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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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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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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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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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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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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화>안개 낀 산속에서 (1)

DUMMY

김비현이 영주의 신하로 들어간 그 시각.

도시에서 멀지 않은 스코펠로스의 산악지대에서는 한 가지 사건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곳은 매우 높은 고지대라 1년 내내 눈이 쌓여있다.

그런 혹독한 곳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흑, 흐흑!”


화려한 무장을 갖춘 사람들 사이로 눈물을 글썽이는 한 여성의 모습이 보인다.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그녀를 위로해주었다.


“유비씨. 울지마요.”

“어쩔 수 없었잖아요.”


사람들의 위로에도 눈물을 그치지 않는 유비.

그녀는 원망 섞인 시선을 한 중년 남성에게 보냈다.


“대표님! 도시를 그렇게 파괴하실 것까진 없었잖아요.”


유비의 말에 직원들이 대표를 원망의 눈빛으로 본다.

그러자 화가 난 듯 주먹을 불끈 쥐는 대표.


“다들! 집으로 돌아가기 싫은 거야? 빨리 신인지 뭔지 하는 놈이 원하는 걸 들어주고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 할 거 아냐!”


그의 말에 직원들은 힘없이 고개를 숙였다.


“흥! 너희들은 아직 내 회사의 직원이야. 돌아가면 다시 우리 회사에서 일해야 한다고!”


사실 그는 누구보다 간절하게 원래 세계로 돌아가고 싶었다.

대출로 설립한 자신의 회사, 집에서 바가지 긁을 준비를 하고 있을 아내와 휴대폰만 두들기는 자식들까지.

솔직히 이곳에 있는 것이 편했지만, 그래도 그는 책임질 것이 굉장히 많은 가장이었다.


‘마음 같아선 그냥 휴가 나온 심정으로 즐기고 싶지만 그래서는 안 되겠지.’


빨리 원래 세계로 돌아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이곳의 신은 악신 모르프노스를 쓰러트리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급하게 행동했더니 이 꼴이 났단 말이지.’


직원 중에 탐색의 능력을 지닌 자가 있었지만, 표적을 잘못 파악하는 바람에 실수로 도시 하나를 날려 먹었다.


‘어차피 남의 세계인데 목숨 따위 알 바인가?’


자신은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직원들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하지만 그렇다면 뭐 어쩔 것인가.

그는 여전히 회사의 대표였으며 이들은 그의 부하 직원이었다.


“자자! 다들 그만하고 슬슬 하늘로 이동하자고!”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대표의 말에 직원은 전부 하늘로 떠올랐다.


“그럼 이제 메인 퀘스트 진행을 시작해보자고.”


김정진은 주먹 하나에 기를 가득 모아 바닥을 내리쳤다.


-콰아아앙!


강력한 빛의 폭발이 일어나며 눈 덮인 설산이 크게 들썩이기 시작했다.

엄청난 양의 눈이 하늘로 흩뿌려지며 뿌연 안개가 피어난다.

곧 안개를 뚫고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새하얀 거인.

마치 안개가 뭉쳐져 인간이 된 듯한 형태였다.

그 크기가 워낙 커다래서 몸은 아직도 다 드러나지 않았다.

거대한 머리에는 인간의 신체보다도 큰 하얀 수정조각이 곳곳에 박혀 있었다.


“온통 새하얗군.”


대표는 놈의 머리 위에 떠오르는 정보를 보며 씩 웃었다.


<Lv 110 백색의 어둠>

위험도: ★★★★★★★


“고작 부하가 이 정도라니. 앞으로 만만치 않겠어.”


하지만 집으로 돌아가려면 반드시 사냥해야 한다.

놈은 엄청난 양의 안개를 피워올리며 대표 일행에게 호통을 쳤다.


[건방지구나. 나의 단잠을 깨우다니. 위대하신 존재를 대신하여 내가 너희를 심판할 것이다!]


대표는 힘있게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게 유언이냐? 넌 오늘 여기서 죽을 텐데.”


그의 말에 백색의 어둠이 몸을 완전히 일으켰다.


-쿠구구구


온 산을 뒤덮은 하얀 안개.

마치 거대한 산 하나가 일어선 것 같다.

모두가 압도되어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에 대표는 혼자 미소를 지었다.


“보상이 두둑하겠구나.”


이것을 신호로 대표와 직원들이 각자 무기를 꺼낸다.

백색의 어둠이 대표에게 손을 뻗었고, 그렇게 그들은 본격적으로 전투에 돌입했다.


***


다시 비현의 시점으로 돌아와 따스한 빛이 내리쬐는 그린 힐.

비현은 레이, 루엘시아와 영주의 군대 일부를 이끌고 함께 북부 산림지대로 출발했다.

갑자기 안개가 자욱해진 것이 거슬리지만 뭐, 위험할 것 같지는 않다.

총 303명의 규모로 편성된 이들 원정대.

그린 힐 북쪽으로 말을 타고 조금 이동하니 금세 울창한 숲이 이들을 반겼다.

숲 너머 먼 곳에는 눈 덮인 산이 마치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듯한 느낌.

원정대는 위풍당당하게 막 자란 잡풀을 짓밟고 앞으로 계속 나아갔다.


“일단 이곳을 베이스캠프로 하지.”


레이가 가리킨 곳은 주변에 얕은 개울이 흐르는 작은 공터였다.

잡풀이 제법 많아 상당한 시간을 벌초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 단점이지만.

레이는 천천히 검을 뽑아 들었다.


“다들 물러서라.”

“뭘 하려고?”


레이는 대답 대신, 스킬을 사용했다.


<어디리얼 슬래시(Ethereal Slash) - Lv10>


레이가 허리춤에 손을 대는가 싶더니 주변에서 공기 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핑핑!


딱 공터만큼의 범위 안에 있던 모든 식물이 깔끔하게 잘려나갔다.

동시에 사방에서 쏟아지는 박수 소리.

레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허리에서 손을 뗐다.


“이제 마무리해라.”


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텐트를 세우고 야영을 준비하는 병사들.

비현은 멍청하게 그의 스킬을 보고 있었다.


‘저런 좋은 스킬은 바로 습득해야 했는데.’


레이에게 다시 사용해달라고 부탁해도 소용없겠지?

그는 루엘시아를 데리고 개울가를 따라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었다.


‘둘끼리 비밀스럽게 어딜 살금살금 가는 거야?’


비현은 조심스레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폭포가 흘러내리는 웅덩이.

레이는 도착 즉시 뒤돌아 앉았고, 루엘시아는 그 자리에서......


‘헉? 아!’


비현은 결국 보고 말았다.

몸에 걸친 천이 스르르 내려가며 드러난 그녀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새하얗고 매끈한 피부를 말이다.


‘이것들이 갑자기 뭐 하는 짓이야!’


루엘시아가 조금 부끄러운 듯 몸을 움츠렸다.

그에 비해 레이는 목석처럼 그녀에게서 등을 돌린 채 앉아있었다.

그녀는 레이의 옆에 옷을 가지런히 내려놓고는 조심스럽게 웅덩이로 들어갔다.


“후우! 하아!”


물이 차가운지 연신 한숨을 토해내는 루엘시아.

이거 계속 훔쳐봐도 괜찮은 걸까?

괜히 나중에 들키기라도 하면 큰일날 것 같다.

비현은 조심스럽게 자리를 피하려 했다.

그런데.


“레이. 이제 앞으로 어떡하실 거에요?”

“무엇을 말입니까?”

“킴비욘드, 그분 말이에요. 이대로 순순히 영주님께 빼앗겨도 괜찮아요?”


갑자기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거지?

돌아서던 비현의 몸이 자연스럽게 180도 회전하여 그들에게로 향했다.

레이는 여전히 목석처럼 자리를 지킨 채 루엘시아의 질문에 답했다.


“그의 재능은 아마도 특별합니다. 일국의 조그마한 영주 따위에게 내어줄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후훗! 그런 것치고는 아까 크게 당황하시던데요?”

“계산대로였습니다.”

“정말로요?”

“......”


대체 이 사람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지?

듣고 보니 조금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사람을 그렇게 막 대했던 거였어?’


어쩌면

이 사람들은 대체 어디까지 알고 접근해온 걸까?

비현은 좀 더 그들의 대화에 집중해보았다.

루엘시아는 폭포수를 맞으며 눈 감고 기도하는 자세를 취했다.


“빨리 하드리안으로 가야겠어요.”

“이 안개...... 모르프노스의 짓입니까.”

“아마도요.”


레이가 먼 곳을 응시한다.

비현도 그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니 저 멀리 눈 덮인 산맥 위로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쿠쿠쿵!

‘눈사태인가?’


멀리서 산이 무너져내리듯 대량의 눈이 우수수 쏟아지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뭐, 멋있기는 하네.’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한 비현은 다시 시선을 레이 쪽으로 돌렸다.


“엇?”


레이는 매우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비현을 노려보고 있었다.


“킹비욘!”

“으음.”


레이는 노려보기만 할 뿐 공격해오지는 않았다.

루엘시아는 부끄러워하는 대신,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차분하게 물 밖으로 나와 주섬주섬 옷을 입기 시작했다.


“들통났네요. 그동안 속여서 죄송했어요.”

“아니! 너!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지 않아?”


예를 들면 자신의 소중한 몸을 보았다는 것에 대한 부분 말이다.

알몸을 들킨 사람치고 그녀는 매우 차분해 보였다.


“변태 같군. 그만 쳐다봐라.”


아무래도 지나치게 그녀를 빤히 쳐다보고 있던 모양.

얼굴이 붉어진 루엘시아는 옷을 입는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귀엽네.’


그런데 이건 본론이 아니지 않나.

본의 아니게 주제가 다른 데로 샜다.

지금 그녀의 몸이 중요한 게 아니거늘.


‘나를 알고 찾아왔다는 거잖아! 성녀라 했으니 직접 신과 통할 수도 있는 건가?’


처음에 대표에게 버림받을 때만 해도 뭐 이딴 세계가 다 있나 싶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을 보면 신은 비현을 버리지 않은 모양.


‘어쩐지 시작부터 레벨 70의 전사가 등장한 게 이상했다니까.’


잠시 영주에게 붙어먹으려 했던 자신에게 반성해야겠다.


“저기. 그러면 미안한데 지금이라도 영주의 부탁은 포기할까?”


어차피 레이의 힘이 진짜라면 영주의 부탁 정도는 충분히 무시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돌아오는 레이의 대답은 의외였다.


“온 김에 계속 진행하지.”

“그, 그래도 되겠어?”


분명 처음 영주의 제안을 받았을 때, 당황했던 것을 본 것 같은데.

레이는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비욘드님, 기술을 새로 습득할 생각이신 거죠?”

“어? 알고 있었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

이럴 수가! 이렇게 쉽게 능력이 다 들통날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비현은 갑자기 바보가 된 기분이 들었다.


“하, 나는 대체 뭘 그렇게 신나서 날뛰었던 거냐.”

“자책할 필요 없다.”

“맞아요. 우리끼리만 알고 있으면 되잖아요.”


루엘시아는 물에 젖어 흥건한 모습으로 천천히 캠프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일단 오래 자리를 비웠으니 돌아가서 이야기해요.”

“아니, 그 전에 젖은 것부터 어찌 해야 하지 않을까?”

“킹비욘, 네가 성녀님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루엘시아는 두 손을 모았다.

딱히 스킬을 쓴 것도 아닌데 그녀의 몸을 적시고 있던 수분이 자석처럼 손으로 모여들었다.


“어라? 코드는 안 보이는데?”

“코드요? 저는 성녀예요. 물의 스피릿과 특히 친하거든요.”


마치 드라이라도 쐰 듯 뽀송뽀송하게 마른 루엘시아.

그녀의 몸을 적시던 수분은 그녀의 두 손안에 모여 커다란 구슬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루엘시아가 두 손을 떼자 그대로 지면으로 떨어져 흩어지는 물방울.

놀랍게도 지금의 행위들은 전부 스킬과 무관했다.


“이런 건 뭐라고 해야 하나? 패시브 스킬?”

“아니에요. 성녀에게만 전해지는 정령 친화력이라고 보시면 되요.”

“정령 친화력? 무슨 정령사 같은 건가?”


성녀라는 존재는 그저 성직자 계통의 직업 중 하나라 생각했다.

그런데 정령사라니?

직업 명칭이 없을 뿐, 지금의 능력은 정령사의 능력과 상당히 유사했다.


“아직 이 세상에 내가 모르는 게 많네.”


레이와 루엘시아가 비현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캠프 방향으로 움직였다.


“야. 반응 어디 갔어? 이럴 때 쓰는 말투 있잖아.”

“반응조차 아깝다.”


두 사람은 먼저 안개 낀 숲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하여간 이것들. 친해지기 쉽지 않네.’


비현은 허둥지둥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


세 사람은 안개를 뚫고 다시 베이스캠프로 돌아왔다.

캠프 곳곳에서는 붉은 화염이 솟구치는 상황.

병사들은 무기를 꺼내든 채 주변을 경계하고 있었다.


“어디 갔다 오신 겁니까?”


레이는 말없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런!”


찢어져 있는 캠프 막사.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각종 물품과 핏자국들.

병사 중에는 쓰러져 치료를 받는 자도 있었다.


“몬스터가 출몰한 건가?”


병사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개 사이로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는 털복숭이.

레이가 짧게 읊조렸다.


“예티로군.”

“대체 어디서 나온 거죠?”

“그런 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레이는 천천히 검을 꺼내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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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2화>사냥감 (1) 24.09.05 26 2 12쪽
22 <21화>인퀴지터 (2) 24.09.04 25 2 11쪽
21 <20화>인퀴지터 (1) 24.09.03 24 2 12쪽
20 <19화>탈출 (3) 24.09.02 31 2 12쪽
19 <18화>탈출 (2) 24.08.30 34 2 12쪽
18 <17화>탈출 (1) 24.08.29 40 1 12쪽
17 <16화>재회 (3) 24.08.28 47 2 11쪽
16 <15화>재회 (2) 24.08.27 47 2 12쪽
15 <14화>재회 (1) 24.08.26 54 2 13쪽
14 <13화>죽이고 또 죽이고 (2) 24.08.23 53 2 11쪽
13 <12화>죽이고 또 죽이고 (1) 24.08.22 55 2 11쪽
12 <11화>안개 낀 산속에서 (3) 24.08.21 65 2 12쪽
11 <10화>안개 낀 산속에서 (2) 24.08.20 77 2 12쪽
» <9화>안개 낀 산속에서 (1) 24.08.19 101 3 12쪽
9 <8화>영주의 부름 (2) 24.08.18 111 3 12쪽
8 <7화>영주의 부름 (1) 24.08.17 123 3 12쪽
7 <6화>멸망한 도시 (3) 24.08.16 139 3 11쪽
6 <5화>멸망한 도시 (2) 24.08.15 150 3 11쪽
5 <4화>멸망한 도시 (1) 24.08.14 17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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