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1의 스킬 수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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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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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림인
작품등록일 :
2024.08.1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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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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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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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3화>죽이고 또 죽이고 (2)

DUMMY

비현은 스킬의 설명을 읽어보고 나서야 투명이 풀린 이유를 알 수 있었다.


+

<하이드(Hide) - Lv1>

시전자의 몸을 투명하게 만든다.

약간의 신체접촉만 있어도 해제될 수 있다.

+


그러고 보니 루엘시아에게 너무 바짝 접근하긴 했다.


‘나도 모르는 새에 머리카락이라도 스쳤나 보네.’


이리 쉽게 해제될 스킬이라면 접촉에 주의해야 한다.

비현은 어색하게 웃으며 루엘시아를 마주 보았다.

그녀는 굉장히 당황스러워하고 있었다.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던 거에요?”

“지금 방금?”

“전혀 눈치채지 못했어요!”

“뭐, 새 스킬이 그만큼 쓸만했다는 건가?”


루엘시아가 말뜻을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그런 게 있어. 지금은 그것보다 다른 문제부터 처리해야 할 것 같은데.”


비현은 귀찮다는 듯 턱으로 좌우를 가리켰다.

턱으로 각각 가리킨 방향에서 보스급 몬스터가 하나씩 튀어나왔다.


<Lv 31 사스콰치 우두머리>

위험도: ★★★★☆☆☆


<Lv 27 웬디고 우두머리>

위험도: ★★★☆☆☆☆


예티만 대장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대장급이라 그런지 녀석들 또한 붉은 갈기 털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제법 멋있어 보였다.


‘이건 레이가 와줘야 할 거 같은데.’


레이는 지금 막 전방의 예티들을 전멸시킨 참이다.


‘완전 악귀가 따로 없네.’


레이가 도와주기 전까지 시간을 끌어야 한다.

비현은 과감하게 앞으로 나섰다.


<윈드 블로우(Wind Blow) - Lv1>


가볍게 주먹에서 풍압을 일으켜 웬디고 우두머리의 털을 휘날리도록 해준다.

녀석이 비현을 보더니 씨익 웃었다.


“좋아. 바로 간다!”


<하이드(Hide) - Lv1>


[쿠와아아악!]


비현이 달려들기가 무섭게 놈이 괴성을 지른다.

쩌렁쩌렁 울려 퍼진 놈의 목소리에 비현의 고막에서 뭔가가 터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삐이이이


‘젠장! 귀를 당한 건가?’


이래서야 투명화해서 몰래 치명타를 먹일 수 없겠다.

비현은 긴장한 얼굴로 다시 뒤로 물러섰다.

병사들이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았지만 뭐, 별수 있나.

비현은 그들에게 소리쳤다.


“활! 활을 쏴!”

“옙!”


비현의 명령에 급히 화살을 날리는 병사들.

우두머리 웬디고가 괴성을 지르자, 새하얀 눈보라가 불어닥치며 날아오는 화살들을 모조리 날려버렸다.


‘안 되겠어! 저 스킬을 빼앗아야 해!’


<스킬 획득에 실패하였습니다.>


획득에 실패하다니.

아직 비현은 왜 해당 스킬을 빼앗지 못하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내 스킬 레벨이 낮아서?’


가설이지만 제법 그럴싸한 이유 같다.

저 스킬을 습득했으면 꽤 쓸만했을 텐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어디 놈에게서 빼앗을 만한 스킬 없을까?’


잠시 놈의 행동을 지켜보는 비현.

우두머리 웬디고는 스킬 대신 무식하게 돌진해 뿔로 병사들을 들이받기 시작했다.


“뭐, 뭐 하는 거야! 미친놈이!”


성난 황소같은 움직임에 단단하게 밀집하던 병사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나뒹굴었다.


[부오오오!]

“흐, 흐아아악!”


앞발로 나뒹구는 병사를 짓밟는 우두머리 웬디고.

이 와중에 사스콰치 우두머리는 투명화라도 했는지 갑자기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은밀하게 병사들의 머리가 잘려나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녀석이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뿐.

완벽한 암살자와 탱커의 조합이었다.


‘이러다가 다 뒈지겠네.’


지휘관은 그래도 루엘시아의 축복을 받아 간신히 웬디고의 뿔을 막아낸 상태다.

그는 빛을 머금은 바스타드 소드를 휘두르며 웬디고와 대적했지만 그가 휘두르는 주먹조차 겨우 막아내고 회피하는데 급급했다.


[부오오오!]


<고스트 슬래시(Ghost Slash) - Lv1>


부대를 대표하는 부관의 검이 유령처럼 스르르 웬디고의 팔을 휘감는다.

곧 해당 부위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고, 분노한 웬디고가 다른 팔로 그를 짓뭉개려 했다.


-부웅!


아슬아슬하게 주먹이 그의 뺨을 스쳐 지나간다.

그는 온 힘을 다해 녀석의 심장부에 자신의 스킬을 폭발시켰다.


<드래곤 슬래시(Dragon Slash) - Lv1>


“아, 웃으면 안 되는데.”


분명 스킬을 사용한 당사자에게는 위급한 상황이지만 비현은 입꼬리가 씰룩였다.


‘스킬 이름을 왜 저렇게 지어 가지고.’


그래도 그의 스킬은 나름 멋있었다.

검에서 용솟음치는 노란 기운이 황룡의 형상이 되어 웬디고의 심장을 가격한 것이다.

물론 그 대가로 부관은 웬디고의 뿔에 목이 찔렸지만.


“커헉!”


상황을 보아하니 부관은 생존하기 힘들 것 같다.

이름이 다소 유치하지만 그래도 스킬 하나 가지고 있어서 나쁠 건 없겠지.

비현은 조심스럽게 부관의 스킬을 획득했다.


<‘드래곤 슬래시(Dragon Slash) - Lv1’ 스킬을 획득했습니다.>


마침내 처음으로 고대하던 검 스킬을 획득했다.

만족스럽게 웃는 비현.

그와 달리 웬디고는 반대로 고통에 울부짖고 있었다.


[부오오오!]


녀석이 거칠게 뿔을 흔들며 비현에게로 달려든다.


“어? 자, 잠깐!”


적어도 대처할 시간은 줘야 할 것이 아닌가.

너무 갑작스럽게 달려오자 비현은 놀라 등을 돌려 달아났다.


“병사들! 뭐해? 저것 좀 막고 있어 봐!”


이건 엄청난 추태였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여줘야 하는데 오히려 한심한 모습만 보여주고 말았다.

당연히 병사들은 너도나도 먼저 살겠다고 우르르 도망치기 시작했다.

진영이 무너지자 신난 건 몬스터였다.

그들은 기쁘게 소리치며 병사들을 추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후에 일어난 일은 전투가 아닌 학살이었다.

수백의 웬디고와 사스콰치들, 그리고 예티의 잔존병력이 병사들을 마구 죽이고 다녔다.


“레이! 도와줘!”


앞에서 달려드는 예티를 베어내던 레이가 빛처럼 빠르게 루엘시아의 앞으로 이동했다.


<어디리얼 슬래시(Ethereal Slash)>


도착 즉시 사용한 스킬에 부채꼴반경으로 수십 마리의 몬스터가 회처럼 썰려 나갔다.


[부, 부오오!]


레이를 보자 뒤로 물러나는 웬디고 우두머리.

레이는 놓치지 않고 하얀 궤적을 그리며 놈에게 달려들었다.


<패스 오브 라이트(Path of light)>


-서걱!


놈의 몸에 심장부를 중심으로 팔, 다리, 목으로 하얀 선이 길쭉하게 그어졌다.

그 상태 그대로 깔끔하게 잘려나간 웬디고 우두머리.

레이는 무너져내리는 놈을 뒤로 한 채 다음 상대를 찾아 헤맸다.


“숨어도 소용없다.”


말을 마친 레이가 허공으로 검을 들어 가볍게 뭔가를 막아냈다.

투명이 풀리며 당혹스러워하는 사스콰치 우두머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걱!


녀석은 1합도 겨루지 못하고 레이의 검에 온몸이 회처럼 수십 조각으로 썰려 나갔다.


“다음.”

-서걱!

“다음.”

-서걱!

“다음!”


수백에 달하는 몬스터 무리가 불과 몇 분 만에 모조리 전멸해버렸다.

루엘시아의 버프를 받은 병사 수백이 그 고생을 했음에도 쓰러트리지 못했는데 말이다.


‘역시 레벨 70의 경지는 다른 건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수백의 병사보다 전투 효율이 좋을 수가 있나.

비현은 새삼 레이의 화려한 움직임에 감탄 어린 표정을 지었다.


“휘유! 대단하네. 금방 깔끔하게 정리하다니.”


온통 피와 살점이 낭자한 공터.

병사는 약 100명 정도가 살아남았고, 레이는 여유롭게 몬스터의 시체 위에 앉아 검을 손질하고 있었다.


“대족장을 쓰러트렸으니 더 강한 적은 없을 것이다. 더 깊이 들어가 보도록 하지.”


레이의 말에 대꾸하는 자는 없었다.

다들 레이의 실력을 눈으로 확인했으니 더더욱 할 말을 잃은 것이리라.

비현을 포함한 모두가 레이의 휴식이 끝날 때까지 조용히 눈치를 살폈다.


“출발하지 않을 건가? 눈치 볼 필요는 없다.”


레이가 다시금 검을 들어 올린다.

그가 움직이자 사람들은 묵묵히 그의 뒤를 따랐다.

한참을 숲속 깊이 이동한 사람들.


“정말 몬스터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네.”


어쩌면 아까 학살한 놈들이 전부일 수도 있다.

사실상 영주의 고민은 이미 해결된 거나 마찬가지.

하지만 레이는 어딘가 석연치 않은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매우 불길한 힘이 느껴진다.”

“그게 뭔데?”

“아주 어두운 기운이다. 나도 정체는 모르겠군.”


루엘시아가 눈을 감고 그 힘을 감지해본다.

잠시 후, 눈을 뜨더니 안색이 창백해진 그녀.


“이거! 어쩌면 재앙의 근원일 수도 있어요!”

“재앙의 근원?”


루엘시아는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모르프노스가 창조한 4개의 재앙 그 자체요.”


점점 근원과 가까워질수록 하나, 둘 절망을 느끼는 자들이 속출했다.


‘나도 이건 못 버티겠는데?’


점점 눈앞이 흐릿해지면서 정신을 잃을 듯 말 듯 불안정해지고 있다..


<블레스 오브 하드리안(Bless of Hadrian) - Lv1>


루엘시아의 축복이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해준다.

하지만 더 들어가면 정말 위험해지는 것이 아닐까?

비현은 걸음을 멈추었다.

나머지 병사들 또한 비현과 같은 생각인 듯 일제히 움직임을 멈추었다.


“돌아가자.”

“그럴 순 없다.”


레이가 산 위에 우뚝 솟아오른 바위를 가리켰다.


“저 바위만 넘어가면 된다.”


이미 정상이 코앞이지만 레이를 제외하고 모두가 지쳐서 더는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이 정도 접근한 것만으로도 이토록 힘든데 어떻게 더 접근하라는 걸까?

레이는 모두를 뒤로 한 채 거침없이 위로 올라갔다.


“음?”


레이가 뭔가를 발견하더니 잠시 움직임을 멈추었다.


“넌 누구냐?”


뭔가를 발견한 레이.

혹시 새로운 적을 발견한 것은 아닐까?


“대체 뭐길래?”


비현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다급히 산을 올랐다.

점점 불쾌한 기운이 몸을 휘감아왔지만, 꾹 참고 정상까지 올라갔다.


“도대체 뭐냐고... 으응?”


분명 어디선가 본 듯한 낯익은 외모.

정체불명의 하얀 신관복을 입은 검은 단발머리 여성.

그녀는 오른손에 온갖 금과 보석으로 장식된 셉터(Scepter)를 들고 있었다.


“작가님?”

“비현씨?”


그녀가 귓가의 머리카락을 사락 넘기며 비현을 본다.


“아는 사람이냐?”

“그, 그러게. 이건 예상 못 했는데.”


설마 이런 곳에서 아는 사람과 만나게 될 줄 몰랐다.

대체 그동안 어떻게 지내왔던 것일까?

회사 사람들과 썩 좋은 관계를 유지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사람에게는 딱히 원한이 없었다.

비현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예지은 작가님!”


그나마 회사 직원 중 내성적인 성격이라 비현과 부딪힐 일이 없었던 여자다.

물론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비현을 버리고 간 무리의 일원이었다는 점에서 완전히 책임이 없다고 볼 수도 없겠지만 말이다.

비현의 지금 굉장히 복잡한 심정이었다.


‘무슨 말부터 꺼내지?’


뭐라도 좋으니 그녀와 더 이야기하고 싶다.

하지만 이곳은 재앙의 악취가 짙게 풍기는 장소.

비현은 강력한 악취 탓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아, 안돼!’


이대로 쓰러질 수는 없다.

비현은 최대한 눈에 힘을 주고 그녀의 정보를 확인했다.


<Lv 50 예지은>


그것이 흐릿해져 가는 의식 속에서 비현이 본 그녀의 레벨에 대한 정보였다.

비현은 어지러움을 느끼며 주저앉았고, 그대로 옆으로 쓰러져 정신을 잃고 말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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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19화>탈출 (3) 24.09.02 31 2 12쪽
19 <18화>탈출 (2) 24.08.30 33 2 12쪽
18 <17화>탈출 (1) 24.08.29 39 1 12쪽
17 <16화>재회 (3) 24.08.28 47 2 11쪽
16 <15화>재회 (2) 24.08.27 46 2 12쪽
15 <14화>재회 (1) 24.08.26 54 2 13쪽
» <13화>죽이고 또 죽이고 (2) 24.08.23 53 2 11쪽
13 <12화>죽이고 또 죽이고 (1) 24.08.22 55 2 11쪽
12 <11화>안개 낀 산속에서 (3) 24.08.21 64 2 12쪽
11 <10화>안개 낀 산속에서 (2) 24.08.20 77 2 12쪽
10 <9화>안개 낀 산속에서 (1) 24.08.19 100 3 12쪽
9 <8화>영주의 부름 (2) 24.08.18 110 3 12쪽
8 <7화>영주의 부름 (1) 24.08.17 123 3 12쪽
7 <6화>멸망한 도시 (3) 24.08.16 139 3 11쪽
6 <5화>멸망한 도시 (2) 24.08.15 150 3 11쪽
5 <4화>멸망한 도시 (1) 24.08.14 17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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