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1의 스킬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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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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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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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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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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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탈출 (2)

DUMMY

마차가 도시를 벗어나 숲속으로 들어간다.

성벽 위에서 그것을 지켜보는 한 인물.

라이트는 비현의 움직임을 모두 관찰하고 있었다.


“역시 배신하는 건가?”


설마 성녀에게 봉쇄된 힘을 해방하는 스킬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덕분에 김비현의 배신이 쉬워지지 않았나.


“어쩔 수 없군. 다음 계획을 진행하는 수밖에.”


라이트는 스태프를 숲으로 향했다.


<텔레포테이션(Teleportation) - Lv 3>


라이트의 발아래에 녹색의 마법진이 생겨난다.

빛에 휘감기며 빠르게 사라져버린 그.

그가 있던 자리에는 발자국만이 남아있었다.


***


-다그닥다그닥!

“경치 정말 좋네.”


비현은 마차에 기대어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맞으며 풍경을 바라보았다.

창밖 너머로 병풍처럼 펼쳐진 눈 덮인 산맥.

그 앞으로 연둣빛 들판이 넓게 펼쳐져 있다.


“작가님, 정말 예술 아닙니까?”

“아뇨! 저는 그다지...”

“그래요? 작가니까 제법 감성적인 분일 줄 알았는데.”


비현은 다시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드리안까지는 오래 걸리려나?”


비현은 지금껏 한 개의 영지조차 벗어난 적 없다.

대체 나라 하나가 얼마나 큰 건지?

심지어 이 땅을 지배하는 자는 왕이 아닌 영주다.


“영지 하나가 이 정도면 국가는 훨씬 크겠네.”


체감상 영지 하나가 제주도와 비슷한 크기가 아닐까?

루엘시아는 웃으며 비현의 궁금증에 답해주었다.


“사로니아는 여섯 개의 영지로 구성된 나라니까요. 초대 임금님 이후, 대가 끊겨서 여섯 개의 영지로 분할됐어요.”


한마디로 느슨한 형태의 연맹왕국이라는 소리다.

말이 영주지. 도시 3개를 거느린 작은 소국의 왕이라 봐도 되는 것 아닌가.

루엘시아는 놀란 비현을 보며 계속 웃음 지었다.


“하드리안까지 영지 두 개를 더 지나야 하는데요.”

“뭐? 아직도 2개씩이나?”


이건 지금까지 겪어온 과정을 2번 더 겪으라는 소리.

앞으로 만날 새 영주도 ‘또라이’면 어떡하나 싶다.

루엘시아는 흥분한 그를 안심시키고자 했다.


“그래도 앞으로 가게 될 영지는 모두 저희 하드리안과 친한 가문이에요!”

“그, 그래?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네.”


그녀가 대답을 잠시 주저한다.


“응? 왜 그래?”


루엘시아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이제 도착할 와트 가문의 영지는 높은 산 위에 있거든요? 아마도 굉장히 추울 거에요.”


비현의 머릿속에 눈 덮인 바위산을 오르는 산악인의 모습이 떠올랐다.


“설마 저기 보이는 저런 산을 올라야 하는 거냐?”


루엘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래도 길은 잘 닦여있지만요.”

“길은 잘 닦여있다?”


어쨌든 산을 올라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아, 등산은 싫은데.’


이 세계에 온 뒤로 너무 정처없이 떠돌았다.

슬슬 한 곳에 정착하고 싶은데.

비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루엘시아는 신나서 제멋대로 설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저희가 향하는 ‘스노우 가드’는 절벽에 위치한 도시에요. 눈덮인 설산과 까마득한 절벽이 아름다워요.”

“어쩌라고. 설명 그만해.”

“힝~!”


어쨌거나 거대한 산맥을 넘어야 하드리안이라는 나라에 도착하는 모양이다.

햇볕도 따사로우니 잠시 낮잠을 자도 괜찮을 듯.

비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비현씨. 낮인데 벌써 자요?”


이번엔 작가님이 비현을 귀찮게 하려는 모양이다.

그는 귀찮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왜요?”

“저도 조금 심심해서 말이죠.”

“루엘시아랑 노세요.”

“아, 네.”


비현은 눈을 감았다.

그러자 서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는 두 사람.


“루엘시아. 나도 당신과 같은 성녀가 되고 싶어요.”

“성녀요? 그냥 일반 교인이 되고 싶은 게 아니에요?”


이건 또 무슨 이야기를 나누려는 거지?

비현은 살짝 실눈을 뜨고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

예지은은 웃으며 자신의 능력을 설명했다.


“보셨다시피 나는 운명을 점지하고 신내림을 받을 수 있어요. 이 능력은 신께서 주신 힘인데 이왕이면 성녀가 되어 더 많은 사람을 구원하고 싶네요.”


하긴, 운명을 점지하는 쿠키를 만드는 능력도 어떻게 보면 신의 기적에 가까운 능력이라 할 수 있지.

루엘시아는 잠시 고민했다.


“성녀라는 자리가 그렇게 좋은 자리는 아닌데. 나중에 하드리안에 가면 대성녀님께 물어볼게요.”

“대성녀?”


루엘시아의 대답은 계속 이어졌다.


“대성녀님은 하드리안을 통치하는 여왕이기도 하고 교단의 최고 지도자기도 해요. 각 지역 주교들이 일반 성녀 중 가장 뛰어난 사람을 대성녀로 선출하거든요.”


비현이 원래 있던 세계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교단의 우두머리를 뽑는 종교는 있었다.

설마 하드리안 교단도 그런 식으로 운영될 줄이야.

다른 점이 있다면 이곳은 오직 여성만을 교단의 우두머리로 뽑는다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결국, 세계만 다를 뿐 인간은 어차피 똑같다는 건가?’


물론 이곳에는 지구에 없던 다양한 종족과 초월적인 존재가 있지만.

지구와 달리 이곳의 신은 적극적으로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도 특별한 점이다.


‘그래서 작가님이 종교에 관심을 가지는 건가.’


그렇다고 해도 굳이 성녀가 될 필요가 있나 싶다.

혹시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가?

비현은 잠자는 것을 포기하고 상체를 일으켰다.


“작가님. 성녀가 되시게요?”


비현의 질문에 예지은이 활짝 웃었다.


“네. 이제 진심으로 봉사하는 삶을 살아보려고요.”


이따금씩 종교를 믿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종교를 찾는 경우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이건 너무 뜬금없지 않나.

놀랍게도 그녀의 눈빛은 진심인 듯 보였다.


“저는 하드리아누스님을 진심으로 믿고 있어요.”

“말도 안 돼.”


비현의 말을 듣고 있던 루엘시아가 도저히 못 참겠는지 그녀를 두둔하고 나섰다.


“비욘드님! 말이 좀 심하시네요. 저는 지은님께 성녀의 재능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이분이라면 대성녀까지도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요?”


루엘시아까지 저렇게 말하다니.

비현은 오지랖 부리는 것을 그만두기로 했다.


“슬슬 지루하네. 다음 도시는 아직이냐고.”


비현이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잠시 이야기에 너무 몰입했던 모양.

시간이 얼마나 지났나 궁금하여 창밖을 보니 해는 이미 산꼭대기에 걸쳐있었다.


“해가 저물면 위험할 거 같은데?”


지난밤에 겪었던 무시무시한 경험들이 떠오른다.

달의 냉기에 얼어붙어서 죽을 뻔했었던 기억.

그때의 기억은 비현을 불안하게 했다.


“곧 도착할 거에요. 걱정 마요.”

“응. 그렇다면 다행이기는 한데.”


괜한 걱정이었던 걸까?

차라리 도착할 때까지 눈 좀 붙이는 것이 나을 듯.

비현의 의식은 천천히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이때 들려오는 정체불명의 소리.


-슈우우!


‘응? 이건 불꽃 놀이할 때 들었던 소리 같은데?’


대학생 때 엠티 가서 신나게 터뜨리던 불꽃놀이 키트가 생각난다.


‘설마 그거겠어?’


뜬금없이 판타지 세계에서 불꽃놀이라니.

다시 생각해 봐도 말이 안 되는 생각이다.

비현은 씩 웃으며 다시 잠을 청했다.

그리고 들려오는 또 다른 소리.


-콰앙!


갑자기 큰 충격파가 이곳을 덮쳐왔다.

마차가 크게 흔들리더니 문짝이 날아갔다.

레이는 재빨리 마차 입구로 들어와 예지은과 루엘시아를 밖으로 끌어냈다.


“뭐, 뭐야? 무슨 일인데?”

“습격이다!”


레이가 비현의 팔을 붙잡더니 밖으로 홱 던져버린다.

곧이어 거대한 불덩이가 마차 위로 떨어지고.


-콰아앙!


큰 폭발이 일어나면서 마차는 잿더미가 되었다.

그와 동시에 나무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병사들.

그들은 모두 복면을 쓰고 있었다.


“앰비언트 놈들인가.”

“뭐? 그새 쫓아온 거야?”


비현이 얼빠진 얼굴로 불타는 마차를 바라봤다.

흥분한 루엘시아는 녀석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뭐예요! 우리가 누군 줄 알고 공격하는 거죠?”


병사들은 빠르게 무기를 꺼내 들었다.


“물론! 성녀이신 루엘시아님과 그 일행들이죠.”

“알면서도 공격을 한다고요? 어째서?”


병사들은 히죽 웃으며 석궁을 쏘았다.


-슈슉! 챙!


루엘시아를 향해 빠르게 날아가던 화살이 갑자기 끼어든 레이의 검에 막혔다.

그대로 조각나 바닥으로 떨어지는 화살.

놀란 그녀는 황급히 레이의 등 뒤로 몸을 숨겼다.


“레이!”

“감히! 성녀님에게 무기를 들이대?”


레이가 검을 붕붕 휘두르며 병사들을 향해 달려갔다.


“하드리안에 대한 선전포고로 간주하겠다.”


눈 깜짝할 사이에 병사 두 놈의 목이 떨어졌다.


“흐악!”

“레이 트레이스와 정면으로 맞붙지 마라!”


급작스럽게 시작된 전투.

갑자기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모르겠다.

비현은 당황하여 그저 멍하니 서 있었다.


‘갑자기 깨어나는 바람에 비몽사몽 하네.’


비현이 얼 타는 사이, 레이는 하얀 궤적을 그리며 병사들의 사이에서 한바탕 칼춤을 추었다.

그 모습은 마치 검은 도화지에 위에 번져가는 새하얀 물감을 보는 것만 같았다.


-서걱!

“크에엑!”

-서걱!

“흐아악!”


섬광같은 레이의 검 앞에 적들은 무력했다.

앞을 가로막던 병사 하나가 머리와 팔, 다리에서 붉은 피를 뿜으며 고깃덩이가 되었다.

비현은 후각을 자극하는 비릿한 혈향(血香)에 헛구역질이 나왔다.


“우웁! 좀 깔끔하게 처리 못 하겠냐!”


이렇게까지 난폭하게 검을 휘두를 필요가 있을까?

덕분에 장르가 많이 고어(Gore)해졌다.


“이익! 집결해라!”


병사들이 하나로 뭉치며 일제히 방패를 들어 올린다.

그러나 크게 표정 변화가 없는 레이 트레이스.

그는 빠르게 검을 뽑아 스킬을 사용하였다.


<어디리얼 슬래시(Ethereal Slash)>


-사사삭!


방패와 함께 통째로 병사들을 썰어 버린 레이.

그는 숨소리조차 내지 않은 채 검을 다시 집어넣었다.


“내 능력을 안다면 뭉쳐서 싸우지 않았을 텐데.”


그렇다고 흩어져 싸운다 해서 나아지지는 않겠지만.

레이는 매의 눈으로 다음 사냥감을 찾아보았다.


“벌써 끝났나? 그럼 빨리 이동해야겠군.”

“끝났긴 뭐가 끝나, 등신아! 뒤에도 있잖아!”


새로운 병사가 레이의 등 뒤에서 공격해온다.

그대로 몸을 돌려 발차기로 놈을 날려버린 레이.

사방에서 새로운 병사들이 불쑥 나타났다.


“아! 귀찮게 구네.”


비현이 달려드는 병사 하나를 발로 걷어찼다.

이틈에 몇몇 병사가 루엘시아를 노리고 공격해온다.

레이가 섬광처럼 날아가 그들을 썰어버렸다.


<어디리얼 슬래시(Ethereal Slash)>


“커헉!”


레이의 움직임은 정말 신속했다.

비현이 나설 틈도 없이 빠르고 깔끔했으니 말이다.


“크윽! 젠장!”


살아남은 병사들은 초조해 보였다.

자꾸만 루엘시아를 힐끔힐끔 보는 녀석들.


‘뭐지? 아까부터 루엘시아만 노리는 거 같은데.’


루엘시아가 가장 죽이기 만만한 것일까?

그래봤자 레이만 더 열받게 할 뿐인데.

다시 한번 새하얀 섬광이 번쩍이더니 성녀를 노리던 병사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아악!”


석궁을 들었던 병사의 두 팔이 잘려나갔다.

뒤이어 목이 날아가고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바닥에 떨어진 목은 혈관에서 피를 뿜어대며 꿈틀대고 있었다.


“너희들, 하드리안과 적대하고 싶은 거냐.”


살아남은 몇몇 병사가 고통스러워하며 주저앉았다.


“아악! 사, 살려줘! 다시는 공격하지 않을게!”


하지만 레이는 조금도 봐주지 않았다.

병사의 이마에 그대로 검을 꽂아 넣었으니 말이다.


“너에게 그런 결정을 내릴 권한은 없다는 걸 안다.”

-피슉!


이마에서 피를 뿜어내며 쓰러진 병사.

레이는 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주변을 경계했다.


“날아온 불은 마법이었다. 아직 마법사가 근처에 있을지도 모른다.”


비현은 주변을 빠르게 살펴보았다.

마법사는커녕 사람 그림자 하나 보이지 않았다.


“도망친 거 아냐?”

“음. 잘 모르겠군.”


아무래도 적은 더 존재하지 않는 모양이다.

두 사람은 경계를 거둬들였고, 불타는 마차의 잔해를 잠시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때였다.


“비현씨! 위! 위를 보세요!”


예지은의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위를 향했다.

하늘 높이 떠 있는 안경을 쓴 금발의 남자.

그의 이름은 바로 라이트 디 앰비언트.

앰비언트 가문 최고의 마법사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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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화>하드리안의 지배자 (1부완) 24.09.09 24 1 13쪽
24 <23화>사냥감 (2) 24.09.06 26 1 12쪽
23 <22화>사냥감 (1) 24.09.05 25 2 12쪽
22 <21화>인퀴지터 (2) 24.09.04 24 2 11쪽
21 <20화>인퀴지터 (1) 24.09.03 24 2 12쪽
20 <19화>탈출 (3) 24.09.02 31 2 12쪽
» <18화>탈출 (2) 24.08.30 34 2 12쪽
18 <17화>탈출 (1) 24.08.29 39 1 12쪽
17 <16화>재회 (3) 24.08.28 47 2 11쪽
16 <15화>재회 (2) 24.08.27 46 2 12쪽
15 <14화>재회 (1) 24.08.26 54 2 13쪽
14 <13화>죽이고 또 죽이고 (2) 24.08.23 53 2 11쪽
13 <12화>죽이고 또 죽이고 (1) 24.08.22 55 2 11쪽
12 <11화>안개 낀 산속에서 (3) 24.08.21 64 2 12쪽
11 <10화>안개 낀 산속에서 (2) 24.08.20 77 2 12쪽
10 <9화>안개 낀 산속에서 (1) 24.08.19 100 3 12쪽
9 <8화>영주의 부름 (2) 24.08.18 110 3 12쪽
8 <7화>영주의 부름 (1) 24.08.17 123 3 12쪽
7 <6화>멸망한 도시 (3) 24.08.16 139 3 11쪽
6 <5화>멸망한 도시 (2) 24.08.15 150 3 11쪽
5 <4화>멸망한 도시 (1) 24.08.14 17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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