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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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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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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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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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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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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2화>사냥감 (1)

DUMMY

그로부터 며칠 뒤 마을 신전.

레이, 루엘시아와 인퀴지터들이 참관 아래 예지은은 하드리안의 교인이 되었다.

그런 다음 몇 개의 시험을 거쳐 정식 성녀가 되었다.

이름도 기존의 한국 이름을 버리고 하드리아누스로부터 새 이름을 부여받았다.


<Lv 50 이시스 성 에우시네시아>


비현은 그녀의 이름이 바뀐 걸 보자마자 크게 웃었다.


“푸핫! 진짜 게임 캐릭터 같네요!”

“비현씨! 신께 하사받은 이름이에요!”

“죄송합니다. 그런데 어색한 걸 어떡하라고요.”

“어색하다뇨?”

“검은 머리 동양인이 하드리안의 성녀라니.”

“검은 머리가 뭐 어때서요?”

“재미있어서요.”

“그거 비하 발언인 거 아시죠?”


겉으로는 티격태격하는 듯 보이지만 두 사람은 지금 굉장히 즐거운 상태다.


“이시스 성녀님. 굉장히 성스러워 보이십니다.”


예지은, 아니! 이시스가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렸다.

주변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쏠리고 있었다.


“성녀가 되니까 왠지 부끄러워졌군요.”


역시 성녀가 되면 보는 시선도 달라지는 건가?

비현이 흥분해 소리쳤다.


“오! 그럼 이참에 작가님도 대성녀의 자리에 도전?”

“벌써 그런 얘기는 하지 마시죠?”

“엥? 왜요?”


그녀가 잠시 주변을 살폈다.

여전히 성직자들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해있었다.


“저 이제 막 성녀가 된 몸이에요.”


너무 눈치 없이 이야기한 모양이다.

하긴, 이제 막 성녀가 된 사람에게 무슨 소리인지.

성녀가 되면 얻을 수 있는 혜택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잠깐! 그럼 이제 작가님도 경호하는 무사 하나 옆에 생기는 거예요?”

“으응. 아마도요?”


비현이 본 레이는 매우 강했다.

그런 강력한 무인을 옆에 둘 수 있다는 건 큰 장점.

게다가 하드리안이라는 든든한 백도 생겼으니.


“정말 부럽습니다. 성녀말고 성남은 없나요?”

“성남은 경기도에 있잖아요.”

“아, 그런 아재 개그 원한 건 아니었는데.”


말은 그렇게 하지만 비현의 입은 웃고 있었다.


“아! 그러고 보니 인퀴지터들은 언제 떠난다고 했죠?”

“오늘 앰비언트로 떠날 거라 했어요.”

“이런! 작가님이 성녀가 되자마자 떠나는 거네요!”

“세례도 끝났고, 여기선 더는 할 일이 없으니까요.”


그들은 급한 일정에도 세례를 도와준 것이다.

떠난다니 배웅 정도는 해주면 좋을 듯?

비현 일행은 그들을 배웅하기 위해 성 남쪽으로 이동했다.


“저기 가네.”


순백의 무리들이 대열을 유지한 채 이동하고 있다.

남쪽 성문이 열리고 맞은편 절벽에 다리가 내려간다.

밖으로 이동하는 그들.

비현은 성벽 위로 올라가 이동하는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줬다.


“휘유~ 내가 왔던 길을 그대로 가는구만.”


이 세계에 온 후로 쭉 고생했던 길이다.

비현이 고생해서 왔던 길을 이제 그들이 이용한다.

그들은 이내 산을 넘어가며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고, 그제야 비현은 성벽을 내려왔다.

아래쪽에는 레이와 루엘시아가 기다리고 있었다.


“김비욘.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환송해주는군.”

“뭐, 별 의미는 없었어.”

“그런가.”


레이가 등을 돌려 마을 쪽으로 향한다.

루엘시아가 뭔가 주저하는 듯하더니 비현에게 고개를 숙인 다음, 서둘러 그의 뒤를 쫓아간다.


‘하여간 저 인간은 늘 저런 식이구만.’


이제는 익숙하다.

다음 목적지도 기다리고 있으면 알아서 잘 이야기해주겠지.

비현은 느긋하게 레이의 뒤를 따라갔다.


“그나저나 이제 뭘 해볼까?”


이 도시에 남은 볼일은 없어 보인다.

이곳에서 예지은은 성녀 이시스가 되었고, 인퀴지터들은 별다른 마찰 없이 기분 좋게 떠났다.

그렇다면 다음 일정은 루엘시아와 레이에게 맞춰주는 편이 편할 듯.

비현은 잠시 마을이나 구경하기로 했다.


“나, 잠시 마을 구경이나 하고 올게.”

“너무 오래 구경하진 마세요.”

“내일 아침 바로 출발할 거니 무리하지 마라.”


비현은 일행과 떨어져 마을 중심부로 이동했다.


“어디 보자. 역시 판타지하면 선술집 아니겠어?”


모험자들의 낭만으로 가득한 선술집.

이전 도시에서도 느꼈다시피 이곳은 많은 정보가 오고 가는 장소였다.


“이번에도 역시 정보 수집부터?”


아이템에 대한 정보도 좋고, 각 나라의 문화를 파악하는 것도 좋다.

뭐가 되었든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비현은 뭐라도 알아보기 위해 선술집에 들어갔다.


-끼익!

“실례합니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시큼한 알콜과 매캐한 담배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곳은 도시의 많은 모험가가 많이 찾아올만한 장소.

정보를 얻기에 이만한 장소는 없을 것이다.

비현은 엿듣기 좋은 구석진 자리에 앉아 메뉴를 주문했다.


“여기 제일 잘 나가는 음식과 술 하나씩 주세요.”


주방에서 한창 음식을 준비하는 동안 다른 자리의 손님들을 한번 살펴본다.


<Lv 8 알렌>

<Lv 14 휴고>

<Lv 37 크래커>


‘레벨도 다양하고 무기도 참 종류가 많네.’


알렌이라는 자는 얇고 기다란 레이피어를 허리에 차고 있었다.

레벨을 보아 딱히 강하지는 않은 듯하고 아직 풋풋한 얼굴을 보니 성인도 되지 않은 모양.

저런 자에게서는 쓸만한 정보를 얻기 어려울 듯하다.


‘그럼 옆에 같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휴고란 자는?’


탄탄한 근육과 덩치, 그리고 옆에 내려놓은 거대한 배틀액스만 놓고 보면 엄청 강한 전사일 듯 보이지만, 실상은 베테랑 병사 정도의 실력을 갖춘 전사.

녀석과 한 판 뜨면 도끼 스킬 몇 개 정도는 배울 수 있을 것 같지만 전체적으로 그다지 비현의 호기심을 끌 요소는 없었다.


‘그런데 크래커란 놈은 뭐냐. 지나치게 강한데?’


크래커는 옆 테이블에서 홀로 조용히 식사하는 자다.

짧은 단도를 허리에 차고 있었으며 식사 전에는 입을 두건으로 가리고 있었다.

눈은 쭉 찢어진 실눈에 한쪽 눈은 상처를 입었던 모양인지 흉터가 남아있다.


‘레벨이 37, 제법 강해 보이는데.’


수상해 보이지만 위험할 것 같지는 않다.

솔직히 아무리 강해봐야 레이만 하겠는가.

비현은 놈과 대화할 방법을 궁리해보았다.


‘일단 가볍게 인사부터 해볼까?’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비현.

그 사이에 음식과 술이 나왔다.


“T본 스테이크와 그라이아 40년산 위스키입니다.”

“뭐, 뭐야? 양이 엄청난데?”


거의 4명이서 먹을 정도의 스테이크를 받아들고 당황한 비현.

하지만 주인은 못 들은 척 다시 주방으로 쏙 들어 가버렸다.


‘남으면 포장하지 뭐.’


일단 스테이크를 썰어본다.

살짝 ‘레어’로 요리했는지 피 맛이 거슬리지만, 그럭저럭 맛있게 먹었다.

비현은 입안의 육질을 느끼며 곁눈질로 슬쩍 크래커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음? 어디 갔지?”


크래커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놈은 비현의 맞은편 자리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나를 찾고 있었나?”


당황한 비현이 포크와 나이프를 내려놓는다.

비현은 순식간에 목덜미에서 섬뜩한 기운을 느꼈다.


“어느새?”


허리춤에 있던 놈의 단검이 비현의 목덜미에 바짝 닿아 있다.

그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비현을 노려 보았다.


“나를 노리는 것 같은데 목적은?”

“어... 그게 말이지.”


이렇게 갑자기 목숨을 위협받다니.

비현은 굉장히 당혹스러워하며 두 손을 위로 향했다.


“나 딱히 어디 소속은 아냐. 굳이 따지면 프리랜서랄까? 아, 여기에는 프리랜서라는 게 없는 세계이려나?”


비현의 설명에 잠시 고개를 갸웃한 크래커는 단검을 도로 회수했다.


“그래. 프리랜서 소속인가?”


모든 걸 이해했다는 듯 태평하게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에서 비현은 뭔가를 확신했다.


‘이 새끼. 프리랜서가 뭔 뜻인지 모르나 보네.’


뭐, 아무렴 어떠한가.

일단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게 중요한 거 아니겠는가.

비현은 편하게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가볍게 질문을 던졌다.


“내가 상대방 능력은 잘 알아보거든. 딱 보니까 제법 실력 있는 암살자 같은데 이런 동네에 올 만한 이유가 있나?”


암살자가 잠시 주변을 살핀다.

그러더니 이내 긴장을 풀며 테이블 위에 놓인 비현의 100년산 위스키병을 그대로 입에 물었다.


-꼴꼴꼴꼴!

“크흡! 역시 40년산은 다르군.”

“이봐. 내 술 뺏어 마시지 말고 대답이나 하지?”


어차피 영주한테 외상 달아놓을 생각이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지는 않다.

그는 위스키 한 병을 절반 정도 비운 뒤에야 비현의 질문에 답하였다.


“네가 본 그대로다. 직업은 암살자고.”


비현의 눈썰미가 잘못되지 않았나 보다.

놈은 상당한 베테랑 암살자인 모양.

그는 취기가 오르는지 신나게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잘 들어보라고. 추위에 떨던 늑대는 먹잇감을 찾아 마을로 내려갔다. 그런데 이게 왠일? 맛좋은 살코기가 스스로 늑대 앞으로 걸어오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무슨 어린이 동화 같은 이야기를 꺼내는지?

쓸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비현은 무슨 말을 하려나 싶어 귀를 기울였다.


“배고픈 늑대는 의심했다. 혹시 교활한 인간이 뿌린 미끼는 아닌지 말이야.”


문득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비현은 왠지 모르게 이야기를 집중해서 듣고 있었다.

어쩌면 중요한 정보를 알려주려는 것일 수도 있으니.

놈은 계속 이야기를 이어갔다.


“늑대는 마침내 깨달았다. 이 먹잇감은 공짜라는 것을 말이다.”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거지?”


크래커는 잠시 비현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 전에 나도 하나 묻겠다. 너는 뭐 하는 놈이지?”


생각해보니 수상해 보일 수도 있겠다.

비현은 그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했다.


“나는 김비현이야. 이 도시에는 그냥 사정이 생겨서 잠깐 머무는 것뿐이지.”


순간, 비현은 크래커의 입가에 미소가 진해지는 것을 보았다.


‘방금 내 말에 문제 될 부분이 있었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유를 모르겠다.

그러나 꺼림칙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

비현은 녀석의 허리춤에 꽂혀있는 단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크흐! 오늘 술맛이 끝내주는군.”


녀석은 다시 한번 비현의 술을 빼앗아 마신 후, 대화를 이어갔다.


“내가 좋은 걸 가르쳐주지. 하드리안의 대성녀는 너를 알고 있다.”

“그런 정보를 왜 나에게?”


혹시 레이와 관계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놈은 비현을 이용해 레이를 어떻게 해보려는 걸 수도 있다.

그렇다면 놈의 목적을 더 들어두어도 나쁠 건 없지.

비현은 이어지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으음! 그렇지. 이건 대성녀께서 너에게 보내는 선물!”

“응?”

-푹!


뭐라 질문을 하기도 전에 날카로운 것이 비현의 성대를 꿰뚫었다.


“끄륵!?”


이상하다.

분명 놈의 단검은 아직 허리춤에 있는데?

잘 보니 스테이크를 썰던 포크가 사라져 있다.


“끄! 끄르르륵!”


성대가 심하게 손상당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목에서는 분수처럼 피가 솟구치는 상황.

녀석은 씨익 웃으며 비현의 의문에 대답해주었다.


“대성녀 실비아께서 까만 머리에 사회성이 떨어지는 김비현이라는 남자를 죽이라더군.”

“끄, 끄르륵?”


비현은 그제야 놈이 했던 이야기가 그냥 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설마 늑대는 본인이고, 먹잇감은 표적인 나?’


높은 레벨의 모험가에게 관심을 가졌던 것이 도리어 독이 되어버렸다.

하필 재수 없게 비현을 노리던 암살자였을 줄이야.

비현은 재빨리 프롬프트 창을 열었다.


<하이드(Hide) - Lv1>


비현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암살자는 여유롭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재밌군. 그런 잔재주까지 부릴 줄 아나?”


놈이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 들었다.

비현은 재빨리 밖으로 도망쳤다.


<리제네레이팅(Regenerating) - Lv1>

<패스 오브 워리어(Path of Warrior) - Lv1>

<레인포스드 바디(Reinforced Body) - Lv1>

<리스판스 타임(Response time) - Lv1>


스킬로 상처를 회복시킨 후, 버프 스킬을 발동해 다음 전투를 대비한다.

뒤를 돌아보니 놈은 이제 막 여유롭게 술집을 나오고 있었다.

그는 바닥에 떨어진 핏자국을 보며 이렇게 소리쳤다.


“이제부터는 즐거운 토끼 사냥시간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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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화>성도 하드리안 (2) 24.09.11 14 1 12쪽
26 <25화>성도 하드리안 (1) 24.09.10 20 1 12쪽
25 <24화>하드리안의 지배자 (1부완) 24.09.09 24 1 13쪽
24 <23화>사냥감 (2) 24.09.06 26 1 12쪽
» <22화>사냥감 (1) 24.09.05 26 2 12쪽
22 <21화>인퀴지터 (2) 24.09.04 24 2 11쪽
21 <20화>인퀴지터 (1) 24.09.03 24 2 12쪽
20 <19화>탈출 (3) 24.09.02 31 2 12쪽
19 <18화>탈출 (2) 24.08.30 34 2 12쪽
18 <17화>탈출 (1) 24.08.29 39 1 12쪽
17 <16화>재회 (3) 24.08.28 47 2 11쪽
16 <15화>재회 (2) 24.08.27 46 2 12쪽
15 <14화>재회 (1) 24.08.26 54 2 13쪽
14 <13화>죽이고 또 죽이고 (2) 24.08.23 53 2 11쪽
13 <12화>죽이고 또 죽이고 (1) 24.08.22 55 2 11쪽
12 <11화>안개 낀 산속에서 (3) 24.08.21 64 2 12쪽
11 <10화>안개 낀 산속에서 (2) 24.08.20 77 2 12쪽
10 <9화>안개 낀 산속에서 (1) 24.08.19 100 3 12쪽
9 <8화>영주의 부름 (2) 24.08.18 110 3 12쪽
8 <7화>영주의 부름 (1) 24.08.17 123 3 12쪽
7 <6화>멸망한 도시 (3) 24.08.16 139 3 11쪽
6 <5화>멸망한 도시 (2) 24.08.15 150 3 11쪽
5 <4화>멸망한 도시 (1) 24.08.14 17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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