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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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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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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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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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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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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재회 (3)

DUMMY

예지은이 불안한 눈빛으로 레이와 루엘시아를 본다.


“비현씨. 죄송한데 계속 이야기해도 괜찮을까요?”


눈빛을 날카롭게 빛내는 레이와 루엘시아.

아무래도 도시 파괴 이야기를 들으려는 것 같은데.


“음, 일단 계속 진행하시죠.”


그녀는 어색하게 웃으며 질문을 시작했다.


“좋아요. 그럼 비현씨. 당신은 어째서 우리가 낯선 세계로 불려왔는지 알고 있으신가요?”

“글쎄요?”


예지은은 하드리아누스가 대표에게 내려준 퀘스트에 대해 알려주었다.

하드리아누스의 목적은 악신을 토벌하는 것.

그러나 본인의 힘으로는 쓰러트릴 수 없었기에 이세계에서 특별한 용병을 데려왔다는 것이다.


‘하필 그렇게 데려온 용병이 우리였다?’


회사 직원들을 한꺼번에 데려올 생각을 하다니.

함께 무리 지어 있는 모습이 사이좋아 보였던 모양.

그러나 회사는 삶을 위한 투쟁의 장소이고, 싫은 사람과도 웃으며 인사해야 하는 곳이다.

심지어 어제 친했던 사람도 같이 일하다 보면 적으로 완전히 뒤바뀌기도 한다.


‘겉으로 화기애애해 보여도 은근 뒷담화 걱정됐지.’


직장인들은 실수하지 않기 위해 완벽한 척 연기를 하고, 좋은 사람인 척 스스로 포장한다.

그런 사람들이 갑자기 강력한 힘을 부여받고 낯선 세계에 떨어지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내 마음대로 세상을 쥐락펴락하고 싶지 않을까?’


그 단적인 예가 바로 회사 대표다.

그는 회사를 운영하며 다양한 사회 제도에 의해 구속되어 있었다.

제아무리 회사에서는 왕이나 마찬가지라 해도 사회에 나와서 보면 왕 위에 가장 높은 황제가 존재하는 셈.

대표는 이곳에 오면서부터 법률의 지배에서 벗어났고, 쓸모없는 직원인 비현을 거리낌 없이 버렸다.

이후, 예지은 또한 2차로 버림받았으니 남아있는 직원들은 당연히 다음 차례가 자신이 될 수도 있겠다 불안해할 것이다.


“작가님. 그 인간들이 미래에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있을까요?”


예지은은 빙그레 웃으며 품에서 종이쪼가리를 하나 꺼내 들었다.


“제가 회사 분들에게 보여준 예언이에요.”


그녀가 보여준 종이에 적혀있는 글은 이러했다.


<강대한 무리는 쪼개지고 파괴될 것이다. 먼저 찾아오는 귀인을 친구로 맞이하라.>


“이미 미래를 보셨군요.”


그녀는 찾아올 귀인을 기다렸던 것이었다.

그 귀인이 바로 김비현 본인이었고 말이다.


“하하! 참 신통한 능력이네요.”


예지은은 전투에 특화된 인간은 아니다.

그러나 미래를 점치는 신묘한 능력이 있다.

이는 비현에게는 반드시 필요했다.


‘마치 미래의 로또 번호를 미리 알고 있다는 느낌?’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있다면 그것만큼 마음을 차분하게 안정시켜주는 것이 또 어디에 있을까.

사람들이 종교를 믿는 것도, 점집을 다니는 것도 다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내가 원하는 미래가 오지 않을까봐.

본인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결과가 올까봐.

그런데 그것을 알려줄 나침반이 눈앞에 있다?

비현은 그녀와 여행을 함께 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나저나 대표에게서 얻은 정보는 없나요?”


당최 이 인간들, 뭐 하고 다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함께 다녀봤으면 이들에 대해 잘 알고 있겠지?

예지은이 입을 열었다.


“그들은 퀘스트의 조기 완결을 꿈꾸고 있었어요.”

“있었다? 그럼 지금은 아니라는 건가요?”

“네. 예언대로 직원들이 분열되었으니까요.”


앞서 대표에 대해 설명했을 때, 법률의 지배를 벗어나 자유롭게 욕망대로 행동했을 것이라 했을 것이다.

그것은 각자의 직원들 또한 마찬가지다.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각자 원하는 바를 추구하려고 들지 않을까?


‘진짜 멍청한 신이 사람 잘못 데려온 거네.’


그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그저 겉보기에 단결이 잘되는 듯한 그룹을 하나 훔쳐와 힘을 주고 이 세계에 뿌렸다.

이런 상황에 모르프노스를 처단하라고?

그야말로 순진한 생각.

누군가 강력한 힘으로 그들을 제어하지 않는 한, 힘을 모으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작가님. 다들 어떤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알아요?”

“전부 다는 아니고 몇 명은 알아요.”

“어떤 능력이 있죠?”


예지은은 웃으며 대답 대신 엉뚱한 소리를 했다.


“비현씨. 일단 그 부분은 이야기가 길어지니 나중에 알려드리고 싶네요.”

“아니, 어째서요? 미리 대비해야죠.”

“지금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어서요.”

“저한텐 이게 제일 중요한 이야긴데요?”


그녀는 창가로 걸어가 창문을 활짝 열었다.


“비현씨. 이제 막 스킬 시스템에 대해 아셨잖아요. 어차피 지금 알려드린다 해도 대비할 수 없어요.”

“그걸 왜 님이 멋대로 판단하는데요?”


예지은이 창가에 걸터앉아 쿠키를 구웠다.


<{고유} 쿠키 굽기(Bake Cookies) - Lv 8>


쿠키를 반으로 갈라 종이만 빼내고 입에 넣는 그녀.

모두의 시선이 그녀가 든 종이에 집중되었다.


“이게 우리 파티의 미래에요.”


그녀가 종이를 구겨 비현에게 던졌다.

비현은 그것을 받아 펼쳐보았다.


<한 번의 죽음을 확인할 때까지 이방인들과 마주하지 말지어다.>


이방인.

아마도 회사 사람을 의미하는 단어일 것이다.

그런데 그들과 마주하지 말라?

한 번의 죽음은 누구의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녀의 쿠키에서 나온 종이를 신기하게 보는 사람들.

레이와 루엘시아가 그녀로부터 종이를 받아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일단 당신은 우리와도 대화 좀 나눠야겠다.”


말을 마친 레이가 비현에게 눈치를 줬다.


“저기, 아직 할 얘기 많이 남아있는데.”

“우리가 먼저다. 잠시 대기하도록!”


레이의 기세에 눌린 비현은 터덜터덜 방을 나갔다.


“잠깐 바람이나 쐬고 와야겠네.”


밖으로 나가는 비현.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할지는 뻔하다.

이계에 대한 이야기나 도시 멸망에 대해 얘기할 터.

건물 밖으로 나온 비현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곳이 어딘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그린 힐로 돌아왔네.”


그러고 보니 영주에게 보고를 올리지 않았다.

조직을 운영하는 대부분의 리더는 보고를 중시한다.

어쩌면 영주도 지금 많이 화가 나있을 지도.

괜히 원한을 사면 곤란하니 빨리 가봐야 한다.


“아, 왠지 싸한 느낌이 드는데?”


비현은 서둘러 영주의 성으로 이동했다.

입구에서 지키던 보초병이 그를 발견하고는 창을 위로 치켜들었다.


“깅비연. 어서 오십시오.”


병사의 안내를 받아 다시 계단을 올라간 비현.

알현실에 도착하니 영주는 매서운 눈초리로 비현을 쏘아보고 있었다.


“늦었군. 내가 보내준 병사도 많이 잃었던데.”

“하하하, 그게 말이죠.”


나름 믿고 신뢰해서 보내준 병사들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소중한 병사들을 상당수 잃었으니 영주로써는 기분이 상했을 터.

빨리 제대로 보고해서 영주의 마음을 달래줘야 한다.

그런데 이때 먼저 나서는 귀족 하나.


“영주님! 제가 보고 드리겠습니다.”


저놈은 갑자기 뭔데 나서지?

녀석은 기다렸다는 듯 자기 하고 싶은 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함께 파견되었던 제 수하가 말하기를, 깅비욘드는 자신의 안위만을 바라면서 전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실질적으로 군을 지휘한 것은 레이 트레이스였으며, 그자 또한 지휘를 게을리하여 수백에 달하는 우리 군을 죽도록 방치했다고 합니다.”


반박하고 싶지만, 사실 그가 한 이야기는 어느 정도 사실이었다.


‘아, 큰일이네.’


비현을 시기하던 귀족들이 수를 쓴 것 같다.

설마 첩자를 보냈을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았다니.

이럴 줄 알았으면 단 한 명의 생존자도 남지 않도록 할 걸 그랬다..


‘뭐라고 변명하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비현의 능력으로는 도망 다니는 것이 고작이었다?

이건 변명거리밖에 안 된다.

오히려 더 큰 처벌을 받을지 모른다.

비현은 말없이 영주의 기분을 살폈다.


“이! 감히! 믿고 맡긴 나의 군대가 그대의 눈에는 장난처럼 보였단 말이냐!”


영주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소리쳤다.


“저자를 고문실로 끌고 가라! 내 친히 심문하겠다.”


우르르 몰려와 비현을 체포하는 병사들.

비현이 놀라 스킬을 사용하려 했지만, 그전에 누군가가 먼저 마법을 사용했다.


<블로케이드(Blockade) - Lv3>

<레벨 3 이하의 모든 스킬이 봉쇄됩니다.>


“어? 봉쇄?”


영주의 옆에 있던 안경을 쓴 금발의 남자.

그가 스태프를 이쪽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Lv 20 라이트 디 앰비언트>


“젠장! 하필 레벨 3 이하 봉인이냐.”


비현은 이를 빠드득 갈며 뒤돌아 달아나려 했지만, 금방 병사들에게 붙잡혔다.

동시에 그는 목덜미를 가격당했고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


빛이 들어오지 않는 캄캄한 감옥.

비현은 축축한 바닥에 누워 팔, 다리를 허우적대고 있었다.


“낄낄낄! 도망갈 생각은 버려라.”


간수가 문밖에서 비아냥댄다.


“이 쳐 죽일 자식!”


녀석은 비현을 단순히 가두기만 한 것이 아니었다.

기절한 사이에 팔, 다리의 힘줄까지 모두 끊어놓은 것.

그걸로도 모자라 묵직한 족쇄까지 채워져 있었다.


‘설마 이렇게까지 할 줄이야.’


분명 병사를 잃은 것은 미안할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람을 어둡고 축축한 곳에 가둬?

그것도 팔, 다리 힘줄까지 다 끊어버리고?

비현은 이제야 영주의 인성이 어떤지 알 수 있었다.


‘이 녀석들하고는 절대로 편 먹으면 안돼!’


어떻게든 바깥에 있는 동료들에게 알려야 한다.

그러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비현은 고민에 빠졌다.


“죄수 놈아. 기뻐해라. 영주님께서 방문하셨다.”

“크윽!?”


묵직한 철문이 열리더니 영주와 귀족, 병사들이 우르르 안으로 들어왔다.


“으득! 이게 대체 무슨 짓입니까?”


영주는 비현의 눈앞에 가까이 서서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킴비욘드. 나는 지금 너무 화가 난다네. 내가 보내준 신뢰에 이렇게 보답을 하다니.”

“무, 무슨 소리를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영주는 인상을 찌푸리며 비현의 손목을 짓밟았다.


“아으악!”

“아직 내게 얘기하지 않은 것이 있을 텐데 끝까지 오리발을 내미는군.”


대체 여기서 뭘 더 말해야 하는 거지?

비현은 눈물까지 흘리며 영주에게 용서를 빌었다.


“사, 살려주십쇼! 뭐든! 뭐든 대답해드리겠습니다.”


비현은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쯤 레이와 루엘시아도 이상함을 눈치챌 터.

그들이 이곳으로 오면 이 상황도 끝날 것이다.

그러나 영주는 비현의 이런 생각마저 간파한 모양.


“호오! 아직 헛된 희망을 품고 있는 것인가?”


영주가 비현의 다른 쪽 손목을 짓밟았다.


“아아악!”


영주는 화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두 사람은 지금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너 따위는 애초에 신경도 쓰고 있지 않다는 말이지.”

“거, 거짓말!”


그들이 비현을 버리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럼 그때 폭포 앞에서 나눴던 대화들은 다 뭔데?


‘아니지. 이건 분명 거짓말이다. 나를 절망시켜서 배신을 유도하려고!’

“믿지 못하겠나?”


영주가 확신에 찬 얼굴로 비현을 내려다본다.


“서, 설마 진짜로?”


비현은 절망감에 눈을 감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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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사냥감 (2) 24.09.06 25 1 12쪽
23 <22화>사냥감 (1) 24.09.05 25 2 12쪽
22 <21화>인퀴지터 (2) 24.09.04 24 2 11쪽
21 <20화>인퀴지터 (1) 24.09.03 24 2 12쪽
20 <19화>탈출 (3) 24.09.02 30 2 12쪽
19 <18화>탈출 (2) 24.08.30 33 2 12쪽
18 <17화>탈출 (1) 24.08.29 39 1 12쪽
» <16화>재회 (3) 24.08.28 47 2 11쪽
16 <15화>재회 (2) 24.08.27 46 2 12쪽
15 <14화>재회 (1) 24.08.26 53 2 13쪽
14 <13화>죽이고 또 죽이고 (2) 24.08.23 52 2 11쪽
13 <12화>죽이고 또 죽이고 (1) 24.08.22 54 2 11쪽
12 <11화>안개 낀 산속에서 (3) 24.08.21 64 2 12쪽
11 <10화>안개 낀 산속에서 (2) 24.08.20 76 2 12쪽
10 <9화>안개 낀 산속에서 (1) 24.08.19 100 3 12쪽
9 <8화>영주의 부름 (2) 24.08.18 110 3 12쪽
8 <7화>영주의 부름 (1) 24.08.17 122 3 12쪽
7 <6화>멸망한 도시 (3) 24.08.16 139 3 11쪽
6 <5화>멸망한 도시 (2) 24.08.15 149 3 11쪽
5 <4화>멸망한 도시 (1) 24.08.14 17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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