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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아프다
작품등록일 :
2024.08.08 13:23
최근연재일 :
2024.08.27 00:02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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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92,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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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3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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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길드

DUMMY




"후회하실 텐데요."


내 거절에 거한이 낮은 중저음으로 압박해온다.


그러나.


"이미 약속한 걸 어길 순 없습니다. 1년 뒤에 다시 보시죠."


생각을 바꿀 생각은 전혀 없다.


"그 때는 너무 늦습니다. 너무 늦어요."


"그러면 이번 일은 여기서 끝이네요. 이만 가보겠습니다."


손가락으로 탁자를 튕기며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듯 말하는 것을 애써 무시하고 일어났다.


음. 안 쫄았다. 정말로.


다리가 살짝 떨리긴 했지만 키 190은 되어보이는 거한 3명이 노려보는데 어쩌겠나.


"이번 제안은 아직 유효합니다."


명함을 건내주는 거한이 1개월 내로만 연락주면 된다며 말했다.


그에 부드럽게 돌려줬다.


"벌써 길드를 옮길 생각은 없어서요."


난 신뢰가 좋다.



***



서울 전경이 훤히 비춰보이는 빌딩의 상층.


그 안의 한 층의 절반을 사용하는 부장실에서.


"죄송합니다. 최 부장님. 실패했습니다."


거한, 하길수의 말과 함께.


짜악!


크게 돌려친 따귀에 하길수의 입에서 피가 새어나온다.


"죄송합니다."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인 하길수의 머리 위에서 묵직한 저음이 들려왔다.


"됐고, 해결해."


"예!"


"한 달 내로 어떻게 해서든지 처리하고. 사표 내라. 알겠어?"


짜증스레 툭 내뱉는 말에 당황한 하길수였다.


사표라니, 팀장까지 어떻게 올라왔는데.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예..? 아... 알겠습니다!"


그러나 대답을 미룰수는 없었다.


눈 앞의 남자.


이카루스 길드장의 차남 최준호에게는.


"그래. 퇴직금은 많이 챙겨줄게. 후우... 잘 해결하고 오면 내 길드에 꽂아 줄 수도 있어. 이만가봐."


분노를 참듯이 심호흡을 하더니 선심 썼다는 듯이 말해오는 최준호에.


"예! 제대로 하겠습니다!"


하길수는 힘차게 대답했다.


이카루스 길드에 들어갈 수 있다니. 무조건 성공해야 할 터였다.


실패하면 그 끝은 나락일 뿐이었으니.


하길수는 떨리는 마음으로 조심스레 입가의 피를 닦아내고 문을 열고 나갔다.


입가의 피를 닦은 거한이 나가자 최준호가 짜증스레 혼잣말을 한다.


"하... 버러지 하나 관리하기 힘들단말야.

최지현... 길드장님 말만 아니었어도. 하."


"길드는 내꺼야. 너 같은 버러지는 발도 대면 안 된다고."


최 부장은 스산한 눈빛으로 읇조렸다.


"이 업계에 발도 못 닿게 해주지."



***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 그리고 너무 감사해요. 저희 길드를 선택하신 걸 절대 후회하지 않게 해드릴게요."


최지현은 눈구슬같은 맑고 투명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말했다.


눈물이 많은 여자였다.


씁, 마음이 약해지면 안 되는데.


훌쩍훌쩍 울고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상하게 심장이 두근두근 뛴어서.


그녀가 눈물을 멈출 때까지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자 그러면 계약서 쓰러 가볼까요?"


"네. 그리고 조건을 좀 더 조율해볼까요?"


그녀가 눈물을 멈추는 것을 보고.


화제를 전환하기 위해 꺼낸 계약서 얘기에 그녀가 배시시- 웃으며 답했다.


"조율이요?"


"네. 아까 비행 길드의 오퍼를 거절하셨잖아요. 그러면 저희도 그만큼 드리는 게 맞다 싶어서요."


"그럴 필요는 없어요. 비행보다 먼저 계약하기로 약속했었잖아요. 그냥 약속을 지켰을 뿐인 걸요."


"그래도 불편함을 감수하고 저희한테 오신 거기도 하고. 저, 예다 씨한테 길드의 미래를 맡겨 보려고요."


그녀가 잠시 말을 끌더니 조심스레 말했다.


"제 부담을 덜고 싶어서 그렇다고 보셔도 좋으니 받아주셨으면 해요. 물론 저희의 모든 역량을 다 해서 B 급까지 도와드릴 생각이고요."


그리고


"아무래도 제가 B 급이라서 A 급 이상은 어렵겠지만요..."


라면서 어색하게 웃는 게 생각보다 귀엽게 느껴져서 놀랐다.


음, 저 몰골이 귀엽다라... 내가 드디어 미쳤나? 싶다.


아무튼 미친 여미새 마음을 속으로 슥- 밀어넣고.


그녀를 따라 주차장에 세워진 차에 탔다.


참고로 계약금 5 억에 B 급 달성 5 억을 부르시더라.





***



"음, 그러니까 신체 F 급, 마력 E 급 이셨다고요? 그런데도 B 등급 전투 측정까지 통과하시다니! 정말 대단하세요!"


"아... 예. 그럼 계약서를..."


그녀의 길고 장황한 수다에 정신이 쏙 빠졌다.


"아, 기존 조건에 더해서 조항 하나 더 추가하죠!"


"예? 여기서 또요?"


"네! 초초초-초오오오- 유망주시잖아요!"


"그러니까! B급이 되시면 길드 지분을 15퍼센트 드리는 걸로 하죠!"


당혹스럽다.


이 여자 수다스러운 만큼 호구끼가 넘쳐난다.


"제가 가진 지분이 30 퍼 거든요. 15 퍼 정도는 드릴 수 있어요! 아직 길드가 작아서 세금도 얼마 안 드니까요!"


심지어 자기 지분을 넘긴단다.


세금도 자기가 낸다고.


이 여자 뭐지? 왜 이리 잘 챙겨주지?


"지현 씨, 혹시..."


아니다. 이건 아니다.


미친 여미새 들어가라. 훠이.


"네?"


"아, 혹시 계약서 바로 쓸 수 있나 싶어서요. 조건이 너무 좋아서요."


말을 돌렸다. 오늘 처음 본 여자에게 나한테 호감 있냐고 묻는 건...


이건 인간 실격이었다.


모솔 인생 25년. 슬픈 류예다였다.


그런 내 마음도 모르는 최지현은,


"네! 당연하죠!"


신나서 대답했다.


마음이 쿡쿡 찔린다.


계약서 양식을 새로 뽑아 사인을 하는 동안.


드디어 길드가 정상화 됐다고 좋아하는 그녀를 보며 마음이 푸근해졌다.


그러다가 훅 정신이 들었다.


씁, 내 머리가 너무 꽃밭이 아닌가 싶다.


앞길은 가시밭 일 것 같은데.


앞으로를 생각하니 피곤했다.


'하아... 오늘 사건이 너무 많았어.'


오늘 일들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집으로 갈 시간이었다.



***



어둑해진 밤.


끝까지 조잘대던 최지현을 겨우 떼어놓고 집 앞으로 왔다.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그럴까?


너무 피곤했다.


뭐, 그래도 가족 줄 치킨은 두 마리나 샀다.


엄마는 양념 좋아하니까. 후라이드와 양념을 하나 씩.


'좋아하시겠지?'


유복하지 못한 집안 사정에 헌터를 준비한다고 5 년 간 효도 한번 제대로 못 했다.


그럼에도 엄마는 내게 뭐라 한 마디 하지 않으셨다.


생일에 고작 치킨 한마리를 사왔을 때도.


웃으시며 고생하는데 고맙다는 말.


앞으로 잘 될 거라며 웃으며 안아주시는 그 작은 품에.


나는 버텼단 말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꽃길만 걸으실 수 있게.


아니 안 걸으셔도 되게 내가 업고 갈 거다.


5 억이 통장에 들어왔으니 세금 떼고 이것저것 떼도 가족에게 쓸 돈은 충분하다.


행복한 생각에 웃음이 나왔다.


엄마. 나 성공했어.


비록, 이카루스에 밉보이긴 했어도.


난 자신이 있었다.


신체 F 급.


마나 E 급임에도.


B급 몬스터를 격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지금은 20 번 밖에 못 쓰는 능력이지만, 조금만 레벨업을 하면.


'그 누구보다 높아질 수 있어.'


수 백번으로 늘어날 것이다.


어쩌면 게임처럼 스킬이 더 생길지도 모르지.


그렇다면,


스스로에 떳떳하면서도.


가족에게 헌신하면서도.


거목처럼 우뚝 설 수 있다.


자신 있었다.


이카루스에게 밀리지 않을 자신이 말이다.



위풍 당당하게 집에 들어섰다.


"엄마~! 나 성공했어~!"


후다닥 뛰어 들어가 신발을 대충 벗어두고 엄마를 껴안고 빙글빙글 돌았다.


치킨은 이미 상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는 상태였다.


"얘가 징그럽게 왜 이래~"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나 재각성 했어! 야호!"


"정말이니? 너무 잘됐다! 내가 항상 말했잖아~! 우리 아들, 꼭 잘 될 거라고~"


내 등을 찰싹찰싹 치시며 나보다 더 신나서 말씀하시는 엄마.


이게 행복이지.


이게 삶이고.


"엄마! 치킨먹자! 이야호오-!"


"오늘 웬 치킨인가 했는데. 우리 아들 너무 장해. 고마워. 잘 먹을게."


엄마에게 치킨을 흔들며 신나 말했다.


엄마도 신나셨나 보다.


평소보다 말도 많아지셨고, 얼굴도 환하시다.


"근데 예린이는?"


아니 얘가 오빠가 왔는데도, 재각성했다는 데도 말이 없다.


신발은 있었는데 말이지. 괘씸하다.


"예린이? 아까 씻으러 들어간다고 그러던데 아마 화장실에 있을 걸?"


아... 화장실에 있을 때 건드는 건 좀 그렇다.


오골계가 때 빼고 있다는대 그냥 둬야지.


검은 물이 조금 빠지긴 하려나?


"그래? 그럼 먼저 먹고 있자. 뭐 조금 덜어놓고 먹으면 되겠지"


이 시간에 씻고 있던 네 잘못이란다. 동생아.


차라리 자고 있었다면 깨워서 먹였을텐데. 쯧쯧... 불쌍한 것.


"그래도 기다렸다가 같이 먹는 게 낫지 않겠니?"


"에이~ 앞으로 먹을 기회 많을 거니까~ 식기 전에 그냥 드세요! 장 여사님!"


"호호- 그럴까? 우리 딸 늦으면 치킨 없어~!"


엄마가 화통하게 소리치셨다.


아따 우리 장여사님 오늘 기분이 정말 좋으신가 보다.


"아-! 엄마! 남겨줘!"


오빠가 왔음에도 아무말 없다가 치킨 먼저 먹는다는 말에,

괘씸한 동생이 처절한 울음을 내는 동안.


우리는 동생을 유기하고 그대로 치킨을 뜯기 시작했다.


쩝쩝대며 먹던 중 깜빡 있고 있던 게 생각났다.


"엄마. 나 C 급이야! 계약금도 5억 받았고! 특급 유망주래!"


엄마가 등급도 안 물어보시더라.


그래서 더 고마웠다.


보통 헌터를 시작하는 등급은 E 급.


E 급이어도 그렇게 신나하셨다는 거니까.


"뭐? 정말? 우리 아들 C 급이야? 그럼 우리 아들 인생 확 핀 거네? 너무 좋다!"


5억이라는 말에도 돈 얘기는 꺼내지도 않으신다.


엄마의 배려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정말 우리 엄마. 너무 좋다.


사랑해 엄마.


"응! 앞으론 일 안 해도 돼! 내가 다 할게!"


"호호호. 안 그래도 되는데. 말이라도 너무 고마워 아들!"


난 농담 아니었는데.


당장은 안 되더라도 꼭.

일 그만두게 하고 하고 싶은 거 하시면서 살게 해드릴 거다.


뭐 일단 이건 다 먹고 말이지.


얄미운 동생이 발을 동동 구르는 걸 봐야겠다.


난 후라이드 반을 덜어내며 그리 생각했다.


숨겨놔야지. 흐흐흐.



***



날이 밝았다.


매미가 그렇게 울어재끼더라.


시끄러워서 잠을 5시간 정도 밖에 못 잤다.


오늘은 길드에 가서 몬스터를 사냥하러 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1개월 내로 B급을 달성해야 길드가 해체되지 않으니까.


앞으로 1개월 동안은 빡세게 구르게 생겼다.


'음, 장비는... 길드에서 주겠지?'


아직 장비도 못 구했다.


여지껏 헌터를 준비하는 동안 사놨던 건 모두 처분했었으니 말이다.


그 후로는 얼마 전까지도 헌터 학원을 다니는 것 말고는 헌터랑 관련될 일도 없었다.


나 너무 신났나?


근데 안 신날수가 없다.


첫 헌터. 첫 길드. 첫 출근에 첫 사냥.


쫒겨난 길드장을 따라와 길드를 만든 길드원들까지.


신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부푼 가슴을 안고 도착한 길드에서.


나는 어마어마한 미녀를 보게 되었다.


부드럽게 쏟아지는 장발.


둥글둥글 하면서도 날렵해 보이는 눈매.


서양인 처럼 시원하게 뻗어 뚝 떨어지는 날카로운 콧대.


그리고 얇고 긴 입매에, 세상 모든 근심을 날린 듯한 미소까지.


정말 25년 살면서 처음보는 미녀였다.


미녀의 부- 한 가슴 왼편에 걸려 달랑이는 명찰.


단 세 글자.


최 지 현.


그녀였다.



아니, 어제 그 사람이랑 동일인물 이라고..?



작가의말

글 쓰는 속도가 늘어나질 않네요.

슬픕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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