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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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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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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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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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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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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성도 하드리안 (3)

DUMMY

비현이 숙소에 돌아와 보니 대성녀를 알현하러 갔던 일행이 모두 돌아와 있었다.


“어떻게 됐어?”


고개를 가로젓는 루엘시아.

이시스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정말 코빼기도 비추지 않더군요. 역시 뭔가 있어요.”


레이는 불쾌한 얼굴로 창밖에 비치는 궁전을 지켜보았다.


“궁 안의 어느 누구도 대성녀가 갑자기 바뀌게 된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더군.”


두 사람의 말만 들어도 궁 분위기가 어떤지는 대충 알 것 같았다.

그렇다면 좀 더 단순한 방법을 쓰는 수밖에.


“쳐들어가자.”


이 한마디에 놀라서 비현을 쳐다보는 세 사람.


“어어, 왜?”

“정신 나갔군.”

“그래요! 비욘드님! 어찌 감히 신성한 장소에!”

“맞아요! 비현씨, 너무 생각이 없어요.”

“어어... 그... 미안.”


최강의 검사 레이도 있고 비현의 스킬도 꽤 많아졌으므로 쳐들어가도 될 듯한데 아쉽다.

비현은 세 사람의 눈초리에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구석에 찌그러져 앉았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워보죠.”

“이시스님께서는 좋은 생각 있으십니까?”


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는 아직 이곳의 문화를 잘 몰라요. 레이님께서 뭔가 이야기를 해주시면......”


레이는 뭔가가 떠오른 듯 차분하게 말문을 열었다.


“이곳 하드리안에는 매주 성스러운 홀리데이 행사가 열립니다.”

“홀리데이 행사요?”

“네. 이 땅에서 어둠을 몰아낸 위대한 초대 대성녀 퓨리아를 기리는 행사지요.”


초대 대성녀 퓨리아.

레이의 설명에 따르면 인류는 과거, 전쟁을 일삼으면서 대륙을 수호해주던 하드리안의 4개 성물을 모두 잃어버렸다고 한다.

글로리아 대륙은 삽시간에 어둠의 종속들이 판치게 되었으며 인류는 존망의 위기에 몰렸다고 한다.

그때 나타난 것이 하드리안의 대성녀 퓨리아와 여섯 영웅들.

뭐, 이후는 클리셰답게 악을 이 땅에서 몰아내고 성도 하드리안에 찬란한 성물을 숨겨두었다는 이야기.

다시 말해 이 땅은 성물의 축복을 받아 어둠으로부터 해방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이 땅에 결계가 쳐진 것도 그것 때문이었구나.”


비현의 혼잣말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한다.


“아, 아니. 그냥 애기한 건데.”


비현이 입을 다물자 다시 설명을 이어가는 레이.

성도 하드리안을 이야기하는 그의 눈빛은 자부심으로 가득했다.


“이곳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밤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땅입니다. 신의 은총이 가득한 땅이지요.”

“맞아요. 여기만큼 안전한 땅은 없어요.”


슬쩍 밖을 보니 세상은 어두웠지만, 시민들은 두려움 없이 밤길을 걷고 있었다.

사로니아의 영주들이 지배하던 도시들은 깜깜해지면 곧바로 집안에 처박히는데 말이다.


비현은 궁전 뒤쪽에 높이 치솟은 백색의 탑을 바라보았다.


‘음, 성물은 저곳에 있으려나?’


새하얗고 따스한 빛이 저곳으로부터 계속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비현이 탑을 보는 사이 레이의 설명은 계속됐다.


“매주 주말 하루 동안 성도의 시민들은 대성녀 퓨리아를 기립니다. 그리고 그 날은 노예에게도 휴식이 보장됩니다.”


뭐, 쉬는 날이 있다는 건 알겠다.

그런데 그거랑 대성녀를 만나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레이가 지루해하는 비현을 흘겨보고는 곧장 본론을 이야기했다.


“홀리데이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이 해가 지는 시간, 대성녀와 시민들이 만나는 때입니다. 대성녀가 누군가의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닌, 평범한 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이벤트죠.”


비현은 그제야 레이의 노림수를 파악할 수 있었다.


“아! 그때 녀석의 얼굴을 확인하면 되겠구나.”


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음 홀리데이는 이틀 후다.”

“오우! 딱 알맞은 시기에 온 거네?”


조만간 대성녀의 면상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만약 그녀가 조은비라는 것이 밝혀지면 그 다음은 무엇을 해야 할까?


‘나한테 암살자를 보냈으니 복수할까?.’


그것이 가장 합당한 행동이긴 하다.

하지만 성공할 수 있을까?

비현은 마음속으로 몇 번씩 정의구현을 외치며 마음을 잡았다.


“일단 오늘은 늦었으니 자도록 한다.”


레이와 비현만 남고 두 여성이 옆방으로 이동한다.

비현은 그대로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그럼 내일 보자고~”


***


그러고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비현은 몽롱한 가운데 어둠 속에 홀로 우두커니 서있었다.


“여긴 어디?”


주변이 밝아지더니 회사 사무실이 나타난다.

현재 비현이 있는 곳은 회의실.

기다란 테이블을 중심으로 13명의 직원 모두가 의자에 앉아있었다.


“어? 나 분명 이세계에 있었는데?”


너무 생생해서 이게 꿈인지 실제인지 모르겠다.

비현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김비현! 회의 중인데 뭐하는 거야?”

“어... 대표님. 그게 말이죠.”


50을 넘긴 대표 김정진이 불쾌한 표정을 짓는다.

비현은 급히 중앙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 우리 게임 클로즈베타까지 얼마 안 남았지? 게임에 버그는 없는지 철저하게 검사해. 알았어?”

“알겠습니다. 대표님!”

“예! 알겠습니다!”


직원들이 긴장한 얼굴로 크게 대답했다.

대표는 만족스러워하며 회의실을 나갔다.


“나머지는 은비씨랑 평하PD가 알아서 진행해요.”


두 사람은 대표가 가장 신뢰하는 직원이다.

하지만 역으로 이 때문에 직원들과 가장 많이 부딪치는 일이 잦기도 했다.

지금도 비현은 두 사람에게 상당한 적의감을 품고 있었다.


‘칫! 하여간 대표는 맨날 저 인간들한테 일 떠넘기고 가네..’


비현은 일을 즐겁게 하고 싶었다.

여러 사람이 모여 각자의 재능을 모아 하나의 훌륭한 예술작품을 만들어가는 것이 게임 개발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왠지 너무 피곤한걸.’


회사라는 곳은 치열한 경쟁이 난무하는 곳.

같이 협력하기보다 상대를 굴복시키고 본인의 우월감을 드러내는 사람만이 대표의 눈에 띄고 인정받는 곳이었다.


‘인정할 수 없어. 꼭 그렇게 서로 죽어라 싸워야 하는 거냐고.’


팀장들은 언제나 으르렁거리며 서로에게 양보를 강요하고 일감을 상대 팀에게 떠밀기 바빴다.

패배한 팀은 더 많은 일감을 가져가게 되고 그것이 야근으로 이어져 삶의 질적 저하로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난 인정 못 해.’


분명 같이 분담해서 해결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비현은 손을 들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려 했다.

그때 시간이 멈추는 회의실.

방에 있는 모든 것들이 잿빛으로 변하면서 움직임을 멈추었다.


“뭐지? 모든 게 다 멈췄나?”


아니, 단 한 사람.

조은비만이 벌떡 일어나 비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녀는 기괴하게 웃으며 한마디 했다..


“깔깔깔깔! 김비현. 여전히 그러고 사네?”

“뭐, 뭐야!”


그녀는 책상 위로 올라가 비현을 깔보듯 내려다봤다.


“솔직히 초반에 죽을 줄 알았는데 제법이야.”


이런 대사를 한다는 것은 환술이라는 의미.

비현은 눈을 힘껏 비볐다.


“대체 언제 걸려든 거지?”


비현은 필사적으로 잠들기 전의 상황을 떠올렸다.

생각해보니 별문제 없이 잠자리에 들었었는데?

조은비는 여전히 깔깔대고 있었다.


“아하하핫! 아하하하하하!”

“닥쳐! 미친년아!”

“아하하하! 찐따! 아싸! 꼴통! 9등급!”


아니라고 반박하고 싶은데 왜 아프지?

비현의 눈가에 눈물이 한 방울 맺힌다.


“유치하게 놀리지 말고 제대로 붙자!”


비현이 주먹을 휘둘렀지만, 속도는 매우 느렸다.

그녀는 손쉽게 주먹을 피하고는 비현과 눈을 마주했다.


“깔깔깔깔! 너 같은 루저는 그냥 죽는 게 나아!”

“이... 이게 진짜 보자보자 하니까!”


이건 악몽이다.

빨리 깨어나야 한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이 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보통 영화 같은 데서 보면 스스로에게 고통을 줘서 깨우는 방법이 있었던 것 같다.


<드래곤 슬래시(Dragon Slash) - Lv1>


비현의 오른손에 검은 없었지만 노란 황룡이 팔을 휘감으며 손끝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어차피 꿈이니까.”


비현은 자신의 심장부위를 향해 스킬을 사용했다.


-퍼어억!

“쿨럭!”


입에서 피가 튀었지만, 신기하게도 아프지는 않았다.

이 정도의 공격으로는 소용이 없는 모양.

비현은 다시 한번 스킬을 준비했다.


<깨물기(Bite) - Lv1>


별로 위생적이지 않은 스킬이라 사용이 꺼려지지만, 이것이야말로 꿈에서 깨어나는데 특효가 아닐까?


-와드득!


비현이 이빨로 팔을 물어뜯었지만, 마찬가지로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뭐야. 대체 어떻게 해야 깨어날 수 있는 건데?”


책상 위에서 그를 지켜보던 조은비가 낄낄 웃으며 답변해줬다.


“진짜 멍청하네. 공격해야 할 대상이 정말 본인인 줄 아나 봐.”


지금 조은비가 하는 말을 100퍼센트 신뢰할 수 없다.

그러나 딱히 대안이 있지도 않은 상황.

비현은 속는 셈 치고 다음 스킬을 준비했다.


<윈드 블로우(Wind Blow) - Lv1>


비현의 오른손에 강한 회오리바람이 생성되었다.

그는 조은비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뒈져!”


강력한 질품이 곧장 녀석을 향해 날아간다.

놀라 몸을 흠칫 떠는 조은비.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된 상대를 타격한 모양이다.

그러나 그녀가 맞기 직전, 비현의 눈앞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어어?”


정신 차려보니 눈앞에 서있는 여성이 조은비가 아닌, 루엘시아로 바뀌어 있었다.

비현의 주먹은 아슬아슬하게 그녀의 뺨을 스쳐 지나갔고, 뒤쪽의 문짝을 날려버리고 말았다.


-콰아앙!

“아, 아아아......”


공포에 질린 채 비현을 보고 있는 루엘시아.

주변을 보니 방의 풍경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이 확인되었다.


“비, 비욘드님?”

“아, 아니! 이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옆방에서 우당탕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레이가 검을 빼 들고 방으로 들어왔다.


“김비현!”

“아, 아냐! 진짜 아니라고!”


이건 조은비의 음모다.

그녀가 깔아놓은 판에 제대로 걸려든 것이다.

하지만 대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아직 그녀가 가진 스킬을 몰라 분석할 수 없다.


‘꿈을 통한 환술인가?’


하지만 이 정도 떨어져 있고 위치 파악도 되지 않을 텐데 정확하게 타겟팅이 가능하다고?

레이는 비현의 목젖에 검을 겨누었다.


“네놈. 현재 조종당하고 있는 것인가?”

“모, 몰라! 나도 어떻게 된 일인지!”


이시스가 다가와 비현의 몸을 살펴본다.


“아무리 봐도 뭔가 당한 흔적은 없어요.”


레이가 검을 내려놓는다.

다행히 사고가 벌어지기 직전에 끝난 일이니 이 정도로 끝날 모양.

하지만 루엘시아는 여전히 놀라있었다.


“저, 저기... 저주가 걸려있을지도 몰라요.”

“그렇군요. 김비현을 다른 숙소로 이동시키겠습니다.”


비현은 억울했지만 어쩔 수 없다.

그가 당한 스킬의 정체를 파악할 때까지는 말이다.


“음. 저기, 혹시 루엘시아의 스킬이라면 저주를 풀 수 있지 않을까?”

“아아! 한번 해볼게요.”


루엘시아가 떨리는 손으로 비현에게 스킬을 사용한다.


<퓨리파이(Purify) - Lv4>


비현의 몸에 빛이 번쩍였지만, 뭔가가 사라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풀린 거 맞아?”

“모, 모르겠어요.”


저주가 풀렸다면 알림 창이라던가 이펙트라던가 뭔가가 떠야 할 듯한데 너무 잠잠하다.

역시 저주가 아닌 건가?

비현과 일행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아침을 맞이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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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0화>악몽 (3) 24.09.17 7 1 12쪽
30 <29화>악몽 (2) 24.09.16 11 1 12쪽
29 <28화>악몽 (1) 24.09.13 12 1 12쪽
» <27화>성도 하드리안 (3) 24.09.12 14 1 11쪽
27 <26화>성도 하드리안 (2) 24.09.11 15 1 12쪽
26 <25화>성도 하드리안 (1) 24.09.10 22 1 12쪽
25 <24화>하드리안의 지배자 (1부완) 24.09.09 27 1 13쪽
24 <23화>사냥감 (2) 24.09.06 28 1 12쪽
23 <22화>사냥감 (1) 24.09.05 28 2 12쪽
22 <21화>인퀴지터 (2) 24.09.04 27 2 11쪽
21 <20화>인퀴지터 (1) 24.09.03 27 2 12쪽
20 <19화>탈출 (3) 24.09.02 33 2 12쪽
19 <18화>탈출 (2) 24.08.30 37 2 12쪽
18 <17화>탈출 (1) 24.08.29 42 1 12쪽
17 <16화>재회 (3) 24.08.28 50 2 11쪽
16 <15화>재회 (2) 24.08.27 50 2 12쪽
15 <14화>재회 (1) 24.08.26 57 2 13쪽
14 <13화>죽이고 또 죽이고 (2) 24.08.23 56 2 11쪽
13 <12화>죽이고 또 죽이고 (1) 24.08.22 57 2 11쪽
12 <11화>안개 낀 산속에서 (3) 24.08.21 68 2 12쪽
11 <10화>안개 낀 산속에서 (2) 24.08.20 79 2 12쪽
10 <9화>안개 낀 산속에서 (1) 24.08.19 106 3 12쪽
9 <8화>영주의 부름 (2) 24.08.18 116 3 12쪽
8 <7화>영주의 부름 (1) 24.08.17 130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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