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1의 스킬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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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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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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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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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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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1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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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1화>안개 낀 산속에서 (3)

DUMMY

[인간이여. 어떻게 나를 성녀로부터 떼어낸 것인가?]


불덩어리가 다소 분노한 남성의 목소리로 질문했다.


‘아, 이거 들키겠는데?’


루엘시아가 고개를 돌려 불과 비현을 번갈아 쳐다본다.


“앗? 스피릿이!”

“하하... 결국 들켰나?”


이제 루엘시아와는 적대관계가 될 수밖에 없나?

하필 이런 전장 한가운데서 적대하게 되다니 참으로 위험한 상황이다.


“비욘드님. 제 스피릿이 어째서 여기에 나와 있죠?”

“으응?”


이 녀석, 바보인가?

아니면 정말 눈치가 없는 건가.

뭐, 잘하면 아무렇지 않은 척 넘길 수도 있겠다.

비현은 사람 좋게 웃어 보였다.


“하하하. 그, 그러게?”


비현은 어설프게 연기하며 불덩이를 쳐다보았다.


[......뭐하는 거지?]


불이 다소 황당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이럴 때일수록 빠르게 화제를 전환해야 한다.

비현은 불을 향해 소리쳤다.


“네놈. 정체가 뭐냐?”

[???]


어이없어 하는 불덩이.

그는 잠시 루엘시아의 상태를 보더니 마지못한 듯 소개를 시작했다.


[후우... 좋다. 나는 불이다.]

“......”


뭔가 대답이 지나치게 단순한 듯하다.

다시 생각을 정리하여 질문을 새로 던져본다.


“네놈, 종족은 뭐지?”

[음? 그런 류의 질문이었던 건가?]


불은 머리를 긁적이며 답변을 이어갔다.


[나는 태초의 불에서 떨어져나온 정령이다. 종족으로 분류하기에는 다소 이상할 수 있겠군.]

“으음. 한마디로 불의 정령 같은 건가 보네?”


보아하니 정령에게 따로 이름이 있는 것은 아닌 듯.

비현은 차분하게 다음 질문을 이어갔다.


“그러니까 너는 신과는 다르다 이거냐?”

[그렇다.]

“대답이 단순하긴 하네.”


그냥 불의 정령을 소환하는 스킬이었나?

비현은 적잖이 실망했다.


“에휴, 됐다. 딱히 특별할 것도 없는 스킬이네.”


왠지 평범한 소환 스킬에 대화 기능만 추가된 느낌.

비현은 녀석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인간. 나는 너에게 관심이 생겼다.]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하는 녀석.

비현은 관심 없다는 듯 고개를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됐어. 딱히 전투능력도 없어 보이는 정령 따위 나도 필요 없거든.”


녀석에게는 이제 진심으로 흥미가 없다.

스킬을 하나라도 더 얻어야 하는 상황에 쓸데없이 시간만 낭비할 수는 없는 법.

차라리 ‘파이어 볼’ 같은 마법을 획득하는 게 낫다.

그래도 뭔가 특별한 스킬일 것이라 기대했는데.

하지만 불은 곧 비현이 생각지도 못한 발언을 했다.


[나를 소유한 자는 우투의 불을 만질 수 있다.]

“어? 우투의 불?”


잘은 모르겠지만 가지고 있으면 반드시 쓸모가 있는 스킬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녀석은 두 손을 모으며 대답을 이어갔다.


[나는 불씨를 통해 영혼의 복사가 가능하다. 나에게는 동료가 늘어나는 것이니 분명 좋은 일이지.]


녀석이 모은 두 손안에서 화려한 붉은 꽃이 피어났다.


[이것을 삼켜라.]


비현은 활활 타오르는 꽃을 받아들었다.


[불의 신 우투의 축복이 담긴 불이다. 앞으로 맞설 거대한 어둠에 저항하려면 필요할 것이다.]

“우투의 축복? 어둠에 저항?”


이건 뭔가 선택받은 용사가 된 기분이잖나.

불은 씩 웃는 비현을 마주보며 대답을 이어갔다.


[주신 아누께서는 4개의 신의 권능을 이 세계에 남겼다. 이는 모르프노스의 4대 재앙을 상대하기 위한 것! 그 중 ‘우투의 불’은 이 세상의 모든 불을 다스리는 아누의 성물이다.]


설명을 들은 비현은 얼굴에 흡족한 미소를 띠었다.


“그래. 그럼 사양하지 않고 받아들이마.”


비현은 붉은 꽃을 입안에 넣었다.

따스한 기운이 그의 목구멍을 통해 안으로 내려갔다.


<우투의 힘이 신체에 깃듭니다.>

<‘{고유} 이그니스 스피리투스(Ignis spiritus) - Lv1’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따스한 기운을 받아서인지 신체에 활력이 느껴졌다.


‘비타민 D를 잔뜩 섭취하면 이렇게 되려나?’


왠지 절대로 우울증 따위는 걸리지 않을 것 같다.

이 정도면 전체적인 능력치의 향상도 있을 듯.

비현은 시험 삼아 획득한 스킬을 사용해보았다.


<{고유} 이그니스 스피리투스(Ignis spiritus) - Lv1>


루엘시아의 것과 동일한 뜨거운 불덩이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다.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루엘시아는 놀라 그것을 유심히 쳐다봤다.


“비욘드님! 해내셨군요!”


두 사람이 생성한 불길이 서로 공전하며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주변에 자욱하게 끼어있던 안개는 마치 불에 닿은 드라이아이스가 녹아내리듯 수분을 바닥에 쏟으며 서서히 먼 곳으로 물러났다.

아직 하늘은 흐릿하지만 뭐,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결과물이다.


“자, 그럼 전투가 어떻게 됐는지 확인해볼까?”


주변 상황을 살펴보니 이미 전투는 끝나있는 상황.

살아남은 병사들은 죽은 동료의 시신을 파묻고 있었고, 레이는 검을 손질하며 멀리 눈 덮인 산을 응시하고 있었다.


“우리 얼마나 이러고 있었던 거지?”

“한 시간 정도요.”


교감한 시간이 짧았던 것 같은데 벌써 그렇게 됐나.

비현은 자신의 눈앞에 떠 있는 불덩어리를 손가락 끝으로 가리켰다.


“혹시 너도 이거랑 대화 많이 해봤어?”

“이그니스 말씀이신가요?”


그녀는 대견하다는 듯 비현을 보며 설명을 이어갔다.


“비욘드님은 정말 대단해요. 하드리아누스께 축복을 받은 성녀에게만 전승되는 능력을 배우시다니 말이에요. 불의 영혼 이그니스는 불의 신 우투와 교감하기 위한 매개체거든요.”


확실히 뭔가 엄청난 스킬을 배워버린 모양인데?

비현은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나는 히든 캐릭터인가.’


레벨이 1이라 정통으로 맞으면 한 방에 개복치처럼 죽는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마저도 현재 스킬을 습득하는 것으로 점차 극복해나가고 있다.


‘이세계에 전이되자마자 대표한테 버림받았던 게 불과 얼마 전이었는데 이렇게 성장하다니. 조만간 한 방 먹여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는걸?’


비타민D 때문인지 몰라도 왠지 자신감이 들었다.

함께 이세계에 떨어진 다른 직원들과 비교하면 얼마나 좋은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비현만큼은 좋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절대로 만만하게 보면 안 돼.’


자만하는 순간, 역풍을 맞을지 모른다.

비현은 잡생각을 떨쳐냈다.

그동안 레이는 손질한 검을 다시 검집에 넣고 있었다.


“킹비욘. 병사가 85명 사망했다. 현재 인원은 218명. 원정을 계속하는 건 불가능하다.”

“슬슬 김비현이라고 제대로 불러주면 안 될까?”


이거 가끔 보면 일부러 그러는 것 같다니까?

레이가 비현을 무시한 채 숲을 바라보았다.

멀리 숲에서는 으르렁거리는 짐승들의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어쩌지? 물러나야 할까?”


왠지 레이라면 병사 없이도 잘 싸울 것 같은데.

루엘시아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며 입을 열었다.


“저어. 뒤쪽에서도 무슨 소리가 나는데요?”

“뒤쪽?”


비현은 스킬을 사용해 자신의 감각을 상승시켰다.


<패스 오브 워리어(Path of Warrior) - Lv1>


발달된 청각을 통해 앞, 뒤, 좌, 우, 모든 방면에서 몬스터가 접근해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킹비욘. 알아차렸는지 모르겠지만 이 몬스터들, 제법 체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러게. 지능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사방에서 모습을 드러낸 몬스터들.

주 종족은 예티였지만 몇몇 특이한 종족도 눈에 띄었다.


<Lv 15 사스콰치>

위험도: ★★★☆☆☆☆


<Lv 18 웬디고>

위험도: ★★☆☆☆☆☆


<Lv 23 자이언트 베어>

위험도: ★★☆☆☆☆☆


사스콰치는 직립보행을 하는 유인원 몬스터다.

레벨은 제일 낮은데 위험도는 다른 놈들보다 높다는 게 다소 신경 쓰였다.

웬디고는 전체적으로 사스콰치랑 동일하다.

똑같이 직립보행을 하지만 사슴 대가리인 것만 예외.

자이언트 베어는 그냥 말 그대로 그냥 거대한 곰이다.

목줄을 한 것으로 보아 다른 몬스터에 의해 사육되고 있는 듯했다.


“어후, 이거 사망자 많이 나오겠는데.”


전체적으로 능력치는 크게 위협적이지 않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녀석들의 숫자는 대략 1000마리 이상?

어찌 되었든 현재 인간의 병력보다 몇 배나 많다.


“레이. 몇 마리까지 혼자 커버칠 수 있냐?”


레이는 새하얀 검을 뽑아 들더니 앞으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앞쪽은 내가 다 맡겠다. 나머지는 알아서 하도록.”


정면의 적들 사이에서도 강해 보이는 녀석이 맨 앞으로 나온다.


<Lv 36 예티 대족장>

위험도: ★★★★☆☆☆


대족장의 털은 다른 예티와 다르게 붉은색이었다.

덩치도 일반 예티의 2배. 들고 있는 거대한 양날도끼는 모든 것을 반으로 갈라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으으, 인간.]

“사람의 말을 할 줄 아나?”


레이의 질문에 대족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인간. 어째서 우리의 영역을 침입했나?]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레이를 내려다보는 족장.

그 눈빛에는 마치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오만함이 느껴졌다.

레이는 피식 웃음 지으며 질문에 대답했다.


“침입이라. 듣기로는 너희가 먼저 우리 쪽에 침입했다고 하던데.”

[그워어어! 웃기지 마라! 너희가 먼저 우리 영토를 침범했다! 그리고 감히 우리의 신을 진노하게 만들어 눈보라를 일으켰다! 우리는 일족을 많이 잃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들 사회에서 뭔가 일이 벌어진 모양이다.

게다가 이들은 그 원인을 이쪽으로 돌리려 하고 있었다.


“산신? 우리 인간 중 겁 없이 스코펠로스의 험준한 산에 진입할 녀석은 없을 텐데. 너희들이야말로 분노의 대상을 잘못 잡은 것이 아닌가?”


대족장은 가슴을 쾅쾅 치며 울분을 토하였다.


[나는 보았다. 하늘을 떠받치는 산이 무너지고 몸을 일으키는 위대한 안개의 신을 말이다. 그분은 너희 인간들의 폭력에 분노하셨고, 거대한 눈보라를 일으켜 온 산을 침묵시켰다.]


갑자기 대족장이 어딘가를 가리킨다.

정면에 배치된 군대 뒤로 무수히 많은 몬스터들이 분노한 얼굴로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놈들은 난민이란 소리지?’


녀석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들은 그저 피난을 위해 인간의 영역을 침입해온 것이다.

그렇다면 굳이 힘들게 싸울 필요도 없고, 안락하게 쉴 수 있는 장소만 내어주면 될 터.

어차피 영주와는 모종의 계약을 맺기로 했으니 신하된 입장에서 잘 설득하면 서로 사이좋게 지내도록 해줄 수도 있지 않을까?

비현의 계획은 나쁘지 않았다.

단지, 레이가 그의 통제에 따르지 않았을 뿐.

그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어? 어이! 잠깐! 그만둬, 레이!”

“너희들의 사정 따위는 모른다. 몬스터는 베어버릴 뿐. 너희는 그저 사악한 모르프노스의 자녀들일 뿐이다.”

[크르륵! 역시 인간들은 말이 통하지 않는구나! 이 사악한 아누의 종자야!]


레이의 도발에 놈들은 결국 적으로 돌아서고 말았다.

대족장은 우레와 같은 함성을 지르며 도끼를 들었다.


[크와악! 죽어라!]

“너야말로.”


<패스 오브 라이트(Path of light) - Lv10>


레이의 검이 하얀 궤적을 그리며 대족장의 옆구리를 스쳐 지나간다.


-쿠웅!


대족장은 무릎을 꿇었고, 반격조차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그대로 몸이 무너져내렸다.


“하, 한방이라고?”


그래도 대족장이라 뭔가 보여줄 줄 알았더니.

레이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고, 그대로 궤적을 그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 그워어......]

[그와아아악!]


수십 마리의 정예 예티들이 레이를 막아선다.

사방에서 맹렬한 공격이 이어졌지만, 레이는 자비 없이 놈들을 베고 또 베어냈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몬스터의 잔해만 어지럽게 남아있을 뿐이었다.


“저 자식. 어쩔 수 없게 만드네.”


비현은 뒤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뒤에서 공격해오는 몬스터의 구성은 정면의 녀석들과 그렇게 큰 차이는 없어 보였다.


<패스 오브 워리어(Path of Warrior) - Lv1>

<레인포스드 바디(Reinforced Body) - Lv1>

<리스판스 타임(Response time) - Lv1>


형형색색의 각종 효과가 비현의 몸에서 번쩍인다.

이것으로 최소한의 전투 준비는 끝낸 셈.

비현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기다란 창을 집어 들고는 빠르게 놈들을 향해 달려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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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사냥감 (2) 24.09.06 26 1 12쪽
23 <22화>사냥감 (1) 24.09.05 26 2 12쪽
22 <21화>인퀴지터 (2) 24.09.04 24 2 11쪽
21 <20화>인퀴지터 (1) 24.09.03 24 2 12쪽
20 <19화>탈출 (3) 24.09.02 31 2 12쪽
19 <18화>탈출 (2) 24.08.30 34 2 12쪽
18 <17화>탈출 (1) 24.08.29 40 1 12쪽
17 <16화>재회 (3) 24.08.28 47 2 11쪽
16 <15화>재회 (2) 24.08.27 46 2 12쪽
15 <14화>재회 (1) 24.08.26 54 2 13쪽
14 <13화>죽이고 또 죽이고 (2) 24.08.23 53 2 11쪽
13 <12화>죽이고 또 죽이고 (1) 24.08.22 55 2 11쪽
» <11화>안개 낀 산속에서 (3) 24.08.21 65 2 12쪽
11 <10화>안개 낀 산속에서 (2) 24.08.20 77 2 12쪽
10 <9화>안개 낀 산속에서 (1) 24.08.19 100 3 12쪽
9 <8화>영주의 부름 (2) 24.08.18 111 3 12쪽
8 <7화>영주의 부름 (1) 24.08.17 123 3 12쪽
7 <6화>멸망한 도시 (3) 24.08.16 139 3 11쪽
6 <5화>멸망한 도시 (2) 24.08.15 150 3 11쪽
5 <4화>멸망한 도시 (1) 24.08.14 17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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