 가봐야겠다.


"네, 다음에 봬요."



문정식과 헤어진 후, 통증을 참으며 내 자동차, 애마(진)에게 향했다.


씁... 차에 벌써 먼지가 뿌옇게 쌓였다.


그래도 내 꼴보단 나은 것 같기도 하고.


차 문을 열고 차 시트에 몸을 뉘이자 등에서부터 팔까지 통증이 심하게 올라온다.


'이거 너무 아픈데?'


통증에 안전벨트도 제대로 매지 못하고 있자니 창문에 그림자가 졌다.


"예다야! 이게 너 차야?"


맑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맑은 눈망울과 아담한 콧망울 아래로 살짝 도톰한 입술이 보인다.


물류 센터의 감리. 조다희 누나였다.


"누나! 마침 잘 됐다. 나 좀 도와줘봐."


"뭘? 뭐 도와줄까?"


뒤에 무너진 직장이 보이는데도 해맑게 웃고 있는 감리누나.


"나 안전 벨트 좀 채워주라. 팔에 힘이 안 들어가네."


"그래? 그럼 내가 운전해줄까?"


"엥? 갑자기?"


그냥 안전벨트만 매주면 되는데..?


운전까지 해준다니 조금 부담스럽다.


"나, 이런 차 타보는 게 꿈이었거든. 그리고 팔에 힘도 잘 안 들어가는 아픈 동생 혼자보냈다가 사고나면 어떻게 해?"


'안 될까?' 라면서 배시시 웃는 다희 누나.


"그래? 그러면 부탁 좀 할게."


팔이 아프기도 하고. 평소에 친했던 누나가 운전해보고 싶다는데 거절하기도 뭐했다.


"병원 가는 거 맞지? 내가 이 지역에서 제일 큰 병원 알고 있거든? 거기로 가자."


"그러면 나야 좋지."


일단 당분간 길드 활동에 참여 못 할 수도 있으니 지현이 누나한테 이곳 병원에 간다고 문자를 남겨 놔야겠다.


"거기가 다 좋은데 힐러가 한명 밖에 없어서 잠깐 입원해야 할 수도 있어."


"어차피 다른 병원도 다 한두 명만 있는데 뭘."


"그러면 가자!"


운전대를 잡자 신났는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차를 운전하기 시작하는 다희누나였다.


쓰읍... 난 아픈데 옆에서 흥얼거리고 있으니 뭔가 기분이 묘했다.


약간 안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내 기분을 위해서라도 한 번 물어봐야겠다.


"누나, 무슨 좋은 일 있어?"


"응? 있지."


너무 당연하다는 듯 말해서 내가 뭘 놓치고 있나 헷갈렸다.


"뭐가 그렇게 좋아?"


다희 누나의 기분이 안 나빠지게 조심스레 물어봤다.


"너랑 이렇게 드라이브 하고 있잖아."


"뭐?"


나랑 드라이브 하는 게 좋다고?


"헤헤- 데이트 하는 것 같아서 기분 좋아. 나, 너 좋아하거든."


"하하... 그랬어?"


아... 여기도 초록불이었구나. 알았다면... 진작 알았다면..! 아아...젠장.


하지만 지금의 나는 지현이 누나가 있다... 참아야 해! 내 안의 여미새!


"응. 뭐 너 정도면 이미 여자친구는 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한번 마음은 전해두고 싶었어."


...무겁다. 누나의 마음에 차안 공기가 무거운 것 같아.


"..."


"지금 당장 대답 안 해줘도 돼. 그냥. 나중에 옆이 비면, 그때 날 생각해 줄 수 있을까?"


아 부담스럽다.


하지만,


부담감에 도망치고 싶어도 어쩌겠어. 내가 맡긴 운전대인데.


"알았어. 그리고 누나, 미안해. 난 누나가 나 좋아하는 줄은 전혀 몰랐어."


"너랑 같이 술 마신다고 그렇게 꾸미고 갔었는데. 진짜 전혀 몰랐어? 신호를 그렇게 줬는데?"


"어... 나 전혀 몰랐어. 진짜 미안해."


"아냐, 오히려 좋은 걸? 난 너 포기 안 할 거거든."


불타오른다는 듯이 팔에 힘을 주고 말하는 누나를 보니까.


후읍. 쉼호흡 한번 해야겠다. 후...


뭔가 무섭다. 좋으면서 무서워. 다희 누나도 귀여운 얼굴에 비해 상당히 당찬 사람이었구나.



"얍!"


잠깐 자동차가 멈춘 사이에 허벅지를 살짝 찌르고 간 다희 누나의 검지 손가락에 등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부드러웠다.


뭐지 이거 기분이 이상한 것 같아. 약간 좋은데... 좋긴 한데.


"너무 그렇게 심각해지지 말고! 너가 그렇게 심각한 표정으로 있으면 나도 무안해진단 말야!"


그러면서 웃으라고 볼을 콕콕 찔러왔다.


"아... 누나 이건 조금 심각해질 수밖에 없잖아."


날 좋아한다는데 내가 전혀 몰랐다. 이건 야구로 치면 삼진 아웃이 아닐지.



"야! 사람 마음이 다 원하는 대로 되는 건 아니잖아! 나도 내가 조금 구질구질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어!"


뭔가 오해한 듯 누나가 자책을 하기 시작한다.


"나 아까 너가 다친 걸 봤을 때, 가슴이 순간 철렁 했다? 그러면서도 너에게 내 마음을 전할 기회라고 생각하니 너무 기뻤어."


"나 좀 꼴불견이지?"


씁... 말리고 싶지만 여기서 나서면 분위기가 더 이상해질 거다.


"아냐. 누나, 그럴 수도 있지."


그 정도는 이해한다. 좋아하면 그럴 수도 있지.



"그래서 그 순간 내가 아직도 널 많이 좋아한다는 걸 알아버렸어."


"그러니까 너 절대 포기 안 할 거라고. 알려주고 싶었어. 자, 이제 도착."


씁. 사랑은 무거운 거구나.


뭔가 좋은데 무거운 마음을 가지고 병원에 들어섰고.



그대로 입원해 버렸다.


의사의 말에 의하면.


옆구리가 패였고, 전체적으로 화상을 입은 상태란다.


어쩐지 너무 아프더라니.



간호사가 주고간 회복약을 먹으며 생각했다.


'이거 지현이 누나가 알면 걱정 할 것 같은데.'


내가 보기에도 상처는 퍽 심각해 보였다.


그리고 옆에서 울고 있는 다희 누나도 좀... 아.


'다희 누나 제발 울지마.'


예쁜 누나가 옆에서 울고 있으니 기분이 싱숭생숭하다.



"누나 이제 뚝. 어차피 죽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울고 그래?"


"너는 지금 너가 한 꼴을 보고도 그래? 여기 패인 것 봐. 아파서 어떻게 해."


다희 누나가 내 상의를 크게 들추며 말했다.


이 누나, 공감 능력이 너무 높다.


"생각보다 괜찮다니까."


옆구리 보다는 오히려 화상을 심하게 입은 팔이 더 아픈데.


그렇게 다희 누나를 달래주고 있으려니.



드르륵-


지현이 누나가 왔다.


"어? 누나! 여긴 어쩐 일이에요?"


어디 병원이라고는 정확히 안 말해 줬는데 대체 어떻게 알고 왔지..?


"너가 다쳤다길래 하던 일 다 미뤄두고 왔지, 괜찮아?"


가슴이 찡하다. 이게 썸녀..?


내가 아프다니 다 미뤄두고 왔단다.


감동한 내 마음속 여미새가 당장이라도 사귀자고 속삭인다.


하지만 나는 조금 더 친분을 쌓아야 함을 알고 있다.



"네, 생각보다 멀쩡해요. 힐러분만 오시면 바로 퇴원할 수 있을 걸요?"


팔을 들어올리며 괜찮다는 걸 보여줬다.


이 몸. 완전 괜찮음!



"다행이다. 그러면 옆에 계신분은?"


그 때, 지현이 누나가 약간 싸늘하게 물어봤다.


옆을 보니 내 상의를 들춘 채 멈춰있는 다희누나가 보인다.


잠깐, 내 상의를 들춘 채..?



"안녕하세요. 예다 여사친. 조다희에요. 그러는 그쪽은 누구시죠?"


그 때, 다희 누나가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누나... 왜 그래.'


순간 뼛속까지 싸늘해지는 기분에 지현이 누나를 돌아보니 눈에서 불이 나오고 있다.



아. 좆됐다.


나.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상태창으로 다 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15화 수정 24.08.25 5 0 -
공지 수정 공지 24.08.16 13 0 -
17 쉿, 병실에선 조용히 24.08.27 14 0 12쪽
» 쌍방 과실 24.08.25 18 0 12쪽
15 진짜 무너진 전 직장. 24.08.24 20 0 11쪽
14 전 직장 엎어버림 24.08.23 20 0 13쪽
13 SS급 상태창으로 전 직장 뒤엎음 24.08.22 22 0 13쪽
12 탑의 정상화 24.08.21 21 0 12쪽
11 구덩이와 덩치들 24.08.20 21 0 12쪽
10 탑과 전직 24.08.20 23 0 13쪽
9 탑과 라이트. 24.08.18 24 0 12쪽
8 모텔 속 고민 24.08.16 32 0 12쪽
7 고블린 기사 24.08.15 33 0 12쪽
6 게이트: 고블린 숲 24.08.14 35 0 12쪽
5 길드 24.08.13 40 0 11쪽
4 무시 24.08.12 42 0 12쪽
3 등급 측정 24.08.11 45 0 12쪽
2 상태창 딸깍. 24.08.10 54 0 12쪽
1 재각성 24.08.08 68 1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