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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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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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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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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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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탈출 (1)

DUMMY

비현이 감옥에 갇혀 있는 그 시각.

예지은과 레이, 루엘시아는 숙소에 머물러 있었다.

레이는 예리한 눈빛으로 예지은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당신의 능력은 신께서 주신 건가?”


예지은은 픽 웃으며 침대에 걸터앉았다.


“그래요. 저희는 모르프노스를 없애기 위해 하드리아누스께 불려온 용병입니다.”


루엘시아는 긴장된 얼굴로 질문을 이어갔다.


“당신과 비욘드님 같은 분이 아직도 11명이나 더 있다는 거네요. 그런데 어째서 당신에게서는 유독 불길한 기운이 느껴질까요?”


예지은은 과거를 떠올리는 듯 차분하게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당신들이라면 재앙을 알고 있을 거예요. 각 대륙에 잠들어있는 고대의 재앙 말이에요.”


갑자기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다. 빛의 4개의 성물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르프노스의 재앙이 4개였지.”


4개의 재앙 중 어둠을 관장하는 재앙이 하나 있다.

그것의 이름은 스코토스.

불의 성물인 ‘우투의 불’에 대응하여 만들어진 존재다.

모르프노스는 불이 존재하는 이 땅에 모든 것을 뒤덮을 만큼 짙은 어둠을 심어두었다.


“설마 너는 ‘어둠’을 섬기는 자인가?”


예지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에요. 저희는 어둠의 오른팔인 ‘백색의 어둠’을 쓰러트렸어요. 하지만 저는 놈에게 상처를 입었죠.”

“그 말인즉, 너는 악신을 따르는 자가 아니라는 건가?”


예지은은 조심스럽게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고유} 쿠키 굽기(Bake Cookies) - Lv8>


“이건?”

“설명 안 해도 아시죠? 반으로 쪼개보세요.”


레이가 쿠키를 받아든다.

쿠키를 반으로 쪼개자 나오는 종이쪼가리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두 사람.

그것을 읽는 두 사람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빛의 그림자가 그대들을 삼키리라?”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어요.”


두 사람은 예지은에게 설명을 요구했다.

그녀는 레이로부터 다시 종이쪼가리를 받아 내용을 확인했다.


“두 분 앞에 좋지 않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네요.”


보고 싶지 않은 미래를 봐서일까?

레이의 얼굴은 그 어느 때보다 어두워져 있었다.


“분명 거짓말이다.”


레이는 해당 내용을 부정했다.

하드리안 최강의 전사에게 이런 미래가 닥친다니.

하지만 만약 예언이 사실이라면?

레이의 마음에 망설임이 생겼다.

예지은이 차분하게 한마디 했다.


“빛을 조심하세요. 분명 가까이 가면 위험할 거에요.”


***


며칠 뒤, 지하 감옥.

철창 밖에서 빛이 들어왔지만, 족쇄에 묶인 비현에게는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그늘 안에서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을 뿐.

영주는 비현의 다리를 짓밟았다.


“아으아악!”

“비욘드. 짧게 말하마. 그곳에서 얻은 순백의 결정에 대해 말해라.”

“순백의 결정이라뇨. 전혀 모르는 데요?”


아마도 영주가 찾는 것은 경험치 결정 덩어리일 터.

그러나 그것은 보석도 뭣도 아니다.

그저 레벨을 올리기 위한 경험치 그 자체일 뿐.

그러나 영주는 비현이 뭔가 대단한 보석이라도 횡령했다고 생각했나 보다.

그는 다시 한번 비현의 다리를 짓밟았다.


-콰직!

“크허헉!”

“너는 내 밑으로 들어오기로 했다. 그렇지? 나의 부하로써 임무를 맡았고, 그곳에서 뭔가를 발견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보고를 올리는 것이 맞지 않겠나?”


뭐, 값비싼 물건을 발견했다면 그게 맞긴 하다.


‘그렇더라도 다짜고짜 재판도 없이 너무한 거 아냐?’


일단은 살아남아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

비현은 절망적인 표정으로 영주에게 소리쳤다.


“조, 좋습니다. 사실대로 말하겠습니다. 그 물건은 레이가 가지고 있습니다.”


영주가 천천히 자신의 턱을 쓰다듬는다.

그는 짐짓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화를 이어갔다.


“그래. 나는 그대의 충정을 믿네. 병사? 잃을 수도 있지. 덕분에 우리를 오랫동안 괴롭히던 예티 부족을 섬멸하지 않았나? 그대는 나의 훌륭한 하인이다.”


영주가 말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귀족들 뒤편에서 안경을 쓴 젊은 청년이 앞으로 나왔다.

그의 이름은 ‘라이트 디 앰비언트’.

비현의 스킬을 봉쇄했던 놈이었다.


‘저 자식! 죽여버리고 싶네.’


놈은 비현을 오만하게 내려다보았다.


“그래. 김비현. 그럼 본격적으로 아이템 이야기를 해보지. 내가 듣기로 그대는 분명 희귀한 아이템을 얻었다. 방대한 마력이 담긴 결정, 뭔지 알지?”

“아! 무, 물론입니다. 레이가 보여준 하얀 결정이요!”


물론 그 아이템은 비현은 보자마자 레벨 상승의 용도로 써먹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들은 그런 아이템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병사 중에 정보원이 있었던 건가?’


기절해있는 동안 레이가 획득한 순백의 결정을 병사들이 보았던 모양이다.

이건 말만 잘하면 풀려날 수도 있겠다.


“여, 영주님! 용서해주십쇼! 저는 그런 아이템이 존재하는지 뒤늦게 알았습니다.”

“뒤늦게 알았다고?”


영주가 의심의 눈초리로 비현을 노려본다.

하지만 그도 분명 알고 있을 것이다.

당시 비현은 기절해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러니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비현은 적당히 진실을 섞어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하필 그곳에 강력한 저주가 있었습니다. 저는 올라갔다가 기절해버렸고, 아이템은 이곳에 와서야 처음 존재를 알게 된 것입니다.”


분명 비현의 말에 거짓은 없다.

영주도 진실을 아는 듯 표정이 미묘하게 풀어졌다.

아마도 계획대로 흘러간다고 생각한 거겠지.

비현은 그가 원하는 대답을 들려주기 위해 필사적으로 혓바닥을 놀렸다.


“저, 저는 그게 얼마나 비싼 건지 모릅니다. 원하시는 물건은 제가 책임지고 찾아오겠습니다. 아까 분명 레이 그 자식이 가지고 있는 걸 봤어요.”


물론 곧바로 비현이 꿀꺽했다는 사실은 비밀이지만.

영주는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아들아. 어떻게 생각하느냐?”


라이트가 말없이 스태프를 비현에게로 향했다.


<힐(Heal) - Lv5>


그의 마법이 발동하자 순식간에 비현의 끊어진 힘줄이 되돌아오고 모든 상처가 사라졌다.


“그래. 네놈의 충정을 믿겠다. 가져올 수 있겠지?”


영주의 얼굴에 탐욕스러움이 가득 묻어나온다.

비현은 비굴하게 웃었다.


“헤, 헤헤! 물론입니다요.”


진심으로 이 자식들을 쳐 죽이고 싶지만 참는다.

현시점에서는 대표보다 1순위로 없애고 싶은 주적.

하지만 참아야 한다.

역겹더라도 일단은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

영주는 직접 비현의 족쇄를 풀어주었다.


“나는 너를 믿는다. 반드시 그 보석을 가져오도록.”


비현은 그의 발 앞에 엎드려 머리를 땅에 박았다.


“예! 예! 물론이죠! 뭐든지 하겠습니다!”


잠시 대답이 없는 영주.

비현이 고개를 들어보니 영주는 탐욕이 가득한 얼굴로 비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 그럼 다음은 봉인된 스킬을 해제해야 하는데.’


저 망할 라이트란 놈이 스킬도 잠가버렸다.

지금 풀 수 있다면 최대한 풀어놓고 가야 한다.


“저기, 봉인된 스킬은...”


비현의 말에 라이트의 눈썹이 꿈틀한다.

말로는 믿는다 해놓고선 전혀 신뢰하고 있지 않은 듯.

그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단 보석을 가져와 봐라. 능력은 그때 풀어주마.”


이게 믿는다는 놈이 보여주는 행동이란 말인가?

당장이라도 패주고 싶지만, 일단 레이와 만나야 한다.

어차피 보석은 비현이 꿀꺽했으니 배신은 확정이다.

영주는 비현을 감옥에서 해방해주었고, 비현은 빠르게 감옥을 벗어났다.


“허억허억! 개자식!”


반드시 복수해야 한다.

비현은 이를 빠드득 갈며 계속 달렸다.

벽돌로 이루어진 복도를 지나고 커다란 문을 지났다.

마침내 성밖으로 나온 비현.

밝은 태양빛 아래로 무수히 많은 낮은 건물이 보인다.


‘제발 아직 숙소에 남아있으면 좋겠는데.’


계속 달려가니 저 앞에 숙소가 보인다.

때마침 레이를 포함한 세 사람이 밖으로 나왔다.


“레이!”


그들은 비현의 지저분한 몰골을 보고는 크게 놀랐다.


“며칠간 대체 어디 갔었던 거냐?”

“비현씨! 한참을 찾았잖아요!”

“비욘드님! 괜찮으신가요?”


이들을 다시 만나니 안심이 된다.

비현은 그대로 루엘시아의 품에 쓰러졌다.


“무슨 짓이냐?”


거칠게 비현의 목덜미를 잡아 다시 일으키는 레이.

비현은 빙그레 웃었다.


“저기, 레이. 나 좀 살려주라.”


비현은 자초지종을 밝혔다.

듣는 내내 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레이.

그는 영주의 성을 보며 검을 꺼내 들었다.


“기어코 일을 저지르는군. 내가 놈을 죽이겠다.”


역시 이 녀석이라면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그래서는 곤란하다.


“내 스킬이 봉쇄됐어! 그것부터 풀어야 해.”


루엘시아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 정도는 제가 해제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응? 해제할 수 있다고?”


비현의 말에 생긋 웃는 루엘시아.

그녀는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퓨리파이(Purify) - Lv4>

<‘블로케이드(Blockade) - Lv3’의 효과가 해제됩니다.>


“엥? 이렇게 쉽게 풀릴 저주였다고?”


루엘시아는 역시 성녀가 확실한가 보다.

이럴 때 크게 도움이 되다니.

이제 같이 힘을 모아 영주에게 복수하는 일만 남았다.

예티 대족장도 단칼에 썰어버린 레이라면 영주의 아들들을 제압하는 건 일도 아니겠지.

하지만 루엘시아의 의견은 달랐다.


“다들 들어주세요! 이제 우리는 도시를 떠나 하드리안으로 이동할 예정이에요.”

“하아? 복수는 하고 가야지.”


이제 사이다 전개가 펼쳐질 시간인데 갑자기 고구마를 먹이려 하다니.

루엘시아가 아쉬운 얼굴로 영주의 성을 바라보았다.


“저도 영주 혼내주고 싶어요. 하지만 그러면 안 돼요. 레이도 흥분하지 마시고 제 말 들어주세요.”

“아니! 레이 실력이라면 빠르게 처리하고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비현과 달리 레이는 다시 검을 집어넣었다.


“성녀님 말씀이 맞다. 지금 영주를 처단하면 이 지역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우리 목적은 하드리안으로 가는 것, 사사로운 복수는 접어두도록.”


비현은 이 지역의 사정 따위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의견은 이미 완고한 모양.

그렇다면 예지은이라도 끌어들여야 한다.


“안돼요. 마음은 이해하지만 들어줄 수 없어요.”

“어째서?”


비현이 없는 사이에 뭔가 얘기가 오고 간 것일까?

루엘시아가 어떻게 된 일인지 자세히 이야기했다.


“지은님은 하드리안 교에 귀의하기로 했어요. 이제부터 이분은 저희와 한 식구랍니다.”

“뭐어어어어?”


갑자기 종교에 귀의하다니.

이건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전개다.

대체 하드리안 교의 어떤 부분에 마음을 빼앗긴 걸까.

루엘시아는 웃으며 비현의 의문에 대답해주었다.


“반도의 일곱 나라는 모두 하드리아누스를 섬기죠. 그 어떤 나라도 신을 대리하는 우리 하드리안을 거스를 수 없어요.”

“아아, 그러니까 작가님은 종교의 힘을 빌리기 위함이었던 건가?”

“그런 불경한 소리를! 아니에요!”


루엘시아가 강하게 부정한다.

하지만 예지은도 같은 생각일까?

그녀는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저의 예지능력은 모두 신 하드리아누스께서 내려주셨어요. 신의 은혜를 입었으면 해당 종교에 귀의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요?”


비현은 할말을 잃었다.

설마 진심일 거라는 생각은 못 했는데.

그 사이에 레이는 조용히 마차를 끌고 왔다.


“이야기는 정리되었겠지? 우리는 하드리안으로 간다.”


모두가 하드리안으로 가기를 원한다.

비현은 얌전히 두 여성과 함께 마차 위에 올라탔다.


“하아, 이 도시도 안녕이네.”


솔직히 복수한 다음, 이동했으면 좋겠다.

꼭 혼란을 피해야만 할 이유가 있나?

때로는 악덕 영주를 제거하는 것이 인류의 평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도시에 누가 운석이라도 떨어트렸으면.’


그것은 김비현만의 희망 사항일 뿐.

마차는 조용히 도시 그린 힐을 떠났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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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23화>사냥감 (2) 24.09.06 26 1 12쪽
23 <22화>사냥감 (1) 24.09.05 26 2 12쪽
22 <21화>인퀴지터 (2) 24.09.04 24 2 11쪽
21 <20화>인퀴지터 (1) 24.09.03 24 2 12쪽
20 <19화>탈출 (3) 24.09.02 31 2 12쪽
19 <18화>탈출 (2) 24.08.30 34 2 12쪽
» <17화>탈출 (1) 24.08.29 40 1 12쪽
17 <16화>재회 (3) 24.08.28 47 2 11쪽
16 <15화>재회 (2) 24.08.27 46 2 12쪽
15 <14화>재회 (1) 24.08.26 54 2 13쪽
14 <13화>죽이고 또 죽이고 (2) 24.08.23 53 2 11쪽
13 <12화>죽이고 또 죽이고 (1) 24.08.22 55 2 11쪽
12 <11화>안개 낀 산속에서 (3) 24.08.21 64 2 12쪽
11 <10화>안개 낀 산속에서 (2) 24.08.20 77 2 12쪽
10 <9화>안개 낀 산속에서 (1) 24.08.19 100 3 12쪽
9 <8화>영주의 부름 (2) 24.08.18 111 3 12쪽
8 <7화>영주의 부름 (1) 24.08.17 123 3 12쪽
7 <6화>멸망한 도시 (3) 24.08.16 139 3 11쪽
6 <5화>멸망한 도시 (2) 24.08.15 150 3 11쪽
5 <4화>멸망한 도시 (1) 24.08.14 17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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