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스타가 사랑하는 괴물 천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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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퍼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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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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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약 (4)

DUMMY

드라마 촬영이 진행되는 세트장 옆에 작은 대기실이 있다.

도민준은 하정후와 잠깐 얘기를 하기 위해 왔고, 둘은 마주 앉았다.


“요즘 연기는 어떠세요.”

“너무 좋습니다. 간만에 살아 있는 것 같고... 오랜만에 활기 넘치게 지내고 있어요. 정말.”


‘억지 텐션 같기도 한데.’


하정후의 얼굴은 밝아 보이나, 처음 봤을 때 서려 있던 눈빛의 공허함은 남아있었다.


‘예능 얘기 들었겠지.’


오늘 도민준은 이 안건에 대해 물어보고 싶어서 왔다.

하기 싫다, 어렵다, 거절하고 싶은 마음 충분히 존중하려고.

억지로 안 해도 된다는 말을 하려고 왔다.


내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인데, 내가 챙겨야지. 싶어서.


그래서 요즘 안부에 대해 간단하게 물은 뒤.

본론을 꺼냈다.

조금은 의미심장하게 목소리를 냈다.


“하정후 씨는 배우이기 이전에 사람이고... 연기를 하지 않을 때도 충분히 행복할 가치가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아...”


연기를 하지 않을 때의 행복이라...

무언가 느낀 듯 하정후는 턱을 아래로 내리다가, 다시 들었다.


도민준 딴에는 ‘예능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본인의 행복을 위해서, 예능에 강제로 억지로 감정을 소비할 필요 없다...

이거였는데.


하정후는 다르게 받아들인 것 같다.

침음을 내며 잠시간 고민하더니 끝내 하정후가 말했다.

아니, 어쩌면 오래 고민해왔던 것이었다.


“저... 예능 나가는 쪽으로 상의해 볼게요. 제 진짜 모습도 꺼내 보고 싶더라구요. 연기할 때만 행복한 게 아니라 다른 때도... 편하게 웃을 수 있게요.”

“아, 제 말은...”

“언제까지 겁먹은 사람처럼 살 수는 없겠다 싶어요. 도민준 작가님께서도 아시다시피 제가 연기 말고는 겁이 많잖아요. 하하. 어떤 상황이 와도 의연해질 수 있게... 잘해보고 싶어요.”


응?

뭐, 잘된 건가.


이번에는 억지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결연한 얼굴이었다.


.

.

.


그렇게,

배우들이 각자 각오를 다지며 드라마 홍보에 전격 출격하기로 했다.

하정후, 김인혜, 박고수 세 사람의 조합이었다.


예능 촬영일이 다가오고, <휴먼 파워> 프로그램 막내 피디에게 문자 메시지가 왔다.

7, 8부 집필 중이었는데 문자를 확인하기 위해 대본 문서에서 눈을 뗐다.

회차 제목에 대해 내 허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왜 내 허가를? 의아했는데.

내세울 글귀가 ‘천만 작가가 채굴한 드라마 보석들’이라고 한다.

내 얘기에 대한 언급도 한다는 내용을 미리 전달받았고, 흔쾌히 승낙했다.


이전까지는 예능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 적은 없었다.


한결같은 촬영 환경.

소비되는 캐릭터.

가벼운 입담.

화제가 될만한 말.

자극적인 웃음거리 등.


하지만 예능이라는 것은 출연자의 목적에 따라, 부담감이 천차만별이 된다는 것을 실감했다.

아이돌 중 대표로 나온 사람은 자기 그룹의 이미지를 내세우는 것이고.

개그맨들은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이며, 이때 입담이 좋으면 다음 일거리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가수들은 신곡을 알릴 수 있겠고, 잘하면 역주행도 시킬 수 있고.

배우들은 새 작품의 홍보를 한다.

자기 사업을 피력할 수도 있겠다.


기에 눌려 아무 말도 못 하면 출연료만 받고 임팩트 없이 끝나는 것.

그냥 소비되는 인간에 그칠 수도 있다.


하여튼 이번 기회로 ‘예능’이 무엇인가에 대해 짚어보게 됐다.


출연자들은 막대한 부담감과 의식이 생길 수 있겠다고.

또한,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꼭 필요한 도전이 될 수도 있는 거고.



* * *



<휴먼 파워> 예능 촬영 시작 전.

카메라 8대가 서로 다른 각도로 배치되어 있고, 환한 조명 몇 개가 위로 매달려 있다.


큰 스튜디오 옆 대기실에 하정후, 김인혜, 박고수가 도란도란 앉았다.

김인혜는 첫 예능인데도 벌써 막내 작가와 친해졌는지 한창 수다를 떨고 있다.


“인혜 배우님, 메이크업 어디서 하셨어요? 진짜 잘 되셨다.”

“청담 갔어요. 추천받은 곳인데, 다르긴 다르더라구요.”

“화면에 잘 나오실 것 같아요.”

“그래요? 흐흐. 다른 여배우분들에 비해서 제가 외모가 뛰어난 편은 아니니까 걱정 많이 돼요.”

“걱정 마세요. 진짜 예쁘세요. 얼굴도 작으시구...”


예능에는 주기적으로 발붙여 온 박고수도 익숙해 보인다.

스탭들에게 편히 인사말을 건넸다.


“잘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어? 이분은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아! 우리 예전에 <달려라 달려> 촬영장에서 보지 않았나요? 그때 촬영팀 막내였죠! 나 기억한다니깐.”


하정후는 뻘쭘하게 눈치만 보며 옷깃에 와이어리스 마이크를 달았다.


“정후 씨, 괜찮아요?”


안색을 살피던 박고수가 물었다.


“괜찮, 괜찮아요.”


애써 웃음을 내비치지만 손이 파들파들 떨리고 있다.

박고수가 그런 하정후의 어깨를 독려하듯 툭툭 쳤다.


‘미치겠네. 질문 리스트를 미리 받아놨는데도 머리가 하얘.’


곧, 대기실에 들어온 MC들이 배우들을 반갑게 맞았다.


“<블루 아이즈> 배우들이 오셨네요~ 키야. 이따 촬영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려요!”

“오늘 파이팅!”


대기실에 활기가 차고 웃음이 일렁이는 반면, 긴장에 떠는 하정후의 입가에는 경련이 일었다.



그렇게 본 촬영이 시작되었다.

MC들이 자리에 착석했다.


“큐 갈게요!”


피디가 외쳤고, 환영을 알리는 빵빠레가 터져 나왔다.


“네~ 오늘 게스트 주제는 천만 작가가 캐낸 보석 배우들! 입니다.”


<블루 아이즈> 배우들이 한명 한명 들어와 자신을 소개했다.


이후 질문과 답변 타임.


김인혜는 봉사를 갔다가 섭외된 썰을 풀었고,


“작가님 첫인상이요? 대체 무슨 일인가 했어요. 너무 갑작스럽고 뜬금없었거든요. 제가 연기 그만둘까... 생각까지 할 때 큰 전환점이 되어주셨죠.”


슈퍼마리오가 뛸 때 소리라며, 준비한 개인기를 덤으로 선보였다.


박고수 또한.


“작가님이 누구인지 확인 안 하고 대본을 읽었는데, 이적재 대표님이 오시더니 그냥 하라고 하시더라구요? 천만 작가 작품이니 놓치면 손해 아니냐... 그러시는 거예요. 어라? 도민준 작가님? 알고 놀랐죠. 절 생각해주시다니.”


흡입력 강한 목소리로 재치 있는 입담을 펼쳤다.


질문 바톤은 하정후에게 넘어갔다.


“팬분들이 진짜 궁금해하셨어요. 하정후 씨는 왜 잠적하셨는지,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테이블 밑, 하정후는 손에 난 땀을 바지에 닦아댔다.


‘자연스럽게 하자, 자연스럽게...’


매번 거울을 보고 최면을 거는 것처럼.

속으로 말을 되뇌었다.

그럼에도 쉽사리 입이 떨어지지 않는데.


“혹시 곤란하시면, 다음 질문부터 갈까요?”


하정후의 잿빛 기색을 살피던 MC가 큐카드를 넘겼다.


“음... 이전에는 싸이코패스나 악인을 잔혹하게 처단하는 살인마 역할을 소화하시면서 강렬한 연기로 시청자를 사로잡으셨는데요. 이번에는 다른 캐릭터라구요?”


어떡하나.

어떤 말과 생각을 꺼내야 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하정후의 목이 턱 막혀버렸다.


“하정후 씨?”


하정후의 무응답에 오디오가 비었다.

안 그래도 길게 달려야 하는 촬영인데.

초장부터 브레이크가 걸리게 생겼다.


하정후의 시선이 갈피를 못 잡고 떨리는 이때.

스탭들 사이 응원차 와서 서 있는 도민준이 보인다.

순간 하정후의 눈이 커졌다.


‘도작팬’이라는 아이디로, 도민준의 작품에 대해 찾아보던 시간을 지나.

지금 이 자리에 왔다.


맞다. 지금 나는 왜 이곳에 있나.


왜 겁먹고 있지?


.

.

.


‘메소드 연기였어. 진짜 싸이코패스 같았다니까.’

‘저런 연기를 누가 할 수 있겠어. 하정후 배우뿐이지.’

‘추가 대사 요청해보죠? 뭐든 다 잘하니...’


과거. 극찬을 받은 만큼, 심적 부담감은 극에 달했다.

그 연기 하나를 해내기 위해서는 며칠 밤낮을 연구해야 했으니까.

나를 버리려고 노력하며, 캐릭터의 심리를 파고들고, 자아로 장착해야 했으니까.


어느 날은 ‘컷!’ 싸인이 외쳐지자마자,

이 촬영장의 모두가 피를 적신 채 죽어있고, 나는 피 묻은 칼을 들고 웃고 있다는 상상에 잠식되었다.


혼란이었다.

연기를 하지 않을 때, 삶을 살아가는 자신에 대한 혼란.


이후, 방구석에 스스로를 가둬버리고 정지된 시간에 몸을 집어넣었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도민준의 작품을 보며 또다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열망이 샘솟았다.


그래, 내가 바랐던 건 어쩌면 고통스럽더라도 또 다른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나의 스타, 도민준의 작품을 할 기회를 잡았다.

위축되어 있을 필요가 없지.


.

.

.


혼란을 겪던 세월을 돌이키듯,

하정후의 눈에 미세하게 눈물이 고였다.

생각을 정리하고는 숨결이 차분해졌다.


지켜보던 도민준에게서 시선을 거둔 하정후가 입을 뗐다.


“이번에 맡은 캐릭터는 기존에 제가 맡아왔던 강렬한 색채와는 많이 다릅니다. 밝고 긍정적이며 정의로운 캐릭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차분히 캐릭터 설명을 마치고, 잠적한 이유에 대해서도 말을 풀었다.


“저는 연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지, 제 자신을 좋아하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지 알기 위해 모두 경청했다.


“연기할 때의 캐릭터를 더 우선시하고, 제 삶은 없는 듯이 살았었거든요.”


가볍던 분위기가 사뭇 진지해졌다.


“연기를 할 때는 모든 걸 잊는데, 막상 빠져나오면 제가 없더라구요. 그래서 저에 대해 혼란이 생겼고 저로서 사람들을 대하는 게 무서워지고... 피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대강 둘러대도 됐을 텐데,

하정후가 진정성 있게 털어놓자 베테랑 MC들이 크게 리액션 했다.

몇몇은 자신들도 그럴 때가 있다고 끄덕이며 동의했다.


“하정후 씨, 내가 보니까 되게 순한 스타일이네. 그래서 캐릭터한테 잡아먹힌 것 같아. 연기도 중요하지만 자기 삶도 중요해요.”

“얼마나 힘드셨으면... 천천히 잘 이겨내시길 바랄게요.”

“잠적한 이유 들으니까 속이 다 시원하네요. 팬분들도 이해하실 거예요.”


MC들이 따뜻한 조언을 한마디씩 던져줬다.

어쩌면 형식적인 멘트지만, 굳어있던 하정후의 얼굴이 점차 풀어졌다.


그리고 다시, 근처에 서 있는 도민준을 힐끗 바라봤다.


도민준은 가만히 서 있다가 하정후의 답변에 고개를 끄덕였다.


순간,

하정후는 도민준의 별명 중 하나였던 ‘강한 혜성 같은 작가’가 뭘 뜻하는지 실감했다.


배우는 하나의 캐릭터를 파고 몰입하면 되지만

작가는 여러 캐릭터, 모든 인물을 아우른다.


심지어 그는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배우들을 직접 디렉팅까지 하지 않는가.


정말 강인해 보인달까.

어떤 것도 저 영혼을 잡아먹긴 힘들 것처럼.

하정후가 본받고 싶어지는 인간이었다. 도민준은.


하정후는 풀어진 표정으로 다시 예능에 집중했다.


“그래서 하정후 씨, 오랜만에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구요?”

“네... 계속 기다려주시고, 공백기에도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려구요.”


처음에는 입술이 떼어지지 않을 만큼 긴장했지만,

도민준 작가가 있다는 생각으로 하정후는 토크에 임했다.


그 결과.


“하정후 씨 다시 봤어요. 신비주의 컨셉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네. 엄청 인간적이야!”


MC들이 열렬한 호감을 드러내었다.


“그러게요. 하정후 배우님 약간 허당미? 있으신 것 같아요.”

“여태 살벌하고 무서운 역할을 잘 소화하셨잖아요. 그래서 되게 차갑고 냉정하고 그럴 줄 알았거든요.”

“어후, 전혀. 반대 이미지인데요.”

“아니, 이 사람아. 작품 속 역할하고 사람 성격을 동일시 보면 어떻게 합니까~”

“그만큼 연기를 잘하셨다~ 이거죠. 흐흐.”


이렇게 ‘천만 작가가 채굴한 배우들’의 토크쇼가 화목한 입담으로 무르익어갔다.


“보니까, 도민준 작가님께서 왜 이 셋을 캐스팅했는지 알겠네. 각자 개성이 진한데 또 합쳐놓으니 드라마가 너무 궁금해져요! 안 볼 수가 없겠는데요.”


MC들의 넉살도 <블루 아이즈> 드라마의 기대감을 더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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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꺼내고 발굴하고 (1) +8 24.09.10 9,679 262 13쪽
35 강한 혜성 같은 작가 (2) +8 24.09.09 9,907 262 13쪽
34 강한 혜성 같은 작가 (1) +9 24.09.08 10,270 235 13쪽
33 콘티가 살아난다 (2) +7 24.09.07 10,168 235 12쪽
32 콘티가 살아난다 (1) +12 24.09.06 10,500 244 13쪽
31 박차를 가하다 (2) +8 24.09.05 10,770 252 12쪽
30 박차를 가하다 (1) +14 24.09.04 10,933 260 13쪽
29 신선함을 넘어서 (4) +10 24.09.03 11,185 25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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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신선함을 넘어서 (2) +4 24.09.01 11,654 264 13쪽
26 신선함을 넘어서 (1) +6 24.08.31 11,776 26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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